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O 서비스의 종말, 혁명은 끝났는가?

[테크]by 박민우

한 때 스타트업 아이템으로 가장 인기가 높았던 O2O 서비스에 대한 투자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이곳저곳 언론에서도 "O2O 서비스 거품론”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불안한 투자 분위기는 배달의 민족이나 야놀자 같은 잘나가는 O2O 서비스들의 2015년 실적이 발표되면서 극에 달했다. 2015년 실적 기준으로 배달의 민족, 야놀자, 쏘카 등은 각각 248억, 75억, 59억 영업손실을 기록하였다.

O2O 서비스의 종말, 혁명은 끝났는 O2O 서비스의 종말, 혁명은 끝났는

O2O 서비스 투자에 대한 회의론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미국이나 중국의 실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을 이끌고 있는 O2O 서비스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만 하다.

 

문제는 새롭게 O2O 서비스를 출시하고 시장에 진입하고자하는 스타트업 기업들에게는 어느때보다도 추운 겨울이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한 때 "창조적인 파괴”라 불리우며 오프라인 시장의 혁명을 주도할 것처럼 보였던 O2O 서비스가 왜 최근에는 투자 받기 어려운 아이템이 되었을까?

 

지금 O2O 서비스로 투자유치를 준비하고 있다면 몇 가지 자가진단을 해보자.

1. 시장이 충분히 큰가?

시장의 규모와 그 시장의 구조를 바꾸었을 때 O2O 서비스가 거래할 수 있는 규모가 최소한 국내에서만 천억대 이상이 되어야 투자할 가치가 생긴다. 단순 엔젤 차원에서의 투자가 아니라면 결국 관심의 대상은 시장의 크기가 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웬만한 오프라인 산업 분야의 시장규모는 거뜬히 수천억 규모를 넘는다. 

2. 소비자의 인식이 충분한가?

오프라인에서 소비자들이 불편함을 충분히 느끼고 있어야 한다. 택시, 숙박, 배달 등은 사용자 규모에 비해서 오랜 기간 동안 불편을 감수해야 했던 분야였다. 그래서 소비자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변화를 수용할 수 있었다. 이에 비해 시장은 존재하지만 트랜잭션이 빈번하게 발생하지 않거나, 소비자가 스스로 불편함을 수용할 수 있다면 단순한 편의를 위해서 O2O 서비스로 전환을 시도하지는 않는다.

3. 유통구조의 단계를 줄일 수 있는가?

오래된 산업군일수록 유통단계가 길고 복잡하다. 생산자로부터 소비자까지 단계를 줄여줄 수 있다면 소비자들은 기꺼이 그 과정에 동참할 의지를 갖게 된다. 하지만 단계를 줄인다는 것은 그 중심에 있는 많은 중계자들과 힘든 싸움을 시작해야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4. 각종 규제로부터 자유로운가? 

시작부터 규제 문제를 안고 있다면 단기간에 서비스를 안정화시킬 수 없다. 규제는 국가와 도시마다 차이가 있다. 우버의 경우 한국에서의 규제를 너무 만만하게 본 대가를 치루고 있다.

 

자가진단을 통해서 시장에서 자신들의 위치를 찾았다면, 다음단계는 O2O 서비스의 본질적인 가치를 고민해야 한다.

 

오프라인 산업의 흐름은 "생산자 -> 중계자 -> 소비자"라는 기본적인 골격을 벗어나지 않는다. O2O 서비스의 본질은 중계를 위한 커머스 플랫폼이다. 유통의 새로운 형태일 뿐 생산과 소비에 참여하지 않는다. 기존 온라인 커머스와 차이점은 행위의 주체가 소비자이기 때문에 "온-디멘드(On-demand)" 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용자 경험을 통해서 서비스의 가치를 만들겠다는 생각은 O2O 서비스에 적합한 전략이 아니다.

 

최근 푸드테크 또는 푸드산업에서 O2O 서비스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한 푸드 O2O 서비스들은 철저하게 자신들의 경쟁자를 “이마트 식품관”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들은 이마트가 할 수 없는 분야에 역량을 집중해서 생산자와 소비자를 중계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언번들링(Unbudling)” 전략이다. 대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분해해서 그중 하나에 집중해서 서비스 가치를 키우는 방식이다.

O2O 서비스의 종말, 혁명은 끝났는

성공적인 서비스 진입을 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시장에서 경쟁한다는 것은 O2O 스타트업들에게는 크나 큰 숙제다. O2O 서비스 특성상 “승자독식” 구조를 벗어나기 어렵다. 틈새시장이 잘 존재하지 않는 분야다.

 

시장 진입에 성공한 O2O 서비스 기업은 유통구조를 바꿀 수 있는 최소한의 능력을 갖추었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대형 유통기업들의 반격이 시작된다. 우버의 전투력을 배워야 할 시기가 된 것이다.

 

선택은 두가지다. 대규모 투자유치를 통해서 대등한 수준의 경쟁을 하던지, 아니면 기술적인 진입장벽을 만들어야 한다. 다른 스타트업들과는 달리 시장 진입 이후에 본격적으로 기술력이 필요하다.

 

O2O에 최적화된 기술 플랫폼을 만들고 그동안 쌓았던 고객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시장에 진입도 못한 O2O 서비스가 빅데이터니 인공지능 같은 용어를 사용한다는 건은 아직 이 바닥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O2O 서비스 거품론이 생긴 이유는 서비스를 만드는 기업들의 문제가 아니라 투자자들이 서비스 본질을 이해하지 못해서 생겨난 문제라고 생각한다. 누가 뭐라고 하든,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통합 그리고 소비자 중심의 온-디멘드로의 전환은 멈추지 않는다.

 

여전히 O2O 서비스는 시장에서 새로운 변화를 만들 것이고 이 변화를 이끌 서비스 기업들은 계속 생겨날 것이다. O2O 서비스 혁명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2017.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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