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냄새”

[여행]by 변종모

부르고뉴, 프랑스 / Bourgogne, France

“가을의 냄새”

모든 인연에게는 냄새라는 것이 있다. 향기가 아닌 냄새. 각자가 걸어 온 세월만큼의 냄새. 그것은 어느 날 향기일 때가 있고 냄새로 남을 때가 있다. 상상 밖의 낯선 곳에서 마주치는 풍경 속 너의 냄새를 기억한다. 커피 한 잔에도 교회 종소리에서도 덜컹거리는 기차의 창가 자리에서도 그렇다. 지나간 시간이 데려오는 향기가 아닌 냄새. 향기는 가깝고 냄새는 멀다고 생각한 것도 그 포도밭 어귀에서였다. 아득해진 시간의 냄새를 기억할 수 있는 곳. 그 해, 마지막 가을의 향기 속을 걸으며 나는 알았다. 순간순간의 아름다운 향기들이 쌓여 냄새로 기억된다는 것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향기가 깊게 머무는 곳. 당신 앞에 한 번의 가을이 되기 위해 천 번의 가을이 숙성되어 왔던 곳. 그 앞에서 잔을 들자. 그리고 부딪혀 음미하자. 이 향기가 또 다른 냄새로 기억되는 어느 날까지, 우리는 각자 이 계절처럼 아름다워지자고 건배하자.

가을, 짐작

파리에서 차를 찾은 시간은 늦은 저녁이었고 때마침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처음 타보는 근사한 차는 아주 좋은 호텔처럼 편안했지만 좁은 파리의 골목들을 돌아다니느라 차의 성능을 느끼지도 못했다. 조명이 낮은 파리의 뒷골목들을 정신없이 헤매면서 늦은 카페의 테라스가 잠시 부러웠다. 붉은 조명 앞으로 비는 쏟아지고 밝은 웃음에 섞인 와인 잔은 행복해 보였다. 그중 무엇도 빠져서는 안 될 것들이 모두 한곳에 어우러져 가을을 적시고 있었다. 흐린 날씨는 낯선 길을 방해하지만 잃어버린 방향감각마저 이 도시와 잘 어울린다는 한심한 감상에 젖기도 했다. 그러다가 이따금 도시의 낙오자가 된 것처럼 걱정이 몰려오기도 했지만 어차피 낯선 길 위에서 겪어야 할 당연한 피로로 여겼다. 

 

그렇게 비슷한 골목을 몇 번이나 돌고서 겨우 빠져나온 고속도로는 당황스러웠다. 인적은 없고 차창 밖은 암흑이었다. 피곤한 도시의 골목에 익숙한 몸은 밤으로 이어진 검은 도로가 더욱 당황스러운 것이다. 핸들 너머로 눈금이 선명한 야광판은 자정을 알리고 헤드라이트 앞으로 쏟아지던 빗줄기는 밤안개가 되었다. 속도를 줄인 차창으로 비릿하고도 청량한 밤공기가 진득하게 딸려들어 왔고, 내가 맡은 처음의 향기처럼 야릇했다. 시각이 어둠에 묻히고 후각만 살아 있던 그때는 시간마저 어둠 뒤로 숨은 듯 나의 갈 길쯤이야 아무렇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무장해제. 이 향기의 근원은 뭘까? 정확한 향기를 느낄 수는 없었지만 그 향기로 인해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비 내리는 날의 포도밭을 걸어본 적이 없었고, 자정의 암흑에 싸여 즐겨 마시던 와인의 태생에 관하여 생각해본 적이 없었으므로. 향기는 이미지일 뿐 정확한 결론을 내릴 수는 없었으나 어렴풋이 포도밭일 거라 생각했다. 비가 그친 자정의 밤하늘 그리고 그것을 닮은 보석 같은 포도들이 깊은 꿈을 꾸고 있을 거라 상상할 수는 있었다. 이미 지나간 비의 냄새도 와인의 냄새도 포도의 냄새도 아닌 가을. 가을의 냄새라고 생각한다.

 

너는 와인을 좋아했고 나는 와인 잔을 든 너를 보는 것이 좋았던 일로 우리에게 몇 번의 가을이 주어졌다. 그 사이에도 여전히 와인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너에게로 출렁이는 나를 보았다. 부르고뉴에 대해서 먼저 말을 꺼낸 것은 너였던 것 같다. 가을이 가장 아름다운 곳. 와인이 태어나는 곳은 어디라도 아름다운 곳이 될 수밖에 없다던 너의 말은 사실일까? 사방이 보이지 않으니 지금 당장에는 알 길이 없지만 분명 빗속에 버무려진 이 가을의 냄새, 그렇게만 생각하고 다시 시동을 걸었다. 이건 순전히 가을의 냄새지만 그 근원이 네가 될까 두근거리는 밤이었다. 짐작건대 암흑 속에서 생각하는 모든 것들은 대부분 커튼이 걷히고 나면 사라질 것을 믿는다.

