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위에 펼쳐진 하늘꽃밭에 오르다

[여행]by 걷기여행길

우리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에서 시작한 백두대간 줄기는 남으로 내려오다 밝고 큰 동네 태백을 지나면서 두 갈래로 갈린다. 남하 하던 대로 계속 내려가는 산줄기는 낙동강 동쪽으로 이어진다 하여 낙동정맥 이라고 부르고 서남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산줄기가 나라 땅의 중심 산줄기인 백두대간이다.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이 분기를 하는 곳이 삼수령(三水嶺 935m)인데 이곳은 한강, 낙동강, 오십천의 분수령이다.

 

삼수령 꼭대기로 떨어진 빗방울이 북으로 구르면 한강으로 흘러들어 서해까지, 남으로 구른 빗방울은 낙동강이 되어 남해로 들며, 동으로 구른 빗방울은 오십천이 되어 동해로 흐르게 된다. 삼수령에서 낙동정맥과 갈린 백두대간은 고랭지채소밭과 풍력발전단지로 유명한 매봉산(1,303m)을 지나고 비단봉(1,279m)과 금대봉(1,418m)을 지나 두문동재(1,268m)로 이어지고 다시 함백산(1,573m)을 지나 만항재로 흐르게 된다.

구름 위에 펼쳐진 하늘꽃밭에 오르다

대덕산 금대봉 생태탐방로 안내도 - 금대봉을 기준으로 백두대간 탐방로와 대덕산 금대봉 생태탐방로가 나뉜다

한편, 금대봉에서 백두대간과 반대편인 북서쪽으로 갈리는 산줄기를 따라가면 분주령(1,080m)을 거쳐 대덕산(1,307m) 그리고 검룡소로 이어지는데 이곳이 우리나라 야생화 트레킹의 메카인 ‘대덕산 금대봉 생태탐방로’다. 천상의 화원. 구름 위에 펼쳐진 하늘꽃밭으로 올라보자.

두문동재를 지키는 동자꽃

오래 전부터 별러오던 대덕산 금대봉의 야생화 탐방을 위해 길을 나선 것은 8월 초. 봄부터 가을까지 쉼 없이 꽃을 피워내는 곳이라고는 하지만 천상의 화원이라는 이름값을 제대로 하는 때는 7월말부터 8월초 사이라고 한다. 새벽에 집을 나서 태백 시내에서 아침을 먹고 타고 온 차는 검룡소 주차장에 세워두고 택시로 두문동재로 올랐다. 두문동재 탐방안내소에 신고를 하고 산길로 접어든다. 일행 중 한 명이 평소에 야생화 공부를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 길을 걸으며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덕분에 걸음은 한참 늦어지겠지만...

구름 위에 펼쳐진 하늘꽃밭에 오르다

금대봉 오르는 길 - 동자꽃의 배웅을 받으며 걸음을 시작한다

산길 입구부터가 꽃이다. 그래 저 꽃은 나도 알 것 같다. 주황색으로 예쁘게 핀 동자꽃이다. 맞느냐는 뜻으로 쳐다보았더니 빙그레 웃는다. 맞았다는 이야기다. 동자꽃들의 배웅을 받으며 금대봉으로 향한다. 금대봉 아래 갈림길. 어디로 갈까? 길가에 지도가 있다. 금대봉 정상을 지나는 길과 정상을 비껴 질러가는 길. 이곳이 초행이 아닌 일행 하나가 질러가는 길에 야생화가 더 많다고 한다. 고민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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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자꽃 - 탁발을 나간 노승을 기다리다가 죽었다는 동자승의 슬픈 이야기가 서려있는 꽃이다

금대봉 꽃밭의 수문장 마타리

길가에 꽃들이 지천이다. 일행이 꽃 이름을 내 놓기 시작한다. 이건 말나리, 저건 짚신나물, 요건 도둑놈갈고리, 조기 흰색 꽃은 참취, 저 뒤에는 어수리. 이름을 들으면서 입속으로 열심히 외워보지만 몇 발짝 옮기면 도로 제턱이다. 일행도 딱히 외우라고 말해주는 것 같지는 않다.

