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쌓인 바람의 언덕을 걷다

[여행]by 걷기여행길

입춘과 정월 대보름이 지나면 사람들은 봄을 꿈꾼다. 아직 봄은 저 멀리에 있고 동장군의 칼날 같은 바람은 여전하지만 마음속에서는 봄이 싹트기 시작하는 것이다. 물론 겨우내 제대로 된 눈꽃세상을 경험하지 못했다면 가는 겨울이 아쉬울 수도 있다. 새하얀 눈길을 걸어보는 것은 겨울을 지나는 걷기여행객의 로망과도 같은 것이니까. 그런데 겨울의 끝자락에서 눈길걷기를 할 수 있는 곳이 있을까? 이런 의문에 마침표를 찍어 주는 곳이 강원도 평창과 강릉의 경계를 따라 걷는 선자령길이다. 우리나라 눈길걷기의 메카라는 별명에 걸맞게 봄의 초입까지도 눈을 밟을 수 있는 곳이다.

눈 쌓인 바람의 언덕을 걷다

대관령 풍력발전기의 배웅을 받으면서 걸음을 시작한다.

대관령

선자령 눈길걷기를 시작하는 곳은 대관령이다. 대관령은 강원도 강릉시 성산면과 평창군 대관령면을 잇는 고개이고 높이는 832m 총 연장 길이는 13km 나 되는 긴 고개다. 고개의 굽이가 아흔 아홉 구비나 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개 중 하나다. 대관령 아래로 굴이 뚫리면서 대관령을 넘는 사람들은 많이 줄었지만 요즈음도 백두대간을 산행하거나 대관령 옛길을 걸으려는 사람들은 꾸준하게 찾아오는 고개다.

 

대관령은 오래 전부터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수많은 사람들이 넘어가고 넘어왔을 고갯길이다. 이율곡 선생의 어머니 신사임당이 친정집을 오갈 때도 이 옛 고개를 넘었을 것이다. 현재 대관령 옛길은 강릉 쪽인 대관령박물관부터 시작해서 주막터와 반정을 지나 대관령 국사성황당까지는 옛 모습대로 잘 남아있어 또 다른 걷기여행길로 인기가 있는 곳이다. 바우길 2코스의 노선이 대관령 옛길을 지난다.

 

영동지방은 대관령을 기준으로 동쪽을 말하는 것이고 영서지방은 서쪽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대관령에 빗방울이 떨어져 동쪽으로 구르면 강릉남대천이 돼서 동해로 들어가고 서쪽으로 구르면 남한강 상류인 송천으로 흘러들어 결국은 서해로 흐른다. 대관령을 강릉지역 사람들은 대굴령이라고도 한다. 고개가 워낙 험해서 오르내릴 때 자칫하면 대굴대굴 구르는 고개라서 대굴령이라고 부른다는 이야기다.

 

대관령과 선자령을 비롯한 영동지방은 눈이 아주 많은 곳이다. 이렇게 영동지방에 눈이 많이 오는 이유는 지형적 특성이 원인이라고 한다. 바닷가 가까이에 900m 가 넘는 백두대간의 연봉들이 장벽을 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동해로부터 불어오는 습한 기류가 육지에 도달하자마자 높은 산줄기에 가로막혀 강제로 상승하게 되고 이로 인해 눈구름이 생겨 많은 눈이 내리는 것이라고 한다. 이 지역은 3월초까지도 눈이 많이 내리고, 높은 산 치고는 아주 평탄하고 유순한 길이라서 우리나라 눈길걷기의 명소가 된 것이다.

국사성황당

대관령휴게소 언덕에 설치되어 있는 풍력발전기의 둔중한 날개소리를 들으면서 걸음을 시작한다. 강릉 바우길 1코스 선자령풍차길은 출발한 곳으로 다시 돌아오는 순환형 코스라서 정방향으로도 역방향으로도 걸을 수 있다. 그런데 바우길에서 제시하는 순서로 걷는다면 대관령 국사성황당을 놓치게 된다. 바우길에서는 국사성황당을 2코스에 속하도록 노선계획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자령길을 걸으려고 대관령을 찾은 이상 국사성황당을 빠뜨릴 수는 없다. 바우길 노선을 살짝 수정하여 국사성황당으로 향한다.

