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의 돌탑들을 지나 절벽 위의 둥지에서 바라본 세상

[여행]by 걷기여행길
기원의 돌탑들을 지나 절벽 위의 둥지

충북 제천시 청풍호자드락길 2코스 정방사길은 출발지점과 도착지점의 풍경이 아름다운 길이다. 출발지점인 능강교부터 도착지점인 정방사까지 편도 약 2.5km 코스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자가용을 이용하거나 능강교에서 정방사까지 갔다가 길을 되짚어 출발한 곳으로 내려와야 하기 때문에 왕복 약 5km 정도를 걸어야 한다. 능강교에서 정방사로 가는 2.5km는 거의 오르막길이다. 시멘트로 포장된 도로를 따라 걸어야 한다. 자동차도 가끔 오간다.

기원의 돌탑들을 지나 절벽 위의 둥지

절벽에 둥지를 튼 정방사에 서면 물과 산이 어울린 시원한 풍경을 볼 수 있다.

절벽에 둥지를 튼 정방사에 서면 물과 산이 어울린 시원한 풍경을 볼 수 있다. 출발지점인 능강교 아래에 능강계곡이 있다. 가물어서 계곡에 물이 많이 없다. 하지만 계곡의 너럭바위와 크고 작은 바위들, 바위에 뿌리를 내린 나무들이 어우러져 소소한 풍경을 만들어 낸다. 물이 어느 정도 흐를 때면 계곡의 아름다움이 더욱 살아난다.

 

도착지점인 정방사는 신라 문무왕2년(662년)에 의상대사의 제자 중 한 명이었던 정원스님이 창건했다고 전한다. 법당의 관세음보살좌상은 숙종15년(1688년) 무렵에 봉안된 것으로 보고 있다. 충북 유형문화재 제206호다. 정방사 마당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이 길의 백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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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방사길 출발지점인 능강교

능강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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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강교 아래 계곡

조선시대 사람들은 능강계곡의 풍경 중 아홉 곳에 이름을 붙였다. 쌍벽담, 몽유담, 와운폭, 관주폭, 용주폭, 금병대, 연자탑, 만당암, 취적대가 그 풍경의 주인공이다.

 

아홉 가지 풍경 중 ‘몽유담’이라는 이름에 마음이 끌린다. 현실 세계에서는 도무지 찾아볼 수 없는, 그래서 꿈에서나마 볼 수 있을 것 같아 ‘몽유담’이란 이름을 얻었으니, 그 풍경이 궁금하다.

 

하지만 충주댐이 생기면서 ‘몽유담’은 물에 잠겼다. 꿈같은 풍경의 실체는 사라지고 전설 같은 이야기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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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방사길과 얼음골생태길이 갈라지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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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강계곡. 겨울 가뭄이라 계곡이 거의 말랐다.

충주호에 잠긴 풍경은 ‘몽유담’ 뿐만 아니다. 쌍벽담, 와운폭, 관주폭이 물 아래 잠겨있다. 그리고 용주폭은 능강교가 생기면서 원래의 모습을 잃었다.

 

정방사길이 시작되는 능강교 아래에 용주폭이 있다. 용주폭이라는 이름은 진주 같은 물방울이 튀어 오르는 모습이 볼만하다고 해서 붙은 것이다. 너럭바위 사이에 난 골로 흘러야 할 물이 얼었다. 진주 같은 물방울이 있어야 할 자리에 하얗게 얼어붙은 물줄기만 남았다.

 

능강교에서 이정표를 따라 정방사 방향으로 걸음을 옮긴다. 지난 여름 계곡을 울리며 흐르던 물줄기의 위용은 간 데 없다. 메마른 바닥과 크고 작은 바위가 속살을 드러냈다. 간혹 보이는 작은 웅덩이가 오히려 계곡을 을씨년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 뒤 곧추선 절벽만이 계절에 상관없이 늠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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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방사길 이정표

크고 작은 돌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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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숲에 걸어놓은 새집

시멘트 깔린 도로를 따라 걷는다. 길 옆 마른나무에 햇살이 고즈넉하게 비춘다. 새 봄을 맞이하는 새 생명의 이른 몸짓이 움터야 할 자리가 메말랐다. 가지 사이로 부는 바람 소리가 서걱거린다. 그 사이에서 드물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늘 푸른 나무의 초록빛에 숲이 생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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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의 돌탑들을 지나 절벽 위의 둥지

정방사길에 있는 크고 작은 돌탑들

능강계곡을 뒤로하고 정방사로 올라가는 길은 누군가의 기원이 이어지는 길이다. 길 양 옆에 크고 작은 돌로 쌓은 돌탑이 이어진다.

 

돌탑은 성황당 돌무지처럼 몸집이 비대하지 않다. 돌 몇 개가 쌓여 간신히 버티고 있다. 그 모양이 더 간절하다. 거센 바람이라도 불어오면 금방 무너질 것 같다. 사람 사는 세상의 이치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기원이 간절한 사람일수록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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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옆에 있는 줄기 굵은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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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만 남은 나무가 봄을 기다리고 있다.

