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00만원 못 벌어도, 샤넬 하나쯤은…" 사치에 빠진 사람들

[비즈]by 머니투데이

新소비양극화의 명과 암


최고급 외제차, 명품백 등 사치품 소비는 과거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반지하에 살아도 벤츠 등 외제차를 몰며 차부심을 뽐낸다.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몇 달을 아르바이트해 번 돈으로 샤넬백을 지른다. 고소득층뿐 아니라 저소득층도 사치품 소비를 탐닉하는 '신소비양극화-명품 권하는 사회'의 원인과 현상을 짚어본다.

코로나에도 줄선 곳…"반지하 살아도 벤츠 타고 샤넬 산다"

명품 권하는 사회...차부심을 위해 기꺼이 오늘도 컵라면을 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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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 신월동에 사는 윤모씨(37세)는 리스로 구매한 BMW를 몬다. 자영업자인 그는 경기가 어려워 몇 년째 버는 돈이 월 200만원도 안 되지만 사업자 리스로 수입차를 타고 있다. 윤씨는 "사실 드림카는 포르쉐지만 지금은 사정상 BMW를 타고 있다"고 말한다.


금수저가 벤츠를 타지만 흙수저도 벤츠를 타는 시대, '신(新)소비양극화 시대'가 열렸다. 코로나19(COVID-19)로 내수 경기가 바짝 얼어붙은 가운데 소비양극화가 극심해지며 고용·소비·생산의 선순환을 무너뜨리며 경제의 건전성을 갉아먹고 있다.


과거의 소비양극화란 부유층이 고급 사치재를 소비하고 저소득계층이 저가 생필품을 소비하는 형태였지만 '신소비양극화'는 소득이 적은 사람도 몇 달치 급여를 모아 사치재를 소비하는 행태다. 몇 달 치 월급을 모아 샤넬백을 사되 편의점 김밥으로 식사를 하는 새로운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금수저도, 흙수저도 샤넬백 메고 수입차를 타는 시대가 열렸다.


코로나19 충격에도…벤츠 타고 샤넬 산다


럭셔리 '외제차의 대명사' 벤츠는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7만8133대를 차량을 팔아 4년 연속 국내 수입차 판매 1위에 올랐다. 코로나19로 경기가 악화된 올 1분기조차 벤츠 판매량은 1만5296대로 전년비 14.7% 늘며 코로나19 '무풍지대'를 증명했다.


백화점에서는 샤넬·루이비통·에르메스 이른바 3대 명품이 이끄는 해외패션이 매출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산업자원통상부에 따르면 지난해 백화점 3사(롯데·신세계·현대)의 총 매출 증가율은 -0.1%를 기록했으나 해외패션 부문의 성장률은 18.5%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백화점 내점객이 급감한 올해도 소비자들은 마스크 쓴 채 명품관에 줄 섰다. 1월1일부터 3월15일까지 롯데·신세계·현대 백화점 3사의 매출은 각각 17.1%, 8.4%, 15% 감소했으나 명품관은 4.5%, 14%, 5.6% 고성장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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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비양극화'로 누구나 명품·벤츠를 사는 시대가 열리며 이들은 불황없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매출을 견인한 것이 2030, 밀레니얼 세대(85년~95년생)였던 것처럼 젊은층을 중심으로 자산·소득에 관계없는 사치재 소비가 대중화됐다.


패션업체 LF의 김형범 과장은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가 삶 속에 깊숙이 침투하면서 가진 것 없어도 취향만큼은 고급스럽게 유지하고 싶은 욕구가 대중화됐다"며 "철마다 싼 가방 여러 개 사는 것보다는 몇 개월 치 월급을 들여서라도 샤넬백 한 개 사고 싶은, 취향의 상향 평준화가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입사치재 소비 늘어도…내수경제는 '핼쑥'


2019년 2월 최인·이윤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2017년 3분기부터 2018년 3분기까지 1년간 민간소비 증가율은 1.14%포인트 높아졌다. 하지만 수입 소비재를 제외하면 국내 소비 증가율은 0.46%포인트에 그쳤다. 수입 사치재 소비가 국내 소비 증가분의 대부분을 차지한 것이다.


