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때문에 이병헌·현빈 한솥밥 먹게됐다?

[테크]by 매일경제

[홍키자의 빅테크-7] 사람들마다 자신만의 '스타'가 있죠. 제 마음속 별은 바로 배우 이병헌과 현빈입니다. 영화 '달콤한 인생'은 스무 번은 돌려보지 않았을까 싶고요.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도 10번은 정주행한 기억이 있습니다. 학창시절을 채웠던 영화와 드라마로, 제 마음속 별은 이병헌과 현빈이 됐습니다.


'달콤한 인생'을 처음 접하고 난 뒤 '느와르'라는 장르를 알게 됐고요. 홍콩 느와르를 줄줄이 찾아보며 '영웅본색' '천장지구' 등 영화에 흠뻑 빠져 있기도 했습니다. 현빈이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보여준 드라마 PD 역할에 반해 한때 드라마 PD라는 꿈을 꾸기도 했습니다.


굳이 두 배우와의 추억을 곱씹어보는 이유는 그들이 지금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지각변동이 예고되는 곳에 몸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배우 이병헌과 현빈 소속사가 어디인지 알고 계시나요?



이병헌·현빈·공유는 '카카오' 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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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카카오M입니다.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의 합병 소식이 전해졌으니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소속이라고 보면 되겠군요. 엄밀히 얘기하면 이들 배우 소속사는 따로 있지만요. 모두 카카오M 계열사입니다. 2019년 이병헌이 속한 BH엔터테인먼트와 현빈이 속한 VAST엔터테인먼트는 모두 카카오M이 지분의 100%를 인수했습니다. 배우 공유가 속한 매니지먼트 숲도 카카오M이 2019년 인수했죠. 카카오M은 가수·배우 기획사 11개와 공연·영상 제작사 7개를 거느리고 있거든요. 이병헌, 현빈, 송승헌, 이민호, 공효진, 한지민, 김고은, 한효주 등 이름만 들어도 아는 톱스타들이 모두 카카오 계열사로 들어와 있는 것이죠.


카카오M은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면서 2019년 이들 소속 연예인을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진행했고요. 9개월 만인 2020년 초 이미 투자액 대비 50% 이상 수익률을 거뒀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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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M은 태생부터 회사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출범됐죠. 2016년 가수 아이유 소속사이자 음원사이트 멜론 운영사인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한 뒤 이를 바탕으로 2018년 카카오M을 출범시켰으니까요.


바로 이 지점이 카카오와 네이버가 엔터 산업을 대하는 대표적으로 다른 전략입니다. 네이버도 SM이나 YG와 협업하기 위해 1000억원씩 투자했지만 회사를 직접 인수하지는 않았거든요. 그런데 카카오는 대표 연예인을 보유한 1인 기획사 혹은 소속사를 직접 인수하는 방식을 택했죠. 그래서 유명 배우와 가수를 자기 회사 사람으로 만든 겁니다.


카카오, '흥행수표' 배우 직접 수급한다 카카오가 직접 배우를 보유한 것이 무엇에 좋은 것일까요? 사실 지금까지는 어떻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카카오M이 카카오의 웹툰과 웹소설 자회사인 카카오페이지와 합병한다고 발표하면서 미래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카카오페이지는 웹툰과 웹소설의 스토리(IP)가 있죠. 이 웹툰과 웹소설을 기반으로 영화나 드라마를 만들면 대박이 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카카오페이지의 대표적인 웹툰에는 바로 '이태원 클라쓰'가 있습니다. 배우 박서준이 열연했고 JTBC 금토 드라마로 이태원 신드롬을 일으켰고요. 넷플릭스에서 시청할 수도 있었죠. OCN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경이로운 소문'도 대표적인 카카오페이지 웹툰입니다. 케이블임에도 최종화 시청률은 11%를 기록했고요. 원 스토리인 웹툰의 누적 조회 수는 1월 말 기준 1억4000건, 누적 열람자는 670만명에 달합니다.


웹툰과 웹소설을 기반으로 영화나 드라마를 만들 때 카카오 소속 연예인들이 곧바로 출연할 수 있다는 게 카카오의 최대 강점입니다. 아무리 웹툰과 웹소설 내용이 훌륭해도 연기력이 보장된 유명 배우들의 기가 막힌 연기가 없으면 꽝이잖아요. 이병헌, 현빈, 공효진, 이민호 등은 이미 아시아 지역에서 유명한 배우들이라 시장성도 뛰어나고요. 이병헌 배우는 할리우드에서도 인지도를 쌓았고요.


카카오는 콘텐츠 근원이 되는 스토리에 작가나 감독, 배우 등을 직접 수급하고 제작합니다. 그 다음에 카카오 플랫폼으로 해당 영상을 내보낼 수 있는 것이죠. 엔터 산업의 수직계열화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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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공룡' 카카오엔터 탄생…기업가치 최대 10조원]


이번 합병으로 카카오는 드디어 해외 파이프라인을 개설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카카오를 두고 '국내용' '내수용'이라는 비판이 있었는데요. "카카오톡 말고 뭐 있어?"라는 핀잔이었죠. 이제 뭐가 생겼습니다. 웹툰과 웹소설 스토리에 배우들까지 가세하니 콘텐츠 확장성이 더욱 커졌죠.


네이버와 유사하지만 또 다르죠? 카카오에는 '배우'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성공 방정식은 명확히 같습니다. '웹툰과 웹소설 IP 확보' → 'IP를 기반으로 드라마·영화 제작' →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에 유통' 같은 3단계 원칙이 적용됩니다.


이게 다 '디즈니플러스' 때문이야그럼 왜 요새 국내 대표 인터넷 기업들이 다른 기업을 인수하고 계열사끼리 합병하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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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디즈니플러스 때문입니다. 디즈니플러스가 올해 한국에 상륙할 예정이거든요. 디즈니플러스는 디즈니와 픽사, 마블, 스타워즈,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콘텐츠를 모아놓은 디즈니의 구독 기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중 하나인데요. 2019년 11월 미국·캐나다 등 북미 지역에서 서비스를 시작하자마자 출시 3개월 만에 누적 다운로드가 3000만건을 넘으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지난해 12월 기준 9000만명 수준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데, 2024년까지 디즈니플러스의 유료 가입자가 최대 2억600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국내 기업은 "이미 넷플릭스 때문에 작년에 왕창 손해를 봤는데, 올해는 콘텐츠 제왕 디즈니까지? 더 이상 시장을 내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아직 전 세계에서 OTT 시장의 판이 완벽히 짜이기 전에 비집고 들어가야죠. K콘텐츠 파워가 있는걸요. 그래서 다들 합병하고 인수하는 겁니다. 기업의 액션에는 언제나 단 하나의 이유밖에 없죠. '생존'. 생존을 위해 확장하든지 축소하든지, 넓히든지 좁히든지. 모든 이유가 '생존'입니다.


[홍성용 기자]



'홍키자의 빅테크'는 IT, 테크, 스타트업, 이코노미와 관련된 각종 이슈 뒷얘기를 파헤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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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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