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카톡 대화를 그대로 소설로 재현…재현의 윤리 논쟁, 문학계를 달구다

[컬처]by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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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곤 단편 '그런 생활'이 수록된 '2020년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현실의 대화를 똑같이 재현한 소설은 문학으로 허용될 수 있을까. 또 현실을 재현하는 장르인 소설의 '가공 없는 인용'은 어느 수준까지 허용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을 가능하게 하는 논란이 트위터에서 급속히 퍼지고 있다.


김봉곤 소설가(35)의 단편 '그런 생활'은 2019년 여름 문학과지성사 문예지 '문학과사회'에 실린 뒤 2020년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을 수상했고, 지난 5월 출간된 작가 개인 소설집 '시절과 기분'(창비 펴냄)에도 수록됐다. 작품에는 화자와 'C누나'와의 민감한 대화가 담겼다.


'C누나' 본인인 한 트위터 이용자는 10일 "작품에 실린 말은 제가 김봉곤 작가에게 보낸 카카오톡을 단 한 글자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옮겨쓴 것"이라며 "작품에 저를 등장시켜도 될지 물은 적이 있어 당연히 어느 정도 가공을 하리라고 예상했는데 그러지 않았다"며 "성적 수치심과 자기혐오를 불러 일으키는 부분을 그대로 쓴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썼다. 해당 트윗은 8800건 이상(14일 오전 10시 기준) 공유된 상태다.


김봉곤 작가는 11일 "차용 허가를 번복하는 차원으로 인지하지 못해 수정이 필수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사과드린다"고 트위터에 답하면서 문학과사회 온라인 열람 서비스를 중단시켰다고 밝혔다. 이어 김 작가가 고쳐 쓴 원고를 문학동네는 젊은작가상 심사위원에게 보내 재검토 받은 뒤 '내용이 변경되더라도 수상작 결정을 철회하지 않는다'는 답을 받고 수상작품집 6쇄부터 변경했다. 문학동네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입장문을 13일 저녁 트위터에 공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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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곤 단편집 '시절과 기분'

그러나 공지 이후 출판사 측이 해당 원고를 수정했음에도 독자에게 원고의 수정 사실을 미리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문학동네 측은 "당사자분에게 충분한 조치가 되지 못한 점 깊이 사과드린다"면서 "사용 허락 과정과 수정 이유에 대한 당사자의 주장과 작가의 주장이 일치하지 않는 사안이어서 수정 사실에 대한 공지는 출판사로서는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으나 '수정을 하고도 공지를 하지 않아야 했던 이유는 없다'는 반론과 '타인의 사생활을 본의 아니게 엿보게 된 셈'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소설집 '시절과 기분'을 출간한 출판사 창비는 공식입장을 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창비 관계자는 14일 오전 통화에서 "마침 '시절과 기분' 2쇄가 소진될 무렵에 작가에게서 먼저 연락을 먼저 받아서 3쇄 원고는 이미 수정된 상태였다. 그 이후에 (문제를 제기한) 당사자로부터 공문을 받았고 상황은 인지하고 있었다"면서 "당사자에게 4가지 요청 사항을 받았는데 젊은작가상 수상 취소 등의 문학동네에 요청하는 부분이어서 창비에는 해당이 없었고, 창비에 해당되는 부분은 '(소설집의) 본문 원고 수정'과 '출판사 통한 수정 사실 공지'였다. 공문이 오기 전에 이미 해당 내용은 수정이 이뤄졌고, 공지 부분은 출판사에 요청하는 사항인지 작가에게 요구하는 건지 정확하지 않아서 이 부분은 '당사자분과 김봉곤 작가의 협의 내용을 보내주시면 공지 방식은 다시 논의하겠다'고 답을 보냈으나 그 뒤로 이야기가 없었다"고 말했다.


[김유태 기자]

2020.07.15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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