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히면 망한다"… 여성 소비자의 힘

[비즈]by 머니투데이

[페미 경제학-②] 여성 소비자, 여성을 소비 주체로 보지 않는 '여혐' 기업들에 선전포고…

불매운동·기업 이미지 하락·주식 가격 급락

"찍히면 망한다"… 여성 소비자의 힘

/그래픽=이재은 기자

'강남역 살인사건' '미투 운동' 등 굵직한 젠더 이슈가 연달아 파문을 일으키며 여성 등 소수자만 공감했던 '페미니즘'이 주류 문화로 편입됐다. 특히 여성들을 중심으로 '페미니즘은 중요하다'거나 '여성은 주체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했다.


자연히 성차별·성폭행 등 여혐 이슈가 불거진 기업에 대한 불매 운동도 활발해졌다.  소비자로서 정당한 권리를 가졌음에도 소비자로서 존중받기 보다 여성으로서 차별 받는다는 생각 때문이다.(☞여성에겐 반말로… 성별 따라 다르게 대하세요? 참고)  이 같은 운동을 벌이는 여성 소비자들은 불매 운동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성의 힘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본다.


업계는 페미니즘이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끼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고 보고있다. 소비자들이 '미닝 아웃'(Meaning Out·자신의 존재 방식을 소비로 표현) 소비 형태를 보이는 만큼 '펨버타이징'(Femvertising)처럼 페미니즘을 활용한 광고를 제작하는 기업도 늘고 있는데, 동시에 젠더 감수성을 잘못 건드리는 순간 기업이 쌓아 올린 이미지가 한번에 무너질 수 있다는 의식도 함께 공유되고 있다. 즉 자칫 '여혐 기업'으로 지목될 경우 여성 소비자들의 불매운동 표적이 되거나 기업 이미지 하락 등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 혐오 기업, '찍히면' 망한다

이전에 여성혐오 기업으로 지목되며 불매 운동을 겪은 기업 사례도 적지 않다. △사내 성폭행 이슈 처리 미흡 △관계자의 성차별적 발언 △성차별적인 광고 △여혐 사상을 가진 인물이 광고 전면에 등장 △제품 가격에 핑크택스(Pink Tax·같은 제품이라도 남성용보다 여성용이 더 비싼 현상) 적용 △여성 직원에게 꾸밈노동을 강요 △여성 채용·승진 누락 등 이유도 다양하다.


앞서 지난해 가구업체 한샘이 이 같은 파문을 겪었다. 사내 성폭행 사건이 철저히 조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주식 가격이 급락했고, 홈쇼핑 방송에서 퇴출됐으며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한 신입 여직원이 동료 직원으로부터 성폭행과 몰래카메라(몰카) 등의 피해를 당했고, 신입사원 교육 담당자로부터 성폭행을 당했으며, 회사 인사팀장이 이 사건에 대한 허위진술을 요구하고 또 한번 성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고 폭로하면서다.


지난 6월에는 이디야커피가 불매운동의 타겟이 됐다. 서울시내 한 이디야 가맹점에서 일하던 종업원이 성차별 항의 집회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부당해고 되면서다. 종업원이 회식 도중 페미니스트 집회에 참석한 사실을 알리자 점주는 "이제 출근하지 말고 알바 대신 중요한 시위나 가라"며 그에게 해고 통보했다. 사태가 불매운동 등으로 번지자, 이디야커피는 점주의 과실을 인정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점주 대상 교육 프로그램 내 사회의 다양한 가치관 존중에 대한 교육과정을 신설해 운영하겠다"고 약속했다.

"찍히면 망한다"… 여성 소비자의 힘

2016년 맥 광고.

