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을 때 금방 닿을 수 있는 바닷길

[여행]by 걷기여행길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을 때 금방

세밑이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을 때다. 어느 시인은 ‘바람 부는 날에는 압구정에 가야 한다’고 했는데, 이럴 때 작은 배낭을 메고 가볼 만한 곳이 인천공항에서 멀지 않은 작은 섬 무의도(舞衣島)다. 세밑을 앞두고 시린 바람이라도 한껏 맞고 싶을 때 쉽게 갈 수 있는 곳이다. 무의도는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섬이지만, 서울에서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1시간 반이면 당도해 한나절 걷기 여행 코스로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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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소무의도 연도교

인천관관공사에 따르면 무의도라는 이름은 섬의 형태가 투구를 쓰고 갑옷을 입은 장수가 칼춤을 추는 모습과 같다는 데서 유래했다는 설과 섬에 안개가 낀 날이면 말을 탄 장수의 옷깃이 날리는 모양새가 여인이 춤추는 모습을 닮았다는 설이 있다. 한겨울엔 안개 낀 날보다 바람 부는 날이 많겠지만, 칼춤 추는 여인을 상상하며 걷는 길은 낭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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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소무의도 연도교

무의도는 산행 목적으로 많이 찾는 대무의도와 섬 남쪽 끄트머리에 자리 잡은 소무의도가 있다. 두 섬은 413m 연도교로 이어져 있다. 소무의도의 면적은 1.22㎢로 아주 작다. 해안선도 채 3㎞가 되지 않는다. 이 해안을 따라 난 길이 바로 무의 바다누리길이다.

 

대무의도는 호룡곡산(245m)이라는 제법 높은 산이 있지만, 소무의도는 거의 평평하다. 등산화가 아니라도 운동화도 무리 없다. 잠진도 선착장에서 배로 5분 정도 가면 무의도 선착장, 여기서 작은 마을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가면 무의도와 소무의도를 잇는 소무의인도교 앞이다. 마을버스는 대개 배 시간에 따라 움직이므로 굳이 시간표를 체크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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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 데크

버스에서 내리니 바로 어촌 마을 풍경이다. 포구의 횟집 처마에는 문절어가 널렸고, 건조대에는 병어가 볕을 받아 꾸득꾸득 말라가고 있다. 포구에서 바로 구름다리처럼 생긴 소무의인도교가 보이는데, 차량 통행이 되지 않고 사람만 다닐 수 있어 ‘인도교’라 이름 붙였다.

 

413m 다리를 건너 마을 앞을 지나 나무 계단을 오르면 비로소 무의 바다누리길이 시작된다. 넉넉잡아 서울에서 2시간이면 걸을 수 있는 바닷길이다. 해안 절벽을 따라 나무 데크로 조성된 길이 이어지는데, 북향이라서인지 볼에 닿는 바람이 시리다. 잡목 사이로 영종도 공항의 시가지가 보이고, 멀리 영종대교의 거대한 주탑이 우뚝 솟아 있다.

 

길은 총 2.5km로 길지 않다. 빠른 걸음이라면 1시간도 채 안 돼 끝낼 수 있다. 그래서 부러 여유를 갖고 천천히 걸었다. 첫 번째 쉼터는 영종대교를 바라볼 수 있는 나무 데크 전망대다. 내려오면 해안가 마을이 보인다. 새하얀 모래톱에 마른 나라가 한 그루 세워져 있다. 죽은 나루에 물을 주는 오프닝으로 유명한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영화 ‘희생’이 생각났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정성스레 물을 주면 죽은 나무도 꽃을 피운다는 전설을 아들에게 들려준다. 시린 바람을 맞고 있는 죽은 나무를 보니 왠지 달려가 온기를 불어넣고 싶은 생각에 한번 매만져봤다. ‘누가 이 백사장에 마른 나무를 꽂아뒀을까’. 의문은 잠시 후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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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이야기 박물관

죽은 나무가 박힌 백사장 너머로 ‘섬이야기박물관’이 있다. 스틸 소재의 차가운 박물관이란 겨울엔 더 차가워 보인다. ‘무료입장’이란 안내문에 문을 열고 들어가니, 온기가 가득하다. 박물관의 전시물을 소무의도에 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맥아더장군 상륙기’ 등 인천의 전반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찬바람을 너무 맞아 몸이 차가워진 걷기 여행객이라면 히터를 빵빵하게 튼 박물관에서 잠시 몸을 녹이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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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해변

백사장을 건너 약간의 오르막을 건너니 인천항을 입출항하는 선박을 관제하기 위해 인천지방해양항만청에서 설치한 레이더가 있다. 여기서 다시 해변으로 내려가는데, 폭 100m가 되지 않은 작은 해안가 이름이 ‘명사의 해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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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주 정명구 매점

해안가에 느닷없는 매점을 만났다. ‘산주(山主)’ 정명구씨의 매점이다. 정씨는 매점 앞에 이렇게 써 붙였다.

