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워킹스페이스와 스타트업 생태계

[테크]by 박민우
코워킹스페이스와 스타트업 생태계

위워크(Wework) 열풍과 코워킹스페이스(Co-working space) 산업

최근 국내에서도 부동산 계의 ‘우버’라고 불리는 “위워크”의 인기가 뜨겁다. 작년 8월에 국내에 첫 지점을 낸 “위워크 강남역”을 상담 차 직접 방문해 보았다. 10개층 900석이 전석 매진. 입주 대기는 최소 한달을 기다려야 한단다. 올해 2월에 오픈한 “위워크 을지로”는 3000석으로 아시아 최대 규모다.

 

최근에는 국내 대기업까지 가세하여 코워킹스페이스 산업은 ’점입가경’이다. 현대카드는 강남역에 “스튜디오블랙”이라는 코워킹스페이스를 이미 오픈하였고, 한화생명은 역삼동 한화생명 서초사옥에 “한화생명 드림플러스”라는 코워킹스페이스를 연내 오픈할 예정이라고 한다. 현대 계열인 아산나눔재단은 역삼동에 위치한 “마루180”에 이어 중구 신당동에 신사옥을 통해서 본격적인 코워킹스페이스 사업을 준비중이다.

열풍의 진원지인 위워크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자

2010년 아담 노이만(Adam Neumann) 미구엘 맥켈비(Miguel McKelvey)가 30만달러로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창업한 위워크는 6년 만에 포브스(Forbes) 추산 기업가치 12조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하였다. 올해 3월21일 블룸버그 보도에 의하면 소프트뱅크가 3억불(한화 약 3350억)을 투자하였다. 투자 기업가치 180억불 평가되었다고 한다. 20조 기업가치를 가진 부동산 스타트업인 셈이다.


위워크 성공요인에 대해서 다양한 분석들이 존재한다. 스타트업 창업 열풍, 밀레니엄 세대의 문화, 미국의 경기회복과 부동산 가치 상승 등 환경적인 요인과 공유사무실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조합이 성공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기존 공유경제 스타 기업인 우버와 에어비앤비 뒤를 잇는 공유경제 패러다임의 진화라고 극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위워크 사업의 본질은 “부동산(오피스) 재임대 사업”으로 공유경제라고 부르기엔 애매하다. 오히려 고급화된 비즈니스 고시촌(?) 개념에 가깝다. 공유경제 플랫폼이라고 정의하기엔 우버나 에어비앤비 같은 잉여 재화의 공급자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스타트업 비즈니스 플랫폼”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자연스럽게 플랫폼을 중심으로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

스타트업과 지역의 가치

위워크 성장요인 중에서 하나는 ‘뉴욕’이라는 도시의 특수성이 큰 영향을 미쳤다.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사태 이후 폭락한 부동산 경기와 뉴욕 맨하튼에 오피스를 만들고자 하는 다양한 창업기업들의 수요가 기회를 만들어 준 셈이다. 


기술 기반 스타트업의 경우 실리콘밸리에 입성하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미국내 타지역 또는 타국가에서 실리콘벨리에 입성하기에 큰 장벽은 높은 물가다. 충분한 투자를 받지 않았다면 실리콘벨리에 오피스를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미드 ‘실리콘밸리’를 보면 미국의 창업기업들조차도 인큐베이터의 도움없이는 실리콘밸리에 오랜 시간 머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코워킹스페이스와 스타트업 생태계

초고속인터넷으로 전세계가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는데 왜 실리콘밸리로 가야하는가에 대해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작년에 발간된 “Korea Startup White Paper(KSEF 백서)”를 보면, 강남구와 서초구 주변 5마일에 벤처캐피털 사무실의 81%가 존재한다. 스타트업 협업공간 이용 건수가 년간 10만회 이상이며, 스타트업을 위한 이벤트가 연간 3000회 이상이 열린다. 매일 스타트업 행사가 10번 이상 열린다는 뜻이다. 


이런 행사를 통해서 투자가와 스타트업들간의 다양한 네트워크 활동이 이루어지며 이런 경험은 인터넷으로 얻을 수 없는 가치다. 스타트업들이 강남으로 몰릴 수 밖에 없는 이유이며, 강남의 비싼 부동산 가격을 생각해 보면 자연스럽게 코워킹스페이스에 입주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이러한 상황이니 실리콘밸리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과거와 같이 스타트업은 창고같은 지하에서 어렵게 기술을 개발하고 멋진 투자자를 만나서 성장하는 스토리는 이제 구시대적이다.