구름 위에 펼쳐진 하늘꽃밭에 오르다 구름 위에 펼쳐진 하늘꽃밭에 오르다

(좌) 짚신나물 - 꽃받침에 갈고리 모양의 털이 많아 짚신에 잘 붙었기 때문에 짚신나물이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우) 참취 - 참취의 어린 순이 우리가 나물로 많이 먹는 취나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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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리 - 어린 순을 쌈이나 나물로 먹는다고 하며 농가에서 재배하기도 한다

길가에 보랏빛이 도는 연분홍색 꽃이 수줍은 듯 피어있다. 다섯 장의 꽃잎이 활짝 펼쳐졌다. 사진 한 장 찍어놓고 일행의 입이 떨어지기를 기다린다. “참 예쁜 꽃이지요? 근데 꽃 이름은 그다지 예쁘지 않습니다. ‘둥근이질풀’ 이라는 식물입니다. 이 식물이 이질이나 설사 같은 병에 효과가 있다고 그런 이름이 붙었답니다. 어떻습니까? 고운 새색시처럼 참한 꽃이지요? 그래서 꽃말도 새색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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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이질풀 - 이름은 예쁘지 않지만 꽃은 새색시의 분홍 저고리처럼 곱디곱다

금대봉을 비껴 질러가는 길과 금대봉을 거쳐 오는 길이 만나는 곳에 제법 너른 들판이 펼쳐졌다. 키다리 노란 꽃이 수문장인양 길을 지키고 있다. 동행이 다시 입을 연다. “황순원 선생의 단편소설 소나기... 잘 아시죠? 서울에서 내려온 소녀를 지켜보던 소년이 개울 징검다리에서 소녀와 드디어 말을 섞게 되고 산으로 놀러가는 장면 생각나세요? 그때 소년이 꽃을 꺾어서 소녀에게 설명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이게 들국화, 이게 싸리꽃, 이게 도라지꽃... 그러다가 소녀가 묻습니다. 그런데 이 양산같이 생긴 노란 꽃이 뭐지? 소년이 대답합니다. 마타리꽃. 소녀는 마타리꽃을 양산처럼 써 보고요. 그 마타리꽃이 바로 이 꽃입니다. 마타리꽃. 정말 우산처럼 생겼지요? 저는 안 먹어봤는데 어린잎은 나물로도 먹는다고 해요. 염증과 통증에 약으로도 쓴다고 하네요. 꽃말은 미인, 무한한 사랑이랍니다.”

구름 위에 펼쳐진 하늘꽃밭에 오르다 구름 위에 펼쳐진 하늘꽃밭에 오르다

(좌) 금대봉 화원을 지키고 서 있는 수문장은 노란 마타리다

(우) 금대봉 자락에 앞 다투어 피어난 여름 야생화와 눈을 맞추다보면 걸음은 자꾸 늦어만 진다

대덕산의 예쁜 초롱꽃 모싯대와 잔대

천상의 화원이라는 수식어가 오히려 부족한 금대봉 화원을 뒤로 하고 걸음을 계속한다. 숲으로 들어섰는데도 걷는 길 주변으로 저마다의 색깔을 자랑하는 꽃들이 앞 다투어 피었다. 고목나무샘을 지난다. 아주 작은 샘인데 이곳의 물이 땅 속으로 숨어들었다가 검룡소에서 다시 땅 위로 솟구친다고 한다. 고목나무샘을 지나면 너른 공터가 있다. 배낭을 내려놓고 쉬었다가기로 한다. 꽁꽁 얼려온 커피가 알맞게 녹았다. 먹기 좋게 잘라온 바게트빵도 나오고 색색의 파프리카도 나온다. 금강산도 식후경. 틀림없는 이야기다.

구름 위에 펼쳐진 하늘꽃밭에 오르다

분주령 가는 길 숲속에는 일월비비추가 지천으로 피었다

주변을 둘러보는데 얼마 전에 대둔산에서 보았던 꽃이 숲속에 가득하다. 이파리는 비비추와 똑 같은데 꽃차례가 비비추와 달라서 헷갈려했던 꽃이다. 이름이 뭐였더라? 검색을 해서 알았는데... 동행이 웃으면서 ‘해와 달’ 이란다. 그래 맞다. 일월비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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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월일월비비추 - 비비추는 꽃대에 꽃이 차례대로 달리는데 일월비비추는 꽃이 주먹처럼 뭉쳐서 핀다

