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핀테크의 거두, 그들에게 한국시장이란?

[테크]by 모비인사이드

이주영 머니라커 소속 중국 IT 칼럼니스트가 미디엄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중국 핀테크의 거두, 그들에게 한국시

2017년 2월, 연초의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아직 채 가시지도 않았던 때에 한 건의 뉴스가 보도됩니다. 카카오가 앤트 파이낸셜(알리페이의 모회사)로부터 2,300억 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는 소식이었죠.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알리페이가 카카오에 투자한 저의가 도대체 뭐냐? 혹시 카카오와 손잡고 국내 핀테크 시장을 점령하려는 속셈이 아니냐? 등 여러 추측이 난무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카카오와 알리페이의 전략적 합작 소식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으셨을 겁니다. 하지만 알리페이의 투자 동향을 관심 있게 바라보셨다면 조심스레나마 예측은 가능하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카카오와 알리페이가 서로 손을 잡은 까닭은 무엇일까요? 이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은 아래 첨부된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오늘 글을 쓰는 이유는 철 지난 투자 소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려는 게 아니거든요.

  1. 관련 글: 알리페이, 코리아페이 대신 카카오 손잡은 맥락

오늘은 카카오와 알리페이의 전략적 합작 체결 원인 이전에 많은 분들이 의문을 품고 계실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알리페이의 오프라인 결제가 한국에 들어오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당시 그들의 시장 진출 전략은 무엇이었을까요?

어쩌다 한국으로?

#1. 해외 여행 붐 + 한류 + 외교 이슈

중국 핀테크의 거두, 그들에게 한국시

해외 여행 출국자 수가 2014년에 처음으로 1억 명을 돌파하며 급증하고 있다

알리페이 한국 지사가 설립되기 이전에 알리페이는 이미 한국에서 온라인 결제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한국 ECmall에 알리페이 결제를 붙여 중국 고객들이 한국 의류나 화장품 같은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온라인 크로스 보더 결제 사업만 진행을 했었죠. 그런데 이때 중국에 강력한 신한류 열풍이 불기 시작했고 다른 나라에 비해 지리적인 이점을 갖고 있던 한국이 해외여행 추천 국가로 급부상합니다.

 

홍콩의 규제 강화와 센카쿠 열도 분쟁으로 인해 중일 간에 형성된 대립 관계도 중국인들이 한국으로 몰리는 데 큰 영향을 줬습니다. 즉, 비약적인 경제 성장을 이룬 중국에서 해외여행 붐이 일어날 때 즈음 마치 누가 짜기라도 한 듯이 한류의 열기가 뜨거워졌고 중국과 타 국가 간의 외교적 이슈들이 터지며 한국으로 모든 관심이 집중된 겁니다. 알리페이는 이 흐름에 발맞춰 2014년에 한국 지사를 설립했습니다. 지사를 설립하고 나서는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죠.

 

지금도 그렇지만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의 주 여행 목적은 쇼핑입니다. 물건을 사면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데 모두들 아시다시피 중국은 신용카드 사용이 보편화되어있지 않습니다.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 수가 점차 늘어나고 소비 규모도 함께 늘어났으나, 중국인이 사용할 수 있는 결제 수단은 매우 제한적이었죠. 이것이 알리페이가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2. IT 강국, 한국

 

지금은 명성이 많이 추락했지만 몇 년 전까지만해도 한국하면 ‘IT 강국’을 떠올렸습니다. 한국은 여러 IT 인프라가 다른 국가에 비해 잘 구축되어있었고 이는 알리페이가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했죠. 이미 구축되어있는 인프라만 잘 활용한다면 적은 투자를 통해 최대의 효율을 낼 수 있고 무엇보다 우수한 IT 인프라로 인해 한국은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테스트 베드로의 활용가치가 어마어마했습니다. 실제로 알리페이는 한국에서 다른 나라에서는 진행되지 않았던 인터넷 면세, 오프라인 바코드 결제, 텍스 리펀드, 글로벌 교통 카드 등 여러 테스트 사업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종합하자면 중국인들에게 환영받는 여행지이자 든든한 IT 인프라가 구축되어있던 한국은 알리페이가 첫 해외 사업을 시작하기에 안성맞춤인 국가였던 셈입니다.

알리페이, 한국 시장 공략법

비록 사업 영역이 다를지라도 알리바바 계열사의 해외 시장 진출 전략은 매우 비슷한 모습을 보입니다. 모두 ‘해외 현지 네트워크를 활용한 해외 시장 진출’을 계획하는 것인데요. 알리페이도 마찬가지입니다.

