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려진 시간' 차근차근 강동원

[컬처]by 맥스무비

현실과 ‘멈춰진 시간’이라는 두 개의 타임라인을 오고 간 소년은 어떤 어른으로 자랐을까? 이 질문에 답을 내리는 것은 오로지 강동원의 몫이었다. 엄태화 감독이 만들어 놓은 새로운 판타지 세계 '가려진 시간'(11월 16일 개봉)에서 강동원은 말투와 행동, 정신연령까지 성민의 모든 것을 구축했다. 강동원은 그래서 더 즐거워했다.

'가려진 시간' 차근차근 강동원

사진제공 쇼박스

'가려진 시간'을 처음 마주하다

'가려진 시간'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어떤 매력을 느꼈나요?

 

‘이 시나리오를 어떻게 시각적 그림으로 만들 수 있을까?’ 정말 궁금했어요. 처음에는 출연 여부를 놓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저도 이제 30대 중반이잖아요. 성민은 13살 소년인데 아무래도 조금 더 풋풋한 매력이 있는 20대 배우가 하는 게 나을 것 같았거든요. 지금 제가 20대였다면 단번에 출연하겠다고 했을 정도로 작품 자체에 호감도가 높았어요.

 

망설이다가 출연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엄태화 감독이 적극적이었어요. 캐스팅 논의는 '검사외전'(2015) 촬영중에 했기 때문에 촬영 마치고 엄태화 감독과 약속을 잡았었는데, 그 사이에 엄태화 감독이 촬영지인 부산까지 저를 만나러 왔거든요. '가려진 시간'은 ‘가려진 시간’이라는 설정도 신선하고 그 시간에서 자란 성민도 연기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여서 캐스팅이 어려운 영화였어요. 그런데 엄태화 감독이 적극적으로 찾아와 주었고, 또 이야기를 나눠보니 ‘영화 잘 찍겠다’ 라는 믿음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아이, 내가 해야겠다!” 하고 출연을 결심했죠.(웃음)

 

'가려진 시간'의 성민은 진공상태 같은 ‘멈춰진 시간’에서 15년 넘게 산 인물이에요. 전례 없는 캐릭터를 어떻게 준비했는지 궁금해요.

 

참고한 작품은 전혀 없었어요. 새로운 상황일수록 오히려 더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원래 캐릭터 준비하는 시간이 빠르기도 해요. 캐릭터를 보면 처음부터 확고하게 방향을 정해서 직진하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래서 엄태화 감독과 캐릭터에 대해 상의도 많이 안 했어요. 엄태화 감독이 직접 쓴 시나리오에 잘 드러나 있기도 했고요. 저는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는 게 재미있어요. 스스로 캐릭터를 구축할 때도 스트레스 받지 않고 자유롭게 하는 편이에요.

 

수린(신은수)이 성민을 기다리던 며칠만에 갑자기 어른으로 나타난 인물이라 그 성장 폭을 어느 정도 표현해야 할지 어려웠을 것 같아요.

 

어른이 13세 소년을 연기해야 해서 거부감이 들까봐 걱정이 됐어요. 성민은 제가 설정하기 나름인 캐릭터더라고요. 그러다가 ‘많은 관객이 좋아하고 공감할 수 있는 성민을 만들자’고 생각했죠. 성민은 13세에 혼자 멈춰진 시간에서 자랐지만 그렇다고 독방에서 지낸 것은 아니라서 너무 폐쇄적인 아이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13살의 어린 아이 이미지를 최대한 살리면서 어린 아이의 말투를 따라하지 않는 성민이 만들어졌어요. 만약 어린 성민을 연기한 (이)효제의 말투를 똑같이 연기했다면 어색해서 처음부터 영화를 볼 수도 없을 거예요.(웃음) 모든 세대가 봐도 이 영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랐어요. 그래서 목표를 잡은 관객층이 30대, 40대 남자예요.(웃음) 판타지 드라마를 즐겨 찾지 않는 30, 40대 남자 관객들을 만족시킨다면 전체 관객이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가려진 시간' 차근차근 강동원

'가려진 시간' 엄마를 잃은 후 새 아빠와 함께 화노도로 이사 온 수린(신은수)과 화노도의 보육원에 사는 성민(이효제)이 친구가 된다. 어느 날, 공사장 발파 현장을 구경하기 위해 수린, 성민, 친구들은 산으로 가고 그곳에서 모두 실종된 채, 수린만 돌아온다. 며칠 뒤 자신이 성민이라는 남자(강동원)가 수린 앞에 나타나 수린과 마을 어른들이 혼란에 빠진다. 사진 쇼박스

'가려진 시간'으로 들어가다

어린 시절 성민과 수린(신은수)은 우정을 넘어선 애틋한 사이였어요. 어른이 된 성민과 수린도 같은 감정이었을까요?

