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오르프 '카르미나 부라나' 오! 운명의 여신이여

[컬처]by 박민우
칼 오르프 '카르미나 부라나' 오! 칼 오르프 '카르미나 부라나' 오! 칼 오르프 '카르미나 부라나' 오!

존 부어만(John Boorman) 감독의 판타지 영화 <엑스칼리버 (Excalibur), 1981>, 올리버 스톤 감독의 <도어즈 (The Doors), 1991> 그리고 <300: 제국의 부활, 2014> 이렇게 3개 영화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정답은 모두 영화 속 삽입 음악으로 칼 오르프(Carl Orff)의 카르미나 부라나(Carmina Burana)라는 음악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영화들의 가장 극적인 장면을 떠올려 보면 이 음악이 저절로 생각날 것이다.


영화 <엑스칼리버>에서 아서왕의 최초의 전투와 최후의 전투 장면에 등장하는 이 음악이 없었다면, 이 영화가 어떤 모습으로 바뀌었을 지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다. 영화 <도어즈>의 마지막 광기 어린 장면 또한 마찬가지다.  이 영화들에 사용된 음악은 정확하게는 "카르미나 부라나"라는 칸타타 25곡 중에서 1번째와 25번째 곡으로 사용되는 “오! 운명의 여신이여 (O fortuna)”라는 곡이다.


아직도 어떤 음악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면 안드레 류(Andre Rieu) 실황 연주를 들어보자.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10초도 지나지 않아서 “아~ 이 노래?”라고 말할 것이다. 사실 이 곡은 앞에서 언급한 영화 뿐만 아니라 다양한 CF 광고에 과하다고 생각될 만큼 많이 사용 되었다. 영화와 CF에서 자주 사용되는 단일 음악으로 이 정도로 유명한 곡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2001년 스페이스 오딧세이>에 삽입되었던 리하르트 스트라우스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Also sprach Zarathustra)”를 제외하곤 거의 없을 것 같다.


카르미나 부라나는 이렇게 대중들의 귀에는 익숙하지만, 작곡가 이름은 커녕 곡 제목 조차도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다. 원래 카르미나 부라나는 “악기 반주와 무대 장면을 동반한  독창과 합창을 위한 세속 가곡”이라는 부제가 붙은 무대 형식의 “칸타타(Cantata)”를 말한다. 그런데 칸타타는 또 무엇인가? (칸타타는 커피 이름이 아닙니다. 편의점에서 많이 보이는 칸타타는 이것과 완전히 다릅니다)


칸타타는 ‘노래하다’라는 어원을 가진 용어로 ‘악기를 연주하다’라는 어원을 가진 "소나타(Sonata)”와 상대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17세기 초 교회 음악이 전성기를 이루었던 바로크시대의 대표적인 장르로서 바하의 작품들로 대표되는 “교회 칸타타”가 여기에 속한다.


카르미나 부라나의 경우는 부제에서 설명했듯이 “세속 칸타타”에 속한다. 그래서 가사의 내용이 사랑, 유희, 음식, 술, 도박 뿐만 아니라 반 종교적인 내용과 외설적인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다. 물론, 카르미나 부라나를 작곡한 칼오프르가 이런 가사를 쓴 것은 아니다.

칼 오르프 '카르미나 부라나' 오!

카르미나 부라나 필사본에 포함되어 있는 삽화

원래 "카르미나 부라나"라는 말은 남부 독일 베네딕트 보이에른(Benediktbeuern) 수도원에서 발견된 세속적 시집의 제목이다. 11세기~13세기에 쓰여진 것으로 보이는 이 시집은 라틴어.독일어.프랑스어로 총 228개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데, 칼 오르프는 이중에서 25곡의 가사를 가져와서 자신만의 세속 칸타타 음악을 만든 것이다. 수 백년 동안 수도원에 잠들어 있던  세속적 노래들이 1937년 칼 오르프에 의해서 현재의 대중적인 클래식 음악의 한 역사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칼 오르프(1895-1982)는 현대 무대 음악의 가장 창의적인 작곡가 중의 한사람이다. 그는 실용음악과 교육용 작품 활동에 몰두하였는데, 카르미나 부라나의 성공적인 초연 이후 극단적으로 칸타타와 극을 위한 작품 활동에 집중하여 소나타 형식의 기악곡은 거의 작곡하지 않았다. 또한 음악교육가로서 활동도 활발하게 하였는데, 1950년 이후에는 뮌헨 고등 음악학교 작곡가 주임교수로 많은 제자들을 양성하였다. 카르미나 부라나는 그의 인생을 바꾸어준 음악이지만, 그가 이 음악에 매달릴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세속적 시집에 담긴 내용의 매력 때문이었을 것이다.


다음은 카르미나 부라나 1곡인 “오! 운명의 여신이여”의 가사이다.

오 운명이여

늘 변하는 달과 같이

돌아오르다가 기우는

그대 운명이여


얄궂은 운명은

때론 가혹하게

대론 친절하게 우리를 대한다

우리의 욕망을 희롱하고

얼음과 같이 녹고 마는

권력과 빈곤을 주기도 한다.

영화에서처럼 또는 가사에서처럼 우리는 언제나 운명 앞에서 기뻐하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한다. 어쩌면 6백년전에 독일 남부 어느 수도원에서 학생들과 성직자들이 이 가사를 쓰면서 그들이 겪었던 운명을 얘기하는 것일 수도 있고 우리의 운명을 예견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생존하는 동안 피할 수 없는 것 또한 운명일 것이다.

칼 오르프 '카르미나 부라나' 오!

출처 : http://globedancer.com/carmina-burana-concerto-dsch-pacific-northwest-ballet/

“카르미나 부라나” 추천음반

칼 오르프 '카르미나 부라나' 오!

1. 오이겐 요훔(Eugen Jochum) - 베를린 도이치 합창단과 오케스트라 ,1967년 도이치그라모폰

작곡가와 동급의 명성을 지닌 이곡의 초연자이자, 여전히 최고의 명반으로 손 꼽는 음반

칼 오르프 '카르미나 부라나' 오!

2. 안드레 프레빈(Andre Previn) -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합창단,1974년 EMI

영화음악과 재즈음악 전문가답게 당시로선 현대적이고 신선한 해석. 94년 빈필 협연 연주도 추천할만함 

칼 오르프 '카르미나 부라나' 오!

3. 르네 클레멘칙(Rene Clemencic) -클레멘칙 콘소트, 1975년 Harmonia Mundi

고음악 전문 브랜드인 아르모니아문디 레이블답게 학구적이면서 지적인 연주

2021.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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