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봉우리 아래 자리 잡은 달빛 고운 마을

[여행]by 걷기여행길

월출산(月出山). 전라남도 영암군과 강진군의 경계에 있는 산이고 최고봉은 천황봉이며 높이는 809m이다. 산세가 아름다워서 호남의 소금강으로 불리며 우리나라 스무 번째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월출산의 남쪽 자락에는 소담하고 사랑스러운 절 무위사가 있고, 사철 푸른 동백이 가득한 아름다운 별서정원인 백운동 정원이 있으며, 월출산 불꽃 봉우리를 병풍 삼아 천년을 하루 같이 당당한 월남사터 삼층석탑이 자리하고 있다. 월출산 비탈 너른 땅에 가지런히 가꾼 차밭은 여행객의 마음을 빼앗아 걸음을 더디게 하고, 고운 한옥 가득한 달빛한옥마을은 나그네의 걸음을 멈추게 한다.

꽃피는 산골마을 청자골 달마지마을

걸음을 시작하는 곳은 성전면의 청자골 달마지마을이다. 청자골은 이 지역에서 고려청자를 만들었기에 붙은 이름이고 달마지마을은 달을 맞는 동네라는 뜻이다. 마을 주변에 월출산, 월각산, 달뫼, 송월제 등등 달과 관련한 지명이 많다. 농촌체험마을이라서 손님을 맞아야 하기에 마을 전체가 꽃과 나무를 잘 가꾸어 놓았다. 꽃 피는 산골마을 이라는 이름값을 하는 곳이다.

 

마을 앞의 듬직한 느티나무는 5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는데 아직도 수형이 괜찮아서 너른 그늘을 만들어 준다. 동네 사람들은 느티나무의 넉넉한 품 안에서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하고 하루에 세 번 들어오는 버스를 기다리기도 한다.

 

달마지마을부터 무위사까지 가는 길은 일부 구간이 찻길이지만 차량통행은 많지 않다. 그래도 조심해서 걸어야 한다. 야트막한 고개를 하나 넘어 내려가면 앞으로는 너른 들판이 펼쳐지고 저 멀리는 월출산의 불꽃 연봉이 보이기 시작한다. 저 월출산 불꽃 능선은 오늘 걸음을 끝낼 때까지 나그네와 함께 하게 된다.

불꽃 봉우리 아래 자리 잡은 달빛 고

달마지마을의 느티나무 - 500살 가까이 된 늙은 나무지만 아직도 수형은 풍성하다.

불꽃 봉우리 아래 자리 잡은 달빛 고

달마지마을의 들판 - 부지런한 농부의 땀방울이 배인 논이 가을을 맞고 있다.

소박하고 고운 절집 무위사

무위사로 가는 길은 행복한 길이다. 오랜만에 찾는 고향집으로 향하는 것 같은 길. 적당히 굽어지고 휘어지면서 산자락 밑에 평화롭게 앉은 마을들을 에둘러 가는 길. 점점 다가오는 월출산 남쪽면의 아름다운 불꽃 연봉을 바라보며 가는 길. 이런 길을 걷는 것은 기쁨이다. 그리고 그 기쁨은 걷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그렇게 기쁘고 행복한 길 끝에는 소박하고 고운 절 무위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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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고 고운 절집 무위사 - 오른쪽 축대 위의 단아한 건물이 극락보전이다.

무위사는 대개 조용하다. 절 앞에는 그 흔한 음식점 하나 없다. 절집 입구의 일주문에는 월출산 무위사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예전에는 천왕문으로 들어서면 정면 계단 위로 극락보전이 살짝 보였다. 그리고 나지막한 두 단의 계단을 오르면 비로소 온전한 제 모습을 드러내 보여주었다. 그러나 지금은 보제루가 앞을 가로 막고 있어서 조금씩 기대감을 더해가면서 만나게 되는 극락보전의 모습을 볼 수가 없다. 절에서야 필요에 의한 일이었겠지만 나그네의 입장에서는 아쉬움이다.

 

무위사 극락보전. 기둥 위에만 공포장치가 있는 주심포 맞배지붕 집. 한 점의 속기도 없는 단아한 모습이다. 옆으로 돌아가 보는 기둥과 들보들의 짜임도 단정하기는 마찬가지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소박한 경내를 돌아보자. 극락보전 앞의 괘불지주와 배례석 그리고 삼층석탑, 고려 태조 왕건과 인연이 깊은 선각대사 승탑비, 명부전, 미륵전, 산신각, 천불전 등을 돌아보고 나오는 길에는 잊지 말고 벽화보존각을 들러야 한다.

