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가슴에 품는 길 '서울둘레길 02코스 용마·아차산 코스'

[여행]by 걷기여행길

아! 서울이여! 서울을 가슴에 품고 오르다. '서울둘레길 02코스 용마·아차산 코스'

완​만한 경사를 따라 오르면 땀이 채 나기 전에 화려한 서울 도심이 눈앞에 그려진다. 해발 300m도 안되는 낮기 낮은 산이건만 주변에 이렇다 할 산이 없다 보니 홀로 우뚝 서 있는 모양새다. 높지는 않지만 능선은 제법 길게 이어지는 터라 산기운이 짙다. 능선을 따라 좌우로 펼쳐지는 메트로 시티 '서울'의 화려한 모습과는 달리 산책로에는 풀 내음, 솔내음, 흙 내음이 자연의 기운을 뽐낸다. 잘 정비된 길을 오르락내리락하다 보면 어느샌가 산 이름이 달라져있다. 서울의 명산을 따라 서울의 안과 밖을 돌며 이어지는 157km의 순환코스인 서울 둘레길 중, 최고의 전망을 자랑하는 2코스 용마·아차산 코스다.

다양한 모습으로 안내자의 역할을 해주는 서울 둘레길의 이정표.

서울 도심에 많고 많은 산책로 중 내, 외산을 잇는 157km 순환코스인 서울 둘레길이 으뜸이라고 한다. 모두 8개의 코스로 이루어진 서울 둘레길은 남산, 낙산, 인왕산, 북악산 등의 내사산과 4대문, 한양도성을 잇는 18.6km의 내사산둘레길(한양 도성길) 그리고, 아차산, 용마산, 관악산, 북한산, 대모산, 수락산, 봉산 등 서울의 외각을 한 바퀴 크게 도는 157km 외사산 둘레길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의 길들이 저마다의 매력을 뽐내는데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한목소리로 추켜 세우는 곳이 바로 2코스 용마·아차산 코스다.


용마·아차산 코스는 광나루역에서 화랑대역까지 이어지는 12.6km의 길로 약 5시간이 소요된다. 그 사이 아차산과 용마산 그리고, 망우산까지 3개의 산을 지나치지만 높지 않고, 경사도 완만하며 비교적 산책로 정비도 잘 되어 있어 초보자들이 걷기에도 어렵지 않다. 긴 길이 부담스러운 여행자들은 망우산 - 화랑대역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빼고, 전망이 좋은 산길만 걸어도 좋다 :)

대한민국의 이름난 걷기길이 있는 곳이 으레 그렇듯 용마, 아차산 주변으로도 솜씨를 자랑하는 음식점들이 즐비하고 있다. 광나루역에서 출발하는 사람들은 매콤한 육개장이 인근에 있으므로, 출발 전이나 도착 이후 빈속을 채우기에 안성맞춤이다.

남쪽을 향해 불뚝 솟아오른 산. '아차산'에서 시작되는 여정.

아차산 입구 안내센터에서는 '서울 둘레길' 스탬프 책자를 받을 수 있다.

광나루역(1번 출구) 출발해 아차산 입구까지 여정을 위한 예열을 마쳤다. 이곳에서 시작해 최정상 295.7m 정상을 찍고 용마산으로 향한다. 총 3개의 산을 지나쳐야 하나 산이 높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다. 게다가,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흙과 암석으로 된 길을 지나쳐야 했지만 지금은 시민들을 위해 안전하고 깨끗하게 길을 정비해둔 상태. 한 겨울 두툼을 외투를 입고 오르더라도 땀이 채 나기도 전에 정상에 이른다.

안내센터를 지나치면 이내 곧 공용 화장실이다. 다시 한번 여정을 정비하자. 시작점부터 쉬는 사람들이 보여 의아했었는데 생각해보니 화랑대역에서 출발한 사람들은 이곳이 종점이었다. 한 겨울, 단풍나무들은 앙상한 가지만 남겨둔 채 추위를 떨고 있는 반면, 소나무들은 여전히 푸르름을 간직하고 있다. 자연의 생명력이 넘치는 계절이야 단풍을 따라올 수 없겠으나 겨울만큼은 한결같은 소나무를 추켜세우지 아니할 수 없다. 한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은은하게 풍겨오는 솔향에 가슴이 시원해진다.

본격적인 산행의 시작. 나무로 쓰인 표지판 뒤로 좌우로 길어 나누어지는데 우측은 서울 둘레길 2코스, 좌측은 중랑 둘레길 '아차산'코스로 향한다. 여기서는 코스를 이탈하더라도 좌측 중랑 둘레길로 들어선 다음 아차산 '팔각정'으로 향하도록 하자. 보다 더 근사한 전경을 조망할 수가 있기 때문. 또한, 어차피 팔각정을 지나면 다시 길은 서울 둘레길로 귀결된다.

