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설 아래, 벚꽃 아래, 당신과 호수만이…

[여행]by 매일경제

호수와 호빗의 도시 `뉴질랜드 퀸스타운`

 

한겨울에 만나는 완연한 봄

빙하가 만든 와카티푸 호수

볼때마다 색 달라지는 매력

 

세계 최초 번지점프 이곳에

11층 높이서 중력에 몸맡겨

스릴만점 보트투어도 `필수`

 

영화 반지의 제왕 만들어진

국립공원서 힐링 트레킹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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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카티푸 호수는 바람, 구름, 햇빛 등에 따라 매번 물 색깔이 달라져 신비스러운 느낌을 전한다.

창밖 너머 멀리 산봉우리에 희끗희끗 눈이 쌓인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시선을 가까이 두니 웬걸. 벚꽃이 만발해 있다. 분홍 꽃망울 꽃도 고개를 내민 채 일광욕 채비가 한창이다.


잠자리가 바뀌어서일까. 평소보다 일찍 눈을 떴다. 갈증이 밀려왔다. 불현듯 전날 가이드의 말이 떠올랐다. "방에 생수가 없으니 그냥 수돗물 드세요." 살짝 꺼림칙했지만 욕실에 가 수도꼭지를 틀었다. 쏴! 경쾌한 소리만큼 물맛도 좋으려나? 한 모금 삼켰다. 개운했다. 벌컥벌컥 한 잔을 말끔히 비웠다. 내가 있는 이곳? 뉴질랜드의 퀸스타운이다. 여기 사람들, 그러니까 키위(KIWI) 스타일이다. 워낙 청정지역으로 손꼽는 곳이다 보니 물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르다. 참, 키위라고 하니 과일 키위를 떠올릴 수 있지만 뉴질랜드 국조인 키위 새를 말한다. 뉴질랜드에는 뱀이나 포식동물이 드물어 날개가 퇴화한 키위는 새지만 날지 못하는 슬픈(?) 얘기가 전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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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만개한 퀸스타운.

창밖 너머 멀리 산봉우리에 희끗희끗 눈이 쌓인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시선을 가까이 두니 웬걸. 벚꽃이 만발해 있다. 개나리와 진달래 느낌의 분홍 꽃망울 꽃도 고개를 내민 채 일광욕 채비가 한창이다. 우리와 계절이 반대라는 것을 새삼 실감하는 순간이다. 그랬다. 겨울로 치닫는 한국과 달리 뉴질랜드는 봄과 여름 사이를 거니는 중이었다. 그래서 바로 이때를 뉴질랜드 여행하기 가장 좋은 시기로 꼽는 이가 많다. 물론 사시사철 매력적이라는 게 관광청의 입장이지만 솔직히 10월부터 2월까지가 으뜸 시즌이다.


퀸스타운 시내는 자그마하다. 서너 시간이면 골목골목을 누비는 데 충분할 정도다. 다만 저녁은 가족과 함께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어 오후 3~4시에 문을 닫는 곳이 많다. 이 때문에 시내 구경을 하고 싶다면 낮 일정을 서두르는 게 좋다. 우리 일행도 아침 일찍 차에 올랐다. 십수 분을 달렸을 때 흡사 바다라 불러도 믿을 법한 거대한 호수의 위용에 일동은 "우와" 하는 탄성을 내질렀다. 더구나 호숫가를 낀 도로를 따라 햇빛에 반사되는 물빛이 조금씩 다른 색을 띠는 게 신기했다. "퀸스타운은 와카티푸 호수를 중심으로 한 호반도시입니다. 빙하가 녹아 만든 빙하호인데요. 바람의 세기, 구름의 양, 햇빛의 강도 등에 따라 물 색깔이 매번 다르게 나타납니다. 어제, 오늘, 내일, 볼 때마다 다른 호수예요." 가이드의 말을 들으니 신기를 넘어 신비에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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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릿함과 청량감 안겨주는 다트강 제트 사파리.