불꽃 봉우리 아래 자리 잡은 달빛 고

극락보전의 측면 - 맞배지붕 아래 들보와 기둥의 단정한 짜임이 이 건물의 백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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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위사에 8년간 머물렀던 신라시대의 고승 선각대사 형미 스님을 기리기 위해 세운 탑비다.

백운동 별서정언과 월출산 차밭

무위사를 나온 걸음은 백운동 정원으로 향한다. 안운마을 안으로 들어가서 마을길을 따라가면 동백 숲에 폭 쌓여있는 백운동 정원이다. 담양의 소쇄원이나 보길도의 세연정 같은 일종의 별서정원인 이곳은 조선 중기의 처사 이담로라는 분이 조성한 곳인데 나중에 다산 정약용 선생이나 초의선사 같은 분들도 즐겨 찾았던 곳이라고 한다. 숲이 아주 우거져 있어서 햇빛도 뚫고 들어오기 어려운 울울한 곳이고 상록수가 대부분이어서 늘 푸른 곳이다.

 

백운동 정원을 지나면 월출산 자락에 넓게 펼쳐져 있는 차밭 사이를 걷게 된다. 보성의 차밭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그래도 꽤 넓은 차밭이 있어 굼실대는 녹색의 물결에 눈이 다 시원하다. 차밭 가운데는 바람개비가 달린 기둥들이 수 없이 서 있다. 방상(防霜)Fan이다. 방지할 방 서리 상. 글자 그대로 서리를 방지하기 위해 세운 Fan이다. 차밭은 서리와는 상극이라고 한다. 서리는 주로 일교차가 큰 계절에, 낮 동안 높이 올라갔던 기온이 밤이 되어 급격히 떨어지게 될 때 생긴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낮 동안 데워진 더운 공기가 위로 올라가고 그 빈곳을 찬 공기가 들어와 메우게 되면 서리가 생긴다는 것이므로 밤이 되어도 더운 공기가 아래에 머물러 있도록 Fan을 돌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방상Fan들은 고개를 갸웃이 숙이고 있는 것이다.

불꽃 봉우리 아래 자리 잡은 달빛 고

백운동 별서정원 - 다산 정약용 선생이나 초의선사 같은 분들도 즐겨 찾았던 곳이라고 한다.

불꽃 봉우리 아래 자리 잡은 달빛 고

살림집과는 별도로 산수의 경치가 좋은 곳에서 자연과 풍류를 즐기기 위한 집과 정원이 별서정원이다.

달이 뜨는 산 아래 달빛 고운 마을

월출산 불꽃봉우리 능선을 병풍처럼 뒤에 두르고 있는 마을이 월남마을이다. 고려시대에 월남사라는 큰 절이 있었던 마을이다. 이 마을에 석비 하나와 고려시대의 삼층석탑 한 기가 남아있다. 석비는 예전 이곳에 월남사란 절을 창건했다는 진각국사를 기리는 비석인데 동백나무 몇 그루와 대숲으로 둘러싸여 있는 보호각 안에 답답하게 갇혀있다. 비석을 지고 있는 거북모양의 귀부는 전체적으로 힘과 완력을 느끼게 한다. 고려시대 석조물의 특징이다.

 

삼층석탑은 비각 조금 아래 월남마을 돌담들 사이에 훤칠하고 당당하게 서 있다. 몸돌과 지붕돌 등 석탑 전체를 여러 장의 석재들로 짜 맞추었기 때문에 한동안은 전탑의 양식을 모방한 모전석탑으로 보는 견해도 있었으나 모전석탑은 아니다. 단층기단, 평평한 지붕돌과 모서리의 들림. 지붕돌받침의 형식 등에서 백제계 석탑임을 알 수 있다. 석탑은 탑을 만든 돌의 특성 때문에 검붉게 녹이 슨 것 같은 모습이지만 파란 하늘이 배경이 되면 아주 잘 어울린다. 요즈음 주변의 발굴 조사로 조금 어수선해 졌지만 석탑의 아름다움은 여전하다.

불꽃 봉우리 아래 자리 잡은 달빛 고

월출산 자락에 자리한 차밭 - 차밭 중간에 서 있는 기둥들이 방상Fan이다.

