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역사를 배우다 - 팔공산 올레길 03코스 부인사 도보길

[여행]by 걷기여행길

부인사 산신각에 앉아.

여​름을 향해 가는 길목, 지인에게서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수다를 한 아름 쏟아 냈음에도 부족하여 우린 또 만날 약속을 잡고 말았다. 어디에서 볼까 고민을 하다 이왕이면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도보길을 걸어보자며 소문으로 익히 들어왔던 대구 팔공산 올레길 03코스 부인사 도보길을 걸어보기로 했다. 이미 천년고찰 부인사와 도보길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수없이 들었던 탓에 고민 없이 약속을 잡았다.

대구 시민안전테마파크 내부 및 외부 풍경

출발 지점인 동화사집단시설지구에는 주차가 불편하다고 들었던 탓에 우린 대구 시민안전테마파크에 주차를 하고 출발을 하기로 했다. 대구 시민안전테마파크는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를 계기로 건립된 종합 안전 체험장이라고 한다. 주말을 맞아 가족단위 관람객이 꽤 있는 편이었다. 우리도 그 틈에 끼어 구경을 하고 본격적으로 아름다운 벚꽃길을 걷기 시작했다.

(왼) 대구 시민안전테마파크 앞 도로 / (오) 도보길 표지판

대구 시민안전테마파크에서 나오면 도로를 따라 걷는 길이 시작되는데 벚꽃 터널이 끝없이 이어진다. 지금은 꽃 대신 초록 잎이 시원하게 뻗어있다. 도보길 안내판도 산뜻한 파랑에 신발 모양까지 그려져 있어서 사진을 안 찍을 수 없다. 그 안내판을 확인하며 초록을 벗 삼아 천천히 우린 걷기 시작했다.

수태지 연못

(왼) 동치골 주차장 내 식수대 / (오) 동치골 주차장 내 화장실

걷다 보면 벚꽃나무 터널이 살짝 뜸해지면서 수태지 연못이 나타난다. 초여름 풀들이 무성하지만 연못에 비춰지는 산이며 나무들이 그림 같다. 어느 순간 가로수길은 단풍나무 터널길로 바뀌어져 있다. 그 길을 따라 조금만 더 걸어가면 동치골 주차장이 나오는데 식수대와 화장실 등이 갖춰져 있다.

다시 이정표를 확인하고 부인사로 향한다. 단풍나무 길을 따라 조금 더 걷다 보면 부인사 이정표가 나타난다. 천년고찰 부인사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지친 다리도 쉴 겸 우린 부인사를 들러 보고 가기로 했다. 부인사를 향해 오르막을 올라가는데 노란색 금계국이 우리를 환영하듯 반겨준다. 그 노란색에 취해 우린 또 기분이 좋아졌다. 부인사 앞 아름드리 느티나무도 너무 근사하다. 돌계단에 잠시 앉아 가지고 왔던 커피를 마시며 쉬어가기로 했다.

부인사 대웅전

부인사 석등 및 안내판

부인사 석탑 및 안내판

부인사는 7세기 중반 신라 선덕여왕 재위 기간에 창건된 절이이라고 한다. 마당에는 유형문화제인 부인사 석등과 석탑이 있는데 자세한 설명을 적은 안내판이 있다. 석등은 1964년에 부인사 쌍탑을 복원하면서 흩어져 있던 조각들을 모아 지금 자리에 복원한 것이라고 한다.

(왼) 대웅전 올라가는 계단 / (오) 부인사 뒷편 화단

산신각에서 내려다 보는 모습이 아름답다

대웅전으로 올라가는 길, 처마 사이로 보이는 대웅전이 눈에 쏙 들어온다. 뒤뜰에는 절에서 정성스레 관리한듯한 화단이 아름답게 손질되어있다. 걷는 걸음도 잠시 잊고 우린 산신각 아래 돌계단에 앉아 잠시 부인사의 전체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천년 고찰이 이렇게나 아름답게 보전되어 있다니 놀랍다.

