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여유롭게 산책하기 좋은 '법주사 오리숲길 · 세조길'

[여행]by 걷기여행길

천년고찰의 향취를 따라 신록이 우거진 길

가족과 함께 여유롭게 산책하기 좋은

소나무, 전나무 등이 울창한 오리숲길

충북 보은 속리산 자락에 자리한 법주사는 신라 진흥왕 때 창건된 유서 깊은 절이다. 유네스코가 인정한 한국의 산지 승원 중 한 곳으로 국보급 문화재부터 지방문화재까지 수많은 문화유산을 품고 있다. 절 자체만으로도 볼거리가 넘치지만 속리산의 너른 품에 안긴 사찰답게 가는 길도 곱다. 오리숲길을 지나 법주사 입구부터 세심정으로 이어진 세조길까지, 천년고찰의 향취를 따라 신록이 우거진 길을 걸었다.

부처의 품으로 향하는 호젓한 길, 오리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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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롭게 산책하기 좋은 오리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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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로 걸을 수 있는 황톳길이 입구부터 이어진다.

법주사는 부처의 법이 머무는 절, 속리산은 속세를 떠난 산이라는 뜻을 품고 있다. 속세와 멀어져 부처의 안온한 품으로 파고드는 길목에는 운치 있는 숲길이 이어진다. 바로 오리 숲길이다.오리 숲길은 속리산 터미널에서 법주사 입구에 이르는 구간으로 길이가 십 리의 절반, 즉 ‘오리’라는 데서 붙은 이름이다. 2km에 이르는 길에는 아름드리 소나무와 전나무, 참나무가 울창한 터널을 이루고 있다. 출발점은 속리산 터미널이지만 실제 숲길은 속리산 보건지소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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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천의 물소리를 따라 걷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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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숲길 옆 조각공원

등산객들로 복닥거리는 향토음식거리를 지나 솔숲에 발을 들이미는 순간 싱그러운 솔바람이 온몸을 휘감는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빼곡하게 들어찬 나무들이 찬찬히 길을 내어주고 숲길 너머로는 달천의 정겨운 물소리가 졸졸졸 걸음을 좇는다. 오리숲길과 달천을 끼고 너른 조각 공원이 조성되어 있으니 발걸음을 더욱 늦춰도 좋겠다. 숲길 옆에는 맨발로 걷기 좋은 황톳길 체험장도 마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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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의 자연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자연관찰로

울울한 나무 그늘을 따라 15분쯤 걷다 보면 탐방지원센터와 매표소가 보인다. 이후 법주사 경내에서 꼼꼼하게 둘러볼 만한 문화재가 많으니 지도를 미리 챙겨두는 게 좋다. 매표소를 통과하면 길은 곧장 ‘세조길 자연관찰로’로 이어진다. 조릿대와 야생화가 반겨주는 길을 산책하듯 둘러보고 곳곳에 마련된 쉼터에서 잠깐 쉬어가기 좋다.

문화유산이 산재한 보물창고, 법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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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서제일가람’ 현판이 달린 일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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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동미륵대불이 지그시 내려다보고 있는 법주사 경내

자연관찰로에서 빠져나와 어느새 일주문을 지나 법주사 입구에 다다랐다. 오리숲길의 종착점이다. 화려하게 피었다가 금세 지는 벚꽃처럼, 짧아서 더욱 미련이 남는 길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탐방은 지금부터니 너무 아쉬워할 것 없다. 오리숲길은 법주사와 세조길에 자리를 넘겨준다. 세조길로 곧바로 이어 걷기보다 법주사 경내부터 둘러보길 권한다. 사찰을 병풍처럼 휘두른 속리산 봉우리와 33m 높이의 금동미륵대불이 위압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천왕문을 호위하듯 서 있는 전나무, 대웅보전 앞 찰피나무, 아름드리 벚나무 등 경내 곳곳을 환히 밝힌 나무들은 절집의 운치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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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실 후 재건하는 데만 20년이 넘게 걸린 팔상전

법주사는 신라 진흥왕 14년(553년)에 의신조사가 창건했다. 한때 60여 동 건물과 70여 개의 암자를 거느린 호서 제일의 사찰이었으나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으로 전소되어 조선 인조 2년(1624년)에 다시 중건되었다. ‘호서 제일 가람’이라는 명성답게 법주사 곳곳에는 국보 3점, 보물 12점, 지방유형문화재 22점이 흩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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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상전의 색 바랜 단청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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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주사 쌍사자석등은 현존하는 쌍사자석등 중 조형미가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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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이 둥둥 떠 있는 것 같은 형상이 인상적인 석련지

금강문과 천왕문을 차례로 지나면 법주사 대표 유산인 팔상전(국보 제55호)을 가장 먼저 맞닥뜨린다. 팔상전은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남은 5층 목탑으로 높이 23m의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한다. 탑 안으로 들어서면 석가모니의 일생을 8개 장면으로 그린 팔상도를 볼 수 있다. 천왕문 오른쪽에는 쌀 40가마를 담을 수 있는 크기의 철확(보물 제1413호)이 보존되어 있어, 옛날 대찰이었던 법주사의 규모를 짐작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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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중기의 양식을 잘 갖춘 대웅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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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인분의 장국을 끓였다는 철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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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문 앞에 우뚝 선 철제 당간 지주