와카티푸 호수를 즐기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호수를 바라보며 뛰어내리는 번지점프와 호수 위를 내달리는 보트투어다. 다만 호수의 본류에서는 아니다. 물의 줄기가 달리 나 있는 카와라우강과 다트강에서 즐길 수 있다. 우선 번지점프. 세계에서 최초로 번지점프란 것을 시작한 곳이 카와라우강에 있다. 원래는 뉴질랜드 인근 섬나라 원주민이 성인식을 기념하기 위해 행하던 의식 중 하나였다. 지금처럼 안전장치가 없던 때였을 텐데 신고식 한번 짜릿하게 치렀다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이곳은 세계 최초의 번지점프를 경험하기 위해 연간 10만명 넘는 관광객이 몰린다. 이곳 A J 해킷 번지점프대는 수면까지 43m, 아파트 11층 높이다. 세계 최고 높이라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블루크란다리의 216m에는 범접할 수 없지만 그래도 난간 위에 섰을 때의 심장 쫄깃해지는 기분은 매한가지다. 그럼 필자도 뛰었냐고? 아쉽게도 시간과 여건상 뛰는 건 다음 기회로 미뤘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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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호빗으로 만드는 `반지의 제왕` 의자.

또 다른 즐길거리인 보트투어는 다트강 줄기에서 행해진다. 공식 명칭은 다트 리버 제트 사파리. 제트가 들어간 것에서 짐작이 가듯 쾌속으로 질주한다. 그냥 직진만 하는 게 아닌 360도 턴부터 좌우 쏠림 현상이 어마어마하다. 다트강 역시 빙하수가 원천이라 달리다 잠시 멈추면 강바닥까지 훤히 내려다보인다. 짜릿함과 청량감을 동시에 맛볼 수 있다. 강줄기 끝자락에는 마운트 어스파이어링 국립공원이 있다. 영화 '반지의 제왕' '호빗' 등 대작들이 주된 촬영을 한 곳이다. 공원에 들어서자마자 압도적인 높이의 나무 수천 그루와 마치 원시시대에서나 볼 법한 풀과 이끼 군락이 우리를 맞았다. 영화 속 분위기가 눈앞에 그대로 소환된 느낌마저 들게 했다. 이곳 트레킹의 하이라이트는 10여 분 산속 깊숙한 곳에 들어가 만날 수 있었다. '반지의 제왕'에 실제로 쓰였던 거대한 나무의자가 그 주인공이다. 한달음에 올라가기조차 힘든 높이의 의자에 걸터앉으면 207㎝의 서장훈이 온다 해도 호빗이나 엘프로의 변신을 마다할 수 없다. 한바탕 인증샷과 웃음꽃을 피우게 한 묘한 매력의 의자에 퀸스타운 여행에서의 '제1 추억'을 새겼다.

퀸스타운 100배 즐기는 TIP

  1. 한국에서 퀸스타운까지 직항은 없다. 오클랜드에 내려 국내편을 타고 2시간가량 더 가야 한다. 에어뉴질랜드는 오는 23일부터 인천~오클랜드에 직항 노선을 띄운다. 월·목·토요일 주 3회 운항하며, 성수기인 12월 말부터 2월 중순까지 주 5회로 증편한다. 갈 때는 11시간, 올 때는 12시간이 걸린다. 이코노미 스카이 카우치 좌석이 흥미롭다. 세 개의 이코노미 좌석을 합친 후 다리를 뻗는 빈 공간에 소파베드 형태의 풋레스트까지 장착해 비행 내내 편안히 누워갈 수 있다.
  2. 한국과 뉴질랜드는 무비자 협정을 맺어 3개월까지 비자 없이 체류할 수 있다. 다만 10월부터 사전에 ETA(전자여행허가증)와 IVL(환경보존기금)을 발급받아야 한다. ETA는 최대 12뉴질랜드달러, IVL은 35뉴질랜드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최대 72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두는 것이 좋다.
  3. 시차는 뉴질랜드가 한국보다 3시간 빠르다. 다만 내년 4월 초까지는 서머타임제를 시행해 4시간 차이가 난다.

퀸스타운(뉴질랜드) = 장주영 여행+ 기자

2019.11.13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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