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씽: 사라진 여자' 공효진 “공블리 비결은 외줄타기”

[컬처]by 맥스무비

예쁘다, 멋지다, 쿨하다…온갖 기분 좋은 칭찬 중 제일은 그 모든 걸 포함하는 ‘사랑스럽다’가 아닐까. 울어도, 웃어도 한결같이 호감이기란 영 쉽지 않다. 스릴러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에서 공효진은 그 어려운 걸 또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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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씽: 사라진 여자'로 3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공효진은 남녀 모두 즐길 수 있는 영화의 누아르적 색깔에 방점을 찍었다. 사진 메가박스(주)플러스엠

<고령화 가족>(2013) 이후 영화는 거의 3년 만입니다. 드라마 뿐만 아니라 스크린에서도 더 자주 보고 싶었는데 아쉬웠어요.

 

너무 좋은 드라마 작가님들의 러브콜 때문이죠. 최근에 계속 노희경, 박지은, 서숙향 작가님과 함께할 기회가 있었잖아요. 드라마를 한 번 하면 재충전의 시간도 필요하고, 여러모로 타이밍이 잘 맞지 않았네요.

 

데뷔 이후 최고의 이미지 변신이에요. 영화에 대한 호평까지 쏟아지고 있어서 뿌듯하겠어요.

 

어떤 분은 영화를 보고 눈물을 쏟으셨다고 하더라고요. 영화에 대한 이야기도 다양하게 나오고 있고요. 제가 원래는 안 그런데, 희한하게 이 영화는 객관적으로 못 보겠어요. 제 중국어 연기도 정말 중국어처럼 들리는지 확신이 안 들어요. 전반적으로 제가 잘 한 건지 모르겠어요.

 

이언희 감독부터 공효진, 엄지원까지 주요 인물들이 다 여자여서 ‘여자 영화’ 프레임이 씌워졌어요. 투자 받는 과정에서도 난항이 많았다고 들었는데 어땠나요?

 

여자 영화만 그런 건 아니지만, 어쨌든 투자를 받아도 상업성 전망이 낮다보니 예산도 낮았죠. 그래서 현장이 어려웠어요. 3일 정도 찍어야 충분한 신을 이틀 안에 줄여서 찍어야 하니까 아쉽게 끝내야 할 때가 많았죠. 누군가는 ‘왜 여배우들은 맨날 나와서 여자 영화 어려운 얘기만 하느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이 그런 걸 어떡하나요.

 

그런 어려움 속에서 이언희 감독과 배우들이 각별히 신경을 쓴 부분이 있다면 뭔가요?

 

남자들도 재밌게 볼 수 있는 여자 영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미씽: 사라진 여자>는 남자 영화, 누아르의 톤앤매너를 갖고 있어요. 아마 남자들도 영화의 스릴러적인 느낌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거예요.

 

엄지원과의 첫 만남이 손예진을 통해 이뤄졌다고 들었습니다.

 

(손)예진이가 (엄)지원 언니네 집에 같이 가고 해서 만났어요. 예진이랑 저는 술 한 잔만 먹어도 얼굴이 미쓰 홍당무가 되기 때문에 밖에 있기 창피해요. 그래서 주로 집에서 놀아요. 지원 언니랑 만난 지 얼마 안 돼서 금방 영화를 같이 하게 된 거고요.

 

여자 배우들이 모인 촬영장은 으레 신경전이 있을 거라는 편견이 있기도 하잖아요.

 

우리는 전혀 없었어요. 지원 언니가 워낙 해피 바이러스죠. 결혼한 사람 같지 않은 일상을 보내고 있어요. 그러면서도 뭔가에 대해 기인지 아닌지 명확하고, 재치 있고, 유머러스하죠. 게다가 겸손하기까지 해서 맨날 깔깔 대면서 자기 실수담만 얘기해요. 그에 비해 저는 맨날 제 자랑만 하는 것 같아요. 연기에 대한 대화를 나누면서 도움이 되는 조언도 많이 받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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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씽: 사라진 여자'에서 중국인 보모 한매를 연기한 공효진은 극적인 감정 연기로 영화의 긴장을 책임진다. 사진 메가박스(주)플러스엠

드라마 <고맙습니다>(MBC, 2007)에서는 초등학생 엄마, 영화 <고령화 가족>에서는 중학생 엄마를 연기했지만, 이번엔 갓난아기와의 촬영이라 더 힘들었을 것 같아요.

