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수록 남다른 류준열

[컬처]by 맥스무비

어떤 이의 눈에 류준열은 <응답하라> 시리즈가 낳은 ‘남자 신데렐라’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는 죽순처럼 성장하는 배우다. 땅 속 줄기에 성장의 동력을 꽉꽉 채워두고 솟아오를 때만을 기다렸던, 비가 내리자마자 불쑥 치솟아 오른.

볼수록 남다른 류준열

그를 처음 만난 날

<소셜포비아>로 맥스무비가 찍은 신인배우 류준열을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소속사도, 매니저도 없이 혼자 버스를 타고 스튜디오에 찾아왔다. 그리곤 가방에서 꺼낸 명함을 건네며 인사를 했다. 그 명함엔 쌍문동 거리와 비슷한 곳에서 교정기를 끼고 환하게 웃고 있는 류준열이 있었다. 이름, 생년월일, 핸드폰 번호, 이메일 주소, 필모그래피가 빼곡히 적힌 명함. 배우에게 명함을 받기는 처음이었다.

 

“이걸 직접 만들었어요?” “네! 이렇게 저를 알려야죠.” 류준열은 확실히 남달랐다. 신인배우 인터뷰를 도맡고 있다는 말에 류준열은 진짜 궁금하다는 듯 눈을 반짝였다. “지금까지 인터뷰 한 신인 중 슈퍼스타가 된 배우가 있어요?” “아직 없어요. 류준열 씨가 되어주세요” 그는 눈이 한껏 사라지게 웃으며 “그랬으면 좋겠어요”라고 답했다.

 

2015년 4월의 이야기다. 몇 개월 후 류준열은 정말로 슈퍼스타가 됐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자신을 알리기 위해 손수 만든 명함을 돌리지 않아도 된다. 벌써 그의 ‘수작업 명함’은 추억 속 에피소드가 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배우 류준열의 열정과 성실함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다시 그를 만나게 되면, 이젠 희귀품이 된 그의 명함에 사인을 받을까보다. 그리고 꼭 말해주고 싶다. “진짜 슈퍼스타가 됐네요.” 이지영

볼수록 남다른 류준열

<소셜포비아>(2015)의 BJ 양게는 눈을 떼려야 뗄 수 없는 별종이었다. 인터넷 창 너머 사람들의 관심에 목말라 교정기를 끼고서도 잠시도 입을 쉬지 않는 속사포 BJ. “진짜 BJ를 섭외해서 출연시킨 것 아닌가?”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디테일이 좋았다. 내공 충만한 연극 무대의 베테랑들이 영화에 처음 얼굴을 비출 때, 꼭 이런 얘길 듣는다. “저 사람, 배우 맞아? 진짜 그 직업 가진 사람 아니고?” 특히 그저 철없는 장난꾸러기 같다가도, 먹잇감을 발견하면 번뜩 눈빛부터 달라지는 장면들은 류준열이라는 신인을 궁금하게 만들었다.

 

그의 연기는 자유분방한 것처럼 보이지만, 세심하게 호흡과 완급을 조절하는 노련함마저 엿보인다. 치밀한 준비와 타고난 감각이 더해져야 가능한 연기. 류준열은 첫 장편영화에서 이걸 해냈다. 게다가 류준열은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는 아침형 인간”이고, “술, 담배처럼 연기 외에 중독될 만한 건 시작도 안”했고, “아르바이트도 연기와 관련된 일만 골라서”하는 바른생활 청년이다. BJ 양게와 류준열의 교집합이라곤 도통 찾을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면 그가 더 달리 보인다.

 

이제 <응답하라 1988>(tvN)차례다. <응답하라 1988>의 정환은 류준열에게 신데렐라의 유리구두가 아니라, 배우 류준열이 장악할 수 있는 캐릭터의 스펙트럼이 생각보다 훨씬 넓다는 걸 증명하는 결과다. 정환은 친구들 사이에선 ‘개정팔’로 불리지만, 부모님에겐 무뚝뚝하지만 속 깊은 아들이고, 아픈 형에겐 형 노릇하는 동생이다. 오래도록 마음에 품은 소녀를 묵묵히 지켜보다가 끝내 진짜 고백도 못해 본 답답이의 첫사랑을 시청자들이 제 일처럼 속상해 한 건, 류준열의 정환에게 현실적인 공명을 느꼈기 때문이다. 물론 “나라면 절대 사랑하는 사람을 그렇게 놓치지 않는다”는 현실의 류준열에게 정환이 얼마나 답답했겠냐마는.

 

<응답하라 1988>을 마친 그의 새로운 목적지는 청춘영화 <글로리데이>다. 우정 여행을 갔다가 사고에 휘말려 와해되는 네 청춘의 이야기. 미리 2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본 내용을 살짝 귀띔하자면, <응답하라>의 그림자를 말끔히 비워낸 또 다른 류준열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 뒤로 액션 누아르 향취가 물씬 풍기는 <더 킹>까지 출연 도장을 찍었다. “작품이 없다고 낙담하고, 작품이 생겼다고 조바심 내고, 그 다음엔 어쩌나 걱정하는 성격이 아니다. 내가 가진 배우로서의 무기에 대한 믿음은 있다. 욕심만큼 무기를 잘 다듬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는 지금 느긋하게 무기의 날을 세우는 중이다.

 

글 박혜은 | 사진 이진혁 

 

위 글은 월간 「맥스무비」 2016년 2월호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2016.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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