시민들을 위해 길을 가꾸어 놓았다. 자연 길을 그대로 두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바이지만, 이 정도 편의는 나쁘지 않다

'아차산(峨嵯山)' 이름과 관련된 재미난 이야기가 있다. 조선 명종 때 홍계관이라는 점쟁이가 있었는데, 명종이 그의 신통력을 시험하고자 궤짝에 쥐를 넣고서는 쥐의 수를 맞추는 시험을 했다고 한다. 홍계관은 단숨에 이야기를 했으나, 궤짝에 있는 쥐의 수와는 달랐고 이에 분노한 명종은 사형을 명하였는데 조금 후 암쥐의 배를 갈라보니 새끼가 들어있어 '아차'하고 사형 중지를 명하였으나 이미 사형이 집행된 이후였다. 이후로 사형집행 장소의 위쪽 산을 아차산으로 불렀다는 이야기다.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 지 20분이나 되었을까?? 벌써부터 발아래로 한눈에 서울 도심이 그려진다. 힘들이지 않고서도 감동을 누릴 수 있는 것. 용마·아차산 코스를 서울 둘레길의 백미로 두는 까닭이다. 주말부터 갑자기 떠밀려 오는 미세먼지만큼이야 어쩔 수 없으나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도심 한가운데 우뚝 솟아있는 마천루 '롯데타워'의 위용만큼은 탄성이 절로 나온다.

12. 6km 전체 여정을 놓고 봤을 때 1/10도 되지 않았건만 벌써부터 시간을 지체하게 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렇게 멋들어진 풍경을 눈앞에 두고 쉽게 발을 뗄 수 있는 것이 이상하지 않을까? 하지만, 너무나 어리석었던 것이 이런 풍경이 아차산을 끝날 때까지 이어질지 몰랐다는 사실.

(왼) 아래 이미지에서 바라본 팔각정 뷰 / (오) 팔각정에서 바라본 잠실 방향 뷰

처음 롯데타워를 봤을 때만 하더라도 미세먼지로 시정에 제한이 있었는데 한차례 세찬 바람과 함께 구름이 지나간 이후로 거짓말처럼 시정이 맑아졌다. 그리고, 펼쳐지는 금빛 노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찬란한 빛이 서울 도심을 비추는 모습에 가슴에 터질 것처럼 세차게 뛰기 시작한다. 아차산 팔각정에서 바라보는 전경이 으뜸이라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었으나 실제로 본 전경은 그 이상이었다. 금빛 물결이 만드는 메트로 시티의 실루엣은 현실이 아닌 상상 속 도시의 모습으로 변하게 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의 마법은 수백, 수천 가지 서울의 모습을 보여준다.

찬란한 금빛 석양은 불타는 낙조로 그 모습이 바뀌기 시작한다. 시정이 좋다 보니 저 멀리 서울 반대편에 위치한 남산타워까지 눈에 들어온다.

낮과는 완전히 다른 서울의 야경

아주 잠시 서울 야경의 아름다움을 감상해보자

사실, 이번 여행기는 총 2일에 걸쳐 촬영한 분량이다. 첫째 날 방문을 했을 때 갑작스러운 게 진눈깨비가 쏟아져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 계속해서 펼쳐졌다. 나중에야 날씨가 조금 맑아지긴 했었지만 이미 코스 중반 이상을 지나쳐 온 상태일 뿐 아니라, 가장 아름다운 아차산 조망을 보지 못했었기에 결국 일기 예보를 살핀 후 다음 날 다시 한번 여정을 떠난 것. 그 덕분에 결국 환상적인 석양을 볼 수가 있었다. 앞서의 분량은 2번째 방문기이며, 아래는 다시 첫날 방문기가 이어진다.

앞서 '아차산 둘레길' 표지판을 뒤로 좌우로 나누어진 길에서 우측 '서울 둘레길' 방향으로 산행을 했을 때.

아차산은 그 옛날 삼국이 강성했을 때 고구려, 백제, 신라가 격정일 벌인 군사 요충지였던 곳이다. 지금은 7개의 보루만이 남아있다.

