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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 vs 김녕·월정 지질트레일

비오는 날 제주에서 즐기는 지질트레킹

by머니투데이

비오는 날 제주에서 즐기는 지질트레킹

사계포구 인근 하모리층과 해안사구/사진=김유경 기자

비가 내리는 제주는 매력이 없다고 생각했다. 파란 하늘과 바다라야 제주의 돌도 예쁘고 억새도 예쁘게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질트레일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비를 머금은 돌들은 더욱 선명하고 강렬해진다. 바다의 빛깔에 주목받지 못했던 검붉은 화산석들이 신비로운 우주의 빛깔로 드러나며 눈길을 사로잡는다.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

산방산은 그동안 목적지가 아니었다. 송악산 가는 길에 잠시 들러 멋진 바다 풍경을 보는 정도에 그쳤다. 그런데 걸어보지 않았다면 절대 알 수 없는 풍경들을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 코스에서 만날 수 있었다.

비오는 날 제주에서 즐기는 지질트레킹

사계포구 인근 하모리층과 해안사구. 왼쪽에 형제섬, 오른쪽에 송악산이 보인다.

/사진=김유경 기자

용머리해안 주차장에서 출발해 사계포구를 지나자마자 나오는 검붉은 퇴적암층은 마치 낯선 행성에 불시착한 느낌이다. 멀리 붉은 등대와 형제섬이 있어 제주임을 일깨워준다. 이곳은 송악산에서 분출한 화산재가 파도에 깎여 나가 해안 주변에 쌓인 것으로 하모리층이라 부른다. 가는 모래가 쌓여 언덕 지형으로 나타난 상부는 해안사구다.

 

약 2㎞ 떨어진 곳에 다정하게 있는 두 개의 섬(형제섬; 화산재가 쌓여 만들어진 섬)을 바라보며 해변가를 따라 걷다 보면 송악산의 용암 분출 후 화산재가 쌓인 상태에서 그 위를 걸어 다닌 사람들의 발자국과 사슴, 새 등의 화석이 발견된 곳이 나온다. 보호지역이라 직접 볼 수는 없었다. 

비오는 날 제주에서 즐기는 지질트레킹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을 걷는 중에 바라본 산방산/사진=김유경 기자

비오는 날 제주에서 즐기는 지질트레킹

뜨거운 마그마와 차가운 물이 만나 강력하게 폭발하면서 만들어진 단산. 오랜 기간 비바람에 깎여나가 지금의 독특한 모양이 됐다./사진=김유경 기자

화석 발견지 표지판을 뒤로하고 횡단보도를 건너 단산까지는 5.5㎞를 가야 한다. 살짝 지루할 수 있지만 멀리 보이는 산방산과 단산을 오래 볼 수 있는 기회다. 뿔 두 개가 솟은 듯한 단산은 뜨거운 마그마와 차가운 물이 만나 강력하게 폭발하면서 만들어졌으며 오랜 기간 비바람에 깎여나가 지금의 독특한 모양이 됐다고 한다.

 

산방산 가까이에는 조면암 돌담이 있다. 제주의 돌담 하면 검고 울퉁불퉁한 현무암 돌담이 일반적인데 이곳엔 산방산에서 무너져 내린 밝은 조면암으로 돌담을 만들었다. 돌담 위에는 소원을 비는 돌탑들이 줄지어 있다.

비오는 날 제주에서 즐기는 지질트레킹

산방연대에서 내려다본 용머리해안/사진=김유경 기자

비오는 날 제주에서 즐기는 지질트레킹

산방연대에서 용머리해안으로 내려가는 길/사진=김유경 기자

산방사를 지나 길 건너편 산방연대로 올라가면 왼쪽으로 황우치해변과 앞으로 용머리해안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용머리해안으로 내려가는 길도 예쁘다. 하멜선상전시관에 들려 무료관람 후 주차장으로 돌아오면 트레일 A단축코스가 끝난다.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은 총 13.2㎞의 A코스(3시간30분 내외 소요)와 단산에서 산방산으로 바로 오는 10.5㎞의 단축코스(3시간 내외)가 있으며, 화순금모래해변에서 출발해 화순리를 돌아오는10㎞의 B코스(3시간 내외)가 있다.

