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멍쉬멍 가파도 올레

[여행]by 걷기여행길

가파도 올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낮은 섬 가파도를 천천히 쉬엄쉬엄 걷는 길이다. 느리게 걸어도 두 시간이면 충분히 걷는 코스로 길고 긴 제주 본섬의 올레를 걸어오느라 수고한 몸과 마음을 하루쯤 편히 놀멍쉬멍 걷는 휴식의 올레길이다.

가장 낮은 섬 가파도

청보리밭 축제(4~5월)로 유명한 가파도는 올레길이 열리면서 대중에게 더 많이 알려진 섬이다. 마라도와 제주도 사이에 있는 섬으로 면적은 0.84㎢로 마라도보다 약 2.5배 더 크지만 섬의 지명도는 ‘대한민국 최남단 섬’으로 널리 알려진 마라도에 비하면 턱없이 낮다. 덕분에 가파도는 개발되지 않은 섬 본연의 멋이 있어 안식의 섬이란 애칭으로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놀멍쉬멍 가파도 올레

가파도 올레는 언덕이 전혀 없어 걷기뿐만 아니라 자전거도 많이 이용한다.

가파도는 서귀포시 대정읍 모슬포항에서 하루 왕복 4회 연결되는 모슬포~가파도행 배를 타고 약 20분 정도 들어가는 섬이다. 마라도행 배편보다 가파도행 배편은 한산해 배에 오를 때부터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하지만 가파도 가는 길은 언제나 호락호락 열리지 않는다. 바람 강하기로 유명한 제주에서도 가파도는 바람이 강해 파도가 거칠기로 소문난 곳이다. 그래서 풍량이 강하거나 날씨가 좋지 않은 날은 쉽사리 길을 내어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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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도는 날이 좋으면 중문관광단지에서도 보인다. (11시 방향 마라도, 12시 방향 가파도)

‘파도가 더해진 섬’이란 뜻을 가진 가파도는 파도 거칠기로 소문난 곳으로 예전에는 파선하는 일이 잦았다고 전해진다. 그중 대표적인 사건이 1653년 8월 중순 가파도에 표류했으리라 짐작되는 네덜란드의 선박 스펠웰호의 표착이다. 그 배에는 서양에 처음으로 우리나라를 소개한 ‘하멜표류기(난선제주도난파기)’의 저자 헨드릭 하멜이 승선하여 표류하였다. 하멜은 약 14년간 군역, 감금, 태형, 구걸 등 온갖 풍상을 겪다가 1666년 9월에 바닷가에 있는 배를 훔쳐 타고 일본으로 도망간 다음 본국으로 귀국하였다.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산방산 아래의 용머리해안 입구에는 "하멜의 표착기념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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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멜이 가파도에 표착했다는 스펠웰호는 산방산 용머리해안에 모형이 있다.

하멜이 가파도에 표류했을 당시에는 무인도였다. 하지만 가파도는 선사시대부터 사람들이 거주오다 왜구 등의 약탈로 ‘쇄환(刷還)정책’을 쓰면서 오랜 세월 무인도가 되었다. 가파도에 사람들이 거주하기 시작한 것은 1750년(영조 26) 제주 목사가 나라에 진상하기 위해 흑우 50마리를 방목하면서 흑우를 키우려고 40여 가구 주민들이 들어오면서부터이다. 1863년 개간을 허락되면서 본격적으로 인구 유입되고 마을이 성장하기 시작해 1970년대에는 주민이 1,000여 명에 달했다. 하지만 일자리나 자녀교육을 위해 제주 본섬으로 이주하면서 지금은 246명(2014년)이 살고 있다.