2016년 2월에는 메이크업 전문 브랜드 '맥(MAC)'이 광고 모델 논란으로 인해 불매운동 당했다. 여성혐오 논란을 빚은 개그맨 유상무를 광고 모델로 기용했다는 이유였다. 유상무는 과거 인터넷 팟캐스트에서 동료 개그맨들과 여성에 대해 그릇된 발언을 해왔던 인물이다. 소비자들은 "여성이 주 고객인 화장품에 여성혐오를 개그 소재로 사용한 사람을 쓰는 건 대체 무슨 경우냐"며 브랜드 전체 제품을 불매하겠다고 나섰다. 맥은 광고 영상을 삭제하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여성 소비자 힘 보여주겠다" …매달 여혐기업 선정, 소비 거부

페미니즘에 기반한 소비패턴이 일상화되자 좀더 적극적으로 주체적 소비를 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즉 '여혐 이슈'가 발생한 직후 반짝 불매운동을 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여성혐오 이슈에 한 번이라도 휘말렸던 기업을 '이번 달·이번 주의 불매 기업'으로 선정해 꾸준히 지적하는 식이다.


SNS(사회연결망서비스) 트위터 계정 여성소비총파업, 여성혐오기업총공 등은 이처럼 '적극적' 의미의 불매운동을 이끌고 있다. 한달에 두 기업씩 대상 기업을 정해 불매 운동을 벌이는데, 이달에는 밀크티 체인점 '공차'와 치킨 프랜차이즈 'BHC'가 선정됐다. 국민신문고에 글을 올려 피드백을 요구하고, 기업 본사에 엽서를 보내 피드백을 요구하는 등의 운동도 함께 펼친다.


공차의 경우 2014년 지하철 광고가 '여혐'으로 지목되면서 선정됐다. 공차는 음료주문시 얼음 양, 토핑종류, 당도 등을 소비자 기호에 맞춰서 조절할 수 있는 브랜드로, 콘셉트를 '버라이어Tea'로 정하고 광고를 게시했다. 하지만 지하철 내 게시된 광고물에 '여성의 어장관리'라는 표현을 쓰고, 어항 속 남성의 얼굴을 한 물고기들을 보면서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여성의 이미지를 써 입길에 올랐다.

"찍히면 망한다"… 여성 소비자의 힘

BHC의 2015년 광고

BHC 역시 2015년에 게시한 SNS 광고가 문제로 지목됐다. BHC는 당시 공식 SNS 계정에 "뿌링클 사줄 사람 없는 여자분들 필독하세요. 이 문장 '나꿍꼬또, 뿌링클 멍는 꿍꼬또'를 매일 밤 20번씩 연습하세요"라는 글을 올렸다가 논란을 빚었다. 여성을 소비 주체로 보지 않고, 남성에게 의존해 소비한다고 봤다는 것이다.


이들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여성차별을 반대하는 '여성 소비 총파업' 운동도 전개하고 있다. 이는 여성들이 소비와 지출을 일체 중단해 유통·산업계에 여성의 영향력을 보여주겠다는 의미에서 시작한 성차별 철폐 촉구 운동이다. 지난 7월 시작된 이 운동은 매달 첫 일요일에 실시된다. 이날 여성들은 일체 소비를 하지 않고, 자신의 SNS에 소비를 하지 않았다는 인증 게시물을 올리거나, 세계 여성의 날인 3월8일을 기념해 '38'로 시작하는 액수를 통장에 넣어 운동에 동참한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송동현 밍글스푼 경영마케팅 대표는 "그동안 많은 기업들이 여성에 대한 차별적·비하적 의식을 갖고, 여성을 소비의 주체로 보지 않아온 게 사실"이라면서 "여성들이 여혐 기업들에 불매운동을 하는 것은 일종의 '소비자로서의 권리를 당당히 행사하겠다는 선언으로서 매우 의미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송 대표는 "여성들이 최근이든 과거든 여혐 이슈가 발생한 기업들을 상대로 불매운동을 벌이면, 그 기업에 다시는 이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할 수 있고 다른 기업에도 반면교사 삼을 수 있게 해준다. 결국 과거의 과오를 개선하도록 이끌 수 있어 매우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일부 운동에 대해서는 방법론적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송 대표는 "하지만 '여성소비총파업' 같은 경우, 타게팅이 명확하지 않고 모든 기업을 상대로 불매운동을 벌이는 것이기 때문에 각 기업들이 자신과 상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재은 기자 jennylee11@mt.co.kr

2018.11.2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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