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와 치킨게임의 줄타기, 쿠팡 물류 전략

[테크]by 김승열

물류 전쟁을 촉발시킨 쿠팡

최근의 온라인 커머스는 물류 전쟁에 돌입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빠르고 무료’로 시작된 배송 서비스가 전체 물류 전략의 차별화로 이어지고 더 나아가서는 수직통합 전략으로 확대되고 있다. 온라인 커머스의 대표주자인 아마존도 지난 2016년 1월 발행된 2015년도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연차보고서에서 "우리는 운송서비스 업체이다(we are the transportation service provider)"라고 언급할 정도로 물류와 커머스는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SSG닷컴의 쓱배송, 이베이코리아의 스마트배송, 홈플러스의 광속배송, 티몬의 슈퍼배송, 위메프의 위메프 플러스 등과 같은 배송 서비스가 전면에 등장하였다. 택배 비용만 지불하는 게 전부였던 예전과 달리 물류와 배송이 브랜드화되어 차별화된 서비스 레벨로 승격(?)된 셈이다. 국내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만들어 낸 장본인은 ‘쿠팡’이다.

차별화와 치킨게임의 줄타기, 쿠팡 물

쿠팡은 ‘로켓 배송’이란 자체 물류 & 배송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사용자들에게 어필을 하였다. 2017년까지 1조 5천억원을 배송 시스템에 투자하고 쿠팡맨을 포함해 물류, 고객센터 직원 등 총 4만명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발표하면서 업계는 물론이고 지자체의 관심까지 집중시켰다. 인천과 덕평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서울과 수도권 배송을 공략하고 있으며 2017년까지 21개까지 확대할 것이라는 청사진을 공개하기도 하였다.

쿠팡이 얻어낸 프리미엄

물류를 전면에 내세우며 업계를 리드한 쿠팡의 전략에 대해 성공 여부를 평가하기에는 다소 이른 시점이다. 분명한 것은 선두 기업으로서 쿠팡이 얻어낸 프리미엄이 있다는 점이다. 첫째는 소셜 커머스 빅3 중에 하나에 불과했던 ‘쿠팡’이란 이름을 사용자들에 확실하게 각인시킨 브랜드 효과이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에서 조사한 소셜커머스 브랜드평판에서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모바일 앱 방문자를 기준으로 1위를 차지한 적도 있다. 


두 번째는 쿠팡맨을 앞세워 감성을 자극하며 고객과의 접점을 성공적으로 만들어 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온라인 커머스는 고객과 오프라인 접점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쿠팡맨이 배달을 하면서 쪽지를 남기거나 인증샷, 그리고 선물을 전달해주면서 새로운 접점을 만들어 냈고 SNS에 포스팅되면서 자연스러운 홍보를 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접점을 통해 고객들의 정형, 그리고 비정형의 데이터를 생성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데이터는 쿠팡의 분석 시스템에 그대로 녹아 들어 갈 수 있었다.


높은 인지도, 업계의 위상, 그리고 1조원을 돌파한 매출액에도 불구하고 '쿠팡’을 바라보는 시선들은 의혹에 차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쿠팡의 물류 사업을 기반으로 전략적인 관점에서 다소 비판적인 해석을 해보고자 한다. 하기에 서술하는 내용이 특정 기업을 언급하고 있지만 사실은 국내 온라인 커머스 사업자들의 공통적인 모습이며 한계임을 감안하기를 바란다.

주객이 전도된 빠른 배송

시작은 단순히 남보다 빠른 배송이 목표였다. 빠른 배송을 하기 위해서 직매입 구조가 필요했고, 직매입을 하기 위해서 대규모 물류센터를 구축해야만 했다. 덕분에 쿠팡의 직매입 판매 매출(2015년 기준)은 9904억 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87.3%를 차지하였다. 하지만, 직매입을 하기 위한 단순 비용은 물론이고 물류센터 구축비와 용역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015년 영업손실은 5470억 원으로 2014년 대비 4배 이상 커졌고 마진율은 2014년 46%에서 13%로 급격히 악화됐다.


직매입과 물류센터 구축은 세계적인 추세이기 때문에 단기 재무를 가지고 판단할 시기는 아직 아니다. 하지만, 모든 커머스 사업자들이 배보다 배꼽이 큰 비용에 대해서 '미래를 위한 투자'라며 큰소리치고 있지는 않다. 물류센터와 직매입 구조에서 영업 이익을 높이기 위해 PB 상품을 개발한다. 기저귀를 시작으로 시트, 수건 등과 같은 생활용품과 견과류와 차, 식용유 등으로 PB 상품의 카테고리를 확대하고 있는 아마존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국내에서도 신세계는 피코크와 노브랜드, 롯데는 초이스 엘 골드 등을 개발하여 판매하고 있다.


2010년에 설립된 쿠팡에게 PB상품 개발은 무리가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아마존도 처음부터 PB를 개발한 것은 아니다. 유통업체에게 직매입하던 구조에서 제조사를 대상으로 바꿨고, 점차 제조사와 밀접하게 논의하여 프로듀싱의 영역으로 확대했다. 수직 통합을 하기 위한 제품 개발 능력을 구축해야 할 텐데, 쿠팡은 오히려 'MD 없는 오픈마켓'을 선언하였다.

물류 전략의 근간은 연결과 확장

배송 서비스의 경쟁력이 속도가 전부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도 필요하다. 시장조사기업 ComScore와 물류기업 UPS에서 공동으로 발행한 보고서에 의하면 온라인 소비자들의 최종 구매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77%(전체 평균)의 응답 비율을 보인 '무료 배송 여부’였다. 66%의 소비자들은 배송비를 무료로 만들기 위해 물건을 추가로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답변을 했다.

