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년 공채 32기" ...이재용 회장, 쾌속승진 없이 회장까지 31년

[라이프]by 케이데일리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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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앞으로 회장, 사장이나 팀장, 그룹장 등 서로 직위나 직책을 부르는 것을 금지해 그의 경영철학에 더욱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직원 간에 적용했던 '수평 호칭' 사용 범위를 경영진과 임원까지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삼성전자는 1일 사내망을 통해 '경영진·임원 수평호칭 가이드'를 공지하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습니다.


삼성전자 경영진을 포함한 임직원은 앞으로 영어 이름이나 이니셜, 한글 이름에 '님'을 붙여 수평 호칭을 써야 합니다. 경영진이 참석하는 타운홀 미팅이나 간담회, 임원회의 등 공식 행사에서도 동일한 원칙이 적용됩니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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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임직원에게 본인이 선호하는 이니셜이나 닉네임 등을 내부에 공지하도록 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실용주의' 경영철학이 조직문화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 회장은 '임직원과 회사가 함께 성장하는 조직'을 만드는 데 큰 관심을 두고, 지난해 시행된 미국 실리콘밸리식의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을 지향하는 내용의 새로운 인사제도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재용 회장은 글로벌 시장을 누비며 말 그대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끝에 삼성의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습니다. 이 회장의 회장 취임은 자체로 삼성의 책임경영 의지로 해석됩니다. 이 회장이 걸어온 길에 더 눈길이 쏠리는건 그 때문입니다.

그의 경영철학 어디서 시작 되었나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1991년 12월 삼성전자에 입사하면서 본격적으로 경영을 배우기 시작했고, 이후 삼성전자 내에서 경영기획팀 상무보, 경영기획팀 상무, 전무, 부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 등을 역임하며 승진했습니다.


1998년 조미료 미원으로 유명한 대상그룹 임창욱 명예회장의 장녀이자 9살 연하인 임세령과 결혼했지만 2009년 1,000억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고 합의 이혼했습니다.


현재 임세령은 대상그룹의 부회장으로 재직 중입니다. 그리고 2005년에는 막내 여동생 이윤형이 유학 중 극단적인 선택으로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도 겪게 됩니다.


2014년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병으로 입원한 이후 삼성전자, 나아가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총수가 되었습니다.


2015년 5월 15일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에 선임되었습니다. 그리고 2016년 갤럭시 노트7 폭발 사고 이후 책임을 지고 등기이사의 자리에 올라 본격적으로 경영일선에 뛰어들었습니다.


2020년 10월 25일 이건희 회장이 사망하면서 명실상부한 기업 1인자가 되었습니다.

물론 국정농단 의혹으로 감옥에 수감되는 등 여론이 좋진 않은지라 명목상 삼성전자 부회장에 머물고 있지만, 회장직에 올라서는건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회장이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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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가 갑작스레 쓰러지고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선 2014년부터, 이재용은 상기한 e-삼성 실패로 일각의 우려를 받았으나 이로부터 꽤 시간이 지난 현재 상황을 놓고 평가를 해보자면 삼성을 대체로 잘 이끌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부회장 취임 직후에 한 것이 삼성테크윈 등 비주력부문 사업체를 한화그룹에 매각한 일입니다.

SmartThings, 루프페이, 비브랩스, 하만을 인수하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 자체를 구조조정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측근 외에도 많은 경영진을 뽑았고, 실제로 삼성은 이재용이 실질적으로 그룹을 이끌기 시작한 2014년 이후 전무, 상무급 임원진이 크게 늘었습니다.


임원진급 승진 인사 인선 과정에서 딱히 잡음이 나온 적도 없으며, 이후 이재용식 인사를 통해 뽑힌 경영진과 그 경영진들이 뽑은 사원들이 이끄는 삼성그룹은 이건희 시대보다 더 커진 초대기업임에도 여전히 성장세를 유지하며 매우 우수한 실적을 올리고 있습니다.


2018년에는 기록적인 반도체 호황을 기록하며 무려 영업이익 58조원을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부친인 이건희 회장 시절에도 못 이룬 업적. 반도체 호황이 끝나가면서 잠시 주춤했지만 2020년 기준으로도 삼성전자의 2019년 4분기 실적은 영업이익 7조원을 넘어가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습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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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020년 3분기 발표에서 무려 영업이익 12조 3,000억의 서프라이즈를 경신하며 초호황이 끝나고도 우수한 경영 실적을 거두었습니다.


삼성은 이병철이 창업하여 국내 대기업으로 키워낸 것을 이건희가 공격적인 경영으로 글로벌 대기업으로 거듭나게 했다면, 이재용은 이를 지키고 한단계 더 높은 차원을 추구하는 수성형에 가까운 타입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삼성은 이미 초거대 기업이므로 리스크를 짊어지는 도박성 공격 위주의 경영보다는 까먹지 않는게 더 중요할 수 있기 마련인데, 이런 상황에서 이재용은 마이너스의 손이라던 세간의 평가를 뒤집고 준수한 실적을 올리며 삼성을 이끌고 있습니다.


또한 그동안 삼성 경영진이 비판받던 무노조 경영이나 삼성 반도체 공장 백혈병 문제, 편법, 불법 승계 문제 등에서도 이와 결별하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데, "삼성이 완성형 기업에 위치한 만큼 사회적인 요구에 발 맞춰서 제대로 기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2020년 5월 이재용 본인이 준법감시위의 권고를 받아들여 삼성의 무노조 경영 방침을 폐지할 것임을 밝혔고, 여기에 더불어서 시민사회와 소통을 추진, 특히 삼성의 성역이었던 경영권 승계 문제에 본인이 직접 자식 승계는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습니다.

최고의 매출과 경영능력..회장자리에 머무를 수 있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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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27일, 삼성전자 이사회는 회의를 열어,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승진안을 의결했습니다.


이로서 이재용은 부회장 취임 후 10년, 이건희 회장 2주기 기일이 이틀 지난 후에 회장으로 승진했습니다.


이재용 회장은 별다른 취임식이나 행사를 진행하지 않고 당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공판에 출석한 자리에서 “제 어깨가 많이 무거워졌다, 국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신뢰받고, 더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겠다, 많은 국민들의 응원 부탁드립니다."라는 소감을 밝혔습니다.


2022년 광복절 사면으로 등기이사 등재도 가능해졌지만, 등기이사로 선임되지는 않았는데 아직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재판이 남아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입니다.


2022년 삼성은 미국 연준의 긴축 정책의 영향으로 순이익과 주가 모두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또한 단기 이익만 바라보고 원가절감을 함으로써 오랜기간 쌓아온 끊임없는 혁신과 고급스러움이라는 갤럭시 브랜드의 위상이 사라졌고, 애플에 국내 점유율마저 잠식당하고 있습니다.


이재용 회장이 취임한 직후부터 삼성에 산적한 현안들이 많은 만큼, 앞으로 이것을 어떻게 헤쳐나갈지가 이후 이재용 회장 시대 삼성의 평가를 가를 것입니다.


나주호 기자 darkyjim8429@gmail.com

2023.03.14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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