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A는 시작…라이엇 미디어믹스의 끝은 마블?

[테크]by 쿠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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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오브레전드(LoL)'. 사진=라이엇 게임즈 제공

[편집자 주] 현실과 가상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 속 캐릭터에서 탄생한 K/DA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가상 그룹이다. EP 앨범을 발표하고 팬들과 SNS로 소통하는 K/DA를 위해 팬들은 컴백을 기념하는 옥외 광고를 게시하고 2차 창작물을 쏟아낸다. 게임과 대중문화, 현실과 허구의 경계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는 K/DA를 쿠키뉴스가 [과몰입편]과 [현실편]으로 나눠 다각도로 들여다봤다.

[쿠키뉴스] 강한결 기자 = 올해로 정식서비스 11주년을 맞이한 LoL의 세계관에는 룬테라라는 행성이 등장한다. 룬테라라는 이름은 Rune(룬 문자)과 terra(땅)의 합성어로, 대강 마법의 땅이라는 의미다. 크게 발로란, 남대륙, 아이오니아의 세 대륙과 그림자 군도, 바다뱀 군도(푸른 불꽃 제도)의 두 군도, 그리고 발로란 북쪽과 동쪽에 있는 땅으로 나뉘어져 있다. 룬테라에 살고 있는 챔피언들은 각각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LoL에는 룬테라 외에도 다른 세계관이 존재한다. 라이엇은 다중 멀티버스라고 설명하는데, 이는 주로 스킨 콘셉트 기반으로 구성된 것이다. 룬테라의 강력한 '암살' 챔피언이 또다른 세계관에서는 뛰어난 뮤지션으로 살아가는 식이다.


아이오니아의 닌자 아칼리는 패권주의 국가 녹서스의 침공에 맞서 홀로 싸우고 있다. 아칼리는 아이오니아의 안전을 위해 위협이 되는 적을 암살하기로 결정했다. 암살자의 길을 걷는 아칼리는 과묵하면서도 강단있는 성격으로 유저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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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룬테라 세계관의 아칼리와 K/DA 세계관 아칼리. 사진=라이엇게임즈 제공

반면 K/DA 세계관 속 아칼리는 다양한 도시에서 거리의 아티스트와 공연을 즐겨하는 래퍼다. 그는 무술과 랩 실력을 겸비했으며, 특히 가사가 돋보이는 랩과 펑크 닌자 스타일로 많은 사랑을 받는 뮤지션이다. 15세 때 큰 화제가 된 서바이벌 랩 배틀 참가했다는 이력도 가지고 있다. 아울러 K/DA 활동 이후 아칼리는 트루데미지라는 힙합그룹을 만들어 또 한 번 자신의 매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캐릭터가 가진 IP(지식재산권)를 OSMU(One Source Multi Use)로 활용한 좋은 사례다.


최근 게임업계의 트렌드는 IP(지식재산권) 확장이다. 단순히 주력 IP를 사용해 신작 게임을 제작하는 것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대중문화 전반에 진출해 미디어 영향력을 넓히는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2010년대 초반까지 이같은 흐름을 주도하는 것은 닌텐도와 블리자드였다. 닌텐도의 경우 '슈퍼 마리오'와 '포켓몬스터'를 필두로 애니메이션·영화 등 영상 콘텐츠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블리자드의 경우 '디아블로',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등 심도있는 스토리의 작품을 활용했다.


2010년 후반부터는 블리자드와 닌텐도의 양강구도에 지각변동이 생기기 시작했다. 'LoL'의 제작사 라이엇게임즈가 급성장하며 3강 구도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LoL 세계관을 성공적으로 정립한 라이엇은 이를 통해 다양한 미디어믹스 제작물을 선보이고 있다.



▲ POP/STARS - Opening Ceremony Presented by Mastercard | Finals | 2018 World Championship


대표적인 것이 K/DA다. K/DA는 LoL 챔피언인 '아리', '이블린', '아칼리', '카이사'로 구성된 가상 그룹으로 2018년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 당시 데뷔곡 ‘팝/스타스(POP/STARS)’를 선보이며 등장했다. ‘팝/스타스’의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조회 수 3억 회 이상을 기록할 정로도 막대한 호평을 받았다.


