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올테면 따라와봐"…현대차 신들린 질주, ‘정의선 뚝심’ 또 해냈다 [왜몰랐을카]

[테크]by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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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비전74와 RN22e, 정의선 회장과 N브랜드, WRC 그리스 랠리 우승(위부터 시계방향) [사진출처=현대차]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


공수가 뒤바뀌었다. 현대차가 지난 2014년 월드랠리챔피언십(World Rally Championship, WRC)에 진출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국내외에서는 환영보다는 상대적으로 비아냥거리는 반응이 많았다. 비웃음을 뒤로 하고 고성능 브랜드 'N' 기술력을 계속 쌓은 현대차가 또다시 세계 월드클래스급 실력을 발휘했다.

신들린 질주로 '신들의 랠리' 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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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월드랠리팀, WRC 그리스 랠리 석권 [사진출처=현대차]

현대차는 8~11일(현지시각) 그리스 아크로폴리스(Acropolis)에서 열린 '2022 WRC' 시즌 열 번째 대회에서 참가 선수 모두가 1~3위를 석권하는 트리플 포디움을 달성했다. 현대차는 i20 N의 1.6리터 4기통 엔진에 100kW급 전동모터를 탑재한 i20 N 랠리1(Rally1) 경주차로 대회에 참가했다.


올해 WRC부터 내연기관 기반이 아닌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기반의 신규 기술 규정이 적용돼서다.


현대차가 이번에 석권한 그리스 아크로폴리스 랠리는 역사와 전통을 가진 대회다. 고대 그리스 문화의 상징이자 장엄한 파르테논 신전이 위치한 장소에서 경기가 열리기 때문에 '신들의 랠리'라는 애칭도 가지고 있다.


현대차 i20 N 랠리1 경주차로 출전한 티에리 누빌은 다양한 코스에서의 주행 경험을 바탕으로 경기 중반부터 상위권을 유지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올 시즌 불운이 겹치면서 부진했던 티에리 누빌은 그리스 랠리에서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현대팀에 네 번째 우승컵을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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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월드랠리팀, WRC 그리스 랠리 석권 [사진출처=현대차]

팀 동료인 오트 타낙은 올 시즌 이탈리아, 핀란드, 벨기에 랠리에서의 기세를 몰아 그리스 랠리에서도 2위로 포디움에 오르며 드라이버 종합 순위 2위를 지켰다. 다니 소르드도 안정적인 주행을 바탕으로 3위에 안착했다.


이번 우승으로 현대차 월드랠리팀은 총 48점을 얻으며, 현재 제조사 부문 종합 순위에서 1위와의 포인트 격차를 크게 줄였다. WRC 열한 번째 경기는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2일(현지시각)까지 뉴질랜드에서 열릴 예정이다. 


'현대차 포디움 석권에는 더운 기후와 비포장 도로 상황에 맞춰 경주차의 컨디션을 조절한 게 한몫했다. 기온이 35~38도에 육박할 정도의 더운 기후와 비포장 노면으로 구성된 그리스 랠리 환경은 모든 출전 차량들에게 기계적인 손상을 우려해야 할 정도의 극한 조건의 경기다.


다른 팀들의 경우 대부분의 차량들이 기술적인 신뢰성 및 내구성 문제가 있었다. 반면 현대팀 i20 N 랠리1 경주차들은 큰 문제없이 주행을 마쳤다.

WRC 진출 5년만에 우승 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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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능 N브랜드와 정의선 회장 [사진출처=현대차]

경주차 컨디션 조절에 앞서 무엇보다 월드클래스급 고성능 기술력이 우승을 뒷받침했다. 사실 현대차가 지난 2014년 WRC에 진출했을 당시 모터스포츠 업계의 평가는 냉혹했다.


글로벌 자동차회사로 성장했지만 모터스포츠에 필수적인 고성능차 개발 기술력과 마케팅 능력은 부족하다고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실제 2010년 이전까지 현대차는 벤츠, BMW, 아우디, 포르쉐, 푸조, 토요타, 혼다 등 경쟁 브랜드와 달리 모터스포츠에 대한 투자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대중차 시장을 공략하던 현대차 입장에서 고성능차 시장은 관심 밖이었고 덩달아 모터스포츠에 적극 투자할 이유가 없었다. 무엇보다 WRC는 국제자동차연맹(FIA)이 주관하는 세계적인 자동차 경주 대회다. 포뮬러원(F1) 대회와 함께 국제 자동차 경주 대회의 양대 산맥이다. 넘치는 '의욕'만으로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없는 대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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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N22e [사진출처=현대차]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대중적인 자동차 분야 외에 고성능차 분야에서도 입지를 강화하려면 모터스포츠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현대차는 비웃음을 뒤로 하고 정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WRC, WTCR(월드 투어링카 컵), ETCR(전기차 투어링카 레이스)에도 뛰어들었다.


고성능 차량 개발 및 마케팅 분야 글로벌 인재도 적극적으로 영입했다. 현대차는 WRC에 진출한 지 5년 만인 2019년 제조사 부문 종합 우승을 일궈냈다. 2020년에는 2년 연속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016년 폭스바겐 이후 4년 만에 동일 제조사가 WRC에서 연속 우승하는 기록을 달성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넘버1' 기록을 연이어 달성하며 모터스포츠 신흥 강자로 완전히 자리잡았다.


따라가기 급급했던 현대차가 이제는 "따라와 봐"라고 당당히 외칠 수 있게 됐다. "현대차는 안돼"라는 평가도 "현대차가 한대"로 바뀌었다.

i20N, 폴로 GTI 비교평가서 3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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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20 N [사진출처=현대차]

경주차뿐 아니라 현대차의 유럽 전용모델 i20의 고성능 버전인 i20 N도 독일 3대 자동차 전문지가 실시한 비교 평가에서 3연승을 달성했다. 지난 4월 아우토 자이퉁(AUTO ZEITUNG)이 최근 실시한 비교 평가에서 폭스바겐 폴로 GTI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i20 N은 아우토 빌트(Auto Bild), 아우토 모토 운트 슈포트(AMS)에 이어 아우토 자이퉁까지 독일 3대 자동차 전문지가 진행한 세 번의 비교 평가에서 모두 폴로 GTI를 이겼다. 아우토 자이퉁은 ▲바디 ▲주행 안정성 ▲파워트레인 ▲주행 역동성 ▲친환경성·비용 등 5가지 평가항목에 걸쳐 두 차량을 평가했다.


현대차 i20 N은 총점 2926점을 획득했다. 폴로 GTI는 2898점을 얻었다. i20 N은 민첩한 핸들링, 슬라롬 테스트, 제동력, 접지력 등으로 구성된 주행 다이내믹 부문에서 723점을 받았다. 685점을 기록한 폴로 GTI를 크게 앞섰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2022.09.2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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