 

2015년 5월, 알리바바 그룹의 총수였던 마윈이 한국 기자들과의 기자회견에서 꺼낸 ‘코리아 페이’와 같은 현지 서비스를 통해 시장 진출을 꾀한다면 한국이 갖고 있는 가치와 시장 진출 전략이 달라지겠으나 이것이 알리페이의 목적이 아니라는 것은 알리페이의 최근 투자 동향을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중국 핀테크의 거두, 그들에게 한국시

알리페이는 작년 인도의 PAYTM(페이티엠)을 시작으로 태국의 Ascend Money, 미국의 MoneyGram, 필리핀의 Mynt, 한국의 Kakao pay 등 세계 각국의 금융 및 결제 회사들에 투자하거나 이를 매입하며 ‘글로벌화’의 초석을 다졌습니다.

 

이번 투자는 모두 각 나라의 인지도 높은 금융 및 결제 기업으로 향해있습니다. 각국 시장에 밝은 기업과 손을 잡아 시장 조사와 현지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비용을 현저히 줄이겠다는 건데요. 해외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 개시보다는 기업을 해당 국가의 거점으로 한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 구축의 초기 작업 단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실제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 구축 시 VISA를 대체할 수 있는 최초의 글로벌 핀테크 기업으로의 도약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 오프라인에서 위챗 페이가 강세일 수밖에 없는 이유

알리페이는 해외시장 진출 전략으로 해외에 독립된 회사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현지 시장을 가장 잘 알고 있고 금융 관련 라이센스를 이미 보유하고 있는 파트너사들과 협업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어찌보면 조금 소극적인 시장 접근 방법이라고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들의 야망을 생각해본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알리페이는 현지 파트너들과의 협업을 통해 시장 개척에 필요한 초기 자본을 줄이고 파트너사들이 갖고 있는 자원을 흡수하여 강력한 자체 생태계를 구축해 나갈 겁니다. 최종적으로는 VISA, MASTER 와 같이 전 세계를 하나로 잇는 금융 네트워크를 건설하려 하겠죠. 알리페이로 전 세계의 모든 화폐가 모이고 다시 퍼져나가게 되었을 때 그들이 갖게 될 영향력이 상상이 되십니까?

중국 핀테크의 거두, 그들에게 한국시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그들의 한국 시장 진출 전략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국은 알리페이의 해외 가맹점이 가장 많이 위치한 국가입니다. 알리페이 바코드 결제가 가능한 매장의 숫자는 무려 3만 4,000곳에 이릅니다. 작년 12월에는 파트너사인 ‘아이씨비’에서 큐알 결제 서비스를 론칭하며 기존 바코드 결제에 대한 수요는 있었으나, 매장 사정(규모 및 POS 미사용 등)으로 인해 서비스를 사용하지 못했던 업자들까지 알리페이 결제를 지원할 수 있게 되었죠.

알리페이 국내 공식 파트너이자 핀테크 기업인 아이씨비(www.icbnet.co.kr 대표 이한용)는 국내에서 싼커 등 방한 중국인을 대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간편 모바일 결제 서비스 앱 ‘큐릭(QRick)’을 본격 런칭한다고 8일 밝혔다.

 

‘큐릭’은 소상공인 등 가맹점과 방한 중국인 모두가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용 앱투앱(app-to-app) 결제 서비스다. –  아이씨비, 중국인 관광객 대상 간편 결제 서비스 ‘큐릭’ 런칭(디지털데일리)

하지만 한국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알리페이도 시작이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너무 깊게 자리 잡아버린 신용카드 결제 문화가 문제였습니다. 정부 기관과 금융 기관 모두 모바일 결제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고 금융 관련 규제로 인해 시작하기도 전에 여러 장애물에 부딪혔죠. 하지만 당시 알리페이 한국 사업을 총괄하던 권현돈 前 알리페이 코리아 대표는 정부 기관, 금융 감독 기관들과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며 시장의 문을 조금씩 열어가기 시작했고 아이씨비, KICC와 손을 잡고선 본격적인 한국 시장 진출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 알리페이는 왜 두 회사를 현지 파트너로 선택한 것일까요?

 

우선 한국 1위의 VAN사인 KICC는 알리페이의 해외 시장 진출 전략에 가장 부합하는 최고의 현지 파트너사입니다. 수많은 가맹점과 기술 지원 가능 인력, 그리고 별도의 영업 조직을 갖고 있습니댜. 여기까지는 이해가 다들 되시죠? 근데 뜬금없이 튀어나온 아이씨비라는 회사는 도대체 뭘까요?

 

아이씨비와 알리페이의 인연은 2007년에 시작됐습니다. 알리바바에 글로벌 무역 결제를 제안하러 갔다가 알리페이를 소개받은 것이죠. 이때부터 알리페이와 아이씨비 사이에 글로벌 결제 사업에 대한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오고 갔고 최종적으로 아이씨비에서 오프라인 바코드 결제 사업을 제안하며 알리페이의 공식 에이전시로 선정됐습니다. 재미있는 일은 이 다음에 일어났습니다. 물류 회사가 아니였던 아이씨비가 알리바바 기업의 물류 계열사인 차이냐오(菜鸟)의 파트너로 선정된 것입니다. 알리바바에서 아이씨비의 물류 라이센스 취득을 위한 모든 것을 준비해줬습니다. 일반적인 입장에서 바라보면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선택입니다.

