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B 동독 첩보요원, 마침내 2036년까지 대통령직 길 텄다

[이슈]by 매일경제

'제 3·4·6·7·8·9대 대통령 '


그가 러시아 정치권에 등장했던 때만해도 이 정도까지 권력 욕구를 무한실현할 인물이 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에게 정치적 입지를 마련해 준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오는 2036년까지 대통령직을 계속 수행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제3대 러시아 대통령을 시작으로 4대와 6대(현 재임기간·2018~2024년)를 거쳐 마침내 최근 개헌 국민투표에서 승리해 오는 8~9대(2024~2036년) 대통령직까지 수행할 수 있는 법적 요건이 완성된 것이다.


◆러시아 개헌투표서 압도적 찬성 이끌어내


러시아는 대통령직의 3연임을 금지한다. 푸틴 대통령은 2000~2008년까지 임기 4년의 대통령직을 연임(3·4대)했다.


3연임이 불가한터라 그는 부총리였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를 대통령에 올리고, 이후 2008~2012년까지 4년간 총리 자리로 이동했다.


뒤이어 2012년과 2018년 다시 2연임에 성공했다. 그런데 4번의 대통령직과 두 번의 총리직으로도 그의 권력욕구는 채워지지 않았다.


헌법 상 대통령 임기 조항에서 기존 대통령직 수행 횟수를 '제로'(0)로 만드는 입법기술을 발휘하고, 해당 개헌안을 최근 국민투표에 부쳐 77%가 넘는 찬성을 얻었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7월 1일 개헌 투표가 마무리되고 한국시간으로 2일 오전 98%의 개표율을 기준으로 개헌이 찬성 통과됐다.


오는 2024년 제7대 러시아 대통령으로서 임기가 끝난 뒤 푸틴은 다시 대선에 도전해 12년 간 연임 기회를 도모할 수 있게 됐다.


◆동독 첩보요원으로 스탈린보다 더 긴 임기 가능


36년이라는 기간 동안 대통령과 총리로 막대한 권력을 누리게 만들어준 인사는 옐친 전 대통령이었다.


1999년 12월 옐친 전 대통령은 사임을 발표하고 대통령 직무대행으로 KGB 정보요원 출신이자 자신의 최측근인 푸틴을 찍은 것이다.


푸틴은 독일에서 오랜 첩보 경력을 쌓아온 인물로 당시 47세였다.


어린 시절 소련 국가안보위원회(KGB)에 들어가는 게 꿈이었던 그는 1975년 레닌그라드(현 상트 페테르부르그) 국립대학 법학부를 졸업하면 KGB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1975년 이 대학에 입학했다. 입학과 동시에 KBB에 투신해 독일 통일 전 동독에서 굵직한 첩보 경력을 쌓았다.


정확한 시점은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그는 동독 공산정권의 붕괴를 목격하고 동서독 통일이 이뤄진 뒤인 1990년대 초반 소련으로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1983년에는 항공사 승무원 출신이었던 5세 연하 아내와 결혼했다. 그러나 결혼 후 리듬체조 국가대표 선수였던 알리나 카바예바와 염문설 등 외도 논란을 일으켰다.


결국 부인 류드밀라와 2004년 이혼한 후 지금까지 공식적으로는 재혼 없는 독신남 대통령으로 살고 있다. 푸틴이 지금처럼 정치 후계자를 만들지 않고 8·9대 대통령직까지 내리 도전할 경우 그는 구소련 체제에서 31년간 장기집권한 스탈린을 뛰어넘는 최장기 집권자로 역사에 기록된다.


◆中시진핑 장기집권에도 영향··글로벌 패권서 '러·중 입김' 커질 듯


푸틴의 장기집권은 단지 러시아라는 한 국가의 내치에 관한 이슈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의 장기집권은 마찬가지로 장기권력욕을 노출해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밀착공조로 이어져 러·중의 세계 패권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


이미 시진핑 국가주석 역시 지난 2018년 우리의 국회 격인 전인대(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국가 주석직을 3번 이상 연임할 수 있도록 하는 개헌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시 황제'라는 별명이 붙은 시진핑 주석은 중국의 글로벌 패권전략인 일대일로 정책에서 푸틴 대통령과 찰떡공조를 과시할 가능성이 크다. 푸틴이 시 주석의 일대일로 정책을 밀어주고 시 주석은 푸틴의 중동 내 영향력 확대를 돕는 주고받기식 외교가 바로 그것이다.


실제 러시아는 최근 미국이 반중국 연대를 목표로 현재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틀에 한국·인도·호주 등이 새롭게 추가된 'G11'로 확장하자는 제안에 대해 중국도 함께 참여하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와 함께 푸틴은 지난해 4월 베이징까지 건너가 중국의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 참석해 시 주석과 밀월을 과시했다.


당시 시 주석의 모교인 칭화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두 달 뒤에는 시 주석이 러시아를 방문한 계기에 푸틴의 모교인 상트페테르부르크대를 찾았다. 푸틴은 이 ? 시 주석이 대학에 도착해 명예박사 학위를 받고 행사장을 떠날 때까지 자리를 함께 했다.


미국 외교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권위주의 스타일의 두 리더가 밀월관계를 확장할수록 세계 질서에서 자유 민주주의 흐름이 퇴보할 수 있다고 염려하고 있다.


[이재철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약력


2018.05 ~현재 = 제7대 러시아 대통령


2012.05 ~ 2018.05 = 제6대 러시아 대통령


2008.05 ~ 2012.05 = 제10대 러시아 총리


2004.05 ~ 2008.05 = 제4대 러시아 대통령


2000.05 ~ 2004.05 = 제3대 러시아 대통령


1999 = 러시아 대통령 권한대행


1999.08 ~ 2000.05 = 제6대 러시아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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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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