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만 년 땅의 역사가 새겨진 국가지질공원

[여행]by 걷기여행길

4월 추천 걷기여행길 '철원 한여울길 1코스 주상절리길'

 

남한과 북한의 소통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이다. 그래서 남북한 합작품인 철원 승일교를 출발점으로 하는 한여울길 1코스를 걷는 것은 나름 시의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1952년 혹은 1958년 완공된 것으로 알려진 승일교는 이곳이 북한 지역이었던 1948년 북한 정권에 의해 공사가 시작되었다. 다리 공사가 절반 정도 진행되었을 때 한국전쟁이 발발했고, 공사가 중단된 다리는 남한에서 공사를 마무리하고 승일교로 명명했다. 일설에는 승일교의 이름이 이승만 대통령의 ‘승’과 김일성 주석의 ‘일’을 따서 지어진 것이라고도 한다.

27만 년 땅의 역사가 새겨진 국가지

하늘에서 떨어져 결국 바다에서 몸을 푸는 강물을 보며 사람의 삶을 반추한다(송대소전망대)

고석정 – 임꺽정 전설이 깃든 절경 포인트

다리 난간에 꽂은 태극기가 강바람에 휘날리는 승일교를 건너면서 이 길은 시작된다.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는 한탄강 협곡은 기라성처럼 솟은 기암괴석들이 직벽을 이루며 강가에 늘어섰다. 27만 년 전 화산 폭발로 흐르던 용암이 만들어낸 땅의 역사가 이렇듯 장엄하고 찬란하다.

27만 년 땅의 역사가 새겨진 국가지

한국전쟁으로 인해 본의 아니게 남북한 합작으로 만들어진 승일교(오른쪽)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된 한탄강에서는 아직 돌이 되지 않은 채 쌓여 있는 ‘백의리층’과 흐르던 용암이 물과 만나서 까맣게 그을린 ‘클링커’, 비교적 눈에 익은 ‘주상절리’, 가로로 쌓인 ‘수평절리’ 등의 용암 지질을 만날 수 있다.

27만 년 땅의 역사가 새겨진 국가지

약 27만 년 전 화산폭발로 만들어진 한탄강 지형은 사뭇 남성적이다(고석정 부근)

철원 한여울길 1코스는 한탄강을 따라 상류 칠만암까지 이어진다. 한탄강이라는 이름은 후백제와 전쟁을 치르고 돌아온 궁예가 자신의 도읍인 이곳에 이르러 검고 구멍 뚫린 강가의 돌을 보고 ‘내 운명이 다하였구나’하며 한탄을 했다고 하여 이름 지어졌다는 설이 전한다. 회한 가득한 이름을 가졌으나 풍광은 진경산수화를 보는 듯 빼어난 절경을 자랑한다. 승일교를 건너 조금만 가면 큰 길 건너 고석정 국민관광지가 보인다.

27만 년 땅의 역사가 새겨진 국가지

한여울길 1코스에서 유일한 경사는 고석정 관람할 때 잠시뿐이다.

한여울길 루트는 그대로 강변을 따르지만 길 건너 고석정을 안 가볼 수 없다. 고석정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고석(孤石)을 보러 현무암 계단을 밟고 내려가는데, 강물 위에 부교로 길을 만들어 협곡을 감상하며 걸을 수 있게 해 놓은 것이 보인다. 이게 무슨 일인가 알아보니 강의 수량이 적고, 유속도 느려지는 겨울철(1월~3월)에만 한시적으로 설치하는 부교형 걷는 길이란다. 이 길은 ‘화산절경 물윗길’이라는 근사한 이름도 가졌다.

27만 년 땅의 역사가 새겨진 국가지

한탄강 직벽 위로 걷는 길을 낸 것이 한여울길 1코스이다.

이곳은 겨울이면 두껍게 얼어붙은 강 위를 걷는 얼음 트래킹 명소인데, 지난겨울을 제외하면 근년에 겨울 추위가 별로 없어서 몇 년 간 얼음 트래킹 행사가 무산된 전례가 있다. 그래서 강물이 얼어붙지 않아도 트래킹이 가능한 방법을 찾다가 이런 묘수를 생각해 낸 듯하다. 부교가 철거되는 4월부터는 고석정 일대를 둘러보는 유람선으로 협곡을 유유히 떠다니며 유람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고석정이란 명칭은 특정 정자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강과 협곡, 정자, 고석 등 이 일대 전체를 통칭하는 이름이다.

송대소 - 굽이치는 협곡의 파노라마에 감탄

27만 년 땅의 역사가 새겨진 국가지

푸른 하늘을 담아낸 듯 옥빛으로 빛나는 한탄강 송대소 부근. 강 건너 보이는 길이 한여울길 2코스이다.

