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름 여행지 경남 남해 가볼만한 곳 ‘남해 바래길 02코스 앵강다숲길’

[여행]by 걷기여행길

8월의 추천 걷기 여행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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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서 바라본 가천 다랭이마을의 전경

기차가 닿지 않는 남해까지는 서울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약 4시간 반. 남해 버스터미널에서 앵강다숲길이 시작되는 가천 다랭이마을까지는 다시 시내버스를 타고 1시간을 넘게 달려야 한다. 이동부터 만만치 않은 대장정. 하지만 오랜 여행의 경험상 이런 고된 이동 끝엔 늘 한결같은 믿음이 따라온다. 분명 지금까지의 긴 이동을 모두 보상해 줄만한 빼어난 풍경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바로 그것이다. 역시나, 남해의 쪽빛 바다를 품고 있는 다랭이 마을에 도착하자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긴 이동으로 다소 지친 상태였지만 아름다운 바다와 앙증맞은 계단식 논이 눈에 들어오자 다리에 불끈 힘이 솟기 시작했다.

바다를 마주한 계단식 논, 가천 다랭이마을

남해 바래길은 거대한 섬인 남해군을 한 바퀴 도는 걷기 길로 ‘바래’는 옛날 남해의 어머니들이 가족의 생계를 위해 바다가 열리는 물때에 맞춰 갯벌과 갯바위 등에서 해산물을 손수 채취하는 작업을 일컫는 남해의 토속어다. 총 10개의 코스로 이루어진 남해 바래길은 실제로 그 어머니들이 오가던 삶의 길로 남해군의 빼어난 자연과 생태를 한눈에 품을 수 있는 국내 최고의 걷기길 중 하나다. 특히 앵강만을 따라 걷는 2코스인 앵강다숲길은 남해 바래길 안내 소책자의 표지를 장식하고 있을 정도로 남해 바래길의 대표 코스이며 남해 바래길 탐방안내센터 역시 이 구간에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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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강다숲길이 시작되는 다랭이마을로 내려가는 길. 벌써부터 그 풍경이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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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강다숲길 시작점에 있는 안내 표지판

앵강다숲길의 시작점인 가천 다랭이마을에 도착하는 순간, 눈이 맑아지고 가슴이 뻥 뚫린다. 국가 지정 명승지 제15호인 다랭이마을은 그 명성에 걸맞게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 저 멀리 산기슭에서부터 바다 바로 앞까지 층층이 쏟아져 내리는 계단식 논은 놀라움을 안겨주고, 그 끝으로 시원스레 펼쳐지는 푸른 바다와 잘록한 해안절벽은 감탄사를 계속 이어가게 만든다. 계단식 논에 틈틈이 자리 잡은 채 전망대 역할을 하고 있는 정자에 앉아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바다와 하늘과 섬이 동시에 눈에 들어오고 주변 숲에서 지저귀는 새소리와 파도소리가 조화를 이룬다. 마을을 감싸고 있는 숲에서 새어 나오는 이름 모를 꽃의 향기까지 코끝을 간질이니 눈과 귀와 코가 동시에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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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랭이마을을 걷다 보면 눈에 들어오는 남해 바다와 해안 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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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곳곳에 전망대 역할을 하는 정자가 멋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

그렇다면 이 작은 바닷가 마을에 계단식 논이 들어선 건 무슨 이유일까? 그 안엔 억척스럽게 이 마을을 일군 주민들의 노력이 숨어있다. 다랭이마을은 해안절벽에 위치하고 있는 까닭에 선착장을 만들 수 없어 어업이 불가능했다. 삶을 위해 마을 사람들은 45도 경사의 척박한 산비탈을 개간해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한 뼘이라도 더 논을 내기 위해 한 층씩 차례차례 석축을 쌓았다. 다랭이는 ‘산골짜기의 비탈진 곳에 있는 계단식으로 된 좁고 긴 논배미’를 뜻하는 다랑이의 남해 지역 방언이다. 풍경뿐 만 아니라 감동적인 이야기까지 스며있는 다랭이마을의 계단식 논 사이를 누비며 본격적인 앵강다숲길 탐사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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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랭이논을 가까이서 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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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랭이마을을 지나면 숲길에 이어 가파른 산길이 이어진다.