 

어른이 된 성민에게 수린은 그리운 친구예요. 어른으로 나타난 성민을 유일하게 믿어주는 사람이기 때문에 애틋하죠. 어린 시절 성민과 은수가 알콩달콩 지냈지만, 서른 살이 된 성민은 그 이후 15년이란 세월이 흘러 버렸으니 사랑의 감정이 초등학생 때와 똑같이 남아있을 리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연기할 때도 성장한 성민에게서 사랑의 감정을 최대한 덜어내려고 했어요. '가려진 시간'은 어른과 어린 소녀의 사랑을 보여주는 영화가 아니라 믿음에 관해 말하는 영화이니까요.

 

실제로도 스무 살 나이차가 나는 신은수와 잘 통했나요?

 

(신)은수와 세대차이를 많이 느꼈죠. 촬영 현장에서 제대로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없어요. 무슨 농담을 해도 썰렁해지더라고요.(웃음) 유일하게 서로 공유할 수 있었던 건 게임이에요. 은수가 하는 게임이 재밌어 보여서 따라 해봤거든요. 촬영을 시작하면 오히려 나이 차이를 못 느꼈어요. 은수도 일을 하러 온 배우잖아요. 다른 상대 배우들과 다를 바 없던걸요?

 

극중 바다에 빠지기도 하고 성민과 수린의 아지트가 있는 숲 속에서 도망치는 장면도 많아서 고생을 많이 했을 것 같아요. 촬영하면서 가장 기억나는 장면은 어떤 장면이었나요?

 

기억을 더듬어 보면 다른 영화 촬영장에 비해서 가장 덜 힘든 촬영장이었던 것 같은데요.(웃음) ‘멈춰진 시간’을 촬영할 때 많이 촬영 진행이 늦어져서 조금 힘들었던 기억이 나요. ‘멈춰진 시간’ 속 거리 장면은 실제 야외의 거리에서 사람을 다 세워놓고 찍었거든요. 촬영할 때 바람이 불면 다 NG가 나는 거예요. 그러면 한참 기다렸다가 “바람 멈췄다, 빨리 빨리”하면서 다시 촬영을 재개하는 걸 반복했어요. 세트에서 촬영했으면 더 수월했겠지만 야외에서 촬영한 덕에 현실감이 배가되어서 나쁘지 않았어요. 다만 다음에는 꼭 스튜디오 촬영을 해야겠다는 교훈도 얻었어요.(웃음)

 

촬영장에서 제작진 중 현장 경험이 가장 많은 선배였다고 들었어요. 촬영 현장에서 선배로서 해야할 일들이 많았나요?

 

엄태화 감독과 그 외의 스태프들을 포함해 제가 가장 선배더라고요. 경험이 가장 많았으니 현장에서 도울 수 있는 건 도왔어요. 예를 들어 수중 촬영이 있는 날은 스태프들에게 위험한 촬영이라는 주의를 많이 줬어요. 수중 촬영 경험이 없다면 위험하다는 걸 모를 수 있거든요. 또 엄태화 감독의 의견에 힘을 싣는 역할도 제가 할 수 있는 역할 중 하나였어요. 그동안 다른 선배들이 했던 역할을 이번에 제가 맡게 된 거죠.

'가려진 시간' 차근차근 강동원

사진제공 쇼박스

강동원의 가려진 시간을 찾다

'가려진 시간'은 강동원의 섬세한 감정 연기를 볼 수 있는 판타지 영화라는 점에서 관객의 기대가 커요. 연기하면서 그 기대감을 ‘만족시킬 수 있겠다’고 예상한 장면이 있나요?

 

배우가 ‘이 장면에서 좋아하겠지’라는 생각으로 연기하면 꽝이에요. 자기가 나오는 모습을 스스로 판단하고 표현한다는 건 굉장히 위험해요. 배우라면 알아도 잊어버려야 할 부분이죠. 저는 언제든 모니터를 통해 제 연기를 확인하고 수정해요. 모니터가 관객의 시선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의 시선이 아닌 관객의 시선을 고려하며 연기하는 게 중요해요. 저는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웃음)

 

강동원에게 ‘멈춰진 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요?

