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영화 '소년시절의 너', "입시 때문에 학폭 참는 세상…애를 낳고 싶은가?"

[컬처]by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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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우들은 첸니엔을 노골적으로 괴롭히고, 어른들은 알면서 외면한다. [사진 제공 = 영화특별시 SMC]

인권에 대한 얘기가 그 어느 때보다 많음에도 나날이 학교폭력은 수위를 높인다. 미성년자가 포주가 돼 동급생을 성매매시키고, 피해자가 폭행당하는 영상을 찍어 웃으며 돌려본다. 일련의 학내 가혹행위가 서구권보다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에서 더 자주 이슈가 되는 이유가 있을까. 중국 영화 '소년시절의 너'(감독 증국상)는 주요 원인으로 입시 위주의 교육 시스템을 지목한다.


영화는 우등생 소녀 첸니엔(주동우)의 이야기다. 명문대에 입학하면 쪽방 인생에 한 줄기 빛이 들 거라 믿는 그는 시끄러운 가정사 속에서도 공부에 집중한다. 그러나 학교폭력의 희생양이 된 친구를 애도한 이후 자신도 피해자가 되며 학업에 위기를 맞는데. 베이징대에 '꼭 입학해야' 하는 첸니엔이 뒷골목 소년 베이(이양천새)에게 신변 보호를 요청하며, 두 사람의 불안한 동행이 시작된다.


등장인물 대부분은 학폭 문제를 잘 알고 있다. 문제의 해결을 미룰 뿐이다. 얼마 남지 않은 가오카오(高考·중국 수학능력시험)는 보류의 좋은 핑계가 된다. "일단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만 참자"는 말은 피해자가 했을 땐 인내의 주문이 되지만, 어른들이 했을 땐 방관·무책임의 동의어일 뿐이다. 교사도 경찰도 모두 입시가 먼저라고 하기에 학생의 인권과 생명은 나중이 된다.


첸니엔 본인도 학교폭력의 방관자이긴 마찬가지였다. 영화 초반 자살한 친구는 사망 직전 자주 도움을 요청했지만 첸니엔은 외면했다. 혹시라도 자신에게 불똥이 튀어 시험 준비에 방해받을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 영화는 최근 학교폭력을 다룬 작품들과 다른 길을 걷는다. 한국 영화 '방황하는 칼날', 일본 '고백' 등이 강력범죄 가해자를 과하게 보호하는 소년법 개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면, '소년시절의 너'는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지나친 긴장감을 부여하는 교실 공간 자체를 문제시하는 것이다. 범죄가 발생한 뒤 처벌을 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처음부터 학내 폭력이 발생하지 않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겠냐는 지적이다.


'동탁적니'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에 출연하며 중화권 최고 스타로 떠오른 주동우의 열연이 돋보인다. 감정을 묵묵히 삭이다가 한 번에 터뜨릴 때의 폭발력이 주목할 만하다. 일이 터진 후에야 "경찰에 왜 신고를 안 했느냐"는 등의 이야기를 하는 임산부 경찰에게 그는 말한다. "괴롭힘을 당한 게 내 잘못인가요? 다들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대입 때문에 참고 사는데, 그런 세상에 아이를 낳고 싶나요?"


제작비 180억원을 들인 이 영화는 지난해 중국에서 2600억원이 넘는 흥행 수익을 올렸다. 작품이 지닌 메시지에 공감하는 중국인이 많았던 것이다. 실제 중국에선 학교 내 잇단 투신자살이 사회 문제로 부상한 때가 있다고 한다. 여기에 영상미까지 더해져 중화권 대표 영화제 중 하나인 금상장에서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등 8관왕에 올랐다. 다만 주제를 부각시키는 데 너무 집중한 탓인지 뒷부분으로 갈수록 구성이 다소 산만해지는 점이 아쉽다.


9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박창영 기자]

2020.07.1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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