동행이 저쪽 숲속에서 좋은 공부 재료가 있다고 부른다. 가까이 가보니 연보랏빛의 예쁜 초롱꽃이다. “여기 이 꽃하고 저 꽃 좀 보세요? 비슷하게 생겼죠? 근데 다른 꽃입니다. 이 꽃은 모싯대 라고하고 저 꽃은 잔대라고 합니다. 뭐가 다른지 잘 살펴보세요.” 그리고는 자리를 비켜준다. 우리더러 촘촘하게 살펴보라는 얘기다. 그동안 배운 대로 우선 줄기를 살펴보고 이파리를 챙겨본다. 그리고 꽃을 비교해 본다. 한참 보니 알 것 같기도 하다.

구름 위에 펼쳐진 하늘꽃밭에 오르다 구름 위에 펼쳐진 하늘꽃밭에 오르다

(좌) 모싯대 - 숲속의 그늘에서 자라며 꽃은 통꽃으로 종 모양이고 연보라색이다

(우) 잔대 - 딱주라고도 하며 한자로는 사삼(沙蔘)이라고 하는데 꽃이 종모양의 통꽃이라서 모싯대와 혼동하기 쉽다.

“어때요. 구분할 수 있겠어요?” “이파리 모양이 다르고 난 형태도 다르네요. 또 꽃 모양도 자세히 보면 차이가 있고요. 무엇보다도 암술의 모습이 다르군요.” “그렇습니다. 지금 얘기한 대로예요. 모싯대 잎은 어긋나는데 잔대의 잎은 돌려났지요? 또 모싯대는 암술이 길게 빠져 나오지 않는데 잔대는 길게 빠져 나왔습니다.”

구름 위에 펼쳐진 하늘꽃밭에 오르다 구름 위에 펼쳐진 하늘꽃밭에 오르다

(좌) 모싯대 

(우) 잔대

검룡소에서 만난 물봉선

대덕산부터 검룡소 입구까지는 계속 내리막이다. 골짜기가 바뀌니 식생도 바뀌었나보다. 그렇게나 지천으로 피었던 꽃들이 자취를 감추었다. 대신 하늘을 찌를 듯 죽죽 자란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검룡소로 가는 길로 접어든다. 길가에 아주 특이하게 생긴 꽃이 피어있다.

구름 위에 펼쳐진 하늘꽃밭에 오르다

대덕산 하산길 - 대덕산부터 검룡소까지는 계속 내리막길 이다

“물봉선이라고 하는 꽃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습지를 좋아하는 꽃이지요. 봉선화과의 한해살이 풀이고요. 꽃의 뒤쪽 도르르 말린 부분이 꿀주머니라서 흡입대롱이 있는 나비나 나방만이 꿀을 먹을 수 있는데요. 확실하게 꽃가루 수분을 할 수 있는 진화된 형태라고 합니다. 봉선화를 서양 사람들은 Touch-me-not 이라고 하는데 물봉선도 마찬가지로 부릅니다. 날 건드리지 마세요. 손대면 톡하고 터진다고 해서 붙은 말이랍니다. 이 꽃에 이야기가 하나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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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룡소 물봉선 - 별을 사랑하고 노래를 잘하던 소녀의 예쁜 마음이 이 꽃을 만들었다

“오래 전에 밤하늘의 별을 좋아하는 소녀가 있었습니다. 이 소녀는 밤마다 하늘의 별을 보며 노래를 했는데 이 소녀의 노래가 얼마나 감동적이었는지 별 하나가 소녀의 노래를 들으려고 가까이 내려오다가 너무 낮게 내려오게 되어 그만 땅에 떨어져 죽었다고 합니다. 소녀는 이 별의 정령을 고이 묻어주었는데 다음해에 정령의 무덤에서 예쁜 꽃이 피어났고 사람들은 그 꽃을 물봉선이라고 불렀다는 이야기 입니다.”

