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퀴아오 닯은 ‘PBA상남자’ 이상용, 그는 조선소 출신 당구선수였다

[이슈]by 매일경제

지난 7월 ‘하나카드배’서 마민캄 꺾고 32강 진출

‘퍼펙트큐’ 김재근에 2:3패했지만 명승부 연출 

강원연맹서 선수활동, 생계 위해 울산 조선소 行 

실직 후 PBA 출범때 도전장…2부투어로 시작 

‘노동근’으로 다져진 근력…“정교함‧파워 모두 갖춰” 

“올시즌 목표는 ‘왕중왕전’…기회 되면 팀리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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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부진 체격과 강렬한 눈매, 콧수염, 이상용은 뛰어난 경기력과 함께 강한 인상으로 당구팬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사진은 21/22시즌 5차전 강동궁과의 32강전 모습. (TV화면 캡처)

단단한 체구와 세계적인 복싱선수 매니 파퀴아오를 연상시키는 외모, 거기에 강렬한 인상을 더하는 거친 콧수염까지.


PBA ‘상남자’ 이상용(41) 얘기다. 그는 지난달 열린 ‘하나카드배 PBA챔피언십’ 32강서 고배를 마셨지만, 강호들과 연이어 명승부를 펼치며 당구팬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무엇보다 그의 강렬한 인상도 한몫했다.


이상용은 대회 64강에서 ‘베트남 강호’마민캄을 만나 역전-재역전을 거듭한 끝에 세트스코어 2:2에서 승부치기로 승리를 따냈다. 이어진 32강 상대는 크라운해태 ‘주장’ 김재근. 역시 멋진 승부를 펼쳤지만 풀세트접전 끝에 2:3으로 패했다.


그의 당구인생은 순탄치않았다. 강원당구연맹 선수로 활동하던 이상용은 생계를 위해 울산으로 내려가 조선소에서 일했다. 이후 PBA가 출범하자 도전장을 내고 프로무대에 입성했다. 처음 2부투어로 시작해 이듬해 곧바로 1부투어로 승격한후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PBA무대에서의 꾸준한 상승세와 더불어 점차 높아지는 인지도를 실감하고 있다는 이상용을 MK빌리어드뉴스가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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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인상과 달리 이상용은 “실제로는 서글서글한 편”이라며 인터뷰내내 ‘살인미소’를 날렸다. 콧수염은 경기때만 기르고 평상시에는 아이와 뽀뽀하기 위해 면도한다고.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19/20시즌 PBA 2부(드림투어) 등록을 시작으로 20/21시즌부터 1부투어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울산에서 거주, 활동하고 있다.


△처음 당구를 시작한 계기는.


=중학교 시절 동네 형 권유로 당구장에 가서 한번 쳐보니 당구가 너무 재밌어 자주 치기 시작했다. 이후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 쯤 PC방이 생겼고, 친구들은 대부분 PC방으로 갔지만 나는 당구가 재밌어 당구장에 드나들었다. 군제대 이후부터는 내가 다니던 당구장에 대대가 생겨 본격적으로 대대에 입문하게 됐다.


△그 동안 선수 활동경력은.


=2004년부터 2011년까지 강원당구연맹 선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결혼 후 당구선수라는 직업으로 생계를 유지하기는 어려웠다. 결국 새 직장을 찾아 울산으로 내려가 조선소에 들어갔다. 이후 생업과 동호인 활동을 병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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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당구 출범 전 그는 생계를 위해 당구선수 활동을 접고 울산 조선소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프로에 도전한 계기는.


=2017년쯤부터 중공업 경기가 너무 안 좋아졌다. 결국 재직하던 회사가 없어지면서 실직하게 됐다. 그러다 2019년 프로당구(PBA)가 출범한다는 소식이 들렸고, 한 지인의 적극적인 권유로 동호인오픈챌린지, 트라이아웃을 거쳐 19/20시즌 2부투어 선수로 등록했다.


△프로에 처음 발을 들였을 당시 목표는.


=일단은 2부투어에서 좋은 성적을 내서 1부투어로 올라가는게 목표였다. 그땐 1부투어에서의 목표를 그려본 적이 없다.


