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오르기 전에 사야돼"…아침 10시반 '광란의 질주'

[비즈]by 머니투데이

[르포] 14일 샤넬 가격 인상설 나오자…개장 시간 맞춰 운동화 신고 "샤넬로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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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오전 10시30분 백화점이 개장하자마자 셔터가 다 열리기도 전에 사람들이 샤넬 매장으로 뛰어가고 있다/사진=오정은 기자

지난 10일 오전 10시. 서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명품관 후문엔 40여명의 인파가 운동화를 신고 집결했다. 10시 30분 백화점 개장을 알리는 '딩~동~댕~' 벨이 울렸다. 굳게 닫혀있던 철제 셔터가 다 올라가기도 전, 1미터도 채 열리지 않은 철장 아래로 사람들이 개구멍 들어가듯 허리를 굽혀 진입한 뒤 뛰기 시작했다.


백화점 개장 시간에 맞춰 명품 매장으로 뛰는, 명품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른바 '오픈 런(OPEN RUN)'이라고 불리는 현상이다.


"뛰지 마세요! 앞에서 뛰면 다 같이 뛰어야 하잖아요!" 길게 늘어선 줄 뒤에서 누군가 외쳤지만 철장을 넘어 매장으로 진입한 사람들의 뜀박질은 이미 멈출 수 없었다. 다같이 달려간 곳은 바로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Chanel) 매장이다.

"가격 오른다고?" 샤넬 향한 '우사인 볼트급' 질주

오는 14일 샤넬이 가격을 인상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명품관이 있는 백화점들은 개장 시간마다 대규모 '오픈 런' 장관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 9일에는 비가 많이 내려 악천후였지만 신세계백화점 본점, 강남점, 부산 센텀시티점에서 대규모 오픈 런이 벌어졌다. 부산 센텀시티점에서 오픈 런에 참여한 한 고객은 "우사인 볼트급으로 샤넬 매장으로 돌격하는 사람이 있어서 무서웠다"며 "뒤따라오던 어떤 사람은 넘어졌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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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백화점 개장 직전, 운동화를 신고 샤넬 오픈런을 준비 중인 고객들의 모습/사진=오정은 기자

한국 백화점에서 '오픈 런'이라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명품 매장의 재고가 한정적이고 대기 시간이 길기 때문이다. 평상시에 낮 시간대 백화점을 방문하면 3~4시간은 기본으로 대기해야 하므로 오전 백화점 개장 시간에 달려가 앞자리를 선점하면 대기 시간을 30분~1시간으로 줄일 수 있고 인기제품을 먼저 살 수 있다. 명품 매장은 직원 한 사람이 한 팀만을 응대해서 대기시간이 길다.


샤넬 매장 직원들은 거칠게 뜀박질하며 도착한 고객들이 줄을 서게 할 뿐 달리기를 막지는 않았다. 늦게 도착한 사람들은 일단 줄을 선 뒤 휴대폰으로 순번을 고지하는 번호를 발급받은 뒤 자리를 떠, 줄은 이내 줄어들었다. 오픈 런을 위해 줄 선 일부 고객 중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 신세계 임직원으로부터 주의를 받기도 했다.


샤넬 가격 인상 여부에 대해서는 직원들도 인상 여부를 함구하고 있다. 하지만 샤넬 공식 홈페이지에 기재된 가격이 사라지면서 인상이 임박했다는 사실을 암시하고 있다. 샤넬 홈페이지는 "가격은 문의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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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 공식 홈페이지에는 가격 표기가 사라지고 "가격은 문의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떠 있다/사진=샤넬 공식 홈페이지

5월 가정의 달&보복소비 노린다…명품 줄줄이 가격 인상

지난 3월 가격을 올린 루이비통은 지난 5일 두 달 만에 또 기습적으로 평균 5~6%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앞서 명품 보석 브랜드인 불가리가 지난 4월15일 가격을 인상한 데 이어 티파니도 5~6% 가격을 올렸다.


이번엔 샤넬마저 오는 14일 가격을 올린다는 것이다. 샤넬은 한 번에 10~20% 가량 가격을 인상하는 것으로 알려져 '광란의 오픈 런'이 초래되고 있다.


5월은 가정의 달로 선물 수요가 많은 데다 결혼 성수기로 명품 브랜드 대부분은 관례적으로 5월에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이번에는 국내에서 코로나19(COVID-19) 확산이 진정되면서 '보복적 소비'가 발생할 시점에 맞춘 것이기도 하다.


명품업체들은 가격을 올릴 때 주로 △본사의 글로벌 가격 정책 △환율 변동 반영 △제품 원가 상승 △최저 임금 상승 등 인건비 부담 전가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가격을 아무리 올려도 수요가 줄지 않고 오히려 늘고 있어서 콧대 높은 글로벌 명품 브랜드는 1년에도 수 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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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에서 '오픈 런' 현상을 초래할 만큼 핸드백이 줄기차게 팔리고 있지만 한국에서 샤넬코리아의 매출과 이익, 본국 배당 여부는 현재 알 수 없다. 샤넬코리아는 유한회사로 국내에서 실적 등 재무정보를 공개하지 않아서다.


오정은 기자 agentlittle@mt.co.kr

2020.05.12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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