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도시` 충주에서 유유자적 여름나기

[여행]by 매일경제

충주호에서 수상레저 즐기고

수변 공원서 한여름 망중한

 

우륵이 가야금 뜯은 탄금대엔

왜구 침략에 죽음으로 맞선

신립장군 결기 전해지는 듯

 

한국 첫 정크아티스트 오대호

아트팩토리 열어 6천여점 전시

 

여행할 때 버리면 버릴수록 좋은 것이 있다. 바로 기대감이다. 특히 국내 여행을 떠날 때 더 그렇다. 국내를 다니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보물을 발견할 때가 종종 있는데, 백이면 백, 기대도 안 했던 장소에서 발생한다. 7월 중순에 다녀온 충주 여행이 딱 그랬다. 기대하지 않고 떠난 낯선 소도시에서 의외로 큰 재미를 발견했다.

뿌리 깊은 고장 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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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 중앙탑 사적공원 바로 옆에 탄금호 국제조정경기장이 있다. 남한강 줄기를 따라 조정 연습을 하고 있는 선수들.

차라리 몰랐으면 덜했을 텐데, 1박2일 인연을 맺고 나니 더 미안해졌다. 허구한 날 '청주'와 헷갈렸던 지난 시절이 부끄러웠다. 그래서 이 기회에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겠다. 뿌리 깊은 역사의 도시, 충주에 대해 말이다.


청주와 매일같이 헷갈리는 도시 충주는 스스로 '한국의 중심 도시'라고 우긴다. 정말 미안하지만 처음엔 코웃음이 났다. 이렇게 존재감이 없는 곳이 우리나라의 중심이라니. 충주에 다녀왔다고 하면 10명 중 9명이 '청주'를 말한다. 그럴 때면 민망함을 무릅쓰고 대화를 끊어낸다. "거기는 청주고요. 제가 다녀온 곳은 충주입니다. 남한강을 끼고 있는 그 도시요. 충주호가 있는…." 이쯤 되면 이름을 탓해야 하는 거 아닐까.


아이러니하게도 충주 사람들은 '충주'라는 이름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다시, 별명으로 돌아가서 충주 사람들은 '대한민국 중심 고을 충주'를 캐치프레이즈처럼 말한다. 공문서에도 늘 들어 있는 문구다. '忠(충성 충)' 자를 뜯어보면 '가운데 중(中)'과 '마음 심(心)'이다. 말 그대로 중심 고을이다.


신라 때 충주의 이름은 중원(中原), 중심 벌판이라는 뜻이다. 충주는 남쪽과 북쪽을 이어주는 중간자 역할을 했다. 신라시대에는 전국 5개 주요 도시였고, 고려 때는 지방 통치 거점 12개 중 하나였다. 충청도라는 것도 충주와 청주를 합해 만들어진 이름이니 예전엔 끗발깨나 있던 동네다. 충북 관찰사도 충주 땅에서 지역을 관리했지만 1908년 청주에 도청을 내줬다.

한 사람의 인생을 담다 '오대호 아트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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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문 연 오대호 아트팩토리. 한국관광공사가 지정한 강소형 잠재 관광지다.

충주 땅에 들어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복합문화공간 '오대호 아트팩토리'였다. 정크아트 전문 환경미술가 오대호 관장(65)이 운영하는 '오대호 아트팩토리'는 한국관광공사가 지정한 강소형 잠재 관광지다. 강소형 잠재 관광지는 지역의 알려지지 않은 관광지를 발굴하고 지자체와 협력해 육성해나가는 사업으로 올해 첫선을 보였다.


2019년 5월 문을 연 오대호 아트팩토리는 양성면 옛 농암초등학교 터에 들어섰다. 오대호 관장의 정크아트 작품 10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그는 20년 전 정크아트를 시작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정크아티스트다. '대통령 별장' 청남대 헬기장 앞에 봉황 작품, 보은펀파크의 2000여 점을 포함해 현재까지 약 6000점의 작품을 작업했다.