단발 이벤트로 끝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라이엇은 더욱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파리에서 열린 롤드컵 결승전 당시엔 LoL 가상 힙합 그룹인 트루대미지가 공개됐다. 트루대미지는 독특한 음악과 패션 스타일로 K/DA와 또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내며 현장에서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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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A의 ‘팝/스타스’(POP/STARS) 음원 아트. 사진=라이엇 게임즈 제공

그동안 라이엇은 롤드컵 시즌마다 메인테마가 담긴 영상을 공개해왔다. 이매진 드래곤, 앨랜 워커, 제드(Zedd) 등 유명 뮤지션이 작업에 참여하면서 테마곡의 퀄리티도 점점 올라갔다. 앞서 언급된 K/DA와 트루데미지 그룹에는 모두 아칼리가 등장하는데, 한국 걸그룹 (여자)아이들의 멤버 소연이 역할을 맡기도 했다. 유저 사이에서는 이미 라이엇은 '음원맛집'이라는 호평도 받고 있다.


음원과 함께 영상 콘텐츠의 퀄리티도 높아지고 있다. 라이엇은 LoL의 신 챔피언 혹은 새로운 스킨이 공개될 때마다 이와 관련된 영상을 공개한다. 앞서 라이엇이 선보인 시네마틱 영상들은 3d풍으로 제작돼 실사와 흡사하게 만들어졌다.


하지만 8월 공개된 '영혼의 꽃' 캠페인 관련 영상인 '형제의 피로 얼룩진 검'은 애니메이션적인 화풍이 짙게 묻어난다.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일본 작품과 비교해도 높은 완성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유저들의 높은 기대치를 만족시킨 '형제의 피로 얼룩진 검'은 유튜브에서 현재 120만여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 형제의 피로 얼룩진 검 | 2020 영혼의 꽃 시네마틱 - 리그 오브 레전드


이번 영상의 내러티브는 내년 출시를 앞두고 있는 싱글플레이 기반 턴제 RPG '몰락한 왕: 리그 오브 레전드 이야기(몰락한 왕)'과도 이어진다. LoL표 룬테라 세계관이 점점 확대되고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시다.


룬테라 세계관은 이제 게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라이엇은 2021년 LoL 내 등장지역인 필트오버와 자운을 배경으로 '징크스', '케이틀린', '바이' 등의 챔피언의 탄생과 그들을 갈라놓은 힘을 주제로 한 애니메이션 TV 시리즈 '아케인'을 선보인다.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라이엇의 행보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블리자드가 세계 최고의 유명 게임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던 것은 '워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등 개성넘치고 훌륭한 IP를 다수 보유하고 있기 가능한 일이었다"며 "현재 라이엇은 2010년대 초반 블리자드와 굉장히 닮아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라이엇의 영상 콘텐츠의 퀄리티가 급상승했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게임 외적으로도 점점 영향력을 키워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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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정수를 보여준 '어벤져스: 엔드게임'. 사진=월트디즈니 코리아 제공

라이엇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은 게임업계 뿐만이 아니다. 애니메이션 제작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최근 업계 종사자 사이에서는 라이엇이 향후 마블처럼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냐는 얘기도 나온다"며 "영상 퀄리티는 이미 언터쳐블이고 스토리텔링과 내러티브도 매우 탄탄해졌다"고 강조했다.


코믹스로 시작한 마블은 영화·애니메이션·TV시리즈·게임까지 범위를 넓혔고, 현재 대중문화에 가장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조직으로 발돋움했다. 2009년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의 자회사로 편입된 마블엔터테인먼트는 현재 최고의 캐시카우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내년이면 창업 15주년을 맞는 라이엇의 광폭행보는 계속되고 있다. 게임산업뿐 아니라 대중문화 전반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만약'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야겠지만, 10년 후 우리는 라이엇 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 영화, 음원을 게임이라는 굴레 밖에서 즐기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sh04khk@kukinews.com

2020.11.30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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