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의 이상향을 담은 큰 그릇

[여행]by 걷기여행길

‘화성은 동서양을 망라하여 고도로 발달된 특징을 고루 갖춘 근대 군대 건축물의 뛰어난 모범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화성을 표현한 한 줄의 문장이다. 정조 18년, 1794년 2월에 축성을 시작하여 2년 6개월 만에 완공된 수원 화성은 국내는 물론 해외 성곽들의 장점까지 받아들여 만든 도시형 성곽이다. 여기에 미학적인 부분까지 고려하여 지어진 덕분에 1997년 세계유산에 등재되기에 이른다. 5.7km의 화성을 쌓으면서 정조는 공사에 대한 자세한 기록을 남기게 하였다. 그렇게 남긴 ‘화성성역의궤’는 후일 화성을 정확하게 복원하는데 결정적인 자료가 되었다. 의궤에 따르면 축성공사에 동원된 기술자만 1,845명으로, 연 동원일수는 37만6천 일, 축성에 사용된 화강암 석재가 20만 덩이에 달한다. 당시 동원된 인부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넉넉한 임금이 지불되었다고 하는데, 실제 일의 성과를 따져 임금수준을 차등했다고 한다. 덕분에 일의 능률이 올라 공사기간이 상당히 단축했다고 전한다.

정조의 이상향을 담은 큰 그릇

방화수류정(오른쪽)은 건축 당시 다른 건축물에 비해 10배 이상의 비용이 소모되어 담당자가 한양까지 올라가 문책 당했다는 일화를 갖는다. 그렇게 공을 들인 덕에 바로 앞 연못인 용연과 함꼐 정조가 수원 8경 중의 하나로 꼽았다.

‘화성성역의궤’에 따른 철저한 고증 복원

화성 성곽을 따라 걷는 길은 2~3시간이면 누구나 충분히 한 바퀴를 완보할 수 있다. 도시개발로 성곽이 끊어진 팔달문 주변 300m 정도만 주의하면 길찾기에 대한 스트레스도 거의 없는 편이다. 사방 어느 쪽에서도 접근이 쉽지만 길을 잘 아는 외지인들은 수원역부터 걸어서 경기도청 옆으로 이어지는 팔달공원을 통해 성곽길로 들어서기도 한다. 반면 자가용을 이용하면 장안문과 동장대 부근의 유료주차장(3시간 2천원)을 이용하면 된다. 동장대에서 길을 출발해 시계방향으로 걸어본다. 장대(將臺)는 일종의 군사지휘소 같은 곳으로 동장대는 군사훈련을 했던 곳이어서 연무대라고도 불린다. 이후 곧바로 만나는 곳이 벽돌로 쌓아올린 공심돈(空心墩)이다. 화성의 여러 건축물 중 가장 중국적이라고 불리는 공심돈은 높은 곳에서 적의 동향을 살피는 것은 물론 포대를 설치하여 방어와 공격을 돕는 역할을 한다. 화성에는 총 3곳에 공심돈이 설치되어 있는데 이곳을 화강암이 아닌 벽돌로 쌓은 이유는 화강암 석재에 비해 대포공격을 받았을 때 파편이 상대적으로 덜 튀어 이로 인한 2차 피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화강암 석재가 대포공격을 받으면 무너질 수 있는 반면 벽돌 성곽은 움푹 파이면서 무너지지 않은 특징이 있단다. 이런 벽돌 성곽은 화성의 대문들을 바깥에서 둘러 보호하는 옹성에도 사용되었다. 이렇게 화성에 사용된 벽돌만 무려 69만5천장에 달한다.

정조의 이상향을 담은 큰 그릇

서문인 화서문의 옹성과 서북공심돈. 누런 억새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안은 성들의 고풍스러움이 잘 어우러진다.

정조의 이상향을 담은 큰 그릇

동북포루에서 바라본 방화수류정과 용연, 도시성곽의 면모를 느낄 수 있다.