산을 넘어 바다를 향해

약 15킬로미터로 이루어진 앵강다숲길의 첫 번째 구간은 다랭이마을에서 홍현마을까지 이어지는 3.5킬로미터 산악 구간이다. 마을 너머로 펼쳐지는 바다를 감상하며 호기롭게 첫 구간을 걷기 시작했는데 이거 시작부터 만만치가 않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다랭이마을이 해안절벽으로 이루어진 까닭에 아찔한 절벽을 따라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안전을 위해 해안 쪽에 울타리가 처져있지만 제법 경사가 심하고 곳곳에 바위가 튀어나와 있어 상당한 주의를 요한다. 이 구간 내내 비슷한 상황이 이어지므로 단순한 걷기길이 아닌 등산길이라 생각하고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파른 산길을 오르는 산행에 뜨거운 한여름의 더위까지 겹쳐져 온몸을 땀으로 흠뻑 적신 채 이 구간을 부지런히 빠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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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현마을까지 이어지는 길은 해안 절벽은 물론 바위가 많은 비탈길을 지나야 하니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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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눈에 들어오는 남해의 푸른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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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망망대해에 떠있는 섬의 모습이 몽환적이다.

마침내 산길 구간을 벗어나자 멀리 홍현 방파제가 모습을 드러내며 이번엔 여행자를 바닷길로 안내한다. 홍이라는 처녀와 현이라는 총각이 만나 사랑에 빠졌다는 홍현마을엔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볼거리가 나타난다. 먼저 돌담을 쌓아 만든 원시적 어로시설인 석방렴이 눈에 들어온다. 간석지의 경사가 급한 곳을 골라 반원형이나 ㄷ자형으로 돌을 쌓아올린 것인데 밀물 때 돌담 안으로 들어온 물고기들이 썰물 때 빠져나가지 못하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홍현마을의 석방렴은 그 역사가 2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이를 이용해 멸치나 농어를 잡았다고 전해진다. 이어 바닷가를 따라 등장하는 방풍림은 태풍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예부터 조성된 숲이다. 마을 어귀를 따라 울창한 소나무가 빽빽하게 솟아있어 솔 향을 맡으며 잠시 쉬어가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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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현 방파제의 모습이 보이면 어느덧 홍현마을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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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현마을에서 월포해수욕장까지는 계속해서 해안선을 따라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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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어촌마을인 홍현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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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방렴은 간석지의 경사가 급한 곳을 골라 반원형이나 ㄷ자형으로 돌을 쌓아올린 원시적 어로시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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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풍림은 태풍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예부터 마을 어귀에 조성된 숲이다.

두 해변을 지나 미국으로 가는 길

홍현마을을 지나 이어지는 구간은 계속해서 해안선을 따라 걷는 길이다. 장점과 단점이 극명하게 나뉘는데 장점은 남해의 섬과 바다를 감상하며 걸을 수 있다는 점, 단점은 사실상 그늘이 없어 뜨거운 태양과 맞서야 한다는 점이다. 장점의 크기보단 단점의 크기가 조금 더 큰 편이라 다소 체력적인 소모가 심한 구간이지만 이어서 두 개의 해변이 오아시스처럼 나타난다. 월포해수욕장과 두곡해수욕장이 불과 500미터 간격으로 붙어있는데 관광객이 몰리는 해수욕장의 특성상 카페와 매점은 물론 민박집에서 운영하는 음식점도 다수 있기 때문에 목도 축이고, 출출하면 배도 채우고 갈 수 있다. 평일이라 다소 한산한 모습이었지만 몇몇 관광객이 시원스레 물놀이를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보니 바다로 뛰어들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이다. 물놀이 뒤에 이어질 피로감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매점에서 새참 즐기듯 컵라면 한 그릇만 후루룩 비우고 이번엔 미국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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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내내 남해의 바다와 어선이 동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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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적인 펜션 건물의 모습마저 남해 바다와 만나면 그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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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강다숲길은 국가에서 지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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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포해수욕장과 두곡해수욕장으로 향하는 길엔 방풍림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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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포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가족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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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곡해수욕장에서 보이는 바다 풍경

갑자기 웬 미국이냐 싶겠지만 해수욕장을 지나 얕은 산길을 따라 걷다 보면 미국마을이 등장한다. 모국으로 돌아와 노후생활을 보내고자 하는 재미교포를 위해 조성된 정착마을인 미국마을 입구엔 뉴욕에 위치한 미국의 상징, 자유의 여신상이 우뚝 서있어 재미를 더해준다. 미국의 한적한 마을에서나 볼 법한 미국식 2층 주택이 즐비한데 현재 22가구 정도가 실제로 이 마을에 터전을 잡고 살아가고 있다. 물론 펜션과 레스토랑 등이 있지만 관광지가 아닌 사유공간에 가까우니 최대한 조용히 이국적인 풍경을 감상하고 나오는 것을 권장한다. 참고로 남해엔 파독 광부와 간호사가 노후에 정착한 독일마을도 있다. 독일마을은 남해 바래길 5코스인 화전별곡길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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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교포들의 노후 정착을 위해 조성된 미국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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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마을 입구에 서있는 미국의 상징, 자유의 여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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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마을에서 보이는 논의 바다의 조화

앵강다숲길이란 이름을 안겨준 앵강다숲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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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강다숲마을엔 남해 약초 홍보관과 남해 바래길 탐방안내센터 등 다양한 시설이 몰려있다.

