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산수화 속으로 꿈꾸듯 사박사박~!

[여행]by 걷기여행길

윤선도 선생이 보길도를 배경으로 지은 어부사시사의 원조격이라 일컬어지는 ‘어부사’를 남긴 농암 이현보 선생의 종택과 낙동강변의 수려한 기암절벽 사이를 누비는 예던길. 진경산수화 속을 거닐 듯 꿈꾸듯 발걸음을 떼는 길이다. 예던길은 농암종택이 있는 1코스와 강변 너머 2코스로 나뉜다. 1코스는 고풍스런 농암종택을 거치는 맛이 있으나 해발 557m의 건지산을 올랐다 곧바로 내려오는 수고로움이 있다. 그래서 걷는 것은 주로 예던길 2코스를 걷고 농암종택은 차를 타고 별도로 방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니면 정식 탐방로가 아닌 건지산 기슭의 강변 오솔길을 걷기도 하는데, 한여름에는 풀이 웃자라서 걷기가 만만치 않다.

우리나라는 아름다운 땅을 가졌구나!

예던길 2코스의 북쪽 들머리인 가송리에서 걷기를 시작한다. 낙동강을 향해 수직으로 떨어지는 기암 옆으로 토끼 하나 깡충거릴 법한 소로가 열려 있다. 낙동강 하류인 창녕 토끼비리길이 생각나는 풍광인데 울타리가 놓여 있어 안심하고 지날 수 있다. 코앞으로 초대형 선박의 앞머리처럼 강을 향해 돌진하듯 튀어나온 벽력암과 오버랩 되는 예던길 2코스의 초입 풍광은 한마디로 압도적이다. ‘우리나라가 참 아름다운 곳이었구나!’를 자동으로 읊조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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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던길 2코스, 벽력암 전망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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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던길은 싱그러움이 넘치는 수변 탐방로이다.

긴 가뭄에 먼지 날리던 여느 길과 다르게 시시때때로 물안개에 젖는 예던길의 강변 오솔길은 늘 촉촉이 젖어있다. 가을이 코앞인데도 예던길의 풀잎과 나뭇잎은 초봄의 물기어린 연둣빛으로 싱그럽다. 이 역시 낙동강으로부터 충분히 수분을 빨아들인 덕분일까?

 

길은 낮은 언덕과 계단을 오르내리며 강변을 따른다. 산사태로 무너져내린 작은 골짜기들은 조금 걷기가 불편하지만 그렇다고 토목공사를 해서 큰 다리를 놓는 것도 순리에 맞지 않을 듯하다. 이상하게도 조금 불편한 것이 걷는 맛은 더 찰지다.

 

습기 머금은 이끼가 온통 뒤덮은 숲길은 마치 비밀의 정원 속을 거니는 느낌을 던져준다. 그러다 한번 언덕을 치고 올라갔다 내려가면 예던길 2코스의 자랑인 벽력암 전망대에 닿는다. 휘돌아 나가는 낙동강 물줄기 건너 길게 자리한 농암종택은 신선이 사는 작은 마을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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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반 옆으로 뚫린 좁은 소로로 걷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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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촉함이 함께 하는 예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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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정원을 거니는 듯한 수변 숲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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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함께 해도 좋을만한 길이다.

아름다운 뒷모습으로 남은 농암의 자취!

농암종택은 안동댐 건설로 수몰된 지역에 있던 것을 본래 지형과 닮은 지금 자리로 옮겨서 다시 지은 것이다. 고려말인 1370년경 최초로 이 집을 지은 분은 영천 이씨 안동 입향시조인 이헌으로 농암 선생의 고조부가 된다. 그러니까 직계자손이 650여 년을 대를 이어 살아오고 있는 셈이다. 혹자들은 민간의 목조건물이 어떻게 600년 넘게 서 있을 수 있냐고 할 수 있는데, 제때 수리하고, 보수하면 목조건물의 수명은 무한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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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지산 기슭과 낙동강 사이에 자리한 농암종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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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소대와 농암종택 애일당이 한폭의 진경산수화를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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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이면 유채꽃으로 맹개마을 유채밭이 환하게 빛난다.

