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절한 천재 음악가들 : TOP 10

[컬처]by 박민우

클래식 음악계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수많은 천재들이 사라져갔다.

오랫동안 많은 명작들을 남기고 떠난 사람들도 안타깝지만, 신의 계시를 받아 짧은 생애를 불꽃처럼 살다간 천재 음악가들은 우리에게 더욱 진한 안타까움을 남긴다. 

 

이번 칼럼의 주제은 필자가 주관적으로 선정한 “요절한 천재 음악가 탑 10”이다.  

위대한 음악가에게 순위를 매기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으나, 이를 통해 그들의 짧은 생애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10. 데니스 브레인(Dennis Brain, 호른연주가) : 36세(1921-1957) 

영국이 낳은 20세기 최고의 호른주자인 브레인은 어떠한 기술도 표현 가능한 전설적인 실력의 연주자였다. 그의 실력은 브리튼이나 힌데미트 같은 당대 최고의 작곡가들이 그를 위해 작품을 만들 정도였다. 

1953년에 녹음된 모차르트 <호른 협주곡 4번>은 브레인의 전설적인 명반 중 하나로 꼽히며, 현재도 이 곡의 규범이 되고 있다.

36세 때 에딘버러(Edinburgh) 음악제 공연을 마친 뒤 런던으로 돌아가는 도중 새벽에 자동차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수많은 세계적인 호른 연주자들이 존재하지만, 그의 뛰어난 천재성은 지금도 최고로 인정받고 있다.

 

9. 자클린 뒤 프레(Jacqueline Mary Du Pre, 첼리스트) : 42세(1945-1987) 

뒤 프레는 남자들로 가득한 클래식 연주계에서 영화 속의 여주인공처럼 드라마틱한 삶을 살다간 영국 옥스포드 출신의 천재 첼리스트다.

거장 로스트로포비치는 그녀에 대해서 “내가 이룬 업적과 동등한, 아니 그 이상을 해낼 수 있는 젊은 세대의 유일한 첼리스트”라고 평가한 바 있다. 

그녀가 20세에 녹음한 엘가의 <첼로협주곡>은 지금도 최고의 명반으로 손꼽힌다.

21세 때 만난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인 다니엘 바렌보임과의 사랑은 이듬해 결혼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26세 때 ‘다발성 경화증’이란 병을 얻게 되어 가혹한 투병생활을 하였고, 28세 때부터는 더 이상 연주를 할 수 없게 되었다. 14년간 긴 투병 끝에 결국 눈을 감았다. 

 

8. 디누 리파티(Dinu Lipats, 피아니스트) : 33세(1917-1950) 

루마니아 태생인 그는 1934년 빈 국제 음악 콩쿠르를 통해 처음 세상에 등장하였다. 심사위원이었던 코트로의 초청으로 파리에 온 그는, 당대 최고의 음악가들(뮌쉬, 뒤카, 불랑제)에게 지휘, 작곡, 피아노를 배웠다. 

27세에 이미 제네바 음악원 교수로 활동할 만큼 음악적 재능과 학문적 지식을 겸비하였으나, 백혈병으로 이후 5년 밖에 활동하지 못하였다.

비록 30세라는 젊은 나이였으나, 기교와 해석에서 당대 가장 완벽한 ‘완성된’ 피아니스트였다. 그의 쇼팽, 바흐, 모차르트 연주는 모두 명반으로 남아있다.

 

7. 귀도 칸텔리(Guido Cantelli, 지휘자) : 36세(1920-1956) 

그는 2차 세계 대전 중 이탈리아 군대에서 복무하는 도중 나치에 대한 강한 반감으로 많은 고초를 겪었다. 전쟁이 끝나고 나서야 지휘자로서의 재능이 빛을 발하였다.

당대 최고의 지휘자인 토스카니니(Arturo Toscanini)는 그의 ‘라스칼라(La Scala)’에서의 지휘에 감명 받아 자신의 NBC 심포니 오케스트라에 초대하였고, 그는 여기서 5년간 객원지휘자로 활동하였다

1956년 11월 그는 '라스칼라’ 음악감독으로 임명된 지 1주일 뒤에 비행기 사고로 사망하고 만다. 그가 죽기 전 뉴욕 필하모니 오케스트라는 그를 음악감독으로 내정하였으나, 그의 사망으로 인해 뉴욕 필 음악감독 자리는 레너드 번스타인에게 주어졌다. 

 

6. 조지 거슈윈(George Gershwin, 작곡가) : 39세(1898-1937) 

거슈윈은 재즈를 예술 음악으로 끌어올린 미국이 낳은 천재 작곡가로 클래식계 뿐만 아니라 재즈, 뮤지컬 분야에서도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음악가다. 

