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을 대하는 그들의 자세

[컬처]by 맥스무비

벚꽃비가 내린다. 미세먼지로 뒤덮였던 하늘이 봄비로 말갛게 씻겨 내려가면서, 벚꽃이 지고 파릇파릇한 새싹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봄소식을 알리며 활짝 폈다가 일주일 사이에 지는 벚꽃을 바라보며 아쉬운 마음이 든다면 주목하자. 벚꽃이 설레는 사랑의 상징만은 아니다. 벚꽃이 진 자리엔 지나간 쓸쓸한 기억이 비처럼 내린다.

<봄날은 간다>(2001)

벚꽃을 대하는 그들의 자세

벚꽃을 보고 싶을 때 빼놓을 수 없는 한국 영화. 영화 속 벚꽃 길은 옛 연인 상우(유지태)와 은수(이영애)가 재회하는 장소이자 다시 한 번 이별하는 장소다. 자신을 붙잡는 은수에게 상우는 화분을 건네고 다시 한 번 헤어짐을 확인시킨다. 이 유명한 이별 장면에서 씁쓸한 상우의 뒤로 벚꽃이 점점이 떨어진다. 봄은 상우에게 사랑의 계절이 아닌, 이별의 계절로 기억될 것이다.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한 순간에 지는 벚꽃이 은수를 향했던 상우의 뜨거운 마음 같다. 

<하나와 앨리스>(2004)

벚꽃을 대하는 그들의 자세

솜사탕처럼 부풀어오른 벚꽃 길에 두 소녀가 있다. 중학생 동창인 하나(아오이 유우)와 앨리스(스즈키 안)는 떨어진 꽃잎 하나에도 까르르 웃어대며 벚꽃 길을 지나 학교로 향한다. 어느덧 벚꽃이 지고 봄비도 지나간 자리에 하나와 앨리스 앞에 유다 선배(카츠지 료)가 나타난다. 하나의 짝사랑은 벚꽃처럼 부풀었다가 지고, 앨리스의 첫사랑은 초봄의 벚꽃처럼 문득 피어나고, 하나의 짝사랑은 벚꽃처럼 부풀었다가 아쉽게 진다. 다시 돌아 온 봄, 두 소녀가 다시 벚꽃 길에 나란히 섰다. 소녀들은 더 이상 아이처럼 장난치지 않는다. 훌쩍 자란 그녀들에게 벚꽃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어린 날의 추억 같은 것이다.

<초속5센티미터>(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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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속 5센티미터래. 벚꽃 잎이 떨어지는 속도.” “아카리는 그런 것도 잘 아는 구나.” 가끔은 시시한 대화가 평생의 기억으로 남는다. 아카리(하나무라 사토미)는 다카키(미즈하시 켄지)의 첫사랑도 이런 시시한 대화와 함께 시작됐다. 내년에도 함께 벚꽃을 보면 좋겠다고 말하며 헤어진 이 소년, 소녀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다시 만나지 못한다. 추억과 그리움으로만 채워진 둘을 이어주는 매개체는 벚꽃이다. 시시한 대화 덕에, 매년 벚꽃이 필 때마다 그들은 서로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

벚꽃을 대하는 그들의 자세

엄마가 다른 언니들과 살게 된 스즈(히로세 스즈)는 겉으론 씩씩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 ‘이 자리가 과연 내가 있어도 되는 곳일까’ 걱정이 앞선다. 그럴 때마다 스즈를 슬쩍 웃게 만드는 건, 축구부 동아리 친구 오자키(마에다 오시로)다. 어른들은 모르는 외로움을 나누며 친해진 둘이 하굣길에 자전거를 타고 ‘벚꽃터널’을 달린다. 자신의 존재가 짐이 되는 것 같아 우울하던 스즈는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벚꽃과 봄바람에 위로를 받는다. 인생은 벚꽃 같다. 어느 날은 희망으로 부풀었다가, 어느 날은 문득 외로워진다. 하지만 매년 돌아오는 벚꽃처럼, 다시 희망으로 부풀 날이 돌아온다. 반드시.


글 채소라 인턴기자 | 영상 박지은 기자

2016.04.1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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