수평선과 맞닿아 길을 걷다

가파도 상동항 선착장에 닿으면서 가파도 올레는 시작된다. 최고점 20.5m에밖에 되지 않는 섬답게 배 위에서 보이는 가파도는 언덕 하나 없는 들판이 이어지는 섬으로 가슴 속까지 후련하게 만든다. 섬 전체를 한눈에 바라보고 나니 한결 여유가 생기고 느릿느릿 섬 구석구석을 걷게 된다. 상동포구에 입도하면 가장 먼저 ‘친환경명품섬 가파도’라는 표지석이 눈에 띈다. 친환경명품섬에 맞게 풍력발전기가 힘차게 돌고 마을 곳곳에는 태양광발전기를 쉽게 볼 수 있다. 특이하게도 가파도에서는 찾을 수 없는 것이 있다. 전봇대이다. 거미줄처럼 어지럽게 엉켜있던 전선 2012년 지중화 사업으로 모두 땅속에 묻히고 전봇대는 사라졌다. 덕분에 섬 경관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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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상동항에는 친환경섬 가파도를 알리는 비가 있다.

(오른쪽) 상동항 입구에는 제주올레를 알리는 종합안내판이 있다

상동마을에서 섬을 가로질러 하동마을로 내려가는 길이 가파도의 중심이 되는 길이지만 가파도 올레는 서쪽 해안로를 따라 이어진다. 해안따라 조금 걷다보면 정자 하나를 만난다. 제주 본섬의 올레길이라면 갈 길이 멀어 그냥 지나칠 법하지만, 가파도에서는 여유라는 든든한 친구와 함께 걷다 보니 자연스레 정자에 걸터앉아 바다의 풍광에 매료된다. 정자 기둥에는 장택코정자라는 작은 이름이 적혀있다. 쉼터라는 이름이 어울릴 법한 정자에 이름이 있어 더욱 정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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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가파도의 담장의 돌은 본섬의 돌보다 큰 것이 특징이다.

(오른쪽) ‘안식의 섬’답게 정자가 곳곳에 있다

상쾌한 바닷바람 맞으며 일상의 벗어나 휴식을 취하는 이곳은 도심 속 공원 쉼터나 높은 빌딩의 전망대보다 값진 공간과 풍경을 자아낸다. 다시 발걸음을 해안로 따라 이동하면 일몰전망대와 고냉이돌(고양이돌)을 차례로 지나고 풍력발전기가 보이는 섬 안으로 올레길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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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태양광발전기를 흔하게 볼 수 있다.

(오른쪽) 주황색 지붕과 풍력발전기가 인상적이다.

해안과 달리 섬 안으로 들어서면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은 밭이 이어진다. 섬 자체가 평탄하다보니 밭은 지평선 너머까지 이어진 느낌을 받게 된다. 이곳 밭에는 보리를 심어 이듬해 봄이 되면 바람에 흔들리는 청보리 물결로 풍경을 내어준다. 밭 중간에 유독 큰 바위가 눈에 띄는데 청동기시대의 유적인 고인돌이다. 제주에는 180여 기의 고인돌이 있는데 그중 135기가 가파도에 있어 고인돌 찾기란 매우 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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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섬 자체가 평탄해 섬의 끝은 계속 이어질 것만 같다.

(오른쪽) 풍력발전기는 가파도의 새로운 랜드마크이다.

밭 사잇길 따라 조금만 걸으면 가파도 중심부에 있는 가파초등학교이다. 가파초등학교는 대한민국 최남단에 있는 공립 초등학교(마라도에 마라분교를 두고 있음)이다. 학생수 11명에 불과해 시끌벅적한 아이들 소리대신 섬마을 학교의 서정적인 모습이 더욱 인상적인 곳이다. 다시 밭 사잇길을 따라 북동쪽으로 이동하면 금세 해안로가 나온다. 이번엔 동쪽 해안로를 따라 남쪽 방향으로 걸으면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기 위해 하늘에 천제를 지내는 제단집을 만난다. 섬이나 해안 지역과 같이 어업을 중심으로 생활하는 곳은 바다 날씨가 좋은 것이 가장 중요한 일로 정성을 다해 천제를 지내는 것 명절보다 더 중요한 일이었다. 해안을 따라 주황색 지붕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하면 가파도 올레의 종착지이자 가파도의 중심이 되는 하동마을에 다다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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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남단에 있는 공립초등학교가 가파초등학교이다.

