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아파서 위험한 병… "맨발로 청소하다 다리 잃었죠"

[테크]by 머니투데이

당뇨합병증

편집자주

병원이 과잉진료를 해도 대다수 의료 소비자는 막연한 불안감에 경제적 부담을 그대로 떠안는다. 병원 부주의로 의료사고가 발생해도 잘잘못을 따지기 쉽지 않다. 의료 분야는 전문성과 폐쇄성 등으로 인해 정보 접근이 쉽지 않아서다. 머니투데이는 의료 소비자의 알권리와 합리적인 의료 이용을 위해 ‘연중기획 - 메디슈머(Medical+Consumer) 시대’를 진행한다. 의료 정보에 밝은 똑똑한 소비자들, 메디슈머가 합리적인 의료 시장을 만든다는 판단에서다. 글로벌 생명공학기업 ‘메디파트너생명공학’과 함께 치과 진료에 이어 두 번째로 사회적 질병으로 주목받고 있는 고도비만과 당뇨 진료에 대해 알아본다.

'안 아파서' 무서운 당뇨발…작은 상처에도 다리절단

사지절단 1위 '당뇨발'

안 아파서 위험한 병… "맨발로 청소

당뇨합병증 당뇨발 사례/사진제공=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1. 당뇨병 환자인 A씨(46)는 맨발로 화장실 청소를 했다가 한 달여 만에 종아리 부분을 절단하고 현재 의족을 착용하며 살고 있다. 발에 궤양이 있었는데 통증을 못 느껴 인지하지 못한 게 화근이 됐다. 화장실 청소에 사용한 락스 세제로 A씨 발의 궤양은 더욱 악화했고 세균에 감염되면서 심각한 상황에 이른 것. 한 달여 치료를 받았지만 전신에 염증 반응이 나타나는 패혈증으로 번지면서 결국 A씨는 다리 일부를 절단해야 했다.
  2. 70대 B씨는 지난겨울 발이 시려 온풍기에 바짝 갖다 댔다가 발을 절단할 뻔했다. 화상을 입어 물집이 생겼는데 사흘 동안이나 모르고 지낸 것. 상처를 발견했을 때도 아프지 않아 괜찮은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다. 상처 부위가 세균에 감염되면서 썩어들어가는 괴사로 진행됐다. 다행히 빠르게 고압산소치료를 받아 발 절단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국내 실명 원인 1위가 당뇨합병증인 ‘당뇨망막병증’이라면 교통사고를 제외한 사지절단 원인 1위는 또 다른 당뇨합병증인 ‘당뇨발’(당뇨병성 족부병증)이다. 작은 상처라 자연적으로 나을 것이라고 안일하게 방치했다가는 신체의 일부를 잘라내야 하는 무서운 합병증이다.

 

안 아파서 위험한 병… "맨발로 청소

1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당뇨발 환자 수는 최근 5년간(2013~2017년) 연평균 1만4564명에 이른다. 당뇨발이 모두 신체 부위 절단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나 치료를 미루고 방치하면 A씨처럼 상처가 난 후 한두 달 만에도 다리를 절단하는 아픔을 겪을 수 있다.


박민정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당뇨병이 10년 이상 된 환자들은 아주 작은 상처라도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당뇨병 환자들의 상처는 1주일 만에도 괴사로 진행돼 발가락이나 발 절단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했다.


당뇨발은 당뇨로 인해 말초혈관이 막혀 피가 잘 통하지 않는 가운데 세균에 감염되면서 발이 썩어들어가는 병이다. 상처를 자각하지 못하는 신경병증과 치료를 방해하는 혈관질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상처가 아물려면 피를 통해 영양과 산소가 공급돼야 하는데 일상생활에 아무런 증상이 없는 혈당 200 정도의 당뇨병도 장기간 지속되면 혈관에 염증이 일어나 혈관이 막히게 된다. 일반인처럼 상처가 자연 치유되기 어려운 이유다.


또 2012년까지 당뇨합병증 1위였던 신경병증은 고혈당으로 말초신경을 둘러싼 신경섬유가 손상돼 발생하는 합병증이다. 신경병증의 증상은 손발이 저리고 아프며 때로는 감각이 둔해져 상처가 나도 자각하지 못한다.


박 교수는 “혈당조절이 안되면 말초신경과 혈관이 손상되는데 신경이 손상되면 통증에 둔해져 심한 경우 B씨처럼 화상을 입고 물집이 생겨도 느끼지 못한다”며 “특히 2~3일 늦게 발견하고도 아프지 않아 괜찮다고 착각해 방치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당뇨발은 이렇게 신경병증으로 상처를 자각하지 못하다가 혈액순환장애로 상처 부위가 썩어들어가고 관절이나 뼈까지 녹이는 골수염으로 진행돼 결국 신체 부위를 절단하게 되는 것이다.


박 교수는 “미국 연구에 의하면 당뇨병 환자의 25%가 당뇨발을 경험하고 당뇨발 환자의 40~80%는 상처가 낫지 않고 감염을 일으켜 악화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당뇨병 환자는 일반인에 비해 급성 세균 감염증인 봉와직염 발생률이 9배 높고 관절이나 뼈까지 녹이는 골수염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12배 커 신체 절단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당뇨발 환자는 증가하지 않고 있다. 당뇨병 환자는 2013년 232만명에서 2017년 286만명으로 23% 늘어난 반면 당뇨발 환자는 같은 기간 1만5326명에서 1만4364명으로 6% 줄었다. 당뇨발 환자가 감소한 것은 혈관을 뚫어 넓혀주는 수술 등 치료기술이 발달해서다.