아차산 전망대의 모습. 시정이 좋고 나쁠 때의 차이가 정말 크다. 모든 둘레길이 그러한 것은 아니나 적어도 서울 둘레길 2코스 용마·아차산 코스만큼은 일기 예보를 살피고 여정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해발고도 350m까지도 금방이다

(왼) 중간중간 곳곳에 쉼터가 조성되어 있어, 여유를 만끽하기에도 좋다 / (오) 아차산 정상 부근에서 볼 수 있는 치

아차산 정상 부근에는 성벽에 접근하는 적을 옆에서 공격할 수 있도록 일부를 돌출시켜 만든 치(雉)도 볼 수가 있다. 아차산 4보루에만 모두 5개가 설치되어 있는 치는 외적을 방어하는 성벽의 대표적인 시설로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오랜 기간 그 역사가 이어진다. 나지막한 산을 오르는 걷는 즐거움에 더해, 눈앞에 펼쳐지는 시원한 서울 도심 그리고, 많지는 않지만 군데 군데서 만날 수 있는 역사 문화자원까지 길이 지루할 틈이 없다 :)

아차산 팔각정과 5보루를 지나면 이내 곧 용마산으로 이어지게 된다. 능선을 따라 이어지기 때문에 하나의 산으로 착각하기가 쉽다. 중간중간에 이정표를 살펴봐도 어디가 어디인지 분간하기가 어렵다. 걷다가 힘이 부친다면 이정표를 살펴보면서 잠시 숨을 고르도록 하고, 아직도 기운이 넘친다면 그대로 여정을 이어가도록 하자.

맑았다 흐렸다 종잡을 수가 없다. 겨울바람에 빠르게 지나가는 구름에 한순간 봄이 되었다가도 또 한순간 한겨울로 변한다. 두터운 외투안으로 진한 숨결까지 더해 여정이 쉽지 많은 않지만, 참으로 즐겁다. 그렇게 많고 많은 길을 걸었건만 용마·아차산 코스는 또 특별했다. 한순간도 눈을 쉴 수가 없다. 발아래 굽어보면 서울 도심 곳곳의 전경이 거짓말 처 첨 나타났다 사라지고, 목을 꺾어 하늘을 바라보면 힘차게 날아오르는 수리들이 눈에 훤하다.

근심조차 잊게 만드는 명당, 망우(忘憂)​

아차산과 용마산을 지나 망우산으로 접어들게 되면 묘지들과 조우하게 된다. 무려 83만 2,800㎡에 조성된 망우 묘지공원으로 한용운, 오세창, 서동일 등 독립운동가들과 방정환, 이중섭, 박인환 등 17명의 유명 인사가 잠들어 있는 곳이다.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곳곳의 분야에서 크게 이름을 떨친 위인들의 넋이 있는 곳인 만큼, 서울-경기 일대에서는 최고의 명당으로 손꼽힌다.

묘지긴 하나 휴식공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망우리 공원 주차장 부근에 있는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조망이 상당히 좋다. 하루 내내 서울의 빼어난 모습을 봐왔건만 아직도 지루하지가 않다. 오히려, 다음 코스에는 또 어떤 전망이 펼쳐질지 기대감이 커져만 간다.

망우리 공원을 내려오면 산행 여정은 끝이 난다. 꽤나 긴 길을 왔는데도 여전히 기운이 남아있다. 여정을 떠나기 전에는 3개의 산만 돌아보고 끝내려고 했으나 막상 돌아보니 난이도가 어렵진 않다. 이왕 시작한 것 깨끗한 마무리를 위해 2코스의 종점인 화랑대역까지 가보기로 한다.

산을 내려와 도심을 지나 공릉동 근린공원까지 가면 곧 화랑대역이다. 앞서 서울 도심을 굽어봤던 감흥이 너무 컸기 때문일까?? 종점 부분에서는 큰 감흥이 오진 않았다. 대신 12. 6km의 길을 완주했다는 성취감만큼은 여정을 떠난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화랑대역에서는 용마·아차산 코스가 끝이 나고 3코스인 고덕·일자산 코스로 이어지는 코스는 다음에 나아가야 할 길이다 :)

걷기 여행 필수 정보

  1. 걷는 시간 : 약 5시간
  2. 거리 : 12.6km
  3. 걷기 순서 : 화랑대역~중랑캠핑숲~구릉산~망우산~용마산~아차산~광나루역
  4. 코스 난이도 : 보통

걷기 여행 TIP

  1. 화장실 : 화랑대역, 신내역, 중랑캠핑숲, 아차산생태공원, 광나루역
  2. 음식점 및 매점 : 망우산과 아차산을 제외한 구간 곡곡에 위치
  3. 교통편 : 지하철 5호선 광나루역 1번출구
  4. 길 상세 보기 : 걷기여행 | 두루누비 전국 걷기여행과 자전거여행 길라잡이 www.durunubi.kr

글, 사진 : 노성경 여행작가

 

"해당 길은 2020년 2월 이달의 추천 걷기 여행길로 선정되었습니다"

2020.01.2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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