수입 소비재는 소비가 늘어도 소비 증가가 매출 증대로 이어져 고용을 창출하고, 임금의 증가로 다시 내수가 진작되는 '내수 경제의 선순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경제학자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는 "수입사치재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재화가 아니고 명품업체의 고용 창출과 사회 기여는 매우 미미한 수준이라 내수활성화에 기여하는 몫이 매우 작다"며 "백화점 입장에서도 명품업체가 내는 수수료가 작아 수입사치재 소비가 늘어도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신소비양극화는 시장을 최고가와 초저가로 양분하고 있다. 대형마트와 슈퍼 300곳을 문 닫겠다고 발표한 롯데쇼핑도 영업환경의 악화 원인으로 이같은 '소비 양극화'를 꼽았다. 지난해 롯데마트와 롯데슈퍼는 각각 250억원, 1040억원 적자를 냈지만 롯데백화점은 명품 수익에 힘입어 5190억원 흑자를 냈다.


문제는 지금의 '신소비양극화'는 소비 피라미드가 아닌 최저가와 최고가로 구분되는 모래시계형 소비탑을 만들어낸는 점이다. 저소득층·고소득층의 소비가 모두 양극화되면서 대형마트와 중저가 브랜드는 고사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단가가 낮은 필수구매 품목에서 돈을 아끼고, 프리미엄을 내세운 수입 사치재에는 기꺼이 지갑을 여는 '일점 호화형 소비' 풍조가 뚜렷해지고 있고, 이는 한국경제에 독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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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권하는 사회…"샤넬백 아니면 차라리 에코백"

억 단위 명품 쇼핑하는 플렉스(FLEX) 문화…합류 못할 바엔 '에코백'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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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도 알다시피 제가 루이비통 VIP잖아요? VIP는 매장에서 어떤 대접을 받을까요? 1억 썼더니 대우가 달라지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

구독자 20만명이 넘는 유튜버 '치유'는 지난해 12월 올린 동영상에서 이렇게 외친다. 치유뿐 아니라 유명 유튜버와 홈쇼핑 호스트, 스타일리스트 등 유명인사들이 많게는 억 단위의 명품을 한번에 쇼핑하고 박스를 개봉하는 동영상은 늘 인기다.


이런 동영상을 보는 구독자들은 "억 단위로 화끈하게 명품을 쇼핑하는 데서 시원한 대리만족을 느낀다"고 말한다.


한국에서 코로나19(COVID-19)가 한창 확산되던 2월에도 백화점 명품관은 불야성이었다. 코로나19를 뚫고 마스크를 쓴 고객들이 명품관을 찾아, 백화점 매출이 크게 꺾인 1분기에도 명품만은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명품은 오늘이 가장 저렴하다" 지금, 플렉스(FLEX)하라


한국에서 명품이 잘 팔리자 명품업체들은 가격을 줄기차게 인상하고 있다. 계속된 가격 인상에도 국내 소비자들은 등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명품은 오늘이 가장 저렴하다"며 높은 소비열기를 보여준다.


루이비통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내수 경제가 크게 침체되는 상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3월 4일 루이비통코리아는 핸드백을 비롯해 지갑, 쥬얼리 등 전체 제품의 3~4% 인상했다. 지난해 11월15일 전체 제품의 가격은 한 차례 인상한데 이어 또 가격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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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4일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 구찌 매장에 입장하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사진=오정은 기자

루이비통 측은 "가격 인상의 이유는 정확히 밝힐 수 없다"고 설명했다. 샤넬·디올도 인상을 거듭하고 있다. 샤넬은 지난해 10월 인기 가방을 거의 100만원씩 인상했고 디올은 2019년에만 4번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가격이 오르기 전에 사서 다행"이라는 분위기다.


명품업체들은 가격 인상의 이유로 △본사의 글로벌 가격 정책 변화 △환율 변동 △제품 원가 상승 △최저 임금 상승 등을 든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가격을 아무리 올려도 수요가 줄지 않고, 오히려 가격을 올린다고 하면 더 많이 산다"고 말한다. 실제로 가격 인상 직전, 백화점 명품 매장 직원들은 고객들에게 "오늘 사야한다"는 팁을 알려줘 구매를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


'베블런 효과'(가격이 오르는 데도 과시욕이나 허영심 때문에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현상)로 수요가 줄지 않기에 명품업체의 가격 인상은 계속되고 있다. 과거와 다른 점은 부유층에 국한됐던 베블런 효과가 이제 전 계층으로 확산된 것이다.


