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을 잘 기억하는 이유

[라이프]by 마음건강 길
◇ 영화 '엽기적인 그녀'(2001년 개봉)의 여주인공 역할을 한 전지현

◇ 영화 '엽기적인 그녀'(2001년 개봉)의 여주인공 역할을 한 전지현

첫사랑은 왜 그렇게 기억에 남을까?


‘엽기적인 그녀’, ‘건축학 개론’, ‘응답하라 1997’ 등 과거 우리들의 심금을 울렸던 영화나 드라마도 첫 사랑의 강렬한 기억을 주제로 담았었다.


많은 이들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인생의 여명기에 일어난 풋풋하고 아름다운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아쉽고, 아쉽기 때문에 잊지 못한다고 한다.


몇십년이 지난 지금도 마치 어제 있었던 일처럼 마냥 생생하게 떠올리는 첫사랑의 이야기. 이렇게 완성되지 못한 일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현상을 심리학적으로는 이렇게 설명된다.


러시아의 심리학자 블루마 자이가르닉(Bluma Zergarnik)이 1927년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지낼 때 자주 가던 식당이 있었다. 그 식당의 웨이터는 종이에 적는 것도 아닌데 여러 손님의 주문을 항상 정확하게 기억하고 서빙하고 있었다.


그는 그렇게 바쁜 와중에 하나도 빠뜨리지 않는 웨이터를 신기하게 여겨, 하루는 계산을 마친 뒤 물었다.

“미안하지만 아까 우리 일행이 뭘 먹었는지 다시 한번 말해주겠습니까?”

그런데 놀랍게도 웨이터는 당황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계산이 끝난 마당에 그걸 왜 기억하죠?”

놀랍게도 웨이터는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자이가르닉은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떠올려 실험을 하기 시작했다.


학생을 A그룹과 B그룹으로 나누고 몇분 안에 끝낼 수 있는 간단한 과제들을 15~22개 정도 나누어 주고 풀게 했다. 단 A그룹의 경우 그냥 풀게 놔두고, B그룹의 경우는 도중에 중단시키거나 미완성인 채로 놔두고 다음 과제로 넘어가게 했다.


모든 과제가 끝난 후 학생들에게 방금 풀게 했던 과제의 주제를 물어보았다. 미완성인 채로 다음 문제를 풀게 했던 B그룹의 학생들(68%)이 A그룹(32%)보다 두배 이상 더 많이 기억해 냈다.


이 실험 결과는 이처럼 끝마치지 못한 일이 있으면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긴장하게 되거나 미련을 갖게 돼 결과적으로 더 오랜 동안 기억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처럼 완성되지 못한 일은 오래 기억에 남고, 이미 완성된 일에 대해선 기억이 쉽게 사라지는 심리적 현상을 ‘자이가르닉 효과(Zeigarnic Effect)’라고 부른다. 이뤄지지 못한 첫 사랑이 전형적인 자이가르닉 효과의 표본이다.


‘완성되지 않은 일일수록 기억에 더 남는다.’


이는 곧 사람들은 이뤄지지 않은 일에 미련을 갖는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 경험보다 기억의 증폭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첫 사랑을 포함, 과거 아름다운 추억에 대해서 미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일종의 인식의 착시(錯視) 현상이다.


2021.09.2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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