초록이 싱그러운 나무데크길

부인사 절구경을 마치고 다시 걸어내려와 이정표를 확인하며 길을 건너 조금만 걸으면 신무동 마애불좌상 이정표가 나타난다. 나무데크길을 따라 내려가야 하는데 초여름 단풍나무가 어찌나 싱그럽던지 눈이 부실 지경이다.

(왼) 마애불좌상 가는 길 / (오) 마애불좌상 입구

(왼) 마애불좌상 표지판 / (오) 마애불좌상

나무 데크길을 내려가 다시 시멘트 길을 조금 걷다 보면 신무동마애불좌상 들어가는 입구가 나타난다. 신무동 마애불 좌상은 900년이나 되었다고 한다.

(왼) 소원 성취의 종 / (오) 마애불좌상 어깨와 주위에 총탄 흔적이 남아있다.

한참 마애불 좌상을 이리저리 훑어보다 옆에 있는 소원성취종을 댕그랑하고 한번 쳤더니 그 소리를 듣고 원봉스님이 나오셨다. 그리고는 마애불 좌상의 어깨와 주위에 6.25전쟁 때의 총격 흔적이 있는데 복원한 것이라고 알려주셨다. 그렇고 보니 총격 흔적이 보였다. 세상에!!!

 

스님은 그 외에도 적멸보궁 구룡사에 모시고 있는 사리에 대한 설명도 해주시고 마애불좌상을 밤에 찍은 모습도 보여주셨다. 스님 덕분에 모르고 그냥 지나칠뻔한 것들을 다시 한 번 바라보고 배우고 나왔다.

독불사 가는 길

다시 시멘트 길을 따라 천천히 조금 걷다 보면 신무마을이 나타난다. 마을은 꽤나 예쁜 모습이다. 걷는 길이 심심할 틈이 없다. 어쩜 이렇게도 예쁜지... 옛것이 남아 있다는 건 참 좋은 것 같다. 그 길을 따라 조금 더 걸으면 독불사가 나타난다.

독불사 입구

독불사 풍경

독불사는 조그마한 절인 것 같았다. 사람 흔적이 없어 조용히 한 바퀴 돌아보고 나와 다시 초록으로 이어지는 길을 걸었다.

(왼) 농연서당 가는 길 / (오) 농연서당

(왼) 농연서당 안내판 / (오) 농연서당 모습

걷다 보니 농연서당이 보인다. 효종대왕의 사부인 대암 최동집이 명나라가 망하고 벼슬에서 물러나 이곳에 응거하며 후학을 지도하던 곳을 5대손 최흥원이 힘을 모아 옛 터를 닦아서 작은 건물을 짓고 농연서당이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안도 궁금했지만 문이 잠겨 있어서 들여다보지는 못하고 다시 길을 나서야 했다.

(왼) 낮달맞이꽃 / (오) 용수동 당산

다시 동네 길을 따라 걷다 보니 낮달맞이꽃이 길가에 예쁘게 피어있다. 그 꽃이 예뻐 쪼그려 앉아 보고 있으니 동네 어머님이 나오셔서 시원한 커피를 타주시며 쉬었다가라고 하신다. 이곳 동네 인심이 얼마나 좋은지 더위에 지쳤던 마음이 시원해지는 기분이다.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다시 걷다 보니 저 멀리 아름드리나무가 보이며 용수동 당산이 나타났다.

(왼) 용수동 당산 안내판 / (오) 용수교 가는 길

용수동 당산은 마을을 지켜주는 신이 머무는 장소라고 한다. 주민들은 매년 음력 정월 보름날 새벽에 제사를 지냈으나 현재는 지내지 않는다고 한다. 이 당산은 300년 전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며 대구 지역에서 드물게 원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민속자료로 그 가치가 높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오랜 세월을 버텨낸 나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튼튼하고 웅장해 보인다. 나무와 돌탑을 잠시 바라보다 다시 길을 걷는다. 시멘트 길이라 편할 줄 알았는데 오랜 시간 걷다 보니 점점 발바닥과 다리가 아파지기 시작했다.