 

“저는 재벌도 아니고 상속받은 재산도 아니랍니다. 작지만 아름다운 이 소무이도가 외국자본에 넘어가는 걸 막고 싶어 가족들이 모두 합심하여 전 재산을 담보로 빚을 내 2010년 취득(섬 면적의 62%)하여 섬처럼 소박하고 아름다운 소무의도 주민 분들과 함께…(중략) 2012년 5월 3일 ‘무의바다누리길’이란 이름으로 개통해 무료로 개방한 마음까지 훈훈한 힐링 트레킹 코스입니다”

 

짧은 안내문에 무의바다누리길에 대한 내력이 모두 담겨 있다. 백사장에 죽은 나무를 세운 장본인도 정씨다. 매점 앞 명사의 해변에도 죽은 나무가 덩그러니 서 있는데, 나뭇가지에 시화를 일일이 붙여 작품을 만들었다. 정씨는 주말이면 어김없이 매점을 지킨다. 직접 잡은 고동을 삶아 한 컵에 2000원, 어묵 한 꼬치에 500원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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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전망대 오르는길

“저런 팻말도 읽어보고 가는 사람이 적습니다. 알아주길 원하는 건 아니지만, 쓰레기는 꼭 가져가셨으면 합니다” 정씨의 말이다. 무의바다누리길 2.5km 중 80%가 그가 소유한 땅을 거친다고 한다. 하지만 인천시, 중구청에서 따로 쓰레기를 수거하지 않아 그가 지게 짐을 져날려 해결한다. 그것만 봐도 소무의도 섬에 관한 애정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정명구씨 매점에서 올라서면 안산 전망대가 나온다. 해발 50m 남짓의 오르막이지만, 이 섬에서 가장 높은 지점이다. 정자가 하나 마련돼 있으며, 사방이 훤히 뚫려 조망이 그만이다. 정자를 내려오면 소무의인도교가 길게 뻗어 있다. 푸른 바다 위로 두 섬을 잇는 폭 좁은 연도교는 심해를 헤엄치는 뱀장어처럼 쭉쭉 뻗어 있다. 볼만한 광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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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전망대

2.5km의 짧은 구간이다 보니 휴식 없이 걸으면 1시간이면 끝이다. 소무의도만 걷기 아깝다면 무의도 여기저기를 둘러보는 것도 괜찮다. 소무의도 반대편 북서쪽 끝에 있는 실미도는 썰물 때는 걸어서 들어갈 수 있다. 영화 ‘실미도’의 무대인 실미해수욕장까지 들어가 보는 것도 색다를 경험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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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전망대 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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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진선착장(왼쪽) / 잠진항 선착장의 노을

실미도 가기 전 마을버스가 정차하는 드라마 ‘천국의 계단’ 촬영지인 하나개해수욕장도 유명하다. 드넓은 백사장에 서 있으면 겨울 바닷바람을 한없이 맞을 수 있다. 섬 내 이동은 버스로 얼마든지 가능하다.

코스 요약

소무의인도교-마주보는 길-떼무리 길-부처깨미 길-몽여해변-명사의 해변-안산전망대-소무의인도교(약 2.5km, 1시간)

교통편

  1. 가는 길 : 공항철도 인체국제공항역에서 나와 222번 버스를 타면 잠진도 선착장까지 간다. 또 용유역 2번 출구에서 간선버스 222B를 타면 잠진도 선착장까지 간다. 잠진도에서 배를 타고 무의도로 들어간 후 마을버스를 타면 종점인 소무의도 인도교 앞까지 갈 수 있다.
  2. 오는 길 : 들어가는 대중교통 편을 그대로 이용하면 된다. 소무의도(마을버스)→무의도(배)→잠진도 선착장(버스)→인천공항역.

TIP

  1. 자세한 코스 정보 : 걷기여행 | 두루누비 www.durunubi.kr
  2. 화장실 : 소무의인도교, 섬이야기박물관 등
  3. 먹거리 : 소무의인도교, 섬이야기박물관 등. 소무의도 초입과 걷기길 중간쯤에 있는 ‘명사의 해변’에 매점이 있다.
  4. 걷기 TIP : 대중교통이 더 편할 수 있다. 공항철도, 배, 마을버스를 차례로 타고 가는 것만으로도 여행이라는 즐거움이 있다. 걷기 구간이 짧다고 생각되면 소무의도-무의도 선착장까지 돌아오는 길을 걷는 것도 좋다. 잠진선착장 안내 무의도 해운(032-751-3354~6, www.muuido.co.kr)
  5. 코스 문의 : www.icjg.go.kr/tour(인천중구청 관광진흥실)

글, 사진: 김영주(중앙일보 기자)

2017.12.14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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