 

지금 제 모습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시절이 고등학생 때예요.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친구들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시기거든요. 그때 성격 형성도 많이 됐고 친구들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성장한 것 같아요. ‘내 과거는 어땠었지?’ 하고 돌이켜보면 초등학생 때나 중학생 시절이 떠오르지 않아요. 생각이 무조건 딱 고등학생 때로 꽂혀요.

 

가장 순수했던 시절도 고등학교 2학년 때라고 했죠?

 

네, 무조건 옳다고 믿었던 것들이 그때 처음으로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으로 선생님의 말씀이 부당하다고 느끼고 순응하지도 타협하지도 않고 계속 싸우려고 했어요. 선생님이 잘못을 뉘우치라는데 대답 않고 버티는 식으로 반항했죠. 그러면 선생님은 ‘운동장 한 바퀴 뛰고 와!’라며 혼을 내고 저는 다시 묵묵부담.(웃음) 그러면 또 ‘한 바퀴 더!’ 라며 더 혼났죠. 저는 나름대로 생각과 고민이 많았던 시기예요.

 

만약에 '가려진 시간'의 수린처럼 실제로 아이들이 ‘멈춰진 시간’이 있다고 하면 믿을 것 같나요?

 

어린애가 저한테 와서 “저 멈춘 세계에서 1년 살아 봤어요” 이러면요? 일단 아이의 부모님한테 전화를 해야 할 것 같은데요.(웃음)

 

스스로 현실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나요?

 

현실적이지만 이상론자이기도 해요. 뜬구름 잡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제가 그르다고 판단하는 게 있으면 옳은 방향으로 바꾸려고 노력해요. 대신 당장 ‘이걸 바꿔야 돼’ 라고 외치기보다 멀리 보고 천천히 고쳐 나가는 타입이예요. 제가 항상 말하는 건데 무언가 바꾸고 싶으면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쥐도 새도 모르게 바꿔야 해요.(웃음) 장기적으로 차근차근.

'가려진 시간' 차근차근 강동원

사진제공 쇼박스

'검은 사제들'(2015)의 원작 단편영화 '12번째 보조사제'(2014)는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봤다고 했었죠. 영화제를 즐겨 다니는 편인가요?

 

한국에서 참석한 영화제는 미쟝센단편영화제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어요. 해외에서 '두근두근 내 인생'(2014)을 초청해준 하와이국제영화제 한 번, '군도: 민란의 시대'(2014)가 초청된 런던한국영화제에 한 번 다녀온 적 있어요. 영화제 가는 걸 즐기지는 않았는데 요즘들어 참석하려는 노력은 해야 되지 않나 싶어요. 사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가 개최도 불투명했고 뒤늦게 꾸려지게 돼서 힘든 시기였잖아요. 제가 참석하는 게 도움이 된다면 영화제에 참석하려고 했어요. 해외 일정이랑 시간이 겹쳐서 공식적으로 참석하지 못했지만 영화제가 힘들다면 도와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한국 영화시장을 떠나 해외진출을 해야겠다고 말해왔는데, 구체적인 계획이 궁금해요.

 

해외 진출을 위한 준비도 차근차근 쌓아 왔어요. 꽤 오래 전부터 해외 진출 준비를 해왔거든요. 이제서야 조금씩 실행에 옮기고 있는 단계예요. 조만간 재미난 소식 들려드릴게요.

 

할리우드로 진출할 계획도 있나요?

 

월드 와이드로.(웃음) 시간만 된다면 어디든 무슨 상관이겠어요. 제가 태국 문화를 워낙 좋아해서 태국 영화계에서 불러준다면 갈 생각 있어요. 태국이 문화 예술 수준도 매우 높고 영화도 잘 만드는 것 같아요. 한번은 필리핀에 갔었는데 필리핀 영화시장도 흥미롭더라고요. 베트남도 좋고요.

 

의외로 인도하고 맞을 것 같아요. 인도 영화에 춤이 빠지지 않으니 붐바스틱 춤으로 공략해보면 어때요?

 

하하하.(웃음) 인…도…는! 인도는 잘 모르겠어요.(웃음) 태국에 갔을 때 인도인을 많이 마주쳤거든요. 제가 겪은 경험에 비추어 보면 문화가 특이하더라고요. 제가 만난 어떤 인도사람이 질문을 하셨어요. 그래서 열심히 대답을 하고 있는데 중간에 가버리시는 거예요. 그래서 ‘어? 나 아직 대답하고 있는데?’(웃음) 하면서 당황했던 경험이 있어요. 인도 문화는 적응을 좀 해야 할 것 같아요.

 

글 채소라

2016.11.2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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