그는 선율의 천재였으며 재즈와 클래식 양쪽 모두에서 높은 재능을 발휘하였으나, 뇌종양으로 40세를 넘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우리에게는 <랩소디 인 블루>, <포기와 베스> 등으로 유명하다. 

 

5. 멘델스존(Jakob Ludwig Felix Mendelssohn, 작곡가) : 38세(1809-1847) 

생전에 ‘19세기 모차르트’라는 찬사를 받을 만큼 당대에 재능을 높이 인정받았으며, 유복하고 화목한 가정에서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았다. 

셰익스피어의 <한 여름밤의 꿈> 서곡을 작곡한 것이 그의 나이 17세였다는 사실은 그의 재능이 얼마나 뛰어났었는지 잘 보여준다.

과도한 작곡 활동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Leipzig Gewandhaus Orchestra) 운영, 그리고 누이의 사망 충격 등의 영향으로 38세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다른 요절한 천재들에 비해 생전에 행복한 삶을 살았다는 것이 유일한 위안이다.

 

4. 조르쥬 비제(Georges Bizet, 작곡가) : 37세(1838-1875)

23세 때 비제는 이미 리스트가 ‘자신과 같은 수준의 연주자’라고 인정할 정도로 뛰어난 피아니스트였다. 하지만 그는 피아니스트 활동보다 작곡에 열중하였다.

1875년 37세 때 그의 걸작 오페라 <카르멘>이 파리에서 초연 되었으나, 당시 바그너와 베르디의 오페라가 지배하던 시대라 그의 작품은 크게 실패하고 만다. 그리고 3개월 뒤 결핵성 호흡기 질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얼마 뒤, 오페라 <카르멘>은 당시 오페라계에 혁신을 일으키게 되었고 일반 대중들도 열광하는 작품이 되었다. 브람스는 <카르멘> 공연을 20번이나 관람할 만큼 그의 음악에 감탄하였고, 철학자 니체(Friedrich Wilhelm Niezsche)는 ‘찬란한 태양의 음악’이라고 오페라 <카르멘>을 극찬하였다.

 

3. 슈베르트(Franz Peter Schubert, 작곡가) : 31세(1797-1828) 

그가 16세 때 이미 교향곡 1번을 작곡했다는 사실이 그의 짧은 생애를 감안하면 빠르다고 볼 수는 없을 지도 모른다. 31년의 생애 중 그가 남긴 주옥같은 가곡이 600여 개에 달한다는 점에서 그의 놀라운 작곡 속도가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그 와중에서 교향곡을 9곡이나 작곡했다는 사실은 놀라움 그 자체다.

그의 엄청난 작곡 속도를 감안할 때, 만약 그의 수명이 5년 정도만 더 연장되었더라면 더 많은 걸작을 세상에 남겼을 것이다. 여기서 소개한 10명 중 가장 일찍 세상을 떠난 음악가다.

 

2. 쇼팽 (Frederic Francois Chopin, 작곡가) : 39세(1810-1849) 

베토벤 없는 교향곡을 상상할 수 없듯이, 쇼팽 없는 피아노곡을 상상할 수 있을까? 

여류 작가 조르주 상드와의 교제는 그의 결핵 질환을 오히려 악화시켰다. 하지만 그녀와의 사랑과 이별이 그의 작품에 많은 영향을 끼쳤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의 200여 곡의 피아노 작품들은 후세의 피아노 연주와 작곡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고, 여전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곡들은 쇼팽의 음악들이다.

 

1.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작곡가) : 35세(1756-1791) 

그는 클래식 역사상 가장 뛰어난 음악가이자, 가장 불행한 음악가일 것이다.

35세의 젊은 나이에 그를 잃은 것은 음악계 뿐만 아니라 인류에게 큰 손실일 것이다.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바탕으로 그가 만든 작품들은 대성공을 거두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경제력은 오히려 더 궁핍해졌다. 장남과 삼남을 잃는 비극에 본인의 중병까지 겹치면서, 그의 최후는 더 비참해졌다.

그는 클래식 음악계에서 시대를 앞서간 천재성으로 수많은 명작을 남겼을 뿐만 아니라, 당시 귀족들의 소유였던 클래식 음악을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계기를 만들었다. 또한 그의 음악은 베토벤이란 위대한 작곡가가 성장할 수 있게 하는 기반이 되었다.

그는 이미 서거하였지만, 그의 탄생일을 기념하기 위해서 시작된 잘츠부르크 음악제는 세계 최고의 음악 축제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번 칼럼을 끝으로 15편의 짧았던 클래식 음악 칼럼 연재를 종료하게 되었습니다.  

필자의 부족한 글을 읽어주시고 격려해주신 많은 독자들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비록 본 칼럼의 연재는 요절(?)하였지만, 독자들의 클래식 음악에 대한 사랑은 영원하기를 기원합니다.

<끝>

2018.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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