 

말이 통하지 않는 아기와 촬영한다는 게 쉽지는 않았어요. 제 감정이 준비가 다 됐더라도 아기가 밥 먹은 지 얼마 안 돼서 졸음이 쏟아지면 무조건 기다려야 했으니까요.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었지만 아기가 딱 한 번 보여주는 표정을 포착할 때는 희열이 느껴지더라고요. 어쨌든 한매에게는 극적인 상황들만 계속 이어졌기 때문에 오히려 연기하기는 편했죠. 지원 언니가 저보다 더 힘들었을 거예요. 극 내내 사람들이 지선 캐릭터를 따라오게 만들어야 했으니까요.

 

연기 경력 18년이면 이제 현장에서 선배급 연차예요. 아무래도 한 작품, 한 작품 만날 때마다 현장에서의 태도나 마음도 점차 달라질 것 같은데요?

 

제가 7, 8년 전에 했던 인터뷰들 이제 와서 읽어보면 정말 치기 어려 보이더라고요. 선배들이 보기엔 진짜 웃길 것 같은 말들 있잖아요.‘뭘 안다고 저러나 ’싶을 만한 것들. 더 재밌는 일 생기면 연기 그만둘 것 같다는 말도 했더라고요. 제가 너무 솔직해서 그랬나봐요. 앞으로는 모든 걸 확신하면서 자신만만하게 말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 너무 변해요. 이제는 제 안의 말들을 좀 더 의심하면서 내뱉어야 할 것 같아요.

 

연기할 때도 그런 조심스러움이 생겼나요?

 

그렇죠. 이제는 중간 연차가 되다 보니 후배도 반, 선배도 반이에요. 여기 저기 껴도 되니까 더 쉬워진 건 있어요. 제가 너무 긴장하고 어려워지는 순간이 자주 생기지는 않는 것 같아요. 사실 더 집중하고 긴장해야 하는데 점점 편해지는 저를 발견하면서 일부러 <리타>(2014)라는 공연을 했어요. 공연 초짜이지만 욕을 먹더라고 해보자는 생각이었어요. 청심환 먹어야 될 것 같은 기분을 느껴보고 싶었거든요. 근데 진짜 어렵더라고요. 역시 사람은 잘 하는 걸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던데요.

 

영화보다는 드라마 작업을 더 많이 해왔는데, 드라마를 할 때 공효진의 매력이 더 잘 드러난다고 생각하나요?

 

글쎄요. 저는 아닌데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데뷔한지 18년이나 됐지만 사실 영화에서 타이틀 롤을 맡은 적은 거의 없어요. <미쓰 홍당무>(2008) 외에는 없는 것 같네요. 사실 <미씽: 사라진 여자> 에서도 지원 언니가 저보다 두 배 이상의 회차를 뛰었고요.

 

드라마가 체력적으로 많이 힘든데도 그렇게 부지런히 하는 걸 보면, 드라마 현장에서 느끼는 재미가 상당한가봐요.

 

얼마 전에 전도연 선배가 “드라마가 매력이 있어. 그렇게 힘든데 하고 나면 또 하고 싶어진다”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웃으면서 “애 낳는 고통도 잊어버린다고 하잖아요 선배님”그랬어요. 드라마 촬영장은 운명 공동체 같아요. 60~ 70명씩 되는 사람들이 24시간 몇 개월을 같은 목적을 가지고 달리잖아요. 그 안에서 동지애와 안도감 같은 걸 느껴요.

 

너무 힘들어서 영화 촬영에 집중하고 싶다는 배우들도 많습니다.