눈 쌓인 바람의 언덕을 걷다

선자령길은 걷는 사람만의 전유물은 아닌가보다. 눈 쌓인 길을 자전거로 오른다.

눈 쌓인 바람의 언덕을 걷다

국사성황당도 눈 속에 폭 쌓여있다.

대관령 국사성황당은 강릉단오제의 주신인 서낭신을 모신 곳이다. 강릉단오제는 중요무형문화재 제13호이며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되어 있는데 단오날 행사로서는 가장 대표적인 축제다. 강릉단오제는 음력 4월 5일 신에게 바칠 술을 담그는 것을 시작으로 음력 5월 7일 신을 대관령으로 보내는 제사까지를 말하는데 제사의 대상은 대관령 산신과 국사성황신이다.

눈 쌓인 바람의 언덕을 걷다

국사성황당의 산신각은 김유신장군을 모신다던가...

눈 쌓인 바람의 언덕을 걷다

앙상한 겨울나무가지에 겨우살이가 새집처럼 걸려있다.

음력 4월 보름 이곳 대관령 국사성황당에서 산신제와 국사서낭제를 올리고 서낭신을 모셔다가 강릉 시내에 있는 국사여성황사에 봉안한다. 그 뒤 음력 5월3일에 국사여성황사에 합사했던 국사서낭신과 국사여서낭신을 위한 영신제를 올리고 두 서낭신을 강릉단오제가 열리는 곳으로 모셔 가면 본격적으로 단오제가 열리게 되는 것이라고 한다.

눈 쌓인 바람의 언덕을 걷다

눈 쌓인 선자령 능선길에는 살이 에일 것 같은 칼바람이 분다.

눈 쌓인 바람의 언덕을 걷다

허리까지 빠지는 눈이 쌓였지만 부지런한 길손들 덕분에 길이 트였다.

눈 쌓인 바람의 언덕을 걷다

눈의 나라 속으로 들어온 것 같은 모습에 걸음은 자꾸 늦어진다.

눈 쌓인 바람의 언덕을 걷다

북유럽의 겨울 숲 모습이 이럴까?

선자령

우리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에서 시작한 산줄기 하나가 남쪽으로 벋어 내려서 어머니 산인 지리산에서 마치게 되는데 이 산줄기를 백두대간이라고 한다. 대관령과 선자령은 백두대간 상에 있는 고개이기 때문에 선자령길을 걷는다는 것은 백두대간을 걷는 다는 이야기다.

 

선자령은 높이가 해발 1,157m 나 되는 곳이라서 산기슭부터 오른다면 힘이 많이 드는 곳이지만 걷기 시작하는 대관령이 해발 832m 라서 고도 차이는 325m 이다. 대관령부터 선자령까지는 약 6km 정도의 거리인데, 6km 동안 325m 정도의 고도를 오르는 것이라서 어렵지 않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국사성황당을 지나서 백두대간 능선을 따라 걷기도 하고 숲으로 들기도 한다. 잠깐의 수고로 언덕을 올라 새봉 동해전망대에 서면 강릉 시내가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인다. 능선길에서는 유명한 선자령 칼바람을 마주하게 된다. 바람의 언덕이라는 이름답게 살이 에일 것 같은 바람이 불어오기도 하지만 준비만 잘 한다면 눈길걷기의 진수를 맛보게 된다. 새벽에 오른다면 동해의 일출도 마주할 수 있는 곳이다. 오르내리막이 별로 없는 밋밋한 능선 길을 걷다가 살짝 오르막을 오르면 눈앞으로 갑자기 넓은 설원이 펼쳐지고 커다란 풍력발전용 바람개비들이 보이는데 그곳이 선자령이다. 선자령에는 돌로 만든 커다란 선자령 표석만 하나 서 있을 뿐이고 아무 것도 없는 허허벌판이다.

