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곳들이 은하수더라!

[여행]by 걷기여행길

로맨틱하게 달빛걷기라고 부르기도 하는 야간걷기의 최적화된 경관은 극과 극을 달린다. 쏟아질 듯한 밤하늘의 별을 보며 자연과 우주의 거대한 마력 속에 빠져들려 한다면 칠흑 같은 밤에 걸어야 한다. 반면 어둠을 밀어내는 거대 도시의 밤풍경은 인간의 한계는 과연 어디까지인가를 의심케 하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서울 한양도성길 인왕산 구간은 그 후자에 해당되는 길이다. 흔히 남산에서 바라보는 서울풍경을 최고라고 이야기하지만 서울 내사산(남산, 인왕산, 북악산, 낙산)을 거치는 서울 한양도성길을 모두 걸어본 이라면 인왕산이나 북악산에서 보는 서울전경을 더 위로 치는 경우가 많다. 그중 인왕산은 북악산과 달리 야간걷기가 자유롭기 때문에 서울의 아름다운 야경을 눈에 담으며 걷는데 최적의 환경을 갖는다. 

사람 사는 곳들이 은하수더라!

인왕산 범바위에서 본 일몰 후 30분 후의 서울 도심.

근대역사문화 거리 지나 600년 성곽길로

도시 야경을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시간은 일몰 전후 30분에서 1시간 정도로 야경사진의 골든타임과 대체로 일치한다. 그러므로 이 시간에 좋은 포인트에서 야경을 보려 한다면 한양도성길 인왕산 구간의 시작인 숭례문에서는 일몰 2~3시간 전쯤 출발하면 좋다. 8월 중순의 경우 대략 저녁 7시30분경 해가 지므로 5시30분 전후로 숭례문에서 걸음을 시작하면 된다.

사람 사는 곳들이 은하수더라!

오후 5~6시 사이에 숭례문을 출발하면 일몰 전후의 야경을 인왕산에서 만날 수 있다.

길 곳곳에 역사적인 포인트들이 많으므로 그런 곳들을 두루 거치려 한다면 그보다 더 일찍 떠나는 것이 좋다. 서울 상공회의소에서 서소문에 해당하는 소덕문까지 가는 길은 새롭게 복원된 성곽길이다. 이를지나 정동길에 들어면 1916년에 준공하여 근대교육의 발상지로 불리는 배재학당 동관을 만난다.
 

그 이후로도 100년 역사를 훌쩍 넘긴 정동제일교회를 비롯하여 옛 조선황실도서관이자 을사늑약의 아픔을 간직한 중명전을 거치면서 근대역사의 잔향을 그대로 느끼게 된다. 특히 직장인들의 퇴근시간인 오후 6시가 지나면 정도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의 어깨가 상큼하게 더 치켜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때부터 거리는 더욱 활기를 띤다. 

사람 사는 곳들이 은하수더라!

퇴근 시간 이후로 한층 활기가 돋는 정동거리.

옛 서대문이 있던 자리인 정동사거리를 건너면 강북삼성병원 뒤로 김구 선생이 흉탄에 돌아가신 경교장 건물이 옛 모습 그대로 자리한다. 일몰의 멋진 풍광을 보려면 오래 지체할 여유가 없으니 외관만 둘러보고 가자. 서울시 교육청 정문 앞을 지나면 월암근린공원과 홍난파 선생이 돌아가실 때까지 살았던 홍난파 가옥이 나온다. 홍난파 가옥은 아담한 붉은 벽돌집으로 담쟁이가 벽을 둘러 싼 모습이 동화 속에 나올 법한 모습이다. 야간 경관조명까지 되어 있기에 인왕산에 올랐다 이곳으로 내려오면 그 모습도 눈에 담을 수 있다. 

사람 사는 곳들이 은하수더라!

인왕산 성곽 초입. 600년 도읍의 숨결이 느껴진다.

이후로 3.1운동을 해외에 전파했다는 AP통신의 앨버트테일러 기자가 살았던 딜쿠샤라는 집도 만나고 권율 장군이 직접 심었다는 종로구 1호 보호수인 은행나무도 나온다. 그리고 곧 인왕산 성곽구간이 시작되는데, 여기서 선택을 해야 한다. 보통은 성곽 안쪽으로 난 공원길을 많이 걷는데, 성곽 바깥쪽 길도 있으니 그쪽도 걸어보길 권한다. 안쪽과는 사뭇 다르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바깥 길은 인왕산 성곽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초소 부근 나무계단이 잘 알려지지 않은 서울 야경 뷰포인트이다. 이곳에서 바라보면 600년 역사의 성곽이 첨단 도시의 방벽이 되어 오버랩되는 풍광을 볼 수 있다.

사람 사는 곳들이 은하수더라!