기억을 부르는 냄새

“가을의 냄새”

느낌이 어떤가요? 질문하는 와이너리 담당자 어깨너머로 액자 속 그림 같은 풍경이 걸려있다. 창 너머로 힐끔거리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알 수 없다. 알 수 없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이유는 또 뭔가? 귀한 것을 입속에 감추고 입을 여는 순간 발각될 것처럼 그저 미안한 마음으로 고개만 끄덕이다가 갸우뚱거리기만을 반복한다. 한 모금의 와인을 마시고 난 뒤 그것을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곳에서 받아든 와인은 적어도 그랬다. 맑은 한 모금을 머금고 그저 아래로 고개만 끄덕일 뿐. 그것이 나로서는 그곳의 풍경과 모든 것에 대한 예의.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모든 걸 다 알겠다는 뜻. 그리고 지금은 한 잔의 와인보다 와인을 잉태하고 있는 창 너머의 풍경이 더 절실하다.


“와인이 태어나는 곳은 어디든 다 아름다운 곳” 의심스럽게 그 말을 기억했지만 그것은 사실이었다. 디종(Dijon)까지 흘러들어 왔음을 안 것은 내비게이션의 역할이 컸으나 무엇보다 아침의 풍경이 그렇다고 말한다. 이제 더 이상 길을 잃고 싶어도 잃을 수 없는 시스템으로 살게 하는 세상이지만 간혹 정확하게 닿았다 하더라도 마음의 지도에서 비켜나가던 때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정확하게 찾아든 때에는 전교 1등이라도 한 기분이 들어 모든 것이 여유롭다.

“가을의 냄새”
“가을의 냄새”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와인이 자라는 곳 부르고뉴. 그 중심에 왔으니 당연히 눈 앞에 펼쳐진 풍경들보다 더 후한 점수를 쳐줄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었다. 숙소주인의 호의로 와인 맛을 보러 갔다가 벙어리가 되어버린 시간마저 아까울 풍경이다. 고즈넉하게 펼쳐진 포도밭 너머에서 밀려오는 아침의 공기들. 신선한 아침 하늘을 몰려다니는 작은 새들의 소리. 붉어지기 시작하는 잎들의 안간힘. 사람들은 이런 풍경 속에서 숨을 쉬는 이유로 오래 숙성된 와인처럼 부드러운 얼굴들을 하고 있다. 창문을 열고 코를 킁킁거리면 와인 향기가 맡아질 줄 알았지만 내가 아는 와인의 향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전날 밤과도 비슷한 향기들이 몰려다녔다. 그 향기들이 예스럽다. 그래서 아름답다. 현재에 서서 지나간 시간들을 맡을 수 있다는 것의 기쁨. 발코니 아래로 보이는 지붕과 담벼락을 이어주는 오래된 목재들에서도 질 좋은 와인의 향기가 날 것만 같고 그 앞을 조용히 지나가는 노인의 굽은 등도 멀리 포도밭의 능선처럼 온화하다. 모든 것이 와인에서 비롯된 듯함은 착각일지 모르지만, 모든 것이 포도 한 알처럼 둥글고 탐스럽다. 좁은 골목들을 꺾어질 때마다 다가오는 풍경들을 바라보면 덜 익은 포도처럼 마음에 새콤한 것이 고였다. 이쯤에선 아무리 무례한 사람을 만나도 눈 한번 찡긋하고 가볍게 건배하며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포도밭을 따라 남쪽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이 길의 어느 풍경이라도 같을 것이다. '위대한 와인의 길'이라고 불리는 그랑크뤼 가도(Route des Grand Crus)를 선택한 것 자체가 위대한 일이다. 위대한 이라는 단어는 풍경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와인을 일컫는 것이겠지만, 이 길을 지나는 모든 풍경이 위대하다. 흔한 능선이나 길, 하늘이나 바람 한 조각마저도 그렇다. 특히나 디종에서 만나는 모든 것이 가을의 심장 안쪽 같다.


부드러운 담벼락을 만지며 골목을 걷다가 포도밭이 시작되는 마지막 집의 담 모퉁이에서 문득 걸음을 멈춘다. 눈을 반쯤 감고 보면 그것이 푸른 초원 같기도 하고 하늘로 이어지는 정원 같기도 하다. 가을의 빛을 담은 포도밭은 이미 초록의 단계를 지났지만 여전히 푸르다. 낡은 성 하나가 바다 위에 뜬 섬처럼 지평선에서도 출렁인다. 이제서야 너를 조금 알겠다는 생각을 할 때쯤 코끝에서 스며드는 냄새가 정말 너의 냄새 같기도 했다. 와인 잔을 잡은 엄지와 검지 사이 아니면 그것을 지탱하는 새끼손가락과 식탁 사이에 흐르던 공기의 냄새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목덜미의 냄새 같기도 하다. 하지만 너의 엄지나 검지, 목덜미 모두가 그 가을 속에 포함되어 있다. 가을이 온다고 네가 생각나지는 않는다. 와인 잔을 몇 번 빙빙 굴리며 주문을 걸어야 비로소 코끝에서 어렴풋하다. 너는 그렇다.