명품 권하는 사회…"명품백 아니면 차라리 에코백"


명품백은 이제 직장인 여성이라면 누구나 하나쯤 드는 가방으로 대중화됐다. 20~30만원대 가방을 들고 다니는 것보다 몇 달 치 용돈을 모아, 또는 12개월 할부로 300만원대 가방을 사는 더 큰 만족을 준다. 명품 구매의 대중화는 20대 대학생은 물론, 부모님 카드를 들고 명품관을 찾는 10대까지 확산됐다.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젊은 세대가 '고가의 물건은 내가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지만 지금의 젊은 세대는 몇 달치 월급을 모아서라도 원하는 것을 산다"며 "이제는 나를 위해 특별한 것을 꼭 사겠다는 '포미(For-me)족'들이 많아진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곽 교수는 "요즘 1020세대는 '나'를 중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남들의 시선을 굉장히 많이 의식하면서 유행을 좇는다"며 "남들 다 가지고 있는데 나도 하나쯤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체면 문화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않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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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샤넬 코코핸들백은 466만원 (오른쪽) 스타벅스 로고가 새겨진 에코백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보통 1만원 정도 가격에 팔리고 있다/사진=샤넬 공식 홈페이지, 온라인 쇼핑몰

고가의 명품백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명품백 열풍의 반대편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가방은 아이러니하게도 에코백이다. 친환경 에코백은 1~2만원대 저렴한 가방이지만 '개념'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명품백과 정 반대의 이유로 인기를 끈다. 명품백을 들지 못할 바에는 어중간한 브랜드의 가방을 드느니 차라리 에코백을 들며 '개념 있다'는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이 낫다는 '신양극화' 풍조다.

벤츠는 이미 '강남 쏘나타'…이젠 '람보르기니' 찾는 한국

자동차로 재력 과시하는 '카플렉스'…초고가 슈퍼카 브랜드 '호황'


'강남 쏘나타'.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의 대표 세단 'E-클래스'에 붙은 별명이다. 2016년 국내에서 첫 출시된 이래 3년 만에 10만대가 넘게 팔렸다. 그래서 벤츠가 너무 대중화됐다고 '강남 쏘나타'로 불린다. 대표 모델인 'E300'은 지난해 불경기에도 불구, 1만3607대가 판매됐다.


고급차의 대명사인 벤츠가 이렇게 흔한 브랜드가 되다 보니 이젠 람보르기니나 포르쉐 같은 슈퍼카 브랜드가 뜨고 있다. 극심한 소비 양극화 속에서 자동차로 자신의 부를 과시하려는 '카플렉스'(Car-Flex)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매해 신기록 쓰는 벤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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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유정수 디자인기자

9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벤츠는 국내에서 총 7만8133대를 판매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인 한국GM의 지난해 내수 판매량 7만6471대보다 훨씬 많다. 벤츠는 코로나19(COVID-19)가 덮친 올해 1분기에도 판매량 성장세를 이어갔다. 1분기 벤츠 판매량은 전년 대비 14.7% 증가한 1만5296대다.


벤츠는 실적 면에서도 신기록을 쓰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5조4377억원을 기록해 전년(4조4742억원)보다 21.5% 수직 상승했다. 한국 입성 이래 최대 매출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2180억원으로 전년대비 40.9%나 늘었다.


4년 연속 국내 수입차 판매 1위를 달성한 만큼 '강남 쏘나타'라는 별명은 이제 식상해졌다. 업계에서는 "벤츠의 희소성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소비자들의 시선은 이제 벤츠에 머물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돈 있는 사람들 사이에선 요즘 누가 그 흔한 벤츠를 타느냐는 말까지 나온다.


지난해 람보르기니 판매 '16배'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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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이후에 소비자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는 브랜드는 람보르기니다. 1대 판매가격이 최소 2억원대인 슈퍼카 브랜드다. 대표 차종인 SUV(다목적스포츠차량) '우루스'는 이미 대중들에게 익숙한 이름이다.


지난해 람보르기니는 한국에서 173대를 팔았다. 2018년 11대가 팔린 것과 비교하면 16배가 늘었다. 올해 1분기에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22.2% 늘어난 58대를 판매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소비심리 침체 우려가 무색할 정도다.


한국에서 판매가 급신장하자 람보르기니 회장은 지난해 11월에는 직접 서울을 찾기도 했다. 스테파노 도메니칼리 회장은 당시 "한국은 가장 두드러지는 성장세를 보이는 곳으로 잠재력이 크다"고 밝힐 정도였다.