정조의 이상향을 담은 큰 그릇

3시간이면 천천히 걸어도 성곽을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 수원 화성 성곽길

정조의 이상향을 담은 큰 그릇

동장대 부근에서 출발하면 가장 먼저 만나는 동북공심돈. 공심돈은 화포 공격으로부터 성체를 방어하기 위해 벽돌로 쌓아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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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의 가장 높은 곳인 서장대 가는 길. 서장대에서 정조는 대규모 군사훈련을 지휘하며 정적들의 심리적인 항복을 받아내려 했을 것이다.

서장대에서 정조의 시선으로 내려보다!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되어 성곽 복원이 안 된 팔달문 언저리를 지나면 팔달산 산성 구역에 다다른다. 계단을 따라 오르면 지금까지와 달리 잘 자란 소나무들이 호위하는 산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팔달산 정상에는 화성성곽 중 가장 높은 지역에 서장대가 자리한다. 정조는 이곳 서장대에서 1795년 화성 을묘원행 당시 나흘째 되던 날 자신의 최정예 친위부대였던 장용영 군사 1만8천명 중 3천7백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군사훈련을 지휘하며 자신의 정적이었던 여러 신하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그리고 바로 그 다음날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 진찬연을 크게 열었다. 이날 잔치에서 정조는 신하들에게 술을 따라주며 ‘불취무귀(不醉無歸, 취하지 않는 자 돌아가지 못한다)’라 하며 자신의 아버지인 사도세자를 죽음으로 몰았던 정적들을 큰 뜻으로 포용하며 회유하는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아버지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은 지 33년만의 일이다. 이런 역사적인 사실을 떠올리며 올라선 서장대에서 내려 보는 화성의 풍광은 남달랐다. 정조는 어머니 혜경궁 홍씨가 70세가 되고, 아들 순조가 15살 되는 1804년에 왕위를 물려주고, 이곳 화성으로 내려와 어머니를 모시고 여생을 보낼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꿈은 실현되지 못하고, 재위 24년(1800년) 6월28일, 정조는 창경궁의 내전인 영춘헌에서 숨을 거둔다.

정조의 이상향을 담은 큰 그릇

서장대에서 바라본 화성행궁. 정조는 저곳 봉수당에서 해경궁 홍씨의 회갑 진찬연을 베풀며 정적들을 포용하는 또 다른 모습을 보인다.

정조의 이상향을 담은 큰 그릇

계단 등이 잘 놓여 있어 경사진 곳도 쉽게 오르내릴 수 있다.

정조의 이상향을 담은 큰 그릇

수원천의 물길 위에 놓인 수문도 근년에 복원 되었다.

정조의 이상향을 담은 큰 그릇

유모차를 끌고 오는 경우도 적지 않을 만큼 도시형 성곽길은 산책하기에 편하다.

정조의 이상향을 담은 큰 그릇

팔달산 인근의 성곽은 산성형태를 띈다.

코스요약

  1. 걷는 거리 : 5.7km
  2. 걷는 시간 : 2시간 30분 내외 (관람 및 쉬는 시간 포함)
  3. 걷는 순서 : 장안문~화홍문~창룡문~팔달문시장~영동시장~못골시장~미나리광시장~팔달문~팔달산~서장대~화서문~화서공원~장안문

교통편

  1. 대중교통
    1. 수원역 7번출구 앞 버스정류장에서 화서문 또는 장안문 방면 버스이용.
  2. 주차장
    1. 장안문 주차장, 동장대 주차장

걷기여행 TIP

정조의 이상향을 담은 큰 그릇
  1. 자세한 코스정보는 http://www.koreatrails.or.kr/course_view/?course=1550 이곳을 참조해 주세요
  2. 화장실 : 곳곳에 다수
  3. 식수 : 사전 준비하거나 매점에서 구입
  4. 식사 : 시내 구간에 다수
  5. 길안내 : 팔달문 주변 300m 정도만 갈림길이 헷갈릴 수 있음
  6. 코스문의 : 수원시 푸른녹지사업소 (031)228-4551~4

윤문기 '걷기여행작가, (사) 한국의 길과 문화 사무처장'

2016.10.30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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