길 위에서 길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처럼 밑동 굵은 소나무가 돌탑을 비호하듯 서있다. 계곡 안 어느 나뭇가지 사이에 누군가 만들어 올려놓은 작은 새집이 따듯해 보인다. 정방사주차장 옆을 지나면서 길은 갑자기 휘돌아 오른다. 그 끝에 정방사가 있다. 빽빽하게 들어선 소나무 줄기의 검은 윤곽 사이로 정방사 종각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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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방사 바로 전 숲길

정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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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에서 정방사 종각이 보인다.

정방사는 신라 문무왕2년(662년)에 정원스님이 창건했다고 전한다. 정원스님은 의상대사의 제자였다. 안내에 따르면 조선시대 순조와 헌종 때 지금의 원통보전이 중수 됐다. 고종 때 지금의 나한전이 건립됐다. 법당의 관세음보살좌상은 숙종15년(1688년) 전후에 봉안된 것으로 보고 있다. 충북 유형문화재 제206호다. 오랜 세월을 지나온 정방사지만 그 역사보다 먼저 마음을 울리는 건 절이 자리잡은 터와 그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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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위 절벽 아래 자리잡은 정방사

금수산 정상에서 북쪽으로 내달리던 산줄기가 단백봉을 만나 서쪽으로 꺾여 흐르다 신선봉, 저승봉을 지나 조가리봉을 세운 뒤 충주호 물속으로 흘러내린다. 그 산줄기의 끝부분인 조가리봉 아래 정방사가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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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방사 지장암 앞에서 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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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가 산 아래로 퍼진다.

하늘을 찌를 듯 우뚝 솟은 거대한 바위절벽 아래 작은 터를 다지고 절집을 지었다. 절 마당 아래는 또 다시 산비탈 낭떠러지다. 정방사는 바위절벽 아래 깃든 새의 둥지 같다. 절 마당에 선 사람은 둥지로 날아든 한 마리 새다. 정방사는 그렇게 사람을 맞이하고 사람들은 그곳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기원하거나 안식한다. 지나온 길에 있던 작은 돌탑의 위태롭고 간절한 기원이 완성되는 곳이 정방사 절 마당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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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방사 마당에서 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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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방사 화장실 유리창을 통해 본 풍경

겹겹이 겹쳐진 산줄기가 먼데부터 절 앞으로 밀려오는 파도 같다. 멀어질수록 희미해지는 능선의 윤곽은 사람의 눈길이 닿을 수 없는 그 어디쯤으로 사라진다. 짐작할 수 없는 그곳에서도 또 다른 풍경이 시작되고 끝을 맺고 있을 것이니, 세상 어느 것 하나 헛된 것이 없다.

 

절집 추녀에 걸린 풍경소리가 바람을 타고 울려 저 먼 충주호의 수면에 파문을 일으킬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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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방사에서 능강교로 돌아가는 길

코스 요약

  1. 능강교 - 정방사길과 얼음골생태길이 갈라지는 곳에서 정방사길 방향 - 정방사(왕복 약 5km, 2시간)

교통편

  1. 찾아가기 : 제천시 고속버스터미널 맞은편 CU편의점과 제천시외버스터미널 담장 사이 도로로 직진하다가 큰 도로가 나오면 좌회전, 조금만 가면 시내버스정류장(정류장 이름은 ‘시외버스터미널․우리은행’)이 나온다. 그 정류장에서 953번 버스를 타고 ‘정방사’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평일에는 오전 5시40분, 오후 12시20분, 오후 4시20분 등 세 번 운행한다. 주말에는 오전 6시20분 버스도 있다. 위 시각부터 약 10분 정도 사이에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한다. 위 시간 전에 도착해서 버스를 기다리는 게 좋다.
  2. 돌아오기 : 들어올 때 내린 곳 맞은편에서 953번 버스를 타고 제천시내로 나간다.
    제천시내에서 들어온 버스가 종점까지 갔다가 다시 나오는 것이다.
    들어올 때 버스기사님께 제천시내로 나가는 버스 시간을 확인하고 그 시간 전에 ‘정방사’ 정류장에 도착해 있어야 한다.

Tip

  1. 자세한 코스 정보 : 걷기여행 | 두루누비 www.durunubi.kr
  2. 화장실 : 능강교 부근(겨울에는 화장실 문을 잠가 놓을 때도 있다.) 정방사길과 얼음골생태길이 갈라지는 곳 바로 전에 간이화장실 있음. 정방사
  3. 매점 : 간식 및 음식은 미리 준비해야 한다.
  4. 숙박 : 능강교 주변과 능강리에 숙박시설 있음
  5. 코스 문의 : 관광정보센터 043-641-6731

글, 사진: 장태동(여행작가)

2018.03.1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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