중종 때 벼슬을 지낸 농암 선생은 조선조 관료중에 유일하게 아름다운 뒷모습으로 기억되는 분이다. 1542년 한양에서 치러진 농암 선생의 전별연은 조선 역사에서는 유일했던 정계은퇴식이었다. 이를 본 도성사람들은 담장처럼 둘러서서 ‘이런 일은 고금에 없는 성사’라며 칭송을 마다하지 않았다 한다. 마음만 먹었으면 정승 판서도 가능했을 터이지만 모두 뿌리치고 낙향했다. 그때 나이 76세였으니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여야 할 때이긴 했을 법 하다.

 

또 농암 선생은 효자로도 명성이 드높았다. 70세의 노구에도 색동옷을 입고 부모와 노인들 앞에서 춤을 추어 전설적인 효자인 노래자의 효행을 실천하기도 했다. 중종시절 관찰사 등의 지방관으로 30여 년을 근무하며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백성에게는 관대한 목민관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평가받는다.

 

공자님 말씀에 ‘군자는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명예로운 이름을 남기지 못할 것을 걱정한다!’라고 하였는데, 그런 면에서 농암 선생은 유교의 정신을 제대로 실천한 분으로 빛나는 이름을 남겼다. 농암종택은 한옥스테이를 하기 때문에 직접 숙박을 하며 농암선생을 기려볼 수도 있다.

'농암종택 홈페이지 http://www.nongam.com/'

언덕을 내려가면 길은 펜션이 들어서며 활기를 얻고 있는 맹개마을에 닿는다. 맹개마을은 차가 들어가는 도로가 없어서 강 건너인 농암종택에서 얕은 강물을 대형트럭이나 트랙터 등으로 건너와야 하는 육지 속의 섬마을 같은 곳이다. 전망대에서 농암종택을 바라보는 풍광이 좋다보니 사진촬영하러 오는 사람들이 트랙터를 이용해 맹개마을로 건너오곤 한다. 맹개마을에서는 학소대로 이름붙은 기암절벽과 농암종택의 애일당이 한번 더 아름다운 하모니를 연출한다. 맹개마을 메밀밭을 지나 작은 동산 하나를 건너면 예던길 2코스 남쪽 들머리인 가재미골에 닿는다. 여기서 더 가서 단천교를 건너면 예던길 1코스를 통해 다시 원점회귀 할 수 있다. 다만 앞서 설명한대로 건지산을 올랐다 내려가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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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암종택 앞에서 바라본 벽력암(예던길 1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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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암종택은 한옥스테이를 운영하며 힐링의 기회를 제공한다.

코스요약

  1. 걷는 거리 : 4.2km
  2. 걷는 시간 : 2시간 내외 (관람 및 쉬는 시간 포함)
  3. 걷는 순서 : 가송리 주차장~월명담~강변길~벽력암~전망대~맹개마을~가재미골 주차장

교통편

  1. 대중교통
    1. 안동시 구 시외버스 터미널 교보생명 옆 단천리 백운지 방면(67번) 버스타고 가롱리 하차(1일 3회), 경안여객 054-821-4072, 동춘여객 054-821-2102
  2. 주차장
    1. 가송리 예던길 주차장

걷기여행 T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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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자세한 코스정보는 http://www.koreatrails.or.kr/course_view/?course=716 이곳을 참조해 주세요.
  2. 화장실 : 없음
  3. 식수 : 사전준비 필요
  4. 식사 : 사전 도시락 준비 필요
  5. 길안내 : 갈림길 안내표지가 잘 되어 있음.
  6. 코스문의 : 안동시 녹색환경과 (054)840-6184,5281

윤문기 '걷기여행작가, (사)한국의 길과 문화 사무처장'

2016.09.2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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