박 교수는 “혈관을 최대한 넓혀주는 등 초기에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으면 상처가 발목 이상 절단해야 할 정도로 악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발목 이상 절단되면 사망률도 높아지므로 작은 상처라도 초기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거 연탄가스 중독자를 치료하던 고압산소치료도 당뇨발 치료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압산소치료는 혈관이 막히면서 조직에 공급이 안되던 산소를 높은 농도로 압력을 줘 조직 속으로 스며들게 하는 치료법이다.


미야모토 마사야키 일본의과대학 교수가 2008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족부궤양의 정도가 4등급으로 높은 환자들이 일반적인 치료를 받은 경우 100% 다리를 절단한 반면 고압산소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다리 절단이 12%에 그쳤다. 국내에서 고압산소치료기를 보유한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연간 600여명이 고압산소치료를 받고 있는데 이중 당뇨발 환자가 절반 가까이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내 미생물로 당뇨·비만 치료…맞춤형 '프로바이오틱스' 목표"

서주영 메디파트너 생명공학연구소장 인터뷰

안 아파서 위험한 병… "맨발로 청소

서주영 메디파트너생명공학연구소장/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비만대사질환은 장내 세균(미생물)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정 미생물이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것에 따라 비만 체질이 될 가능성이 커지기도, 작아지기도 합니다.”


서주영 메디파트너생명공학연구소장(사진)은 최근 머니투데이와 만나 “장내 미생물은 신체 내 에너지 축적과 비만 발생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같은 열량을 섭취하더라도 비만 생쥐의 장내 미생물을 투여받은 생쥐가 마른 생쥐의 장내 미생물을 받은 경우보다 체중이 더 증가한다”며 “특정 미생물 유무에 따라서 신체 변화가 생길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 소장은 오는 6월 정식 개소 예정인 메디파트너생명공학연구소의 초대 연구소장을 맡았다. LHK비만대사외과병원의 임상연구 지원과 비만, 대사증후군에 대한 기초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연구부서는 임상지원부, 면역학부, 유전체부 및 대사체부로 구성된다.


연구소의 첫 번째 연구 목표는 비만대사수술에 대한 체계적인 규명이다. 서 소장은 “비만대사수술을 하면 즉각적으로 체질이 개선돼 당뇨병 등이 호전된다”며 “과거에는 수술에 따라 체중 감소로 혈당이 낮아지고 당뇨병이 낫는 줄 알았지만 그런 순서로 호전되는 게 아니라는 게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어 “효과를 나타내는 정확한 작용기전에 대해서는 여전히 모르는 부분이 많다”며 “이 작용과정을 A부터 Z까지 규명할 수 있으면 보다 체계적인 치료·관리가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비만과 당뇨병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도 집중할 방침이다. 장내 미생물의 유전체 분석을 통해 비만, 당뇨에 영향을 주는 주요 미생물을 찾아내고 이를 개인별 맞춤형 비만 치료에 활용할 계획이다.


비만과 관련된 장내 미생물은 퍼미큐테스와 박테로이데테스가 대표적이다. 장내에 퍼미큐테스가 많을수록 비만이 될 가능성이 높고 박테로이데테스가 많을수록 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서 소장은 “퍼미큐테스나 박테로이데테스 같은 장내 미생물의 유전체를 찾아내 개인별 미생물 유형을 분류하고 이를 제어할 수 있는 맞춤형 ‘프로(프리)바이오틱스’를 개발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고압산소요법에 대한 연구도 진행한다. 고압산소요법은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 소장은 “기존 기초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비만·당뇨를 대상으로 한 대체요법으로 고압산소요법의 임상 적용을 시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미한 상처도 치명적인 당뇨발, 관리 어떻게?

일상생활속 당뇨발 예방수칙


10년 이상 당뇨병을 앓고 있는 환자는 발톱 옆에 일어난 살갗 거스러미를 뜯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혈관질환 때문에 아주 작은 상처일지라도 자칫 당뇨합병증인 당뇨발로 악화할 수 있어서다.


당뇨발 예방을 위해서는 이처럼 일상생활에서 주의해야 할 사항이 많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의 도움을 받아 당뇨발 예방을 위한 생활팁을 소개한다.


우선 꾸준하고 엄격한 혈당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당뇨발은 당뇨로 인한 혈액순환 장애가 주원인이기 때문이다. 혈당으로 혈관이 막혀 영양분과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서 미미한 상처가 크게 덧나는 것이다.


혈액순환과 청결을 위해 매일 미지근한 물에 비누로 발을 닦고 씻은 후엔 발가락 사이가 습하지 않도록 잘 말린 후 건조하지 않게 로션을 발라 마사지를 해주는 게 좋다.


양말은 부드러운 순면, 순모로 된 양말을 매일 갈아신고 맨발로 다니지 않도록 한다. 너무 오래 서 있거나 다리를 꼬지 않고 하체에 압박을 가하는 거들, 스타킹, 벨트도 하지 않는다. 특히 담배는 혈액순환을 방해하므로 피우지 않는다.


발톱은 반드시 일자로 깎아야 안전하다. 동그랗게 자르면 발톱이 살을 파고들어 염증과 상처가 생길 수 있어서다. 발톱의 색깔이 변하거나 두꺼워지면 즉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밖에 당뇨병 환자는 감각신경이 둔화돼 상처가 생겨도 통증을 느끼지 못할 수 있으므로 발에 직접 닿는 전열기구나 난로 등은 사용하지 않아야 화상을 예방할 수 있다.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이민하 기자

2019.04.15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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