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사조' 민경욱, 고함에 눈물까지 통합당에 무슨 일이?

[이슈]by 머니투데이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이번 4.15 총선을 앞두고 컷오프됐던 민경욱 미래통합당 의원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공천관리위원회 인천 연수을 경선 결과를 기다리기 위해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경선 결과 민경욱 의원이 민현주 전 의원을 누르고 공천을 거머쥐었다. 2020.03.24. kkssmm99@newsis.com

돌고 돌아 결국 '민경욱의 승리'였다. 미래통합당은 격론 끝에 한밤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민경욱 의원을 인천 연수구을에 공천하기로 최종 확정했다.


민 의원은 컷오프(공천배제)와 재심의, 경선 승리, 무효 요청, 재공천 등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탔다. 황교안 대표 체제의 당 지도부와 김형오 전 위원장 등이 이끈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 사이에 빚어진 갈등의 중심에 섰다.


황 대표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결국 민 의원에게 공천장을 줬다.


통합당은 25일 밤 10시30분까지 2시간 동안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5곳의 공천을 논의했다. 최고위원회 직권으로 공관위의 공천 결정을 무효화 한 4곳에 대해 이날 공관위가 다시 공천 후보를 정하고 인천 연수구을에서는 민 의원을 공천 무효화해야 한다고 요청하자 최고위에서 이를 최종 판단한 것이다.

민경욱, 컷오프→재심의→경선 승리→무효 요청→재공천

관심은 인천 연수구을에 쏠렸다. 최고위는 민 의원 대신 민현주 후보(19대 국회의원)를 공천하라는 공관위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민 의원의 공천을 확정했다.


애초 공관위는 민 의원을 컷오프하고 민 전 의원을 추천했다. 민 의원은 황교안 체제에서 대변인으로 활동해온 대표적인 황 대표의 측근이었기 때문에 당 안팎에 충격을 줬다.


황 대표가 주재하는 최고위원회는 민 의원의 지역구인 인천 연수구을에 재심의를 요구했다. 결국 공관위는 이달 12일 기존 결정을 번복하고 민 의원과 민 전 의원을 경선에 부치기로 했다.


현역 의원인 민 의원은 24일 경선에 승리해 기사회생했다.


그러나 민 의원에게는 또 다시 악재가 터졌다. 인천시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민 의원의 선거 홍보물을 '허위사실 공표'라고 판단해 공고했다. 선거법 위반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해당 홍보물은 이달 17일 통합당 인천시당 오픈 채팅방 대화 내용과 민 의원 페이스북 글 등이다.


민 의원 측은 이곳에 '국회의원 민경욱은 무슨 법을 만들어서 송도와 연수를 확 바꿨나'라는 제목의 카드뉴스를 게시했다. 여기서 국회 본회의 의결 전인 법안 3개를 이미 통과된 것처럼 올린 점이 문제가 됐다.


공관위는 이날 선관위가 직접 허위사실로 인정한 만큼 사안이 무겁다고 판단해 최고위에 공천 무효를 요청하면서 민 전 의원을 추천하는 안을 동시에 올렸다.


하지만 최고위의 판단은 달랐다. 이진복 당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이날 최고위 이후 기자들과 만나 "민경욱 후보에 대해서는 법률적으로 그렇게 심각한 사항이 아니라는 판단 하에 공관위에서 올라온 안을 원위치해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공천 과정에서 공관위의 칼날에 측근 상당수를 잃은 황 대표가 민 의원 만큼은 지켜낸 것으로 본다. 황 대표는 미래한국당과 비례공천 갈등을 신속히 정리하는 등 장악력을 높이고 있다.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25일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을 나서고 있다. 2020.3.25/뉴스1

부산 금정, 경북 경주는 '벼락치기 경선'…경기 화성을, 의왕·과천은 청년→중년 후보로 교체

한편 최고위는 부산 금정구, 경북 경주는 후보들에게 동의를 구해 경선을 실시하기로 했다. 부산 금정구는 백종헌 전 부산시의회 의장과 원정희 전 금정구청장이 경선을 치른다. 경북 경주는 김석기 현역 의원과 김원길 당 서민경제분과위원장이 경선을 벌이도록 요청한다.


이 본부장은 "부산 금정구와 경주는 시간이 없는 점을 고려해 각각 후보들에게 동의를 구해 내일 하루 동안 여의도 연구원 여론조사를 통해 이기는 사람을 공천하기로 했다"고 했다.


다만 경북 경주는 김 위원장이 아직 경선을 치르는 것에 동의하지 않은 상태다. 이 본부장은 "김 위원장은 결정 시한을 내일 아침 7시까지 주기로 했다. 만약 동의하지 않는다면 김 의원을 공천한다"고 밝혔다.


당초 청년 후보가 공천을 받았던 경기 화성을과 의왕·과천 지역은 50대 후보가 공천을 받게 됐다. 최고위가 해당 지역 공천을 무효화하자 공관위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공천을 최고위에 위임했다.


경기 의왕·과천은 이윤정 전 여의도연구원 퓨처포럼 공동대표 공천이 취소되고 신계용 전 과천시장이 공천을 받았다. 경기 화성을은 한규찬 전 평안신문 대표의 공천이 무효가 되고 임명배 동국대 객원교수가 공천 받았다.


최고위 직권으로 공천이 취소된 이 전 공동대표와 한 전 대표는 모두 통합당 공관위가 퓨처메이커(미래를 만들어간다는 뜻)로 선정한 청년이다. 최고위가 새롭게 공천한 신 전 시장과 임 교수는 50대다.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이석연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 권한대행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0.3.25/뉴스1

"제대로 해야지" 고성 터져나와…신보라·이준석 "청년 공천 취소, 안타까워"

통합당의 청년 인사인 이준석·신보라 최고위원은 퓨처메이커 공천이 취소된 것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 최고위원은 "퓨처메이커 지역에서 청년 공천이란 것은 투자의 성격이 있다고 봤다"면서 "당선 가능성이라는 잣대를 광범위하게 적용하며 애초 제시했던 원칙론이 많이 흔들린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신 최고위원은 "공관위가 청년 후보를 공천했는데 최고위가 공천을 취소하면서 당원으로서 활동했던 청년들이 정치적 과정의 희생양이 된 건 아닌지 굉장히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다"고 말했다.


이날 비공개 최고위 회의에서는 고성이 오고 갈 만큼 격론이 있었다. 한 최고위원은 회의에서 "공천을 제대로 해야지"라며 "공관위원들은 떠나면 그만인 것이다. 김형오 전 공관위원장이 무슨 책임을 졌느냐"고 소리를 높였다.


신 최고위원은 "부산 금정과 경북 경주 관련해서 어떻게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할 것이냐는 논의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공천이 번복되자 후보자가 눈물을 쏟으며 반발하기도 했다. 의왕·과천에서 공천이 취소된 이윤정 후보는 이날 공관위의 최고위 위임 결정이 나오자 울음을 터트렸다. 이 후보는 "최고위의 밀실 공천을 인정할 수 없다"며 "최고위는 퓨처메이커 청년벨트에 섰던, 혁신을 외치며 험지에 섰던 청년들을 공천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박종진 , 김상준 기자 free21@mt.co.kr

2020.03.2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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