불꽃 봉우리 아래 자리 잡은 달빛 고

월남사터 삼층석탑 - 월출산을 배경으로 당당하게 서 있는 고려시대의 석탑이다.

월남사터를 떠나 마을길을 따라간다. 나지막한 담장, 작은 개울, 조붓한 길, 부지런한 농부의 논과 밭, 참으로 정겨운 풍경이다. 이제 막 익어가기 시작하는 논들 너머로 한옥 지붕들이 보인다. 저기가 달빛한옥마을이다. 아직 길은 더 남아있지만 나그네의 걸음은 저 마을에서 끝낼 것이다. 그런데 오늘 밤에 달이 뜨려나?

불꽃 봉우리 아래 자리 잡은 달빛 고

조봇한 마을길은 오랜만에 찾아가는 고향길처럼 정겹다.

불꽃 봉우리 아래 자리 잡은 달빛 고

강진 달빛한옥마을은 숙박을 하지 않더라도 한 번쯤 찾아가 보고 싶은 곳이다.

불꽃 봉우리 아래 자리 잡은 달빛 고

강진 달빛한옥마을 - 27가구가 사는 마을이고 그 중에서 13가구에서 한옥민박을 하고 있다.

코스요약

  1. 걷는 거리 : 16.6km
  2. 걷는 시간 : 6시간 (순 걷는 시간이며 답사시간, 간식시간, 쉬는 시간 등은 포함하지 않음)
  3. 걷는 순서 : 강진군 성전면 청자골 달마지마을~월송마을~무위사~안운마을~백운동 정원~강진다원 녹차밭~월남사티 삼층석탑~상월마을~누릿재~영암군~영암읍 월출산국립공원 천황지구 탐방지원센터
  4. 난이도 : 보통

교통편

  1. 찾아가기
    1. 강진읍내에서 성전터미널을 거쳐서 대월리 달마지마을까지 들어가는 버스가 하루에 3번 있다.
    2. 성전터미널에서 대월리 달마지마을까지는 2.2km 정도다. 택시를 이용해도 큰 부담은 없다.
    3. 성전택시 061-432-5858
  2. 돌아오기
    1. 월출산국립공원 천황지구 탐방지원센터 앞에서 영암읍내로 나가는 버스가 하루에 5번 있다.
    2. 영암버스터미널에서 월출산국립공원 천황지구 탐방지원센터 앞까지는 3km 정도다.
    3. 영암택시 061-473-2949 / 061-471-0086
  3. 주변 관광지
    1. 강진 : 영량생가, 사의재, 백련사, 다산초당
    2. 영암 : 영암 기찬랜드, 왕인박사유적지, 도갑사
  4. 별점
    1. 대중교통의 편의성 : 별 2개
    2. 노선의 안정성 : 별 3.5개
    3. 경관문화의 우수성 : 별 5개
    4. 안내체계 : 별 3개

걷기여행 TIP

불꽃 봉우리 아래 자리 잡은 달빛 고
  1. 자세한 코스정보는 http://www.koreatrails.or.kr/course_view/?course=236 이곳을 참조해 주세요
  2. 화장실 : 대월리 달마지마을, 무위사, 백운동 정원, 월출산국립공원 천황지구 탐방지원센터
  3. 음식점 및 매점 : 강진다원 녹차밭 동쪽 입구 부근에 음식점이 두어 곳 있다. 월출산국립공원 천황지구 탐방지원센터 부근에 식당과 매점이 잇다. 코스의 시. 종점으로 중요한 성전터미널 부근에는 음식점과 매점이 많이 있다.
  4. 숙박업소 : 대월리 달마지마을은 민박마을이다. 월남시티 부근에 펜션과 민박이 있다. 월남사터 동남쪽에 자리한 달빛한옥마을은 한옥체험마을이다.
    1. 강진 달빛한옥마을: 별도의 홈페이지는 없다. 27세대 중에서 13세대만 민박을 운영하고 있다.
    2. 문의처 : 강진 달빛한옥마을 이장 김영성
    3. 전화 : 061-434-1591 휴대폰 : 010-4714-1951
  5. 코스문의 : 강진군청 문화관광과 061-430-3314 http://tour.gangjin.go.kr/tour/

글. 김영록(걷기여행가 여행 작가)

2016.09.2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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