“가을의 냄새”

어디나 누구에게나 향기라는 것이 있고 냄새라는 것이 있다. 향기와 냄새는 사뭇 다른 것이라고, 설명하기 어려웠을 때는 너를 잘 알지 못하던 때였다. 이렇게 먼 길을 달려와 긴 시간을 돌아보면 내가 기억하는 너의 향기는 냄새였다. 향기란 그 사람의 좋은 것만을 기억하겠다는 아름다운 의지다. 그러나 냄새란 그 사람과 그 주변의 모든 기억과 시간을 포함하는 이야기다. 그렇게 생각한다. 너에게 좋은 향기가 난다고 말하는 것보다 너에게 좋은 냄새가 난다고 말하는 것이 더 많이 너를 이해하고 있다는 말처럼 여겨진다.

 

와인의 향기를 맡는데 너의 냄새가 났다. 너의 냄새 속에 이 계절도 포함되어 있고 와인 잔을 빙빙 돌리며 먼 곳을 바라보던 시간도 녹아 있다. 이를테면 그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이 가을과 와인과 그날의 모든 시간들이 너의 냄새다. 오래전 너는 나보다 먼저 이 풍경을 고스란히 담았으므로 포도 한 알 한 알과도 같은 정성으로 먼 곳을 생각했구나. 동그란 잔속으로 출렁이던 붉은 와인의 태생을 생각하고 있었구나. 그 곁에 있었던 날들을 그리워했구나. 하늘로 길게 이어져 올라가는 포도밭의 풍경 끝에 너도 오래토록 서있었겠구나. 나를 보는 일보다 내 어깨너머의 창으로 이곳의 풍경을 상상했구나.

 

아름답다라는 촌스러운 말이 자꾸만 떠오른다. 너무 아름답다는 말은 내게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말이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말 속에는 무엇이든 하고 싶다는 말이 포함된 것이라고 위로했다. 무엇이든 하고 싶다는 말은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깊어지는 말이다. 너와 함께 이곳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때는 내가 이곳을 상상할 수 없었으므로 너의 말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와인이 태어나는 곳은 그 어디든 아름다운 곳이야. 가장 훌륭한 품종을 키워내기 위해서는 신선한 공기를 만드는 산비탈의 경사각과 그것을 숙성시키는 일조량과 수분을 만드는 아름다운 강이 흘러야 하지. 그러니까 그런 풍경이라면 어디든 아름답지 않겠어? 여행지를 선택할 때 와인이 생산되는 곳을 선택하게 되면 적어도 실패의 확률은 현저히 낮아지는 거지” 그런 곳에서 매일 아침을 맞이하고 포도밭 비탈을 올라가서 둥글게 흐르는 강을 바라보며 오후의 산책을 하는 것. 너는 그런 것을 상상했을까? 부르고뉴에서 태어난 와인을 반쯤 따르고 너는 주문을 외우듯 그윽해졌다. 그것이 향기로웠다. 그때 네가 들고 있던 와인이 이 지역에서 온 것인지 아니면 다른 대륙의 내가 알지 못하고 가 본 적 없는 곳의 와인인지 모른다. 그리고 지금의 너도 어디에 있는지 나는 모른다. 다만, 잠시 이 포도밭의 끝에 함께 서 있었을 것이다. 저 끝에서 밀려오는 냄새가 그것을 증명한다. 냄새는 기억을 포함한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을.

가을에게 건배

한 잔으로는 어림없다. 그것이 이유다. 한 잔을 마시면 다음 잔이 따라올 것 같아서 그만두기로 한다. 낮은 창가에 와인 박스들이 쌓이면 동네 노인들은 그날의 와인을 한 병씩 챙겨 집으로 돌아갔다. 라벨을 확인할 필요도 없이 가장 좋은 위치에 있는 와인 한 병을 배낭 안에 챙기고 나와서 인적 드문 골목을 걷는다. 연한 햇볕이 묻은 창가를 보면 건배가 하고 싶었다. 하얀 식탁보가 깔린 저녁에 언제 깨질지 모르는 고급 잔에 붉은 와인 한 잔 따라서 조심스럽게 건배하고 싶었다. 무슨 이유로든 허공에라도 대고 건배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혼자라도 상관없을 풍경들을 걸으며 가을에게라도 건배하고 싶은 시간은 비틀비틀하다. 부르고뉴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단일 품종으로 숙성되는 것이다. 여러 품종을 섞지 않고 오로지 한 품종으로 숙성되는 것이니까 어쩌면 이곳의 와인이 가장 완벽한 와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스스로 완벽한 맛을 내는 와인, 그러니까 여기서 태어난 와인을 마시며 오래된 포도나무처럼 주저앉아 와인을 닮아 봐도 좋을 일이다. 와인이나 마시며 혼자 살아봐도 될 일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아주 잠시라도 지낼 수 있다면 언제든지 기억할 것들이 많아서 외롭지 않을 수도 있겠다.