△얼마전 ‘하나카드배’ 64강에서 마민캄을 명승부 끝에 극적으로 이겼는데. (이상용은 마민캄을 상대로 세트스코어 2:2에서 승부치기로 승리했다)


=앞선 128강전서 마민캄보다 내가 먼저 경기를 끝냈고, 그때도 마민캄이 올라오길 기대했다. 1세트에서 역전승한 이후 분위기가 넘어왔다고 생각했지만 2세트에서는 되레 역전당했고, 3세트까지 내주며 세트스코어 1:2로 끌려갔다.


4세트에 들어서는 “이렇게 해서는 안 되겠다. 집중해보자”라고 생각하며 경기를 시작했다. 초반에는 마민캄 선수가 치고 나갔으나(이상용은 4세트 4이닝까지 1:10으로 끌려갔다) 그때도 내게 기회가 한번은 올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치다보니 결국 11이닝 14:14 동점을 만들었고, 승부치기로 가면 내가 무조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마지막 한 점을 마무리했다. 자신있게 임한 승부치기에서 결국 2:0으로 이겼고, 그 순간 기분이 너무 좋았다. 특히 지인들에게 문자도 많이 오고, 방송경기다 보니 팬들에게 내 얼굴도 많이 알린 것 같아 더욱 뿌듯했다.


△승부치기에 자신감을 가졌던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일단 내가 선공이었고, 선구배치도 좋아하는 배치였다. 승부치기로 가면 이길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다.


△32강전서도 김재근과 명승부를 펼쳤으나 막판 퍼펙트큐를 맞으며 아쉽게 패했다. (이상용은 김재근과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2:2에 이어 5세트에서 김재근에게 하이런11점을 맞아 1:11로 패배, 세트스코어 2:3으로 져 32강서 탈락했다)


=첫 턴 방송경기를 들어간다는 게 상당한 부담이었다. 대회 전날 대진표를 확인하고 잠을 설쳤고, 그렇게 컨디션 조절에 실패하다 보니 시합 내내 더 긴장됐다. 그럼에도 최대한 집중해서 5세트까지는 갔다. 문제는 그 이후다. 김재근 선수가 선공서 득점하지 못했지만 내가 후공을 잡고서 점수를 1점 밖에 내지 못했다. 평소 실수를 잘 안 하는 배치였는데 긴장한 탓인지 두께를 맞추지 못해 키스가 났고, 그 다음 공격권을 이어받은 김재근 선수가 곧바로 11점 퍼펙트큐를 치더라. ‘쳐야할 공을 못 치니 퍼펙트큐를 내줬구나’라는 생각에 속상했다. 다음 투어부터는 컨디션 조절에 더욱 힘 쓸 생각이다.


△지난시즌에는 강동궁을 꺾기도 했는데. (이상용은 20-21시즌 5차투어 ‘NH농협카드배’ 32강서 강동궁에 세트스코어 3:2 역전승을 거뒀다)


=본격적으로 내 얼굴을 팬들에 알린 시점이 아닌가 싶다. 그전 시합까지는 방송경기가 서바이벌 경기 밖에 없었다. 세트제 경기 방송은 그 경기가 처음이었다. 사실 당시 긴장도 많이 됐다. 강동궁 선수는 워낙 실력이 출중한 선수이니 말이다. 하지만 “집중하고 내 공만 치자”라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하다 보니 극적인 역전승을 하게됐다. 경기가 끝나고나서야 ‘아, 내가 이겼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 후 뜨거웠던 지인들의 반응, 또 유튜브 댓글 등을 접하며 승리를 실감하다 보니 뿌듯했다.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올시즌 현재까지 상승세다. 스스로도 그렇게 느끼나.


=시합 때는 긴장돼서 그런지 평소 경기력을 잘 발휘하지 못하는 편이었다. 시합 후 애버리지, 장타율 등을 확인하면 실망할 때가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점차 시합에 적응이 되어가는 단계인 듯하다. 긴장감을 지우기 위해 마음 속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나오자”라는 주문을 걸기도 하면서 적응도를 높이고 있다. 이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앞으로 성적을 조금씩 더 올려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함께 경기해보고 싶은 선수가 있다면.


=쿠드롱 선수다. 쿠드롱은 대부분의 공을 편안하게 치고, 설계도 굉장히 빨리 끝내는 편이다. 그러한 플레이를 보고 있자면 연습량이 얼마나 많겠나 싶다. 함께 경기를 한다면 한 수 배우며 많은 부분에서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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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용의 다부진 체격은 부모님 댁 농사와 조선소 근무 등으로 다져졌다.