눈 쌓인 바람의 언덕을 걷다

풍력발전기는 바람의 언덕 선자령의 랜드마크다.

눈 쌓인 바람의 언덕을 걷다

선자령은 나라의 중심산줄기 백두대간이 지나는 곳이다.

예전에는 선자령을 대관산이나 보현산으로 불렀다고 하며 선자령 동쪽 기슭에 있는 보현사에서 보면 선자령이 떠오르는 달과 같다고 하여 만월산이라는 이름도 있었다고 한다. 선자령 표석을 마주 했다면 이제는 내려가는 길만 남았다. 오른 만큼 내려가는 길이지만 올라올 때와는 사뭇 다른 길로 내려가게 된다. 올라올 때 능선길로 올랐다면 내려갈 때는 바람을 피해 걷게 되는 유순한 길이다.

눈 쌓인 바람의 언덕을 걷다

선자령 너머로 풍력발전기는 열지어 있고 길손들은 또 다른 길을 간다.

눈 쌓인 바람의 언덕을 걷다

파란 하늘과 풍력발전기가 그림처럼 어울렸다.

코스요약

  1. 걷는 거리 : 12km
  2. 걷는 시간 : 4시간 30분 (순 걷는 시간이며 답사시간, 간식시간, 쉬는 시간 등은 포함하지 않음)
  3. 걷는 순서
    1. 강릉 바우길 제시 순서 : 대관령 휴게소 ~ (2.2km)바우길 2구간 분기점 ~ (3.4km)한일목장(하늘목장)길 ~ (0.4km) 선자령 능선 우측숲 ~ (0.3km)선자령 ~ (2.6km)동해 전망대 ~ (3.1km)대관령 휴게소
      * 이 코스는 거꾸로 걸어도 된다.
    2. 추천 순서 : 대관령 휴게소 ~ 국사성황당 ~ 동해전망대 ~ 선자령 ~ 선자령 능선 갈림길 ~ 한일목장(하늘목장)길 ~ 바우길 2구간 분기점 ~ 대관령휴게소
      * 강릉 바우길에서 제시하는 순서로 걸을 경우 국사성황당을 놓치게 된다. 바우길 2구간 노선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음 순서로 걷는 것을 추천한다.
  4. 난이도 : 보통

교통편

  1. 찾아가기 : 평창군 횡계에서는 대관령 휴게소까지 가는 버스가 없고 강릉 시내에서는 대관령 휴게소까지 하루에 1회 운행하는 버스가 있으나 평일과 동절기에는 운행하지 않는다. 외지에서 대중교통으로 가는 경우는 일단 강릉시내 또는 평창군 횡계까지 먼저 가고 다시 대관령 휴게소까지 택시로 간다.
    * 차를 가져가는 경우 대관령 휴게소에 주차장이 있다.
  2. 돌아오기 : 찾아가기의 역순이다. 대관령 휴게소에서 평창군 횡계로 나가는 버스는 없고 강릉으로 나가는 버스가 하루에 2회 있으나 평일과 동절기에는 운행하지 않는다.
  3. 주변 관광지 : 대관령양떼목장, 대관령하늘목장, 삼양대관령목장, 의야지바람마을, 국립대관령자연휴양림

걷기 여행 TIP

눈 쌓인 바람의 언덕을 걷다
  1. 자세한 코스정보는 이곳을 참조해주세요. http://www.koreatrails.or.kr/course_view/?course=1204
  2. 화장실 : 시, 종점인 대관령 휴게소에 화장실이 있다.
  3. 음식점 및 매점 : 시, 종점인 대관령 휴게소에 음식점과 매점이 있다.
  4. 숙박업소 : 노선 상에는 숙박업소가 없다. 횡계 또는 강릉 시내로 나가는 것이 좋다.
  5. 코스문의 : 사단법인 강릉바우길 033-645-0990 강릉바우길 www.baugil.org

김영록 (걷기여행가 여행 작가)

2017.02.1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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