 

여행팁

자전거 지질트레킹=자전거 트레킹으로 시간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도 방법이다. 용머리해안에서 사계포구로 가는 길에 자전거를 빌릴 수 있는 사계리마을회가 나온다. 자전거 대여료는 1일 2만원, 3시간 1만원이며, 해설사의 설명도 들을 수 있다.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는 750번, 서귀포시외버스터미널에서는 700번 버스가 산방산 정류장까지 온다. 산방산 정류장에서 용머리해안 주차장까지는 걸어서 5분거리다.

비오는 날 제주에서 즐기는 지질트레킹

자전거를 빌릴 수 있는 사계리마을회/사진=김유경 기자

김녕·월정 지질트레일

비오는 날 제주에서 즐기는 지질트레킹

궤네기 동굴. 보존관리를 위해 출입이 금지돼 있다./사진=김유경 기자

김녕·월정은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용암 동굴들이 숨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이다. 유명한 만장굴 역시 이 지역에서 발견됐다. 김녕월정 지질트레일 코스는 걷는 내내 동굴 위를 걷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다만 코스 중에 실제로 들어가 볼 수 있는 동굴이 없다는 게 아쉽다.

 

궤네기굴과 용천동굴호수 및 당처물동굴 해설포인트가 있지만, 궤네기 동굴은 보존관리를 위해 출입이 금지돼 있고 해설포인트는 용암동굴 호수의 입구가 바로 발아래 있다는 위치만 알려줄 뿐이다. 

 

눈으로 볼 수 있는 건 밭과 밭담, 빌레(너럭바위)인데, 밭담이 다른 곳보다 예쁜 게 특징이다. 비 때문에 다른 게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였는지 모르지만 그림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밭을 도화지 삼아 검은 현무암과 초록 농작물, 붉은 흙으로 색칠해 놓은 것 같다. 이곳 밭담은 대체로 낮은데 비가 고여 웅덩이로 변한 길에서는 디딤돌 역할도 한다. 진빌레길을 가기 전 김녕밭담길을 가다 보면 대한민국 지도의 형태를 보여주는 밭담도 만날 수 있다.

비오는 날 제주에서 즐기는 지질트레킹

대한민국 지도의 형태를 보여주는 밭담/사진=김유경 기자 

앞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게 조른(짧은)빌레길. 밭 한쪽에 마치 주상절리 미니어처 같은 게 펼쳐지는데 빌레지대다. 농부들이 빌레를 일일이 깨서 밭을 일궜는데 움직일 수도 깨트릴 수도 없는 빌레가 그냥 밭담처럼 활용되면서 훌륭한 풍경을 선사해준다.

 

반환점은 월정리해변. 인근에 카페거리가 있으니 쉬었다 가기 좋다. 이후에는 계속 바다를 보며 걷는 코스다. 멸치의 풍어를 기원하는 해신제가 거행되는 '해신당'과 용암언덕인 '투물러스', 고려 원종 때 쌓은 환해장성, 거대한 빌레 용암 위에 모레가 쌓여 만들어진 김녕성세기해변 등을 지나면 처음 떠난 김녕어울림센터로 돌아온다. 

 

만약 내년 4월 21일(음력 3월 15일)에 제주에 올 일이 있다면 김녕 방문은 필수다. 제주의 5대산으로 불리는 두럭산이 이 트레일 코스 중 일부 바다에 잠겨있는 바위인데, 1년에 딱 한 번 음력 3월 보름에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김녕어울림센터에서 출발하는 김녕월정 지질트레일은 14.6㎞로 약 5시간 소요된다. 살짝 지루할 수도 있다. 월정리 단축코스는 4.7㎞로 1시간30분 거리니 아무 생각 없이 걷는 게 힘들 것 같다면 단축코스를 추천한다. 

여행팁

제주 또는 서귀포 시외버스터미널에서 701번 버스를 타고 동성동 정류장까지 온다. 김녕어울림센터까지는 걸어서 5분 거리다.

비오는 날 제주에서 즐기는 지질트레킹

조른(짧은)빌레길에서 만난 빌레지대. 밭 한쪽에 마치 주상절리 미니어처 같은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사진=김유경 기자

제주=김유경 기자 yunew@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