고석정에서 철원오대쌀 정식으로 배를 채우고 한여울길 1코스를 본격적으로 걷는다. 높다란 직벽 위로 조성된 길을 걸으며 강을 부감하며 걷는 한여울길 1코스와 달리 강 건너에는 유순한 숲을 따라 한 땀 한 땀이어놓은 근사한 오솔길이 강변으로 이어진다. 바로 한여울길 2코스다. 시간 여유가 된다면 길의 색깔이 현저하게 다른 1코스와 2코스를 엮어서 원점회귀하는 일정을 만들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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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로운 풍광이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한여울길 1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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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가 시베리아 방향으로 먼 길 떠날 채비를 하는 천연기념물 재두루미를 만났다.

27만 년 땅의 역사가 새겨진 국가지

평탄한 길이 계속 이어지므로 노약자도 걷기에 좋다.

고석정과 더불어 장쾌한 한탄강 전망을 선사하는 송대소전망대에서는 구비치는 깊은 협곡의 파노라마에 답답한 가슴이 뻥 뚫린다. 90도로 휘어져 돌아가는 강물은 여울에 부딪치고, 폭포에서 낙하하며 끝내 바다로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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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m의 넓은 품이 자랑거리인 직탕폭포. 제대로 만끽하려면 저 아래까지 내려갔다 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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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가까이 두려는 원초적 본능이 걷기여행으로 표현되는 것 아닐까?

세파에 휩쓸리며 살다 생을 마감하는 인간의 인생살이와 일견 닮지 않았나! 강물은 바다를 만나 비로소 몸을 풀고, 사람은 죽음으로 영원한 안식에 든다. 어쩌면 인간의 죽음은 우리가 정말 기다리던 낙원 속의 휴식일지도 모른다. 이런저런 상념에 젖어도 좋을 길이다. 걸음걸이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충분히 안전하게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27만 년 땅의 역사가 새겨진 국가지

현무암으로 쌓은 돌담이 한탄강의 탄생 비화를 속삭인다.

길에서 멀리 내려다보이는 한탄강 직탕폭포는 일반적인 폭포가 그 높이로써 위용을 드러내는 것과 달리 80m나 되는 넓은 품이 자랑거리다. 그래서 제대로 보려면 가까이 내려가서 보고 와야 한다. 그런 면에서 직탕폭포 바로 상류에 인접한 작은 다리를 이용해 한여울길 2코스와 연계하면 좋겠다.

27만 년 땅의 역사가 새겨진 국가지

칠만암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철원 대표 사찰 도피안사도 들러보면 좋다. 호가 대단히 원만한 철조비로자나불(국보 865호, 신라후기)을 대적광전에 모시고 있다.

이 길의 종점인 칠만암은 강가에 놓인 돌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는 뜻이다. 기기묘묘한 온갖 바위들이 포진한 이곳부터 걷기 여행길은 평화누리길 13코스가 바통을 이어받아 학저수지와 도피안사, 노동당사 등을 잇는다. 칠만암에서 걷기를 마친 후에는 차를 이용해 10분 거리에 있는 철원의 대표 사찰 도피안사를 들러보는 것도 좋겠다.

27만 년 땅의 역사가 새겨진 국가지

고석정 관광지의 철원오대쌀 정식은 예상외로 만족도가 높았다(향토가든, 1만5천원)

걷기 여행 필수 정보

  1. 걷기 여행 코스 : 약 8km (고석정 관람루트 제외) 승일공원 ~ 승일교 ~ 고석정 앞 ~ 송대소 ~직탕폭포 ~ 칠만암
  2. 총 소요 시간 : 3시간 내외
  3. 난이도 : 보통
  4. 교통편 

    대중교통: 신철원 시외버스터미널 하차 후 지역 시내버스(동송방향)탑승 승일공원 하차 / (시내 대중교통은 불편하여 택시타는게 좋음) *시외버스: 033-452-2551, 시내버스: 033-455-1727, 철원 콜택시: 033-455-2274

    주차장: 승일공원 주차장

걷기 여행 TIP

  1. 화장실 : 승일공원 및 고석정 관광지
  2. 식수 및 식사 : 사전 준비 또는 고석정 관광지 매점에서 구입. 고석정 관광지에서 식사 추천
  3. 길 안내 : 길 안내 표지판의 체계가 없는 편이지만 강변만 따르면 되므로 길찾기는 비교적 쉬움.
  4. 문의 전화 : 철원군 관광문화과 (033)450-5534
  5. 길 상세 보기 : *본 코스에 대한 상세한 정보는 두루누비 웹사이트에서 자세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걷기여행|두루누비

글, 사진 : 윤문기 여행작가

2018.04.1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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