△방송경기서 비치는 전체적인 인상이 강하다. 특히 ‘상남자’ ‘마초’ 이미지라는 반응도 많은데, 실제 성격은.


=인상이 강하다는 이야기는 주변에서도 꽤 듣는 편이다. 하지만 실제 성격은 서글서글하다. 웃기도 잘 웃고, 구장에서도 동호인들과 형 동생처럼 편하게 지내는 붙임성 좋은 성격이다. 아무래도 대회장에서는 집중을 하기 위해 몰입하다 보니 부드럽지 못한 인상이 비쳐지는 것 같다.


△강한 인상에는 콧수염도 한 몫을 하는 것 같다.


=콧수염은 평소에는 기르지 않고 시합에만 기르고 나오는데,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방송경기 아닐 때에는 마스크를 쓰고 시합을 하다 보니 ‘나만의 루틴을 한번 만들어볼까’라는 생각에 시합 일주일 전부터 면도를 하지 않는다.


그러다 지난시즌 5차투어 때 32강까지 올라가 강동궁 선수와 방송 경기가 잡혔고, 아무래도 면도를 해야 하나 싶었다. 그런데 지인들이 수염이 잘 어울려 보인다고 해서 면도를 하지 않고 시합에 나섰다. 그런데 경기도 이기니 수염 기른 내 모습이 좋은 쪽으로 적잖은 화제가 됐다. 이후로부터는 시합 때 계속해서 콧수염을 기르게 됐다. 물론 집에서는 애기하고 뽀뽀를 해야 하니 평소에는 면도를 말끔히 하고 다닌다. 하하.


△세계적인 복서 파퀴아오를 닮았다는 말도 많은데.


=유튜브에서 그런 댓글들을 본 적은 있지만 주변에서는 그런 얘기를 들어본적은 없다. 다만 옛날 사극 ‘주몽’에서 양정역을 연기했던 배우 윤동환 씨를 닮았다는 말은 들어봤다.


△체격도 상당히 좋은 편이다. 근력운동을 따로 하는가.


=방송경기서 보면 근육이 유독 많아 보이는데 따로 운동을 하지는 않는다. 다만 20대 젊은 시절부터 힘 쓰는 일을 많이 하기는 했다. 일단 본가에서 농사를 지으니 감자 캐고 무도 캐고 농작물도 나르는 등 일상적으로 힘을 쓸 일이 많았다. 또한 최근까지 조선소에서 일을 하다 보니 그렇게 오랜기간 다져진 근육들이 남아있는 것 같다. 소위 말하는 ‘노동근’인 셈이다.


△뛰어난 근력이 당구 치는 데 도움이 될 때도 있나.


=물론이다. 나는 정교한 샷을 추구하기 때문에 큐를 다소 짧게 잡는 경향이 있다. 기본적으로 힘에 자신이 있기 때문에 큐를 짧게 잡아도 정교함과 파워를 모두 챙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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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용은 “올 시즌 목표는 왕중왕전 출전”이라며 “기회 되면 팀리그에서도 뛰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있는 샷과 배치는.


=팁으로 죽여치는 샷을 좋아한다. 배치는 좁은 각도나 긴 각에서의 세워치기, 빗겨치기에 자신있다.


△구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울산 동구 일산동에 대대전용구장 ‘캐롬빌리지’를 운영 중이다. 바닷가 앞에 위치해 있기 ??문에 오션뷰가 장점이다. 특히 내륙 지역에서 방문하시는 분들이 아주 좋아하신다.


△연습패턴은.


=오후 1시에 구장에 나가 5시까지 개인연습을 한다. 이후 저녁때 쯤에는 동호인들과 함께 영업을 종료할 때까지 게임을 하면서 훈련하는 편이다.


△사용하는 당구용품은.


= 큐를 비롯한 대부분의 용품은 ‘휴브리스’ 제품을 사용한다.


△앞으로의 목표는.


=최종적인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나, 일단 올시즌 목표는 월드챔피언십에 진출하는 것이다. 이후 좋은 기회가 있다면 팀리그에서도 뛰어보고 싶다. 


[김동우 MK빌리어드뉴스 기자]
2022.11.10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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