하동마을이 가파도 중심이 된 데에는 물 때문이다. 물은 섬에서 가장 귀하다. 예전에는 자연용출수에 의지해 생활했기 때문에 섬 지역은 샘의 위치에 따라 마을이 형성되었다. 가파도도 하동마을에서 큰 샘물이 발견되면서 상동마을 주민들이 하동마을로 주거지를 옮기면서 가파도 중심이 되었다. 가파도 올레는 제주 본섬 생활의 축소해 놓은 것 같아 섬 지역 생활상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또한, 작고 낮은 섬은 걷는 이에게 여유와 안식이라는 선물을 주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낮은 섬에서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어 더욱 의미가 깊은 길이다.

놀멍쉬멍 가파도 올레

해수담수화와 삼다수를 생활용수로 사용하면서 샘터는 빨래터 흔적만이 남아있다.

가파도

‘파도가 더해진 섬’이란 뜻을 가지고 있는 가파도는 섬 모양이 가오리가 넓적한 팔을 한껏 부풀리며 헤엄치는 형상이다. 그래서 섬 이름도 섬 전체가 덮개 모양이라는 데서 따온 '개도(蓋島)'를 비롯해 '개파도(蓋波島)' '개을파지도(蓋乙波知島)' '더위섬' '더푸섬' 등이다. 이외에도 하멜의 캘파트(Quelpart)는 제주도를 가리키는 표기인데 가파도에서 유래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쇄환정책은 ‘안전 또는 외부 침략에 대비해 주민을 육지로 이주시킨 정책’으로 주로 조선 전기 울릉도 거주민을 본토로 이주시킨 정책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제주흑우는 2013년 7월 22일에 대한민국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기원전부터 오랫동안 제주지역으로 사육된 것으로 알려진 제주흑우는 조선왕조실록, 탐라순력도, 탐라기념 등 옛 문헌에 제향 및 진상품으로 공출된 기록이 있을 정도로 그 역사와 문화적 가치가 크다.

 

가파도 주민들은 고인돌을 '왕돌'이라 부른다. 이곳의 고인돌은 전형적인 남방식의 고인돌로 판석도 없이 지하 묘실을 만든 다음 돌을 놓고 그 위에 큰 덮개돌을 올려놓은 것이 특징이다.

 

가파도는 마을은 섬 위쪽에 형성된 상동과 섬 아래쪽에 형성된 하동으로 나뉜다. 가파도의 중심은 하동마을이다.

 

가파도는 2시간이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지만 넉넉하게 시간을 더 갖고 여행하는 것이 좋다.

 

지금은 식수로 사용하던 샘물(용출수) 대신 해수담수시설과 삼다수를 생활용수와 식수로 사용하고 있다. 샘터의 샘물은 빨래터로 흔적이 남아있다.

 

코스요약

걷는 거리 : 5km

걷는 시간 : 1시간 30분

걷는 순서 : 상동포구 → (1.6km)냇골챙이 앞 → (2km)가파초등학교 → (3.5km)게엄주리코지 → (4km)큰 옹짓물 → (5km)가파포구(하동)

 

교통편

가는 교통편

가. 제주시에서 시작점 찾아가기:

   ①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영어교육도시버스 755번(소요시간 약 1시간)을 이용하여 모슬포항정류소로 이동 → 모슬포항에서 도항선(소요시간 약 25분, 일4회 운행)을 이용하여 입도

   ②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평화로버스 750번(소요시간 약 1시간)을 이용하여 모슬포시외버스종점으로 이동 → 도보로 가파도/마라도 대합실로 10분이동 → 모슬포항에서 도항선(소요시간 약 25분, 일4회 운행)을 이용하여 입도

나. 서귀포시에서 시작점 찾아가기:

   서귀포시외버스터미널에서 서회선일주버스 702번(소요시간 약 45분)을 이용하여 하모리정류소로 이동 → 도보로 보성리 방면 약 50m 이동 → 사거리에서 우측 바다방향으로 약 5분정도 이동하면 모슬포항이 보인다. → 모슬포항에서 도항선(소요시간 약 25분, 일4회 운행)을 이용하여 입도

※모슬포항에서 가파도행 여객선이 하루 4회(오전 9시, 11시, 오후 2시, 4시) 출항한다. 풍랑이 자주 발목을 잡으니, 가파도에 머물 사람들은 들어가기 전에 배 시간과 폭풍주의보를 확인해야 한다. 