차별화와 치킨게임의 줄타기, 쿠팡 물

일반적으로 물류 기업은 물동량을 늘리고 연결 지점(네트워크)을 확대하는 전략을 기본으로 한다. 빠르게 배송하는 것만큼 저렴하고 안전하게 운반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국경이 사라져 전세계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커머스에서는 더욱 중요하다. 중국의 알리바바 그룹이 운영하는 ‘알리 익스프레스’는 이러한 물류 트렌드를 잘 이해하고 사용자에게 어필하는 서비스이다.


알리 익스프레스는 상품 배송을 일반 택배로 하지 않고 중국의 우체국과 제휴를 통해 해결하고 있다. 사설 기업인 택배와 달리 우체국은 해당 국가까지 금액이 한번 지불되면 그 금액에서 일정 비율을 배달되는 국가까지 나눠주는 형태로 약속이 되어 있다. 이러한 허점(?)을 이용하는 알리 익스프레스는 1달러 미만의 저렴한 상품도 무료로 배송을 해주기 때문에 전 세계 사용자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빠른 배송을 원하는 사용자들에게 필요한 옵션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다.


쿠팡의 물류 전략은 철저하게 자신만의 틀 안에 고립되어 있다. 빠르고 무료이긴 하지만 물류센터의 권역만 가능한 구조이다. 전국 확대가 단기간에 힘든 것은 물론이고, 해외 사용자들에게는 '쿠팡의 로켓 배송'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 중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을 공략한다고 하지만 쿠팡만의 장점이 없기 때문에 초기 전략부터 다시 구축해야 할 판이다. 직구, 역직구가 늘어나면서 국경이 허물어지는 시대에 대규모 물류 센터를 짓는 고전적인 전략을 가지고 나온 탓이다.

물류 비용 절감은 어떻게

물류센터를 짓는 순간부터 비용에 대한 문제는 벗어날 수가 없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해 10~12월 아마존의 배송비용은 41억7000만 달러로서 1년 전보다 37% 늘어났다. 매출액 대비 비율은 1년 전 10.9%에서 12.5%로 확대된 수치이다. 키바 로봇으로 운영 효율화를 최대치까지 끌어올리고 미국 내 무료 배송 서비스 제공 조건인 주문 1회당 최저 구매액을 35달러에서 49달러로 올렸지만, 그것만으로는 비용에 대한 압박에서 벗어날 수가 없나 보다.


아마존은 판매자들의 배송을 비용을 받고 해결해주는 3자 물류 사업을 시작했다. DHL, UPD, Fedex의 시장을 빼앗아 오겠다는 것이다. 단순 배송을 넘어서 프레이트 포워더의 영역까지 진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중국의 자회사인 '아마존 차이나'가 미국 정부에 NVOCC 등록을 하면서 이러한 전망은 더욱 굳어지고 있다.


아마존은 이렇게 물류센터에 대한 수익성을 다방면으로 개선하는 동시에 새로운 형태의 물류 시스템을 시도하고 있다. 드론을 활용한 배송, 택시를 이용한 라이즈(Rides), 지역 상점의 사물함을 활용한 온마이웨이(On My Way) 등과 같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특히, 제휴를 통한 배송과 크라우드 소싱 기반의 배송 서비스는 오랜 기간 다양한 형태로 실험 중이다. 


쿠팡의 물류 전략은 물류센터와 직매입, 쿠팡맨이 전부이다. 쿠팡은 쿠팡맨의 평균 연봉이 4000~4500만 원(세전)이라고 발표한 적이 있다. 현재 쿠팡맨은 3600여 명이니 최소 연간 인건비만 1440억원이 되는 셈이다. 작년 매출이 1조를 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적자가 높은 기업에게는 부담되는 수준이다. 2017년까지 1만 5천 명으로 늘이겠다고 발표한 쿠팡맨의 숫자가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상황에서 "모든 것이 계획된 것"이라는 발표는 세간의 의혹을 해결해주지 못한다.

차별화 전략인가, 치킨 게임인가

쿠팡이 ‘로켓 배송’을 운영한 지 2년이 지나고 있다. 초반에 훈훈하기만 했던 SNS상의 후기에서 드문드문 배송 지연에 따른 불만의 목소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언론에서도 처음보다 느려지는 배송 속도와 쿠팡맨의 처우를 다룬 기사가 조금씩 등장하고 있다. 부족한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한진택배와 계약하는 과정에서 지연 보상금을 택배 기사에게 전가하면서 갑질논란이 되기도 하였다.


아무리 온라인 서비스가 발달한다고 하더라도 고객에게 실제 물건을 전달하는 과정이 생략될 수는 없다. 쿠팡이 ‘물류’를 핵심 전략 키워드로 잡고 ‘배송’을 브랜드화한 것은 전략적인 옳은 판단이었다. 하지만, 일반 택배로도 익일 배송이 되는 국내 여건에서 물류 센터를 짓고 직매입을 늘려서 빠른 배송만으로 차별화를 유지하기에는 힘들다.

 

세간의 여러 의혹과 비판에서도 쿠팡은 인프라를 만들어 냈고 물류를 서비스 영역으로 끌어내었다. 중소기업이 혼자서 해내기 힘든 놀라운 성과이다. 이제부터가 제대로 된 물류 서비스를 보여줄 수 있는 시점이다. "모든 것이 계획된 투자였다"고 설명하는 그들의 말처럼 구축한 인프라를 통해 물류 혁신을 만들어 내고 새로운 사용자 경험과 글로벌 경쟁력으로 치킨게임 논란을 종식시키길 바란다.

2016.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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