또 다른 고급 브랜드 롤스로이스도 판매 성장이 확연하다. 롤스로이스는 지난해 한국에서 161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30.9% 늘었다. 포르쉐는 지난해 판매량이 전년 대비 1.9% 줄었지만 한국법인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지위 표현이 돼버린 한국의 '카플렉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고급 수입차 판매 러시 현상에 대해 "사회적 지위 중 하나로 그 사람이 타는 자동차를 보는 시선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 기술은 금방 좋아졌는데 문화가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며 "운전자들이 남의 시선을 신경 쓰다 보니 고급차 선호도가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차(車)부심'을 뽐내기 위해 할부 또는 리스(lease)로라도 차량 구매를 마다 않는 기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비쌀수록 잘 팔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경기 상황과 관계없이 부자들은 자동차를 통해 재력을 과시하려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구매 기준이 타인의 시선이 아닌 실용성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필수 교수는 "한국 자동차 문화가 실용성을 중시하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국산차 업체들도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를 고려한 차량을 많이 생산해 수입차 중심 선호현상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대 직장인의 기념일, "25만원 요리 먹고 1500원 커피 마셨어요"

어중간하면 못 뜬다…외식소비, '가성비' 혹은 '프리미엄'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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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한우오마카세 식당 'RIPE 레스토랑' 한우(왼쪽), 빽다방 커피 /사진=RIPE레스토랑 인스타그램 계정(왼쪽), 빽다방 홈페이지

직장인 정모씨(28)는 남자친구와 기념일을 맞아 서울 강남에 있는 1인당 25만원짜리 한우 오마카세(셰프가 코스를 구성해 제공하는 메뉴) 식당에 갔다. 정씨는 "가격이 월급의 10%를 넘다보니 평소 자주 가는 스타벅스 커피 대신 저가 커피를 마시면서 다른 식비를 줄였다"며 "막상 다녀오니 '대출 받아서라도 가라'는 후기가 이해될 정도로 좋았어서 다음에 부모님 모시고 또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경기불황과 코로나19(COVID-19)에 따른 내수침체로 외식 영역에서도 '신소비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은 초저가 브랜드 혹은 비싼만큼 값어치를 하는 프리미엄 브랜드 두 극단적인 경향으로 소비가 갈리는 모양새다. 중저가 브랜드가 설 자리를 잃으면서 위기에 빠진 외식업체들은 신소비성향에 대응해 가성비 혹은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는 '투트랙' 운영 전략을 꾀하고 있다.


한 달 전 예약해야 먹는 '25만원' 코스…비싸도 맛있으면 지갑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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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한우오마카세 식당 'RIPE 레스토랑' 내부 모습과 메뉴(위), 서울 송파구 스시오마카세 식당 '스시작 오마카세' 메뉴와 내부 모습/ 사진=각 식당 인스타그램 계정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경험에 기꺼이 많은 돈을 내겠다는 소비자가 늘면서 급부상한 대표 사례로는 '오마카세'가 있다. 오마카세는 '남에게 모두 맡긴다'는 뜻의 일본어로, 셰프에게 메뉴 선택을 맡기는 메뉴다. 일본의 초밥 식당에서 시작한 오마카세는 한우·디저트·커피 등으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서울 강남의 유명한 한우 오마카세는 코로나19 불황 속에서도 한 달 전에나 예약이 가능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골목식당에서 오마카세 전문점이 인기를 끌면서 대기업 외식업체도 오마카세 시장에 뛰어들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4월 서울 한남동에 '스시테츠카'를 열고 점심 오마카세 12만원, 저녁 오마카세 25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기존 일식당에 2018년 오마카세 메뉴를 추가한 한 대기업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오마카세 메뉴는 출시 후 전체 매출의 10% 정도를 꾸준히 책임지고 있다"며 "합리적인 가격과 다채로운 구성으로 고객 선호도가 높고 특히 네이버 예약 서비스로 접근성을 확대해 20~30대 젊은 고객층이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빕스, 애슐리 등 패밀리 레스토랑도 고급화 전략 효과를 봤다. CJ푸드빌은 지난해 11월 빕스 1호점인 등촌점을 고급화해 '빕스 프리미어'로 새 단장한 뒤 리뉴얼 이전 대비 매출이 7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애슐리이츠가 기존 애슐리를 고급화한 '애슐리퀸즈' 매장도 기존 애슐리W 매장보다 60~90% 많은 매출을 기록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맛있는데 저렴하다…실패 없는 '갓성비'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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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푸드 '노브랜드' 버거와 바나프레소 강남점 매장 내부 /사진=신세계푸드 제공, 바나프레소 홈페이지

가성비는 외식업계의 변함없는 성공 요인이다. 외식산업 고급화 흐름 속에서도 맛있는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가성비' 브랜드는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신세계푸드가 지난해 8월 선보인 '노브랜드 버거'는 기존 햄버거 브랜드보다 20%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수를 띄워 큰 호응을 얻었다. 단품 버거가 1900원부터 시작해 '갓성비 버거'라는 평을 받은 '노브랜드 버거'는 론칭 200일 만에 100만개가 팔렸다.