한강 1,300리 유장한 물길의 전설이 시작된 곳

검룡소. 이곳에서 솟구친 물줄기는 북으로 흐르며 골지천이란 이름을 얻어 임계로 이어지고 임계천을 만나면서 몸을 불린다. 한결 덩지가 커진 골지천은 오대산에서 시작하여 구절리를 지나 온 송천과 한 몸을 이루는데 두 물이 만나 어우러진 곳이라서 아우라지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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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룡소 계곡 - 이곳부터 시작한 물길이 장장 1,300리를 흘러 서해로 들어가게 된다

아우라지부터는 제대로 강의 대접을 받게 되고 그래서 붙은 이름이 조양강이다. 조양강은 더 흘러내려 동강이 되고 영월에서 서강을 만나 남한강이 되었다가 두물머리 양수리에서 북한강을 만나 아리수가 되어 서해로 들게 된다. 검룡소 아래 길가에 누운 돌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태백의 광명정기 예 솟아 민족의 젖줄 한강을 발원하다’ 

코스요약

걷는 거리 : 10.6㎞

걷는 시간 : 5시간 (순 걷는 시간 / 답사시간, 간식시간, 쉬는 시간 등은 포함하지 않음)

걷는 순서 : 두문동재 ~ (1.2 ㎞)금대봉 ~ (0.9㎞)고목나무샘 ~ (2.6㎞)분주령 ~ (1.4㎞)대덕산 ~ (1.4㎞)분주령 삼거리 ~ (1.1㎞)세심교 ~ (0.6㎞)검룡소 ~ (1.4㎞)검룡소 주차장

 

교통편 

찾아가기
- 태백 버스터미널 앞에서 고한사북 공용버스터미널을 왕복하는 농어촌버스를 타고 두문동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3.5km 정도를 걸어 올라가야 한다. 약 1시간 소요. 
- 태백역이나 태백버스터미널에서 두문동재까지 택시를 이용한다. 
- 차를 가져가는 경우는 두문동재 탐방안내소 주변에 주차공간이 조금 있다.

돌아오기
- 검룡소 주차장에서 태백 시내로 나오는 버스가 하루에 2번 있다.
- 검룡소 주차장에서 태백시내까지 택시를 이용한다.
- 차를 가져가는 경우는 검룡소 주차장에 세워두면 된다.
* 차를 가져가는 경우 마치는 곳인 검룡소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검룡소 주차장에서 시작지점인 두문동재까지 택시로 이동하면 편하다. 태백시내에서 콜택시를 불러도 되지만 태백시내를 거쳐 검룡소로 들어갈 때 태백시내에서 택시와 같이 가면 좋다. 검룡소 주차장 ~ 두문동재의 택시비는 약 33,000원(2015년 8월 기준)이다.

 

함께 즐길거리

생태해설 프로그램 운영

일 시 : 주말 및 공휴일에만 운영 09:00 ~ 14:00

문의처 : 태백시청 환경보호과 033-550-2061

 

주변 관광지

낙동강 발원지 황지연못, 천연기념물 제417호 구문소, 태백 고생대자연사박물관, 태백석탄박물관, 매봉산 풍력발전단지, 연화산 둘레길, 추전역, 용연동굴

 

걷기여행TIP

구름 위에 펼쳐진 하늘꽃밭에 오르다

* 자세한 코스정보는 http://www.koreatrails.or.kr/course_view/?course=437 이곳을 참조해 주세요.  

 

화장실 : 두문동재 탐방안내소, 검룡소 주차장

 

식당 및 매점 : 대덕산 금대봉 생태탐방로 분주령 코스는 식당이나 매점이 전혀 없다. 먹을 물이나 간식은 미리 준비하여야 한다. 취사행위는 전 구간에서 일절 금지하고 있다.

 

숙박업소 : 대덕산 금대봉 생태탐방로 분주령 코스는 전 구간에 걸쳐 숙박업소가 없다. 태백시내로 이동하는 것이 좋다.

 

코스문의: 태백시 환경보호과 : 033-550-2061 / 관광문화과 : 033-550-2081

 

사전탐방예약제 : 이 코스는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써 자연생태보호를 위하여 사전예약제로 운영하고 있다.

- 1일 탐방인원 : 300명 이하

- 탐방 가능시기 : 매년 5월 16일 ~ 10월 31일

- 입산 통제기간 :  매년 11월 1일 ~ 다음해 5월 15일

- 인터넷 예약 : 태백시청 http://tour.taebaek.go.kr/site/ko/pages/sub01/sub01_04_01.jsp

김영록 (걷기여행가, 여행 작가)

2015.08.2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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