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세는 왜 못 건드릴까

[비즈]by 머니투데이

정부 주류세 개편서 '소주만 제외'할 듯…

맥주·양주 등은 종가세→종량세 전환,

서민술 보호에 물가인상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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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류와 과자 등의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면서 소비자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2일 오전 서울 한 대형마트 주류 코너에서 직원이 제품을 정리하고 있다. 롯데주류는 6월 1일부터 소주 '처음처럼', 맥주 '클라우드' 등의 제품에 대한 공장 출고가를 인상했다.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정부가 1969년부터 종가세로 정착된 주류 과세체계를 반세기 만에 종량제로 개편하면서 소주만 현행을 유지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종가세는 가격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데 위스키와 고급 와인처럼 고가 주류일수록 세금도 많은 구조다. 종량세는 도수, 양에 비례해 세금을 더 부담하는 제도다. 대체 왜 소주만 빼려는 걸까.

종량세 전환 시 소주세 증가→가격 인상 부담

정부가 소주에 예민한 이유는 일단 가격 때문이다. 값이 싼 서민의 술이라 제조사 입장에선 종가세가 종량세보다 유리하다. 소주는 도수가 상대적으로 높아 주세 최고세율(72%) 대상이지만 값이 싸 현행 세금 부담은 크지 않다. 하지만 도수가 높은 소주에 종량세를 적용하면 세금이 크게 늘 수 있다. 소주 업계는 종량세에 극히 반대하는 이유다.


소주 과세체계를 바꾸려면 상위 개념인 증류주를 통째로 개편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증류주에는 소주뿐만 아니라 위스키도 포함돼있다. 종가세 체계에서 위스키는 세금 규모가 크다. 고가 제품이 많다. 종량세로 바뀌면 소주와 반대로 위스키 세금은 떨어진다. 종량세가 자칫 서민의 술 가격은 올리고 고급 양주는 낮출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증류주에서 소주만 따로 떼어 과세체계를 만들기도 쉽지 않다.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이기 때문이다. 소주 세금 인상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서민증세 논란을 낳을 수 있는 점도 정부로선 부담이다. 이런 이유로 '소주·맥주 가격 인상 없는 주세 개편'을 목표로 한 기재부 계획은 반쪽짜리에 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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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류와 과자 등의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면서 소비자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2일 오전 서울 한 대형마트 주류 코너에서 직원이 제품을 정리하고 있다. 롯데주류는 6월 1일부터 소주 '처음처럼', 맥주 '클라우드' 등의 제품에 대한 공장 출고가를 인상했다.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일각에선 정부가 소주 경쟁력 제고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종가세 체계에선 고급 소주일수록 세금 부담도 커 가격 경쟁력이 뒤처져서다. 그동안 수제맥주 업계도 비슷한 이유로 종량세 전환을 요구해왔다.

수입맥주 '4캔 만원' 사라질까

소주와 달리 맥주는 종량세 전환이 유력하다. 주세 체계 개편은 수입맥주와 국산맥주 간 형평성 문제에서 출발했다. 수입맥주나 국산맥주나 세율은 같다. 하지만 세금 부과기준인 과세표준이 다르다. 수입맥주 과세표준에 들어있지 않은 이윤, 판매관리비 등이 국산맥주엔 포함돼 있다. 이를 근거로 국산 맥주업체는 국산맥주 세금 부담이 더 크다고 주장한다.


종량세가 도입되면 국산맥주는 세 부담 완화로 가격이 낮아질 수 있다. 고가 수입맥주나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제맥주 역시 가격 인하가 예상된다. 국산맥주를 포함한 맥주 '4캔 만원' 시대가 열릴 가능성도 있다. 단 저가 수입맥주는 세금 확대로 가격이 오를 전망이다.


정부는 3일 조세재정연구원 주최로 열리는 '주류 과세체계 개편에 관한 공청회'를 통해 여론을 살펴본 뒤 주세개편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날 공청회에선 주종별 종량세 전환 시나리오가 발표될 예정이다.


세종=박경담 기자 damdam@mt.co.kr

2019.06.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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