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초반에 태어난 사람이라면, <디지몬 어드벤처>의 그 엄청난 열풍을 잊긴 어려울 것이다. 아이들은 일전에 유행하던 포켓몬 카드를 버리고 디지몬 카드로 갈아타는가 하면, 앞 다투어 ‘디지몽’이니 ‘팬들럼’이니 하는 다마고치를 구입했다1). 현재로선 그와 같은 열풍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디지몬 애니메이션 시리즈는 꾸준히 기획 되고 있다. 2016년에 발표된 <디지몬 유니버스 어플리 몬스터즈>는 망해가던 디지몬 시리즈를 되살린 작품이기도 하다. ‘인공지능과의 공존’을 주제로 한 <어플몬>은 4차산업혁명을 앞둔 우리에게 의미심
마음이 헛헛하다.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 스타벅스에 프리퀀시를 모으러 들어갔다가 캐롤의 공격에 상처만 받고 다시 발걸음을 돌려 나온다. 그러하다. 연애하지 못한 자들의 불우한 시즌이 왔다. 나도 꽁냥질 좀 하고 싶다는 마음만 가득한 요즘, 실제 꽁냥질은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아서 노래를 들으면서 대리만족하기로 한다. 미스핏츠에 몇 없는 연애호구, 짝사랑 및 금사빠 전문가로서 허한 마음을 채우는 꽁냥질 노래들을 모아모아 추천해 본다. 참, 영어말만 느끼오글꽁냥할 수 있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순수 100% 한국어만 갈아 만든
영화 <러브픽션>에는 재밌는 소재 하나가 나온다. 뭐 딱히 엄청난 죄는 아니지만, 보는 이의 눈쌀을 찌푸리게 만들기엔 충분한 그것. 바로 여성의 털이 무성한 겨드랑이다. 여주인공 희진(공효진 분)의 털투성이 겨드랑이는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요한 소재로 활용된다. 남주인공 주월(하정우 분)이 사랑하는 여인의 정체성에 관해 떨떠름히 고민해보게 만드는 방아쇠이자, 스크린 밖 관객들마저 성공적으로 그의 고민에 동참시키는 훌륭한 떡밥. 자신의 겨털에 당당한 영화 속 희진을 제외한 대부분의 관객들은 그녀의 겨털을 보며 주월을 따라 민망한 웃음을
지난해 한국영화의 트렌드 중 하나는 ‘여성영화’였다. 출판시장에서 주디스 버틀러나 낸시 프레이저의 책이 이례적인 판매를 기록했던 것처럼, 여성 감독이 여성 배우를 캐스팅한, 여성에 대한 영화들이 관객과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그 중심에 있었던 것이 <미씽: 사라진 여자>(이하 <미씽>)과 <아가씨>다. 물론 그 열기를 과대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에도 일리가 있다. 1) 아직 주류영화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흥행성적이 증명한다. 2016년 100만 관객을 넘긴 영화들 중 <아가씨>는 겨우 10위권에 이름을 올렸
시간이 지날 수록 가치가 더해지는 건 와인 뿐만이 아니다. 우리의 만화영화들은 추억 속에서 더욱 가치를 발하고 있다. 오늘은 머리 속에 잠재되어 있는 추억의 애니메이션 OST를 꺼내보도록 하자. 시험기간 여러분의 든든한 벗이 되고, 우리의 초등학교 시절을 추억하게 하는 소중한 OST들. 2000년대 초반 애니메이션 양대 산맥은 분명히 디지몬과 포켓몬이다. 디지몬 어드벤쳐 극장판의 OST인 ‘Butterfly’는 역대급 애니메이션 오프닝으로 2000년을 넘어 지금까지 그 명성이 유지되고 있다. 특히나 이 노래는 한국어 버젼이 일본어
술집이라고 술집인 게 아니고, 술집이 아니라고 술집이 아닌 게 아니다. 내가 술을 마시고 싶을 때, 술을 내어줄 수 있는 그곳이 술집이다. 따라서 술집은 국에 밥을 말아 쌉쌀한 소주 한 잔에 밥 한 술을 넘기는 국밥집일 수도, 마음이 허한 새벽 맥주 한 캔을 손에 쥐어주는 편의점일 수도 있다. 조용히 연태고량을 한 병 비우고 싶다는 생각은 급작스레 몰려든다. 도무지 참을 수가 없다. 생각만 해도 차가운 불꽃이 목을 타고 내려간다. 연태고량은 차가운 불꽃이다. 개운하면서도 홧홧한 술기운이 찌르르 퍼져나갈 때면 어느덧 과일향이 고요하게
<타이타닉>은 별다른 수식이 필요 없는 당시 전 세계 최고 흥행작이자, 현재 전 세계 최고 흥행작 2위를 기록하고 있는 작품이다. 1위는 <타이타닉>의 감독이자 각본을 쓴 제임스 캐머런이 역시 각본과 감독을 맡은 <아바타>. <아바타>가 3D 영화라는 신세계를 개척한 것을 감안하면 <타이타닉>은 2D영화 시대, 혹은 필름 영화 시대 최고 흥행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제임스 캐머런은 액션 영화와 SF 영화에 강점을 보이고 있었다. 그에게 부와 성공과 명예를 가져다 준 <터미네이터>, <터미네이터 2>를 비롯해 <에이리언2>까지 SF적
“100명 넘는 사람들한테 ‘귀엽다’라는 말을 들으면 정말로 귀여워질 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어.” 귀엽다고 하길래 실제 귀여워졌다는, 일명 ‘세라복 할배’ 고바야시 히데야키(52)를 만났다. 세라복을 입고 욕을 들을까 걱정했지만, 정작 스타가 됐다는 할배. 그는 일본의 한 직장인이다. 한국에 단 한 번도 오지 않았지만, 충격적인 비주얼 하나로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그런 존재가 된 할배. 그는 흔히 ‘희화화될 것을’ 요청받는다. ‘귀엽다길래 귀여워졌다는’ 할배는 흔쾌히 ‘웃긴 사람이 되라고 하면 웃긴 사람이 된다.’ 그렇지만 그
엄밀히 말해서 자발적인 퇴사는 아니고 회사가 망한 것이긴 했지만 나에게는 남편이 퇴사한 것이나 다름없으므로 이대로 적는다. 사실 망하지 않았더라면 가장이라는 무게 때문에 쉽사리 퇴사를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남편의 성격을 알기에 회사가 자발적으로(?) 망해주어 남편에게 퇴사의 기회를 준 게 고마울 정도다. 이렇게 말하면 남편이 회사에서 너무나 극심한 야근에 의한 과로로 건강을 잃기 일보 직전인 상태였을 것이라 예상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그 회사는 일과 삶의 균형을 지킬 수 있는 나름 괜찮은 축에 속하는 직장이었다. 출근은 8시 반까
할머니와 어머니하고 저녁밥을 먹던 도중, 9시 뉴스를 알리는 시그널이 안방에 울려 퍼졌다. 아나운서는 이런 저런 사건들을 이야기하더니, 일본 구마모토 현에서 큰 지진이 났다는 뉴스를 전했다. 나는 입버릇처럼 “가야겠다.”라고 말해버렸고, 할머니와 어머니에게 숟가락으로 얻어맞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난 곧바로 비행기 표를 예약했고, 카메라를 챙겨 구마모토로 출발했다. 일단 독자들에게 양해 말씀을 구하고자 한다. 나는 글을 쓰는 것 보다는 사진을 찍는 것이 익숙한 사람이다. 글과 사진에 모두 탁월한 재능을 보유한 사람이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