오 관장은 정통 미술학도가 아니다. 20년 전 플라스틱 재활용 공장을 운영하다가 문을 닫고 우연한 계기로 알게 된 정크아트에 빠졌다. 그는 기계과 출신이다. 처음 정크아트를 시작했을 때 비주류라고 욕을 하도 먹었다. 그래서 미대를 다시 가서 졸업장도 땄다.


"정통 조각가들의 예술세계를 따라갈 수 없어요. 그래서 저는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자. 대중적으로 팝아트를 하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아이들이 와서 작품을 마구 만지고 심지어는 부숴도 괜찮습니다. 다치지만 않으면 돼요."

알고 보니 물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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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를 날려주는 수상레저 디스코팡팡.

충주의 또 다른 별명은 바로 '물의 도시'다. 지도를 들여다보면 직관적으로 이해가 된다. 충주시 중심에는 무려 4개의 굵직한 물줄기가 지난다. 동쪽에서 충주시청을 휘감아 북쪽으로 이어지는 남한강, 충주시청을 기준으로 남쪽엔 달천이, 서쪽엔 요도천이 흐른다. 그리고 충주를 대표하는 명소마다 수려한 물줄기를 끼고 있다. 우륵이 가야금을 뜯었다는 '탄금대', 통일신라에 지어진 석탑 중 가장 규모가 큰 '충주 탑평리 칠층석탑(중앙탑)', 사시사철 아름다운 풍광을 보여주는 '충주호' 등이 대표적이다. 강에 들어가 수상레저를 즐겨도 좋고, 물을 끼고 조성된 공원에 자리를 잡고 망중한을 즐겨도 된다.


충주호반에 수상레저 업체가 6~7개 정도 된다. 다 같은 물이로되 조금이나마 풍경이 독특한 곳을 찾는다면 탄금대교와 탄금교가 만나는 지점으로 가면 된다. 이곳에만 업체 3개가 영업 중이다. 수상스키·웨이크보드 강습은 물론 바나나보트, 땅콩보트, 디스코팡팡 같은 일반인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물놀이 기구를 갖추고 있다.


탄금대와 중앙탑을 중심으로 각각 공원이 형성돼 있다. 탄금대가 약간 높낮이가 있는 구간인 반면, 중앙탑 주변은 평평하다. 탄금대는 신라 악성 우륵이 이곳에서 가야금을 뜯었다 해서 이름 붙여졌다. 탄금대는 임진왜란 전적지이기도 하다. 신립 장군이 배수진을 치고 왜구에 맞서 싸우다 이곳에서 자결했다. 탄금대의 클라이맥스는 '열두대'였다. 신립 장군이 적군과 싸우면서 활을 식히기 위해 암벽을 열두 번이나 타고 내렸다는 전설이 깃든 장소다. 남한강이 시원스레 내려다보이는 전망대에서 사진을 찍고 흘러가는 강물에 시선을 던져본다.


햇살이 누그러드는 오후 5시쯤엔 '충주 탑평리 칠층석탑'을 보러 갔다. 우리나라 중앙부에 위치한다고 해서 '중앙탑'이라고 불린다. 구릉 위에 높게 세워진 탑 주변으로 푸른 잔디밭이 펼쳐졌다. 수려한 노송이 그늘을 내주고 바라만 봐도 가슴 뻥 뚫리는 공원가를 두르고 있다. 쿠션감 빵빵한 잔디밭을 거니는데, 적막을 깨는 고함이 들린다. 조정 연습하는 소리다. 키잡이가 노를 젓는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소리를 지른다. 휘적휘적 노를 한 번 저을 때마다 날렵하게 생긴 배가 앞으로 쭉쭉 밀려 나갔다.


글·사진 = 홍지연 여행+ 기자(충주)

2019.08.02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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