자유의 여신상과 눈을 마주친 뒤 앵강만의 북동쪽 화계리에 도착하면 어느새 앵강다숲길의 막바지에 다다른다. 화계리엔 앵강다숲길의 이름이 유래된 앵강다숲마을이 마지막으로 여행자의 발길을 붙잡는다. 앵강만의 청정 갯벌과 방풍림으로 이루어진 신전 숲은 물론 수생식물원과 남해 약초 홍보관까지 있어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마을이다. 2015년엔 문체부 야생화 관광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알록달록한 야생화 관광단지도 거닐 수 있다. 총 130킬로미터에 이르는 남해 바래길 탐방안내센터 역시 이곳에 있어 남해 바래길의 알짜 정보까지 얻어 갈 수 있으니 앵강다숲길 끝에 나타나는 선물과도 같은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쉼터가 많은 곳이라 오늘 하루 수고한 두 다리에게 꿀맛 같은 휴식을 안겨주며 막판 스퍼트를 준비한다. 앵강다숲마을을 왼편에 끼고 다시 해안선을 따라 걸으며 코스의 종료지점인 원천항에 도착한다. 그 곁을 마지막까지 남해의 정겨운 바다와 갯벌이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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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약초 홍보관 내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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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강다숲마을에 있는 수생식물원 연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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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풍림이 우거진 신전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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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전숲엔 문체부가 인정한 생화 관광단지도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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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강만 갯벌로 작업을 하러 나서는 마을 주민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슴에 품고 있는 남해 바다를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설레고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앵강다숲길은 인심 후한 남해 사람들처럼 여행자에게 끊임없이 무언가 덤을 얹어주었다. 저마다 특색 있는 이야기를 가진 아기자기한 마을을 차례로 구경시켜 주었고, 울창한 숲과 너른 갯벌을 내어주었다. 서울에서부터 출발해 꼬박 12시간이 걸리는 대장정이었지만 나에게 남은 건 피로감보다는 흐뭇한 만족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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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전숲에서 원천항으로 가는 길에 펼쳐지는 남해 바다의 풍경

걷기 여행 필수 정보

  1. 걷는 거리 : 14.6km (가천 다랭이마을 ~ 원천)
  2. 걷는 시간 : 5시간
  3. 걷기 순서 : 가천 다랭이마을 - 홍현 해라우지마을 - 두곡ㆍ월포해수욕장 - 미국마을 - 화계(앵강다숲마을) - 원천
  4. 난이도 : 중
  5. 교통편 : 찾아가기
    서울 남부터미널 기준, 오전 7시 10분에 남해 시외버스터미널로 향하는 첫 차가 출발하며 오후 7시 30분까지 하루 11편의 시외버스가 운행 중이며 출발 시간은 아래와 같다.
    07:10, 08:00, 09:00, 10:10, 11:30, 13:00, 14:10, 15:10, 16:30, 18:00, 19:30에 각각 출발. 소요 시간은 약 4시간 30분.

     

    남해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코스의 시작점인 가천 다랭이마을로 향하는 시내버스는 하루 16편 운행 중이며 출발시간은 아래와 같다.
    06:20, 07:00, 07:45, 08:05, 09:35, 10:40, 10:55, 12:25, 13:35, 14:00, 14:55, 16:35, 18:05, 18:35, 20:05, 20:15에 각각 출발. 소요 시간은 약 1시간이며 버스 표는 남해 시외버스터미널 매표소에서 구입해야 한다.

     

    * 주차시 가천 다랭이마을, 두곡ㆍ월포해수욕장, 앵강다숲마을의 주차장을 각각 이용할 수 있다.

걷기 여행 TIP

  1. 화장실 : 가천 다랭이마을, 두곡ㆍ월포해수욕장, 앵강다숲마을
  2. 음식점 및 매점 : 가천 다랭이마을에 다수의 카페와 음식점이 있다. 두곡ㆍ월포해수욕장 주변에 역시 다수의 카페와 매점이 있다. 화계 마을에 마을 슈퍼가 몇 곳 있으며 앵강다숲 마을 내 남해약초홍보관 3층에 카페가 있다.
  3. 숙박업소 : 남해 시외버스터미널 주변에 많은 모텔이 위치하고 있다. 그밖에 가천 다랭이마을과 두곡ㆍ월포해수욕장 주변에 펜션과 민박이 많은 편이다.
  4. 문의 전화 : 남해 바래길 탐방안내센터 / 055-863-8778
  5. 길 상세 보기 : 걷기여행 | 두루누비 전국 걷기여행과 자전거여행 길라잡이 www.durunubi.kr

글, 그림 : 태원준 여행작가

2018.07.30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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