블루보틀, 스타벅스리저브, 폴바셋 등 고급화가 유행하는 카페업계에서도 가성비의 경쟁력은 여전하다. 가성비를 내세운 초저가 커피 브랜드 빽다방은 꾸준한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가맹점 수도 2017년 544개에서 지난해 622개로 확대했다.


대용량 초저가 커피를 내세운 '바나프레소'도 급부상하는 '갓성비' 브랜드다.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 만큼 저렴한 가격이지만 매장엔 좌석과 콘텐츠도 갖추고 있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2018년 서울 강남 일대에서 시작한 바나프레소는 론칭 2년이 채 안 된 현재 서울을 중심으로 5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립스틱도 기왕이면 에르메스" 알바비로 플렉스(FLEX)

명품백·수입차 안 되면 립스틱으로…틈새까지 파고든 '신소비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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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 뷰티의 립스틱/사진=구찌 뷰티 공식 홈페이지

코로나19(COVID-19) 확산이 한창이던 3월4일 서울 중구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마스크를 사기 위한 줄이 아니었다. 에르메스 뷰티의 립스틱이 출시된 이 날 백화점 개점과 동시에 매장에 인파가 몰려들었다. 코로나19로 백화점 전체가 한산한 가운데, 에르메스 립스틱 인기 색상은 금세 동났다.


명품 브랜드가 틈새 시장까지 깊숙이 침투하면서 소품의 영역에서도 '신 소비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 스트레스로 공허해진 마음을 채울 수 있으면서 가격 면에서 부담스럽지 않은 '스몰 플렉스(FLEX)' 시장에 명품 업체들이 적극 진입해 작은 것 하나라도 비싼 수입제품을 쓰려는 풍조가 대중화됐다.


수천 만 원대 가방을 제작하는 프랑스 에르메스(Hermes)는 지난 3월 전 세계 35개국에서 '루즈 에르메스 컬렉션'을 출시하며 화장품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일찍부터 뷰티 시장에서 쏠쏠한 수익을 내던 샤넬·디올의 뒤를 이어 뒤늦게 뷰티 시장에서 '스몰 럭셔리' 전쟁에 합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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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 뷰티 립스틱 8만8000원(윗쪽) 샤넬 핸드크림 8만원(왼쪽 아래) 샤넬 비누 4만원(오른쪽 아래). 립스틱이나 핸드크림의 일반적인 가격을 생각하면 비싼 가격이지만 명품백이나 수입차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명품을 소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스몰럭셔리' 제품군이다.

스몰 럭셔리란 자동차·의류·가방 등 대형 사치품 대신 화장품·식료품 등 작은 제품에서 소비의 만족을 얻는 트렌드를 말한다. 수입차·가방 등 고가 제품을 살 경제적 여유가 없거나 기분전환용으로 작지만 비싼 소품을 사는 경우다. 특히 경기가 좋지 않은 불황기에는 소비자들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스몰 럭셔리를 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표 상품이 바로 립스틱이다.


백화점 1층 화장품 매장에 입점된 주요 명품화장품 립스틱 가격은 샤넬 루즈 알뤼르가 4만5000원, 입생로랑 루즈가 4만6000원, 루즈 디올 4만5000원, 구찌 뷰티 립스틱은 4만8000원이다. 에르메스는 훌쩍 높은 8만8000원으로 가격을 결정했다.


8만8000원은 기존 명품화장품 립스틱 가격의 2배 수준이지만 소비자들은 "에르메스를 가졌다"는 생각에 코로나19 와중에도 백화점에 줄 서길 마다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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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 립스틱 연출컷/사진=샤넬 뷰티 공식 홈페이지

서울 서초구에서 일하는 회사원 양승연씨(39)는 "에르메스 립스틱으로 에르메스에 처음 입문했다"며 "에르메스 특유의 오렌지 박스에 에르메스 로고가 들어간 리본으로 포장된 케이스에 들어있는 립스틱을 받으니 행복하다"고 말한다.


코로나19로 경기 하강이 계속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스몰 럭셔리 시장의 전망은 어둡지 않다고 봤다. 립스틱을 비롯한 스몰 럭셔리 품목은 불황기에 작은 지출로도 큰 심리적 만족을 준다는 점에서 더 잘 팔리는 경향이 있어서다.

플렉스(FLEX)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 '돈 자랑을 하다' '일시에 많은 돈을 쓰다'는 뜻으로 쓰이는 신조어.

오정은 기자 agentlittle@mt.co.kr, 이건희 기자 kunheelee@mt.co.kr, 이영민 기자 letswin@mt.co.kr

2020.04.10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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