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난적도 없다는 '유승민', 합치자는 '나경원'…그들은 왜

[이슈]by 머니투데이

이대론 내년 총선서 '보수 참패' 위기감 확산

"국가적 위기에 시점 적절치 않아, '국민 신뢰'부터 얻고 명분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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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종덕 기자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9.8.7/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또다시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을 보수 대통합 우선 상대로 콕 집어 언급했다.


6월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바른미래당과 먼저 통합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유 의원과 논의해보겠다고 했는데 이번엔 수위를 더 높였다. 7일 공개된 한 언론 인터뷰에서는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와 통합하지 않으면 한국당에 미래는 없다", "유 전 대표가 한국당으로 (내년 총선에서) 서울에 출마하면 얼마나 좋겠냐"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서는 "문재인 정권에 반대하는 우파의 가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같이 할 수 있는 모든 분들이 함께 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별한 시기적 배경은 없지만 큰 틀에서 방향을 이야기했다는 설명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바른미래당에 이어 민주평화당까지 내홍에 휩싸이는 등 정계개편 조짐이 계속되는 터라 즉각 민감한 반응이 이어졌다.


이틀 전 유 의원을 겨냥해 "가려면 혼자 가라"고 직격탄을 날린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이날 기자들에게 "유승민 전 대표와 그 계열이 나 원내대표 혹은 한국당과 구체적인 이야기가 많이 진행되고 있구나(라고 느꼈다) 그렇지 않고서야..."라고 말했다.


유 의원과 대척점에 서서 손 대표를 따르는 바른미래당 당권파들도 "시대착오적 망언", "잠꼬대 같은 소리"라고 맹비난했다.


당사자인 유 의원은 말을 아꼈다. 이날 유 의원은 나 원내대표를 따로 만난 적이 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전혀 없었다"며 "지금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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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난달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2019.7.19/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권 안팎에서 총선을 앞둔 보수 대통합과 정계개편은 기정사실이다. 당장 바른미래당은 사실상 분당 상태나 다름없다. '유승민계(의원수 8명)-안철수계(7명) 연합군'과 '당권파'(9명) 간에 갈등은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창당 1년 반이 지났지만 여전히 당 지지율은 5~6% 수준에 머문다. 이대로 내년 총선을 치르기는 불가능하다.


제1야당 한국당도 불안하다. 소위 비박계(비박근혜계)와 수도권 의원, 소장파 사이에서는 현재 상태로 내년 총선을 치르면 100석은커녕 80~90석을 건지기도 쉽지 않을 것이란 소리가 나온다. 문재인 정권에 실망한 민심을 받아 안을 수 있는 실력도 혁신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자성이다.


한국당 한 중진 의원은 "리더십, 비전, 중도확장성 등 어느 것도 내세울 게 없다"며 "대대적 변화 없이는 총선 필패인데 당 지도부만 이를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거듭된 나 원내대표의 개혁보수를 향한 러브콜 역시 당내 이 같은 위기감이 확산하는 기류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유 의원은 대표적 개혁보수 인사로 꼽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갈등, 탄핵정국 당시 탈당 등으로 친박계(친박근혜계) 일각으로부터는 강한 반감도 사고 있다.


그럼에도 나 원내대표가 유 의원과 통합에 적극적인 것은 전면적 쇄신과 통합 흐름에서 당내 구심점을 잡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나 원내대표는 탄핵정국 무더기 탈당 때 마지막까지 고심하다 당에 남았다. 이 때문에 친박계와 탈당파 양쪽으로부터 공격을 받기도 했다.


이날 나 원내대표의 통합 구상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의견도 나왔다. 장제원 한국당 의원(재선, 부산사상구)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 원내대표가 통합의 대상으로 유승민 의원을 구체적으로 거명한 것은 당이 가야할 방향을 정확하게 제시한 용기 있는 구상"이라며 "나 원내대표의 끊임없는 노력과 유 전 대표의 대승적 큰 결단을 기대해본다"고 적었다.


보수 대통합의 공감대는 분명하지만 문제는 시기와 명분이다. 유 의원 등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결코 현재의 바른미래당을 떠나지 않겠다고 천명하지만 손학규 대표가 계속 버틴다면 다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 다만 그 시기는 좀더 멀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한국당의 한 3선 의원은 "유 의원이 (한국당과 통합 의도를 의심하는) 손 대표와 싸우는 과정인데 (나 원내대표가) 유 의원을 직접 거론한 것은 유 의원에게도 우리 당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밝혔다.


일본 경제 보복과 북한 도발, 미·중 경제전쟁 등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본격적인 보수 대통합 논의는 국민적 공감을 얻기 어렵다는 지적도 적잖다.


한국당 사정에 밝은 한 재선의원은 "보수 대통합은 필요하지만 지금은 논의를 꺼내기에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며 "조용히 물밑작업은 꾸준히 진행하되 명분을 얻어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먼저 보수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집중하고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시점을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종진 , 김민우 기자 free21@mt.co.kr

2019.08.0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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