 

제가 왜 그렇게 수십 명이 함께 있는 걸 좋아하나 했더니 양자리여서 그런 것 같아요. 양자리 특성이 운명공동체 안에서 평안을 느끼고, 우두머리 기질이 있어서 자꾸 싸운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제가 거기 꽤 부합하는 것 같아요. 연예인으로서 ‘혼자’지내다가 함께 의지하는 팀이 생기면 안정감이 들어요. 반대로 촬영이 끝나면 홀가분하면서도 허전하죠. 이상하게 외롭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함께 지낸 물리적 시간이 많으니 어쩔 수 없이 감정이 커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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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효진은 절대 ‘공블리’라는 별명을 잃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뭘 해도 사랑스럽다는 의미의 ‘공블리’는 연기하는 공효진에게 든든한 힘이다. 사진 메가박스(주)플러스엠

‘공블리’라는 별명을 듣는 건 어때요? 이제 좀 지겨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전혀 안 지겨워요. 세상 감사하죠. 이런 별명이 있는 배우가 누가 있어요? 마블리? 아직 초짜죠. 추블리 정도면 모를까. 오히려 더 이상 공블리가 아니라고 할까봐 걱정이에요. 사랑스럽다는 건 여성스럽거나 잘 한다는 의미를 뛰어넘어서 사람들이 호감을 갖는다는 의미잖아요. 또 제가 사랑스럽지 않은 역할을 맡는다고 해서 사람들이 그닥 배신감 느끼지 않는 것 같지도 않고요. 저는 계속 공블리이고 싶어요.

 

사랑스러워지고 싶다고 해서 누구나 그렇게 될 수 있는 건 아니죠. 사랑스러워질 수 있는 공효진만의 비법이 있나요?

 

남자도, 여자도 좋아할 수 있도록 균형을 잘 맞추는 것.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게 외줄타기를 하는 거죠. 너무 남자한테만 귀여워 보이거나 여자한테만 사랑스러워 보이는 건 별로예요. 물론 제가 여성들 쪽으로 좀 기운 것 같긴 해요. 그러니까 여성 팬이 더 많겠죠?

 

지금까지 연기한 캐릭터들을 보고 ‘개의 탈을 쓴 고양이’라고 한 적 있습니다. 실제 공효진은 어떤가요?

 

저는 고양이의 탈을 쓴 개죠. 완벽하게! 그래서 미치겠어요. 너무 사람을 반기고 사람한테 기대니까 친구들도 피곤해 해요. 아, 누구는 제게 불쌍한 연기 하나는 최고라고 하더라고요. 남자 배우에 비교하자면 임창정?(웃음) 무슨 느낌인지 딱 와 닿지 않나요? 사실 저희 아빠가 그랬어요. ‘불쌍한 연기는 임창정이 최고야, 여자 중엔 네가 최고야’라고요.

 

공효진은 남들에게 보이는 이미지도 중요한 ‘패셔니스타’죠. 연기할 때도 이런 이미지의 영향을 받을 때가 있나요?

 

사람들이 제 드라마를 보는 이유 중에 하나는 제가 뭘 입었는지 보기 위함도 있어요. 너무 신경 안 쓰면 시청률에 영향이 오는 것 같더라고요. 드라마 안에서도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도 힘들어요. 전속 모델로 활동하는 브랜드들이 옷, 화장품 등등 다 다른데 카테고리 별로 경쟁사 브랜드 자제해야 해요. 또 만약에 이 브랜드 옷을 입었는데, 저 브랜드 가방 안 들면 한 쪽에서 섭섭해 하고요.

 

18년차 배우 공효진이 해보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역할이란 뭘까요?

 

‘패셔니스타’ 이미지를 마음껏 뽐낼 수 있도록 아주 못돼먹은 부잣집 딸 역할 해보고 싶어요. 그렇지 않으면 사실 지금까지 해왔던 것과 크게 다름이 없어요. 도대체 제가 어떤 역할을 해야 새로워 보일까 생각해봤는데 경찰, 의사, 요리사 등등 거의 다 해봤더라고요. 옥탑방을 벗어나서 되게 좋은 집에서 살아봐야 달라질 것 같은데요?

 

글 차지수

2016.12.12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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