 

한국의 유명한 물류 회사도 많은데, 물류 라이센스도 없던 조그만 회사를 파트너로 선택하다뇨?

 

이해하기 어려운 이 선택은 그들만의 견고한 파트너쉽 철학이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알리바바에게 현지 파트너사란 단순히 사업적 이익을 위해 함께하는 기업이 아닌 자신들의 생태계를 이루는 구성원이자 삶의 동반자와 같은 존재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풍부한 현지 자원을 갖고 있는가, 같은 곳을 보며 함께 나아갈 수 있는가와 같은 기본적인 사항에 대한 고려 뿐만 아니라 보다 다양한 부분을 살피며 파트너 선택에 더욱 신중을 기합니다. 사업 파트너가 아니라 결혼 상대를 고르는 건 아닌가하는 의심이 들때도 있죠. 여러가지를 살피다보니 파트너사로 선정되는 게 하늘의 별따기와 같지만, 신뢰 관계가 한 번 생기면 중대한 문제가 생기지 않는 이상 상대를 먼저 저버리지 않습니다. 기업 사이의 사업 파트너 관계가 아니라 사람 간의 친구 관계에 더 가까운 것이죠. 재력에 따라 나와 친구 사이의 친밀감이 달라지는 게 아니듯 신뢰를 기반으로 구성되는 알리바바와 파트너사의 관계도 회사 규모에 따라 좌지우지 되지 않습니다. 신뢰는 알리바바의 파트너쉽의 핵심입니다.

이제 위챗페이 이야기 좀 하죠?

중국 핀테크의 거두, 그들에게 한국시

너무 알리페이 이야기만 했나요? 그럼 이제 위챗 페이도 이야기를 좀 해야겠죠? 위챗은 한국에서 알리페이가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지켜봐왔기 때문에 자신들이 한국시장으로 진출할 경우 일정 이상의 실적이 보장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알리페이 덕에 시장 진입 문턱도 많이 낮아졌으니 한국으로 사업 확장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죠.

 

위챗페이의 한국 사업 전략은 국내 사업 전략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중국 국내 사업과 마찬가지로 위챗페이는 공식 에이전시를 따로 선정하지 않습니다. 영업 대행사는 에이전시가 아닌 대리점의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또한 위챗페이 한국 지사를 설립하지도 않았습니다. 심지어 전문 담당 부서조차 존재하지 않죠. 이 때문인지 한국에서의 위챗페이 실적은 생각보다 좋지 않습니다. 2016년 상반기를 기준으로 위챗페이가 사용 가능한 가맹점 수는 211곳인데, 활동하는 대행사 수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입니다.

 

2016년 말, 텐센트는 알리페이의 고속 성장에 위기감을 느꼈는지 하나카드, 케이알파트너스와 손을 잡고 오프라인 결제 사업에 박차를 가합니다. 하지만 갑자기 사드라는 변수가 생겨버립니다. 중국과 한국의 관계가 틀어지면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했고 중국 모바일 결제에 대한 수요도가 함께 하락했습니다.

 

예전에는 중국인들이 많이 찾지 않는 매장이라 하더라도 앞으로 점차 많은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찾을 것이라 설득하며 가맹점 영업을 진행했는데, 관광객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어버렸으니 가맹점을 끌어들일 비장의 카드가 사라져버린거죠. 심지어 알리페이를 이미 도입한 가맹점의 대다수는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여파로 위챗페이를 추가하지 않으려 할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동일한 결제 프로세스로 흘러가지만, 점주 입장에서는 결제 및 정산 관리를 위해 사용하는 플랫폼이 두 개로 나눠져버리니 매장 운영을 위한 관리 포인트가 쓸데 없이 많아집니다.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말이 있듯이 사업도 타이밍인거죠.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위챗에서 전략을 수정할 것 같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위챗이 도구의 역할만 충실히 이행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장샤오롱은 공식 석상에서 여러 차례 이야기를 했었고 서비스의 중심이 결제가 아니기 때문에 위챗은 사용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선에서 현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해나갈 것 같습니다.

 

한국은 중국 핀테크의 중심인 알리페이와 위챗 페이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시장이었음이 분명합니다. 한국으로 진출한 알리페이와 위챗페이가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며 한국 시장의 가능성을 보란 듯이 증명해 보이기도 했죠. 허나 시간이 흐른 뒤에도 한국의 오프라인 결제 시장이 그들에게 매력적인 시장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머릿속에 느낌표가 아닌 물음표가 먼저 떠오릅니다. 모바일로도 쉽고 간편하게 한국 상품을 살 수 있는 이 시대에 굳이 한국으로 여행을 와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이제는 쇼핑이 아닌 콘텐츠로 승부를 걸어야 할 때입니다.

 

By 이주영

2017.05.1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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