용수교 안내판 및 용수교

다음 목적지가 용수교였는데 어디지 하는 순간 저 멀리 다리가 보인다. 가까이 가서 보니 용수교라고 적혀있다. 용수교에 대한 설명이 없는 걸 봐서는 그냥 둘레길 중 하나 인가보다. '그래도 인증은 해야지' 라며 사진을 찍고 다음 목적지인 팔공 와송 갈림길을 찾아 나서본다.

(왼) 갈림길 내려가는 길 / (오) 오래된 슈퍼

(왼) 누군가의 작품 / (오) 갈림길 이정표

가는 길에 보이는 슈퍼도 정겹다. '아직도 이런 슈퍼가 있구나'라며 신기해서 또 사진을 찍고 내려오는데 어느 집 대문 앞 그림들이 정겹다. 어쩜, 그림을 이렇게 잘 그리셨지? 이곳에는 솜씨 좋은 할머니가 살고 계신 게 분명하다!!! 그나저나 어디가 갈림길일까? 한참을 내려오다 보니 갈림길 이정표가 나타났다. 이정표가 아니면 갈림길인지도 모르고 그냥 지나칠뻔했다.

갈림길

갈림길을 지나 내려오는 데 마을들이 너무 이뻤다.

할아버지가 자전거를 빌려 주셨다.

마을 풍경 및 미곡동 종점 표지판

소연이네 에코 농장은 결국 못 찾고 길 따라 걸어 내려오니 둘레길 종점을 알리는 이정표가 나타났다. 정면에 팔공 슈퍼가 보인다면 끝 지점이다!!! 끝 지점에 있는 건널목도 재미있어서 사진을 몇 장 찍고 다시 출발지로 돌아와야 했다. 버스를 타도되지만 너무 지친 탓에 택시를 타고 차를 세워두었던 119 안전 센터로 돌아왔다.

 

길은 험하거나 하지 않지만 구간이 꽤 긴 편이다. 9.8킬로 구간에 오르막도 있어 물이나 간식은 꼭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중간중간 화장실은 생각보다 많았고 식수를 먹을 수 있는 곳도 괜찮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한여름에 걷는다면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정말 산책하듯 천천히 걷기를 추천한다.

걷기 여행 필수 정보

  1. 걷는 시간 : 편도 3시간 30분 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조금더 넉넉하게 잡고 걸어시는게 좋아요.
  2. 거리 : 9.8킬로
  3. 걷기 순서 : 동화사집단시설지구 ~ 팔공산 순환도로 가로수길 ~ 신무동마애불좌상 ~ 독불사 ~ 농연서당 ~ 용수동 당산 ~ 용수교 ~ 팔공와송 갈림길 ~ 소연이네 에코농장 ~ 미곡동 입구
  4. 코스 난이도 : 쉬움
  5. 코스 타입 : 비순환형

걷기 여행 TIP

  1. 찾아오는 길
    1. 승용차/렌터카 이용시 : 네비게이션으로 동화사집단시설지구 혹은 대구 시민안전테마파크를 검색.
    2. 도착지와 출발지에 401. 급행 1 팔공 1 버스가 있어 시내로 이동하거나 원점 회귀 가능.
  2. 화장실 : 동화시설 집단지구, 대구 시민안전테마파크, 동치골주차장, 부인사, 신무동마애불좌상 등.
  3. 음식점 및 매점 : 가는길에 슈퍼가 있으나 문을 열지 않은곳이 많으므로 미리 준비하시는게 좋습니다.
  4. 문의 : 053-983-9798 (대구족 색소 비자 연대)
  5. 길 상세 보기 : 걷기여행 | 두루누비 전국 걷기여행과 자전거여행 길라잡이 www.durunubi.kr

글, 사진 : 조정은 여행작가

 

"해당 길은 2019년 7월 이달의 추천 걷기 여행길로 선정되었습니다"

2019.06.25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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