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딕트 컴버배치 “안아주고 싶은 남자는 별로…”

[컬처]by 맥스무비

세상을 발밑에 부리면서 산 남자가 무너진다. 유능한 신경외과의가 불의의 사고로 손을 떨게 되는 건 앞으로 닥칠 운명의 예고편에 불과하다. 굴욕감 속에서 각성하고 누구보다 강력해지는 슈퍼히어로가 바로 닥터 스트레인지다.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이 슈퍼히어로 이야기에 완전히 녹아든 건 자신의 캐릭터에 대한 탐구와 동료 배우들을 향한 애정 덕분이다.

베네딕트 컴버배치 “안아주고 싶은 남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마법사 슈퍼히어로 닥터 스트레인지로 변신했다. 사진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닥터 스트레인지'에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원작 코믹북을 잘 몰랐던 상태에서 영화 제작 소식을 들었다. 마블이 스티븐 스트레인지 역에 나를 캐스팅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사실 촬영 일정이 엄청 길어서 연극 '햄릿', 드라마 '셜록, BBC'과 병행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고맙게도 제작진이 스케줄을 조정해줘서 성사됐다.

 

출연진들이 어마어마하다.

 

자극이 되는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틸다 스윈튼, 레이첼 맥아담스, 매즈 미켈슨, 마이클 스털버그 그리고 내 친구이기도 한 치웨텔 에지오포와 함께 연기할 수 있어 기뻤다. 스티븐 스트레인지라는 캐릭터에 끌려서 출연했지만 내가 출연한다고 해서 이 영화에 끌렸다는 배우들도 있다. 고마운 일이고 안심이 됐다. 촬영하는 건 원래 즐거운데 이렇게 멋진 배우들과 같이 한다면 그야말로 행복 그 자체다. 다들 끝내주게 연기 잘하고 엄청난 사랑을 받는 배우들이지 않나. 이보다 더 멋진 캐스팅은 없을 거다.

 

스트레인지는 어떤 캐릭터인가?

 

1960~1970년대 배경에서 탄생한 슈퍼히어로다. 오만하지만 천재적이다. 사람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인물이다. 상당히 매력적이지. 영화 초반에는 완전히 절망에 빠진 외로운 존재로 비춰진다. 그렇게 바닥까지 내려갔다가 슈퍼히어로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웅의 길은 원래 고되지 않나.(웃음) '닥터 스트레인지'는 액션을 비롯해 유머와 드라마까지 풍부하다. 배우로서 이런 부분들에 끌렸다.

 

의사로서 스트레인지는 어떤가?

 

초반 스티븐 스트레인지는 지식이 뛰어나고 잘난 체 한다는 점에서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 같은 매력을 보여준다. 음악 듣기를 좋아하고 수술실을 편안한 분위기로 만드는 걸 좋아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당연히 권위적이다. 하지만 그런 그가 완전히 이질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지금 같은 위치에 있지 못했을 테니까. 본인의 캐릭터가 있고 그것을 따르는 거다. 유머를 제대로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지나치게 건조하거나 심각해 보이지 않기를 바랐거든. 관객이 영화를 보면서 재미있게 웃을 수 있는 순간도 있었으면 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 “안아주고 싶은 남

레비테이션 망토와 닥터 스트레인지는 떼려야 뗄 수 없다. 사진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스트레인지가 대체 얼마나 오만한데?

 

화려한 스포츠카를 몰고 다니지만 조수석에는 아무도 없다. 황무지 같지. 사랑도, 생활도, 자식도, 아내도 없다. 자기 자신이 가장 중요한 인간이다. 오로지 일에서만 큰 만족감을 느낀다. 동료들은 그를 좋아한다. 스트레인지에게 지적 당하며 비난을 받은 사람들조차 그를 존경한다. 거만하고 심하게 솔직한 캐릭터를 슈퍼히어로로 내세우다니, 무척 용감한 일 아닌가? 이건 감히 관객에게 좀 기다려보라고 하는 거잖아.(웃음) 개인적으로 유순한 캐릭터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이른바 ‘안아주고 싶은’ 캐릭터 말이다. 호감보다는 불안감을 보여주는 게 좋다. 스트레인지가 흥미로운 건 사회적 지위를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게 아니라 직접 일궈서 얻었다는 점이다. 그런 그가 슈퍼히어로가 된다. 인간은 투쟁을 통해 자신의 운명을 이해하고 마스터하며 수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사람들이 스트레인지에게 공감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그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엄청난 괴로움을 겪는다. 자동차 사고가 너무도 예상 밖의 일이어서 그 짧은 찰나에 스트레인지의 세계가 전부 사라진다.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회복 기간에도 계속 절망하고 시련을 겪는다. 카마르-타지에서 새로운 길로 인도 받을 때 끊임없이 벽에 맞고 벽으로 던져지곤 한다. 굴욕 속에서 온갖 심신의 시련을 겪는 거다. 그런 그가 자신을 초월하는 임무를 깨달을 때 사람들은 스트레인지에게 공감한다. 그동안의 시련이 바로 이 순간을 위해서였음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슈퍼히어로가 완전한 제로 상태에서 점점 쌓아 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대담하다. 닥터 스트레인지의 비포와 애프터를 확실히 보여주지. 그의 과거는 이런 운명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스스로 뛰어난 신경외과의라고 생각하지만 자신이 성공지향주의자임을 깨닫고 타인을 돕기보다는 개인의 성공에 집착한다. 그런 것들이 스트레인지 안에서 잠금 해제되는 순간, 그는 슈퍼히어로 세계에서 정말로 강력해진다.

 

스콧 데릭슨 감독과 작업은 즐거웠나?

 

스콧 데릭슨 감독이야말로 이 영화에 멋진 배우들이 대거 참여한 주요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는 캐릭터 각각의 디테일을 훌륭하게 처리한다. 그와 있으면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는지, 왜 연기하는지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연기에 관한 질문도 터놓고 할 수 있다. 스콧 데릭슨 감독은 각본에도 참여했는데 배우들에게 항상 문을 열어놓더라. 무엇이든 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줬다. 배우 입장에서는 좋은 결과를 위해 자유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거지. 최종적으로 선택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일단 모두에게 선택권을 주는 융통성 있는 감독이다.

 

감독의 신뢰 덕분에 액션 배우로서 자신감도 생겼겠다.

 

물론이다. 슈퍼히어로를 연기한다는 것은 나에게 매우 특별한 일이었다. 그동안 했던 작품들에도 액션 요소가 있긴 했지만 주인공으로 맨 앞에 나서서 이 정도 분량의 액션을 하는 건 새로운 경험이었다. 스콧 데릭슨 감독이 격려를 많이 해줬다. 기분 좋게 일하도록 만드는 보스다. 그를 만족시키고 싶어서 더 열심히 하게 된다. 또 웃음이 멋진 감독인데, 웃음소리만 듣고도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망치는 테이크가 많아도 활력이 넘쳤다. 배우의 말에 귀 기울이고 연기를 유심히 지켜본다. 그는 첫 번째 관객이자 어떤 면에서는 가장 중요한 관객이었다.

 

글 정서희

2016.10.3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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