※기상악화 또는 회사사정으로 운항시간 및 선명이 변경될 수 있으므로 사전에 확인 문의하는 것이 좋다. (가파도행 선박 운항 문의 : 064-794-5490)

 

오는 교통편

가. 종점에서 제주시 돌아가기:

가파도항으로 약 15분 이동 → 도항선(소요시간 약 25분, 일4회 운행)을 이용하여 제주도(모슬포항)로 입도 

 ①모슬포항정류소에서 영어교육도시버스 755번(소요시간 약 1시간)을 이용하여 제주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

 ②모슬포항에서 약 10분정도 직진하여 모슬포시외버스종점으로 이동 → 평화로버스 750번(소요시간 약 1시간)을 이용하여 제주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

나. 종점에서 서귀포시 돌아가기:

가파도항으로 약 15분 이동 → 도항선(소요시간 약 25분, 일 4회 운행)을 이용하여 제주도(모슬포항)로 입도 → 모슬포항에서 농협사거리까지 5분 정도 이동 후 오른쪽으로 50m 이동 → 하모2리 정류소에서 서회선일주버스 702번(소요시간 약 40분)을 이용하여 서귀포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

 

함께 즐길거리 

산방산과 하멜의 표착기념비 : 산방산은 옛날 사냥꾼이 한라산에서 사슴을 향해서 쏜 화살이 잘못하여 옥황상제의 궁둥이를 맞추어 버렸는데 화가 난 옥황상제가 손에 잡힌 한라산 봉우리를 뽑아 집어 던진 것이 이곳까지 날아와 형성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하멜의 표착기념기는 하멜의 한국을 서방세계에 널리 밝힌 최초의 업적과 그들이 제주도에 표류한 사실을 기념하고, 한국, 네덜란드 양국의 우호증진에 기여하기 위해 한국국제문화협회와 주한 네덜란드 대사관의 공동 노력으로 1980년에 건립하였다. 하멜은 가파도에 표착했다는 설과 산방산 용머리해안에 표착했다는 두 가지 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놀멍쉬멍 가파도 올레

산방산

먹을거리

가파도를 찾는 방문객이 늘어나면서 먹을거리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가파도는 해산물이 풍부해 성게국, 보말국수, 해산물 정식, 해물짜장과 짬뽕 등 다양한 해산물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최근에는 해물짬뽕이 가파도에서 가장 인기가 있다.  

놀멍쉬멍 가파도 올레

해산물이 풍부한 가파도에서 최근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해물짬뽕이다.

걷기여행TIP

놀멍쉬멍 가파도 올레

* 자세한 코스정보는 http://www.koreatrails.or.kr/course_view/?course=1029 이곳을 참조해 주세요.

화장실: 상동항, 하동항

 

식당: 상동항, 하동마을 먹거리촌

 

걷기 TIP:

- 풍랑이 자주 발목을 잡으니, 가파도행 배편을 이용할 여행객은 미리 배 시간과 폭풍주의보를 확인해야 한다. 특히, 숙박할 경우에는 돌아오는 날 기상여건을 확인해야 한다.

- 가파도 올레가 끝이 나는 하동포구에는 모슬포항행 배편이 없으므로 다시 상동마을로 이동해야 한다. 하동마을에서 상동마을까지는 약 1km로 15분 정도 소요된다.

 

코스문의: 제주올레 콜센터 064-762-2190

최해선 <sunsea81@nate.com> 

2015.12.14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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