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통장 필요없다?" 뉴스 듣고 투자하면 안 되는 이유

[비즈]by 머니투데이

[길게보고 크게놀기] 비관론이 극대화될 때 뉴스를 역이용하는 투자가 유효

머니투데이

/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그때(2013년) 아파트 청약통장을 해지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가점이 60점대 중반은 넘었을텐데..."


아파트 청약열기가 뜨거운 요즘 필자에게 자주 드는 생각이다. 10년된 청약통장을 해지한 건 2013년이다. 그 무렵 급전이 필요해서 청약통장 해지관련 기사를 검색했는데, 당시 부동산 시장이 안 좋아서 앞으로 청약통장은 필요 없다는 뉴스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청약통장을 해지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절대로 해지하지 말았어야 했다.


뉴스에서 사실(팩트)이 아닌 의견(오피니언)을 받아들인 실수였다. 뉴스가 전달하는 현재의 사실에 오류가 존재할 확률은 적지만, 뉴스에 담겨 있는 의견은 틀린 경우가 많다.

뉴스의 단기적 시각과 정태적 관점

직업상 뉴스를 많이 본다. 신제품·트렌드, 기업·산업, 인물, 문화 관련 기사 등 쏠쏠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뉴스들이 많지만,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뉴스들도 있다. 바로 주식 관련 뉴스다.


주식 뉴스는 이미 상당히 오른 종목을 다루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뉴스 보고 샀다가는 꼭지에 물리기 일쑤다. 이는 언론사가 가진 대중 매체(매스 미디어)의 특성과 관계가 깊다. 대중 매체는 많은 사람, 즉 대중에게 대량의 정보를 전달하는 게 목적이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대상과 관련된 뉴스를 생산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다. 이미 주가가 상당히 올라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종목을 다루는 것도 똑같은 이치다. 사업은 견실하지만, 주가가 낮은 기업의 뉴스는 보는 사람이 적을 수 밖에 없다.


언론사는 매일 아니 매 시간 다른 언론사와 트래픽을 경쟁하기 때문에 지금 당장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가지는 뉴스를 생산하는데 몰두한다. 호흡이 긴 뉴스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힘들다.


뉴스가 몇 년 뒤를 바라보는 장기적 시각보다 며칠 뒤도 내다보지 못하는 단기적 시각에 매몰되기 쉬운 이유다. 앞서 언급한 청약통장 뉴스도 당시의 부동산 추세가 그대로 지속된다는 정태적(static) 관점에서 청약통장 무용론을 보도한 사례다. 하지만 시장의 추세는 항상 변한다. 즉 동태적(dynamic)이다.

뉴스는 긍정적 피드백을 전달

금융시장에서 주가 변화에 대한 반응은 크게 긍정적 피드백과 부정적 피드백으로 구분된다. 긍정적 피드백은 주가 변화를 강화시키고 부정적 피드백은 그 변화를 약화시킨다.


부정적 피드백의 대표적인 예는 차익거래다. 주가가 내재가치 대비 너무 오르거나 내리면, 차익거래자들이 주식을 팔거나 사서 주가와 내재가치와의 괴리를 축소시키려 한다.


반면 추세에 순응하는 모멘텀 투자자들은 긍정적 피드백의 역할을 한다. 즉 불난 데 기름을 붓는 것처럼 시장의 변동성을 강화시킨다. 긍정적 피드백은 군집행동(Herding Behavior)도 야기하는데, 시장이 폭락할 때는 하락폭을 키우고 시장이 폭등할 때는 상승을 가속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경우, 뉴스는 부정적 피드백이 아닌 긍정적 피드백을 전달한다. 가장 재밌는 사례가 아직도 우리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 가상화폐 폭등이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 가상화폐는 2017년 한 해에만 수십 배에서 수백 배 상승했다.


당시 가상화폐 뉴스는 간간히 나오다가 그해 12월에 비트코인 가격이 2000만원을 넘자 저녁 TV 뉴스는 날마다 가상화폐 광풍을 많은 분량을 할애해 보도하기 시작했다. 결국 가상화폐를 모르거나 전혀 관심이 없던 사람들까지 가상화폐에 관심을 가지거나 심지어 가상화폐 열풍에 동참하는 결과를 낳았고 2018년 1월 비트코인은 2598만원의 최고점을 찍었다.


그 당시 투자에는 전혀 관심 없던 필자의 가족이 비트코인이 2500만원을 넘었다는 TV 뉴스를 보면서 필자한테 좀 사놓지 뭐했냐고 따졌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가상화폐에 관심을 가졌던 그 때가 바로 꼭지였다.


뉴스는 시장 추세를 추종하면서 긍정적 피드백을 강화시키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모두 들떠있을 때가 가장 위험하다. 긍정적 피드백이 최고로 강화된 시점에서, 시장이 꼭지를 만들고 추세가 전환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차라리 비관론이 극대화될 때 뉴스를 역이용하는 투자가 유효하다. 해 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고 한 것처럼 비관적인 뉴스로 도배될 때가 시장이 상승 전환하기 바로 전일 때가 많다. 지난 8월 5일 코스닥 지수가 7% 넘게 폭락하면서 사이드카가 발동될 때도 온통 비관적인 기사로 도배됐지만, 지금 보면 그때가 바닥이었다.


김재현 이코노미스트 zorba00@

2019.09.1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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