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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달에 다녀온 암스트롱도 반했네…여기, 지구 맞나요?

by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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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파도키아는 자연과 시간이란 예술가가 터키 아나톨리아 중부에 새기고 간 거대한 작품이다. 동서 최대 400㎞, 남북 250㎞ 길이에 달하는 광활한 지대에는 수많은 볼거리와 아기자기한 마을들이 보석처럼 박혀 있다.


괴레메를 기준으로 동쪽으로 9㎞가량 달리면 위르귀프(Urgup)란 마을이 나온다. 괴레메나 우치히사르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오래된 수도원과 고즈넉한 동굴집 사이 카파도키아의 오랜 정취를 간직한 곳이다. 마을 중심에는 '소망의 언덕'이라는 뜻의 테메니 테페시(Temenni Tepesi)가 우뚝 솟아 있다. 사람들은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이 언덕을 매우 신성시 여겼고, 죽어서도 이곳에 묻혀 신의 곁에 있길 바랐다. 이러한 이유로 오늘날까지 언덕 곳곳에서는 과거 조성된 다양한 능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그중 정상에 위치한 큐폴라 형식의 묘는 자그마한 박물관으로 꾸며져 있고 내부를 살펴볼 수 있다. 바람이 솔솔 부는 정상에 위치한 카페에 앉아 우유에 설탕, 살렙 등을 넣어 만든 터키식 아이스크림 돈두르마를 먹으며 위르귀프의 전경을 굽어보자. 그리스와 발칸반도를 연상케 하는 붉은 지붕의 집들 위로 뭉게구름이 떠다니는 사랑스러운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카파도키아는 터키의 대표적인 와인 산지로 꼽히는데, 그 중심에 바로 위르귀프가 있다. 마을 끝자락에 위치한 투라산 와이너리는 카파도키아 와인의 약 60% 생산량을 책임지는 곳이다. 터키를 대표하는 전통주 라키에 질렸다면, 짙고 쌉싸래한 맛이 일품인 카파도키아 와인을 시도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향긋한 포도주의 향은 꿈같은 카파도키아의 풍경을 더욱 극적으로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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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파도키아 곳곳엔 아기자기한 마을이 숨겨져 있다.

지구 밖 행성을 빼닮은 카파도키아에서도 가장 동화적인 풍경을 꼽으라면 단연 파샤바다 . 이 아름다운 계곡에는 카파도키아를 유명하게 만든 원뿔형의 화산회암, 일명 요정 굴뚝 바위가 그야말로 숲을 이룬다. 거대한 버섯을 꼭 닮은 기암괴석 사이를 지나다 보면 어디선가 요정이 고개를 빼꼼 내밀 것만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실제 파샤바는 만화 개구쟁이 스머프 배경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고. 대부분 여행객은 투어 상품을 통해 파샤바를 찾기 때문에 계곡 초입만 짧게 둘러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탐방로를 따라 계곡 구석구석은 물론 높은 지대에도 올라볼 것을 추천한다. 닐 암스트롱이 카파도키아를 두고 했다던 '굳이 달로 갈 필요가 없었다'란 우스갯소리가 진실로 여겨질 만큼 비현실적인 풍경을 마주할 테니.


파샤바만큼이나 요정 굴뚝 바위의 가장 훌륭한 예를 볼 수 있는 곳이 또 있다. 데브렌트 계곡(Devrent Valley)이다. 2000만년의 시간 동안 각기 다른 모습으로 조각된 바위들은 그 어느 것 하나 같은 모양새를 지닌 것이 없다. 어떤 것은 물고기의 지느러미를, 어느 것은 코끼리를, 또 어느 것은 소녀의 옆모습을 연상케 한다. 수많은 기암괴석 중에서도 데브렌트를 상징하는 가장 유명한 바위는 '낙타 바위'다. 그러나 이 바위에 무슨 이름을 붙이느냐는 온전히 보는 이의 몫이다. 이곳은 이름 그대로 상상의 계곡이니까.


아기자기한 마을의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아바노스(Avanos)로 향할 것을 추천한다. 아바노스는 본래 도자기 생산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지금까지도 전통이 계승되고 있어 도자기를 직접 빚을 수 있는 공방을 찾거나, 관련 기념품을 사기 위한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아바노스 도자기 생산의 역사는 무려 히타이트 시대로 거슬러 간다. 키질이르마크강의 붉은 미사에서 나온 세라믹 점토를 사용하기 때문에 도자기도 붉은빛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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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행성을 닮은 풍경으로 유명한 카파도키아.

마지막으로 향할 곳은 우치히사르다. 터키어로 3개의 요새라는 뜻을 지닌 마을로, 가장 높은 곳에 서서 카파도키아의 지붕을 담당하고 있는 곳이다. 우치히사르의 가장 큰 볼거리는 우치히사르 성채다. 커다란 화산암을 깎고 파내서 만든 가옥들이 촘촘하게 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을 이룬다. 동굴 주거촌은 카파도키아 어디를 가나 쉽게 볼 수 있지만, 우치히사르 것은 카파도키아에서도 손꼽히는 절경이다. 우치히사르성 꼭대기에 오르면 카파도키아의 탁 트인 전원지대와 에르시예스산까지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우치히사르와 괴레메 사이에 넓게 형성돼 있는 비둘기 계곡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하늘을 가득 메운 비둘기 떼와 그 뒤로 펼쳐진 우치히사르의 드라마틱한 풍경, 신비롭게 펼쳐진 포도밭, 장엄한 계곡의 모습은 절대 잊을 수 없는 풍경이다.


[글·사진 = 고아라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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