 

기술은 평준화 되어가고 새로운 아이템이 고갈되어가는 현실에서는 정보와 시간이 경쟁력이다. 다양한 네트워크의 기회가 더 중요하며,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남부럽지 않은 환경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현재 젊은 세대들의 문화도 존중해야만 한다.

스타트업 네트워크에 합류하다.

위워크에 입주한다는 것은 스타트업 네트워크에 합류한다는 뜻이다. 기업들간의 정보 공유 뿐만 아니라 다양한 교육과 이벤트를 통해서 아이템을 검증 받고 투자자를 만날 수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거래같이 입주사들간의 직거래가 가능하고, 같은 공간에서 일한다는 신뢰감과 비즈니스 공동체 의식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목적으로 몰려든 스타트업이라는 고객을 대상으로 금융, 렌탈, 리크루팅, 세무, 회계, 법률 등 엔터프라이즈 비즈니스를 연계하는 새로운 공급자들이 입주하게 된다. 에어비앤비를 중심으로 다양한 비즈니스 생태계가 만들어지듯이, 위워크라는 스타트업 비즈니스 플랫폼을 기반으로 새로운 생태계가 조성되는 셈이다.


위워크는 차기 비즈니스 모델로 “위리브(Welive)”라는 공유하우스 개념의 서비스를 런칭할 계획이다. 공유오피스와 공유하우스라는 두개의 다른 생태계를 하나로 이어주는 서비스가 만들어지게 될 것이다.


“위리브”의 목적도 분명하다. 혼자 살기엔 부담스러운 고급스러움을 공유한다. 작년에 방송된 JTBC 드라마 “청춘시대”를 보면서 저런 집이라면 모르는 사람들과 같이 한번 살아볼 만하다 라는 생각을 해봄직하다. 

코워킹스페이스와 스타트업 생태계

부동산 본질의 가치

정작 부동산의 주인보다 재임대를 통해서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위워크를 보면서 건물주 입장에서는 코워킹스페이스 사업을 본인이 직접 해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부동산 건물 가치의 상승을 주도하는 것은 젊은 층의 유입이다. 스타벅스가 입점한 건물은 다른 건물보다 건물 시세가 빨리 오른다고 한다. 소위 말하는 “스타벅스 효과”다. 심지어 어떤 건물주는 스타벅스가 입점한다면 몇 달간 임대료를 받지 않겠다고 한다. 건물주에서 임대료 수익보다는 건물 가격의 상승이 더 매력적인 셈이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건물주가 코워킹스페이스 사업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수있다. 그럴듯하게 인테리어만 꾸며 놓는다고 스타트업이 모이지는 않는다. 많은 은퇴자들이 자신만의 경험과 화려한 디자인으로 커피숍을 오픈하지만, 성공할 확률은 거의 없다. 코워킹스페이스에서 가장 중요한 스타트업 네트워크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현대카드가 야심차게 시작한 “스튜디오블랙”의 경우 화려한 시설과 인테리어에도 불구하고 바로 근처에 있는 “위워크 강남역”에 비해서 입주율이 현저히 낮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입주기업들의 불만이 이슈가 되기도 하였다. 결국 스타트업 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는 얘기가 나오게 된다.

코워킹스페이스와 스타트업 생태계

특수목적형 코워킹스페이스

위워크가 국내 코워킹스페이스 산업을 독점할 가능성은 없다. 이미 정부지자체를 중심으로 많은 스타트업 입주공간이 활성화되어 있고, 대학에도 창업보육공간이 존재하기 때문에 비싼 비용을 지급하고 위워크에 입주하지 않더라도 선택의 기회는 많이 있다. 하지만 위워크가 보유한 스타트업 네트워크 플랫폼과 비교하면 경쟁력이 많이 떨어진다.


특수목적형 코워킹스페이스가 필요한 이유다. 정부지자체의 BI 예산과 건물주 그리고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가 연계된 특수목적형 코워킹스페이스가 가장 현실적인 모델이라고 볼 수 있다. 건물주에게는 세금혜택을 주고, 지자체는 인테리어 비용을 지원하고, 엑셀러레이터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코워킹스페이스를 활성화시킨다면 어느정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내 창업교육센터는 민간엑셀러레이터와 연계하여 창업카페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학내 코워킹스페이스 공간을 만들어주고, 민간투자사 네트워크를 활성화 하는 것이 기존 창업보육센터보다 더 현실적이라고 본다. 대학의 본질은 창업이 아니라 교육이기 때문이다. 불안정한 정치적 상황에서 어렵게 만들어진 창업 열풍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엑셀러레이터와 코워킹스페이스의 역할이 어느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2017.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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