팔상전에서 대웅보전으로 가는 길에는 사자 두 마리가 앞발과 주둥이로 커다란 돌을 받치고 있는 쌍사자 석등(국보 제5호)과 높이 1.95m, 둘레 6.65m의 석련지(국보 제64호)를 만난다. 세련된 조형미가 돋보이는 통일신라시대의 석조 유물들이다. 무량사 극락전, 화엄사 각황전과 함께 국내 3대 불전으로 꼽히는 대웅보전(보물 제915호)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외에 16m에 이르는 철제 당간 지주, 거대한 바위에 새겨진 마래 여래 의상(보물 제216호) 등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세조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호젓한 오솔길, 세조길

가족과 함께 여유롭게 산책하기 좋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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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조길로 들어서는 입구

법주사 경내를 찬찬히 빠져나와 세조길로 접어든다. 2016년 9월 기존의 찻길 옆에 새로운 길을 조성해 더욱 호젓하고 운치 있는 길로 거듭났다. 세조길은 천년고찰 법주사의 향취를 느끼며 조선 7대 임금 세조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오솔길이다. 세조가 신미대사를 만나기 위해 이 길을 따라 복천암까지 오갔고 피부병을 치료하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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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주사 앞 솔숲이 우거진 세조길

법주사 매표소부터 세심정까지 2.4km 이어진 길은 속리산의 험한 산세와는 달리 유순하다. 푹신한 흙길과 울창한 숲길, 수변 데크길 등 다양한 풍경을 지니고 있어 지루할 틈이 없는 길이다. 경사가 완만해 여유롭게 풍경을 살피며 걷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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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 물빛을 따라 걷는 수변 데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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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조가 이곳 눈썹바위 아래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고 전해진다.

찻길 옆 오솔길을 따라 걷다, 세조가 바위 그늘에 앉아 사색을 즐겼던 눈썹바위를 지나면 곧 세조길의 하이라이트 구간인 저수지 수변길에 이른다. 전나무, 소나무, 서어나무, 물푸레나무, 당단풍 등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어 숲내음을 한껏 들이마시며 걷는 것만으로 힐링이 된다. 봄빛이 완연한 저수지에는 맞은편 산자락과 하늘이 가득 담겼다. 수정봉이 마주 보이는 물가 나무의자나 전망대에 앉아 망중한을 즐겨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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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은편 산자락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기기 좋은 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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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조의 피부병을 씻은 듯이 낫게 한 목욕소

수변 데크길을 지나 고운 흙이 깔린 숲길로 들어선다. 속리산의 깊은 골짜기에서 흘러 내려오는 달천계곡을 왼편에 끼고 걷는 길이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동안 맑고 청아한 물소리가 내내 곁을 따른다. 다리 하나를 건너면 커다란 바위 아래 유난히 물이 맑은 목욕소에 닿는다. 피부병에 시달리던 세조가 이곳에서 목욕을 하고 병을 깨끗이 고쳤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세조길’ 이라는 이름이 유래한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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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내음을 맡으며 도란도란 걷기 좋은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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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천계곡의 청아한 물소리가 섞인 길

마음을 씻는 정자란 뜻의 세심정에 이르면 약 한 시간 여정의 세조길이 마무리된다. 세심정은 예부터 속리산의 기운을 얻고자 찾아온 도인들에게 음식과 휴식을 제공하던 곳이다. 쉼터가 마련되어 있으니 충분히 쉬었다 가길 권한다. 왔던 길을 되돌아 걸어 내려가야 하니 말이다. 힘이 남는다면 문장대 방면으로 10분쯤 더 올라 복천암까지 다녀와도 좋다.

 

오던 길을 되짚어 내려가는 길, 고운 최치원이 속리산에서 읊었다던 ‘산은 사람을 떠나지 않는데 사람이 산을 떠나는구나’라는 시를 떠올린다. 속리산의 속살을 들여다보기에는 짧은 길이었지만 유네스코가 인정한 귀중한 문화유산을 하나하나 눈에 담고 절집이 품은 아름다운 길을 걸으며 이 봄을 누리기에는 충분했다.

걷기 여행 필수 정보

  1. 코스 : 속리산 버스터미널 → (0.4km) 오리숲길 입구 → (0.9km) 법주사 매표소 → (0.8km) 법주사 (오리숲길 끝, 세조길 입구) → (1.6km) 탈골암 입구 → (0.9km) 세심정
  2. 걷는 시간 : 1시간 40분(왕복 3시간 20분)
  3. 거리 : 4.6km(편도)
  4. 코스 난이도 : 하. 경사가 거의 없는 평탄한 길로 산책하듯 걸을 수 있다.

걷기 여행 TIP

  1. 출발점 주소 : 충청북도 보은군 속리산면 사내리 341
  2. 교통편 : 서울 센트럴터미널-속리산터미널, 하루 4회 운행
  3. 주변 관광지 : 솔향공원, 하늘빛식물원, 삼년산성
  4. 화장실 : 속리산터미널, 오리숲길 입구, 법주사 매표소 앞, 세조길 입구 등 다수
  5. 식사 : 속리산터미널 앞 향토음식거리
  6. 숙박 업소 : 법주사 템플스테이, 속리산 숲체험휴양마을, 속리산터미널 인근의 모텔과 호텔
  7. 관람료 (법주사 매표소) : 어른 4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000원
  8. 문의 전화 : 속리산국립공원 043-542-5267, 법주사 043-543-3615
  9. 길 상세 보기 : 걷기여행 | 두루누비 전국 걷기여행과 자전거여행 길라잡이 www.durunubi.kr

글, 사진 : 강민지 여행작가

 

"해당 길은 2019년 5월 이달의 추천 걷기 여행길로 선정되었습니다"

2019.05.0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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