인왕산 초입에서 성곽 바깥으로 걸으면 마주하게 되는 풍광. 오래된 성벽이 도시의 방벽이 되어 수백 년 세월을 버텨냈다. 

여기서 서울 야경을 아직 못 보았다면 인왕산 입구 초소를 지나면 본격적으로 인왕산 성곽길이다. 그늘이 없어서 한여름에는 오르기 어렵지만 해가 질 무렵이면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불어준다. 10~20여분 정도 올라가면 군부대 바로 옆에 있는 범바위에 닿는다. 바로 이곳이 필자가 제안하는 인왕산 야경 풍광 포인트이다.

사람 사는 곳들이 은하수더라!

범바위에서는 한강 하구 쪽으로 떨어지는 일몰도 더불어 만끽할 수 있다.

범바위 위에 자리를 잡으면 남동쪽으로 서울 시내가 펼쳐지고, 북서쪽으로는 한강 하구 너머로 노을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다. 그래서 야경 사진을 촬영하러 오는 포토그래퍼들도 주로 이곳에 진을 치고 풍경을 담곤 한다.

사람 사는 곳들이 은하수더라!

(좌) 구름이 깔리면 더욱 아름다운 서울의 하늘.
(우) 마지막으로 토해내는 태양의 붉은 숨결이 온 하늘을 덮는다.

일몰 전후로 밤을 맞는 도시의 전경이 빌딩숲의 실루엣과 더불어 눈에 감긴다. 하늘은 파란 빛을 띠다 해가 지기 직전에 토해내는 붉은 빛으로 남쪽 하늘까지 붉은 기운이 감돈다. 물론 공기가 맑아서 시계가 길게 나올 때 이야기다. 

사람 사는 곳들이 은하수더라!

시계가 좋고, 구름이 낮게 깔리면 야경사진의 명소가 되는 인왕산.

그날의 시정은 기상청 홈페이지의 날씨>관측자료로 들어가면 지역별 시정을 볼 수 있다. 시정이 10㎞ 이상만 되면 나쁘지 않다. 비가 온 다음에는 시정이 20㎞이상 나오는 날이 많은 편이므로 이때를 놓치지 말자. 일몰 전후의 풍광을 범바위에서 보고 정상을 향해 올라간다. 정상에서는 깊어진 어둠 속에서 더 환하게 빛나는 도심의 불빛들이 은하수처럼 빛난다.

사람 사는 곳들이 은하수더라!

(좌) 야간 조명을 해놓은 곳이 많은 편이지만 손전등 하나는 갖고 가는 게 좋다.
(우) 경관조명이 들어온 홍난파 가옥은 헨젤과 그레텔이 머물렀다는 집을 떠올리게 한다

사람 사는 곳들이 은하수더라!

600년 성곽을 길동무 삼아 걷는 야간걷기에 도전해보자.

인왕산 정상에서는 그대로 산을 넘어 창의문으로 하산해도 되고, 올라갔던 길을 되짚어 내려오는 것도 방법이다. 귀가하는 교통편은 서대문 쪽이 편하다.

사람 사는 곳들이 은하수더라!

넋을 놓고 바라보는 서울의 야경, 세계 어느 도시 부럽지 않다.

코스요약

걷는 거리 : 5.3㎞

걷는 시간 : 4시간 내외 (쉬는 시간, 관람시간 포함)

걷는 순서 : 숭례문~정동길~정동사거리~경교장~홍난파 가옥~권율장군 집터~인왕산 범바위~인왕산 정상~윤동주 시인의 언덕~창의문

 

교통편 

대중교통 : 서울역, 시청역, 서대문역 등

주차장 : 가급적 대중교통 이용권장

 

걷기여행TIP

사람 사는 곳들이 은하수더라!

* 자세한 코스정보는 http://www.koreatrails.or.kr/course_view/?course=699 이곳을 참조해 주세요.

 

화장실 : 강북삼성병원, 종로문화체육센터 

식수 : 사전 준비하거니 매점에서 구입 

식사 : 인왕산 산길 구간 제외하면 다수 

길안내 : 갈림길 안내사인이 부족하므로 길을 모른다면 걷기여행길 종합안내포탈의 GPS트랙을 다운받아 스마트폰 GPS앱을 보조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음 

코스문의 : 종로구청 관광체육과 (02)2148-1863, http://seoulcitywall.seoul.go.kr

윤문기 <걷기여행작가, (사)한국의 길과 문화 사무처장>

2015.08.20원문링크 바로가기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걷고! 보고! 느끼고! 대한민국의 걷기 여행 길을 함께 합니다.
채널명
걷기여행길
소개글
걷고! 보고! 느끼고! 대한민국의 걷기 여행 길을 함께 합니다.

    이런 분야는 어때요?

    ESTaid footer image

    Copyright © ESTaid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