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다리로 남미 땅끝까지…1만4500㎞ 걸은 父情

[라이프]by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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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1만4500㎞ 걸은 예슬리 아란다. [AP = 연합뉴스]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은 베네수엘라 남성이 의족에 의지해 남미 대륙을 종단하는 데 성공해 화제다.


57세 예슬리 아란다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은 딸에게 삶의 용기를 되찾아 주기 위해 지난해 여름 배낭만 하나 메고 길을 나섰다.


19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아란다는 꼬박 1년 동안 1만4500㎞를 걸어 지난 17일 남미 최남단인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에 도착했다. 우수아이아는 눈 덮인 산으로 둘러싸여 절경을 자랑하는 마을로 극지방과 가까워 추운 날씨로 알려져 있다. '세상의 끝'이라고 쓰인 표지판에 다다른 아란다는 "나는 지금 나의 꿈을 살고 있다"며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자신만의 꿈을 좇으라는 것 그리고 그것을 정복하라는 것"이라고 벅찬 소감을 전했다.


버스 운전기사였던 아란다는 2013년 8월 베네수엘라 바리나스주를 지나다 마주 오던 트럭과 부딪치는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었다. 버스에 함께 타고 있던 딸은 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잃고 왼쪽 다리를 심하게 다쳤다. 아란다는 15일간 혼수상태에 있다가 회복한 뒤 의족에 의존해 걸을 수 있게 됐지만, 사고 당시 17세 어린 나이였던 딸 파올라 아란다는 적합한 보조기구를 구하지 못했고 현재까지 휠체어를 타고 생활한다. 아란다는 "걷는 모습을 통해 우리가 마주한 고난을 뚫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딸에게 알려주고 싶었다"고 여정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아란다는 또 하이퍼인플레이션과 경제 파탄에 시달리는 베네수엘라 국민에게도 용기를 전했다. 그는 "여행 중 만난 베네수엘라 난민은 대부분 사정이 나아지면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다"며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 힘을 내라고 말한다. 우리 삶에 불가능한 일은 없고 우리나라도 언젠가는 다시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30달러를 갖고 길을 나선 아란다는 도중에 팔찌를 팔아 여행경비에 보태는 등 여러 어려움을 겪었지만, 똑같은 방식으로 베네수엘라로 돌아갈 계획이다.


길을 가다 만난 사람들의 도움은 그에게 큰 힘이 됐다. 한 의족회사는 그에게 알루미늄 의족을 선물했고, 어느 신발회사는 베네수엘라 국기 색깔로 된 운동화를 전달했다. 우수아이아까지 가는 동안 많은 사람이 잠자리를 내어주며 그의 여정을 응원했다. 안데스 산맥을 넘는 등 험준한 길을 지날 때는 오가는 차를 얻어타는 도움을 받기도 했다.


아란다는 "장애가 없음에도 큰 꿈을 잊어버린 채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며 "사람들에게 어려운 현실에도 그들이 꿈꾸는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문가영 기자]

2019.08.22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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