“가을의 냄새”

“가을의 냄새”

예사롭지 않은 날씨가 며칠간 계속되었다. 무거운 구름들이 퇴색되어가는 포도밭 위를 점령하고 간혹 약한 비가 내렸고 커다란 무지개가 아무렇지 않게 저녁이 되어가는 하늘에 걸리기도 했다. 가능하겠다. 이런 곳에서라면.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오로지 나만 생각하며 나를 위해 날마다 건배할 수 있지 않을까? 사랑이라는 것이, 산다는 것이 절대적으로 홀로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 냄새의 시간들을 기억하고 산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마음이다. 나는 이곳의 가을이 처음이다. 그랬지만 천 번의 가을을 맞이한 한 잔들을 매일매일 삼켰고 그때마다 지나간 가을의 일들을 기억했다. 이곳 길게 지평선 너머 하늘로 이어지는 무수한 포도밭 어느 곳에서 오래도록 그것을 생각했다. 어느 날, 내가 서 있던 자리의 포도나무 근처에서 숙성된 한 병의 와인이 누군가의 식탁 위에 오르면 그 사람도 먼 곳을 바라보며 허공에 홀로 잔을 부딪칠까? 그 잔 속에 오늘과 같은 냄새가 날까? 그 가을에 내가 생각했던 마음의 일들이 어느 순간에 불쑥 가을의 냄새가 되어 한 잔 가득 출렁이는 시간이 또 오리라.

마음 없는 몸


허공을 향해 목을 빼고

가을하고 불러보면

가슴 속으로 무엇인가 차곡차곡 쌓인다

그러다가

바람 불면 그것이 굴러다닌다

그것을 온종일 쫓아다니다가 해가 진다

목을 움츠리고 돌아온 방안에

마음은 돌아오지 않는다

가장 멀리 가장 먼저 떠나는 것은

언제나 마음이다

떠나기 좋은 계절 가을엔

마음이 온데간데없다

가을엔

찾으려 하지 말자

다만,

내 곁에서 떠난 것들을 떠올려

잠시 그 뒤를 따르자

마음 없이 몸으로만 살아야

겨우 가을이다

모든 것을 털고 돌아가는 계절에

의미 없는 몸뚱어리 하나만 남기자

한 잎 한 잎 떨어지는 모든 것들이

나 같아서 떠나지 못한다는 말은 말자

“가을의 냄새”

Tip 취하지 아니하면 갈 수 없는 길! 부르고뉴

와인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고 싶어 하는 곳. 전 세계를 통틀어 감히 가장 유명한 와인의 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곳. 부르고뉴. 위대한 와인의 길이라고 불리는 그랑크뤼 가도(Route des Grand Crus)는 와인 애호가가 아니라 할지라도 누구나 반할만한 목가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파리에 도착한다면 일단 차를 한 대 빌려서 74번 국도를 달리자. 그 길 위에 가장 위대한 와인의 풍경들이 즐비하다. 본 로마네 마을에서 만들어지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와인 '로마네꽁티(Romanee-Conti)가 태어나는 포도밭을 볼 수가 있고, 잘 보존된 옛집들이나 영주들의 성들이 당신의 감성을 충분히 자극할 것이다. 부지런히 달리면 하루 만에 가능한 구간이지만 마을마다 맛이 다른 고급 와인을 시음하면서 풍경에 취하다 보면 아마도 당신이 예상했던 시간보다는 몇 배로 느리게 움직여야 후회 없는 여행이 될 것이다. 숙소는 마을마다 쉽게 발견된다. 이왕이면 영주들의 저택이었던 고성에서 하루라도 지낼 수 있다면 그 집만의 와인을 맛볼 수 있는 귀한 경험 또한 할 수가 있다. 당신을 풍성하게 할 모든 맛과 풍경과 그보다 많은 것들이 펼쳐져 있는 길. 늦은 가을에 가게 된다면 더욱 아름다울 길. 해마다 11월쯤, 운이 좋다면 그 해의 보졸레 누보(Beaujolais Nouveau)를 만날 수 있다.

글, 사진 변종모

2016.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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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디렉터였다가 오래 여행자로 살고 있다. 지금도 여행자이며 미래도 여행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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