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찾던 아레시보 전파 망원경, 결국 역사속으로…

[테크]by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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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넘게 외계인을 탐색하는 선봉대 역할을 해 온 아레시보 전파 망원경이 붕괴되며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은 1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푸에르토리코 아레시보 관측소의 지름 305m 망원경이 밤새 붕괴됐다"며 "부상자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했다.


아레시보 전파관측소는 57년 전인 1963년 푸에르토리코 아레시보 인근 석회암 채취장의 움푹 패인 땅을 이용해 설치된 뒤 세계 최대의 단일 망원경으로 접시 형태의 안테나를 사용해 천체로부터 전파를 수집했다. 전파망원경은 전파공해를 피해야 하는 특성상 보통 계곡이나 움푹 패인 지형에 지어진다.


2016년 중국이 지름 500m의 전파망원경 톈옌(天眼)을 건설할 때까지 세계 최대 단일 망원경이었던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은 오랫동안 천문학과 천체물리학 연구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학자들은 이곳에서 외계 행성을 연구했으며 지구로 향하는 소행성을 추적해왔다. 1970년대 미국 전파 천문학자 러셀 헐스와 조세프 테일러는 아레시보 전파 망원경으로 펄서(강한 자기장을 갖고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중성자별)가 중성자별과 공전하는 '쌍성'을 발견했다 .이 발견 이후 후속 연구를 거쳐 이 쌍성의 공전 주기가 감소하고 있으며, 이 감소율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예측과 싸매우 잘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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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붕괴된 아레시보 망원경 [미국 센트럴 플로리다대]

아레시보 망원경은 지난 8월 20일 900t 규모의 수신 플랫폼을 지탱하던 케이블이 끊어지며 직경 305m 크기의 접시 안테나가 치명적인 손상을 입어 운영이 중단된 상태였다. 지난달 6일에도 또 다른 케이블이 끊어지자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은 결국 천문대 직원과 방문객들의 안전을 위해 해체 결정을 내렸다. 다른 케이블도 언제든지 끊어질 수 있어 망원경 수리가 사실상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해체 작업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 1일 추가로 케이블이 끊어지자 수신 플랫폼이 반사접시 위로 떨어지며 완전히 붕괴됐다. NSF가 최근 아레시보 망원경의 해체를 결정했을 당시 3만6000명 이상의 과학자들은 해체를 반대하며 미래 세대를 위해 이 망원경을 보존하자는 청원에 서명하기도 했다.


아레시보 전파 망원경은 외계인과 인간의 만남을 다룬 영화 '콘택트'(1997년), 유명 액션영화 '007 골든아이'(1995년) 에 등장하며 대중에게도 매우 친숙한 존재이다. 이 망원경은 특히 외계인을 찾는 '임무'도 띠고 있었다. 지난 1974년에는 프랭크 드레이크·칼 세이건 등 당대 최고 천체 물리학자들이 이 망원경을 이용해 태양계와 인간의 형체, DNA 구조 등의 정보를 담은 '아레시보 전파 메시지'를 우주의 외계인을 향해 보내기도 했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우주과학연구소는 이 망원경이 수집한 우주 전파신호를 분석해 외계 지적생명체를 찾는 '세티'(SETI)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이새봄 기자]

2020.12.04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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